잡담 :: 6.4 지방선거는 정말 무승부인가

1.

 

 

신기주(이하 주) 6.4 지방선거 결과는 어떻게 보세요? 황금분할이라느니 무승부라느니 그렇게들 평가합니다만.

 

김동조(이하 조) 조중동 같은 보수언론의 논조는 무승부다라고 얘기하지만 사실 새누리당이 진 거죠.

 

, 그래요?!

 

. 전 여당이 진 거라고 봐요. 박근혜 정부가 시작한 지 1년 반도 안됐는데 이런 선거 결과라면 진 거죠. 이렇게 진 이유는 물론 세월호 참사 때문이고. 지난주에 얘기했던 박근혜 언어에 대한 대중의 자각과 각성이 빨리 터져 나온 거죠. 여당의 입장에서는 세월호 때문에 워낙 여론이 나빴기 때문에 이런 결과라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진 거죠. 그리고 이 정도면 야당 입장에서는 선방했다고 생각해요.

 

(쓴웃음) 저하곤 완벽하게 정반대로 보시네요.

 

(비웃음) 결과적으로 보면 새누리당이 진 거죠. 선거까지 시간이 더 있었으면 새누리당이 더 좋은 결과를 냈을 거에요. 세월호에 대한 기억이 흐려져 가니깐.

 

(정색하며) , 새정치민주연합의 참패라고 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세월호 참사가 없었다면, 당시만 해도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70%에 육박하고 있었으니, 지방선거는 자연스레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끝났겠죠. 세월호 참사 전에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와 말씀을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광역자치단체장을 기준으로 11 6 정도를 예상하더군요. 물론 여당이 11이었죠.

 

결과적으론 89였죠.

 

세월호 참사로 야권한테 유리한 선거 국면이 조성된 거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8개 광역자치단체장을 석권했을 뿐만 아니라 수도권에선 경기와 인천까지 가져갔죠. 특히 인천은 뼈아파요. 결과적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참사로 만들어진 유리한 구도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으로 이기질 못한 거죠. 득점 찬스에 골을 못 넣었으면 경기 결과는 무승부라고 해도 욕을 먹는 게 맞죠. 반면에 새누리당은 불리한 선거 국면을 극복하고 무승부까지 만들어냈다면 그건 사실상 이긴거죠.

 

선거 정책이나 전략으로 보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사건으로 인한 반여당 분위기를 그냥 갖고 오기 위해서 사람들을 자극하지 않는 게 전략이었죠. 새누리당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한번만 봐달라, 박근혜 대통령을 살려달라 전략으로 나갔어요.

 

지방 선거 초반부터 낯부끄러운 박심 논쟁을 벌이더니, 선거 막판엔 내놓고 박근혜 마케팅으로 갔죠.

 

집권 여당이란 사실을 감안하면 한심한 전략이죠. 그게 먹힌 곳도 있고 안 먹힌 곳도 있어요. 먹힌 곳은 인천, 대구, 뭐 부산까지는 먹혔던 거고. 전 기본적으로 한국 선거 구조에서 서울과 경기에 가장 큰 의미를 두지만 김부겸 후보가 대구에서 선전했다든가 세종시에서 예상외로 새정치민주연합이 이긴 점에서 각론적인 의미는 찾을 수 있다고 봐요.

 

2.

 

세종시 결과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하긴, 세종시는 이해찬 의원의 지역구네요.

 

세종시는 원래 여론조사는 새누리당이 높게 나왔어요. 공무원들은 친여적인 성향이 강한 집단이잖아요. 의외로 새정치민주연합이 이긴 건 박근혜 대통령이 관료들을 '관피아'로 심하게 공격하고 고시를 없애겠다고 선언해서가 아닐까요?

 

세종시에서부터 관피아의 반란이 시작된 건가?!

 

그래 봤자, 역시 큰 그림으로 의미를 갖는 지역은 서울과 경기죠. 유권자 수로 보면 서울이 800만 경기가 800만이에요. 저는 문재인이 대선에서 진 이유가 서울에서는 이겼지만 경기에서 졌기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이라.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런가요? 사실 역대 대선 판세를 결정했던 건 충청도 아니었던가요? 수도권 지역은 사실상 늘 반반이였고, 영호남은 여야가 알아서 가져가는 거였죠. 거기서 충청도를 누가 장악하느냐가 늘 대선 판도의 분수령이었잖아요.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에서 충청도가 넘어간 거죠. 불과 1년 전 대선에선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했던 지역이요.

 

(동의할 수 없다는 듯) 잘 모르겠는데유?!

 

(웃음) 정부여당이 이번 6.4 지방선거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를 총체적으로 보여준 게 문창극 총리 후보 지명 아니겠어요?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이 총리 후보로 문창극 주필을 내세운 것도 결국 충북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비판 정신을 지켜온 기자 출신이라 관료 사회를 개혁하는 적임자라는 건 허울이고 구실일 뿐이죠. 문창극 칼럼을 읽어본 독자라면박근혜 당선은 신이 50대 유권자를 움직여서 기적을 이룬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기억할 겁니다.

 

(헛웃음) 오마이갓.

 

(한숨) 게다가 한번도 관료 사회를 경험한 적도 없는데 어떻게 철밥통 관료 사회를 장악하고 개혁합니까? 개혁은 총리 혼자서 합니까? 관료 사회 내부의 동조 세력을 끌어내도 될까 말까인데요. 결국 정부여당에서도 충청도가 넘어간 걸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맥락으로 읽고 있는 겁니다.

 

늘 중원이 문제다?!

 

3.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6.4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패했다고 해석 하고 있었다면, 문창극 카드가 답이 아니었겠죠. 그저 충청도 출신 정도가 아니라 좀 더 혁신적이고 개혁적인 인물을 선택해서 전국 여론을 반전시켜야 한다고 판단했겠죠. 이 정도로 선방한 선거 결과라면 충청도에서 잃은 표만 되찾아오면 되겠다고 생각한 거죠. 그래서 김기춘 비서실장도 유임시킨 거고요. 박근혜 대통령은 김기춘 비서실장을 통해서 이른바 국가개조를 직접 만기친람할 작정일 겁니다. 문창극 후보가 인사총문회의 검증 절차를 통과한다고 해도 실세 책임 총리가 되긴 어렵단 거죠.

 

(한숨) 지금 같아선.

 

인사 청문회 통과조차 장담하기 어렵게 됐습니다만. 야당이 문창극 후보까지 낙마시키는 데는 정치적 부담이 없지 않아요. 안대희 후보에 이어 연달아 두 번째니까요. 물론 그런 후보를 내세운 청와대의 책임이 가장 큽니다만. 결국 문창극 후보를 낙마시키겠다고 나선다면 목표는 문창극이 아닐 겁니다. 유임된 김기춘 비서실장이겠죠.

 

그렇게 영호남은 알아서 가져가고, 서울과 경기는 반반이고, 충청에서 결정난다, 라고 생각하는 것이 과거 프레임이라고 생각해요. 점점 더 지역구도보다 세대구도가 더 의미 있어 지고 있어요. 서울과 경기는 선거 전략상 아주 중요한 지역이라고 보고요. 경기도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지지율을 획기적으로 높이지 않으면 다음 총선과 대선, 특히 대선에서 정권을 되찾아오기가 어렵다고 봅니다.

 

(아직도 문창극 얘기에 빠져 있다) 문창극이란 인물을 총리로 내정했다는 건 선언 같습니다. 우리는 수구정권이다. 이건 정조가 집권하자마자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라고 선언한 것과 흡사하죠. 흔히 보수를 안보적 보수와 시장적 보수를 구분하잖아요. 이명박 정부는 시장적 보수였다면 박근혜 정부는 안보적 보수라고 봐야죠. 하지만 이제까진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수구 선언까진 안 했는데요, 이번에 한 거죠. 우리는 명실상부한 안보 보수 정권이고 수구 정권이니까 수구정권의 적합한 인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

 

(어쩔 수 없이 거들어주며) <중앙일보>를 자주 보는 편이지만 문창극이 누군지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그러고보니 이사님은 <중앙일보> 애독자시잖아요?

 

신기자님은 <조선일보> 애독자시면서.

 

정확하게는 <조선경제> <위클리 비즈> 애독자고 <조선일보>의 구독자죠.

 

4.

 

저는 세월호 사건에도 불구하고 선거결과가 일방적으로 야당에게 유리할 것으로 보진 않았어요.

 

정말요?!

 

2003년 탄핵 총선 때와 비슷해요. 그 때 총선 전 여론조사만 놓고 보면 당시 한나라당이 전멸할 것처럼 보였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잖아요. 막상 선거가 다가오면 보수는 결집해요. 이번에도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서 젊은 계층들의 투표율이 올라가고 40대가 진보정당에 투표하는 성향이 훨씬 강해졌지만 50대 이상의 결집도 같이 일어났죠.

 

(고개를 끄덕이며) 실수투성이 박근혜 대통령을 지켜줘야 하니까.

 

보수성향의 50대와 60대 표가 결집되는 상황에서 이 정도 선거결과는 야당이 할 수 있는 최대치가 아닐까요. 고무적이라면 서울에서 4개 구를 빼면 대부분 구청장을 새정치민주연합이 가져갔어요. 그리고 서울시장 선거에 나타난 유권자들의 성향이 다음 대선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보는데요. 50대와 60대는 절대적 새누리당 지지. 20대와 30대는 절대적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인데. 지난 대선에서는 40% 정도의 40대가 박근혜 지지였고 54%가 문재인을 지지했는데 이번에는 40대의 지지율이 확 올라갔어요. 전 이것이 엄청난 변화이고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간과하면 굉장히 크게 어려움을 겪을 변화라고 생각해요.

 

이사님이나 저나 딱 거기에 해당하는 40대군요.

 

40대가 변수입니다.

 

5.

 

중요한 건 40대를 계속 변수로 끌고가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안철수 대표한테 주목하게 됩니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서 읽혀지는 가장 참혹한 사실은 새 정치의 상징이었던 안철수라는 인물이 완벽하게 몰락했다는 것 같은데요.

 

그런가요? 원래 무소속의 강운태 후보가 초반에는 앞섰잖아요. 근데 그 결과가 완벽하게 뒤집혔죠. 결국 윤장현 후보가 당선됐고. 안철수와 당지도부가 광주에 내려가서 엄청나게 많은 선거 유세를 했죠. 이 정도면 선방?

 

그게 효과가 있었다고 보시는 건가요?

 

저는 있었다고 봐요. 하지만 윤장현을 선택한 광주 시민들의 선택이 안철수와 새정치에 대한 지지라고 해석한다면 저는 그건 '언어도단'이라고 생각하죠. 이건 광주 시민들을 협박해서 결국은 새정치민주연합이란 정당을 지지하게 강요한 것 밖에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각축을 벌이던 경기와 인천에 가서 뛰었어야 할 지도부가 아까운 시간과 힘을 광주에 가서 허비한 거죠.

 

저는 안철수 대표가 광주에 내려가서 선거 운동을 열심히 했기 때문에 윤장현 후보가 당선됐다고 시각에 의문이 들어요. 물론 유권자 개개인의 마음이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선거 후반에 박지원 의원을 비롯한 이른바 호남 의원들이 초반 현직 시장이 유리했던 판을 갖고 논 거죠. 여기서 두 가지 변수가 작용한다고 보여져요. 하나는 처음엔 돕지 않던 박지원 및 호남 지역구 의원들이 왜 막판에는 내려가서 지원 유세를 했느냐입니다. 처음에는 쉽게 안 도와주는 거죠. 물에 빠트려보는 거예요. 안철수 대표 혼자 내려갔지만 광주에서 계란만 맞았죠. 사실상 대세를 뒤집을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걸 스스로 깨닫게 만든거죠. 일종에 안철수 길들이기죠.

 

그런가요.

 

선거 후반부로 가자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해요. 그래도 새정치민주연합인데 새정치의 상징인 안철수라는 간판이 없으면 새정치민주연합이 아니라 도로 민주당이 되잖아요. 안철수를 구하긴 해야 했던 거죠. 윤장현 후보가 당선이 안됐다면 안철수 대표는 대표직을 내놓아야 했을 겁니다. 결국 이번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대표는 자기 발등의 불부터 끄느라 전국 선거를 운용할 여력이 없었던 겁니다.

 

.

 

두 번째는 광주 시민들은 늘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표를 몰아주는 굉장히 전략적인 투표를 해왔어요, 항상. 그들한테는 출신 지역성분을 떠나서 정권을 갖고 올 수 있는 인물이라면 그게 노무현이든, 문재인이든, 그들이 부산 사람인데도, 지지해 주는 거죠. 안철수 대표의 대선 본선 경쟁력에 기대를 걸었단 거지 안철수 대표가 예뻐서 윤장현 후보한테 표를 준 게 아닐 수도 있어요. 결국 그 얘기는 안철수 대표 혼자 이름으로 이룬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거예요.

 

(듣고 있다)

 

안철수 대표는 자기가 민주당을 접수하겠다고 민주당에 들어갔어요. 최측근들한텐 그렇게도 얘기한 걸로 압니다. 결국엔 접수를 당하고 만 겁니다. 세월호 국면과 지방선거 국면에서 아무런 정치적 역량도 보여주지도 못했죠. 사람들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정치적 역량도 없고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친화력도 없으면서 그냥 당 대표라는 자리만 하나 지키고 있는 겁니다.

 

잔인한 평가네요.

 

물론 합당할 때까지만 해도 뭔가 능력을 보여줄 거란 기대가 있었어요. 개혁적 전략공천 해 주면 새 정치가 이뤄지는 것처럼 주장했으나, 그 사람이 당선되는 방법은 호남 세력들의 힘을 빌리는 굉장히 구태의연한 정치에 의존해야 했던 거죠. 이제 안철수란 인물은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허수아비로 전락한 거죠. 그런데도 남겨둔 이유는 딱 하나일거예요.

 

6.

 

7.30?

 

맞아요. 7.30 재보선까지는 안철수란 인물이 간판으로 필요한 거죠. 또 비노계에서는 친노계의 문재인이나 안희정 같은 호소력 있는 인물이 없기 때문에 안철수란 사람을 어떻게든 간판으로 키워야 하는 거죠.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대표는 깊은 내상을 입었어요. 반면에 박근혜 대통령은 무시무시한 영향력을 갖고 있단 걸 또 한번 증명해냈죠.

 

현실적으로 안철수는 정치 경험이 없는 사람이잖아요. 자기 헌신이 강한 CEO라는 이미지를 갖고 토크쇼로 지지율을 얻어서 대선후보가 되기에는 너무 비현실적이니까  대선후보를 양보하는 외양을 취한 후 지분을 요구하며 합당을 하며 당대표가 된 것 뿐이죠. 사실 현실적으로 다음 대선의 후보가 되는 것은 너무 어렵기 때문에 제가 지난번 이야기를 나눌 때도 안철수는 7년 후를 보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었죠. 3년 후 대선 후보가 되겠다고 생각하면 자꾸 실책하게 되죠. 정치를 하든 인생을 살든 전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정치적 태도라는 게 다른 말로 하면 정치적 명분인데. 지더라도 멋지게 한 번 져보라는 거고.

 

정치에서는 거기서 자양분이 나오는거죠.

 

너는 참 괜찮은 사람인데 너와 결혼은 못 할 것 같아라는 여자에게 매달려 보았자 달라지는 건 없어요. 서로의 바닥을 볼 뿐이죠. 차라리 거기서 멋지게 떠나가주면 후일을 기약할 수가 있어요. 정치인들도 선거를 맞이할 때 비굴하고 비열하게라도 이길 것인가, 아니면 정당하고 멋지게 질 것인가에 대해서 항상 고민을 해야 해요. 민주당도 지난 서울 시장선거, 지난 대선 모두 멋지게 지겠다라는 생각을 못 하기 때문에 계속 헛된 단일화에 매달리고 신뢰감 없는 정치를 하다가 야당으로 존재감을 확보하지 못 하는 거죠. 그런데 이번 선거를 보면 그런 행보를 걸은 게 안철수와 정몽준이죠.

 

(꿈꾸는 듯한 표정) 내가 시장이 된 것인가 시장이 내가 된 것인가.

 

(웃음) 정몽준은 노무현과의 단일화에 실패한 후 정치생명을 유지한 게 놀랍긴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펼친 전략을 보면 비열하게 이길 만큼의 역량도 안되고 멋지게 질 만큼의 철학도 없었던 것 같아요. 근데 지금까지의 안철수도 정치과정에서 사람들을 계속 실망시키고 있죠. 인간은 위기가 오면 본질을 보여주는 법이니까요. 내가 다음 대선에는 후보가 돼야 하기 때문에 내 정치적 지분을 늘려야 하고 그래서 '새정치'라는 이념과는 맞지 않아도 일단 내 지분을 확장하자는 생각이 앞서서 올바른 절차를 무시했죠. 하지만 예상과 달리 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위기에 빠지자 당의 재원을 전부 투입해서라도 꼭 이겨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결과적으로 정치적 지분을 늘린 게 아니라 정치적 지분을 뺏긴 거죠.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선거에서 이길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세월호 참사로 민심은 야권한테 유리한 구도가 형성됐는데 그 구도를 잘 이용해보겠다는 의지가 없었던 거죠. 안철수 대표는 내가 당권을 잡기 위해서는 광주를 잡아야 된다는 작은 생각에 사로잡혔고. 마치 합당 전에는 기초 선거 정당 공천을 할거냐, 말거냐의 '각론 오브 더 각론'에만 매달렸던 것처럼 이번에도 광주에 매달렸어요. 큰 그림은 그게 아니였는데. 그런데 사실 이번에 새정치민주연합이 압승을 거뒀다면 김한길, 안철수 체제는 반석에 올랐겠죠. 그리고 안철수 대표는 야권의 강력한 대선후보로 완벽히 자리매김을 했을 거구요.

 

그런데?

 

그걸 친노, 또는 민주당의 절반은 열성적으로 원하지 않은 게 당내 역학 구조가 아닌가 해요. 3년 반 남은 박근혜 정부가 지방선거 밀렸다고 레임덕에 빠지리란 법도 없고, 박근혜 대통령이 그렇게 만만한 정치인도 아니고. 그게 이번 선거에 임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태도에서 드러났다고 보여져요. 세월호 참사 안으로 뛰어들지 않고 계속 밖에서 변죽만 올리고. 괜찮은 아젠다를 던져서 사람들을 부여잡을만한 리더쉽을 발휘하는 게 아니라 그냥 따라가기만 했죠. 사실 그 리더쉽을 발휘해야 할 사람은 안철수 대표였는데 안철수는 광주에만 갔던 거죠. 그걸 해야 할 이유도 있고 목적도 분명한 사람이었는데 안 하는 거예요.

 

안철수씨가 '안철수의 생각'이란 책도 쓰고 안철수 콘서트도 하고 하면서 많은 생각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정치인의 진짜 자기 색깔은 예기치 못한 사건이 터졌을 때에 대한 반응이나 대응으로 드러나요.

 

위기에서 본질이 드러나죠.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수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SNS공간에도 반응이 생각보다 즉각적으로 나오지 않아요. 대중들은 누군가 체계적인 의견을 보여주기 전까지 기다려요. 독립적인 판단은 그처럼 힘든 거에요. 그런데 이런 모습은 금융시장도 마찬가지에요. 키 플레이어 혹은 '그루'들이 이 사건, 이 데이터는 이런 의미야 라고 말할 때까지 가격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하지만 누구도 함부로 얘기를 못 하는 상황이 벌어져요. 예를 들어서 911테러가 터지고 주가가 폭락했을 때 GDP에 이 사태가 미치는 영향은 아주 미미할 뿐이다, 라고 말하는 것은 폴 크루그만이나 워런 버핏 같은 사람들이에요. 그럼 사람들은 납득하기 시작하고 시장은 급격하게 반등하기 시작해요.

 

문제는 그런 사람들의 의견 속엔 객관적 분석 뿐만 아니라 주관적 의도가 깔려 있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만.

 

근데 세월호 사건처럼 아주 파괴력이 있는 사건에 대해서 안철수와 김한길 공동대표가 대응하는 걸 보면 충실한 컨텐츠가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죠. 예를 들어서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표현한 유감을 두고 '진정성 있는 사과여서 유족들도 위로를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가 유족들이 만족하지 못한다고 하니 자기도 갑자기 버럭 화를 내기 시작하는 상황이 벌어졌죠. 안철수란 사람이 당 대표가 되서 지금까지 흘러가는 걸 보면 좋게 해석하면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이라 정리할 시간이 부족해서 대응을 잘 못하고 있고, 나쁘게 생각하면 저 사람은 애초부터 특별한 생각이 있는 사람은 아니구나, 정치나 사회 현안에 대해서 자기 생각이 따로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저도 바닥이 드러나고 있다고 봐요. 2012년 충정로에 있는 구세군회관에서 안철수 대표가 대선 출정식할 때 기자같이 구름같이 모여들고 저도 갔었어요. 그때 안철수 대표가 "미래는 이미 와있는데 흩어져있을 뿐이다" 이랬을 때오 그게 뭐야이러고.

 

(웃음)

 

결정적으로 아직 정치권 안에 들어온 적도 없는 사람이 장외영향력만 갖고 서울 시장을 당선시켰어요. 그냥 박원순, 이 사람이야, 이랬더니 구름같이 표가 몰려서 당선됐잖아요. 근데 이번에는 서울 시장은 커녕 광주 시장도 스스로의 힘으로 당선을 못 시킬 정도로 전락해버린 거죠. 이건 명백하게 안철수의 몰락이죠. 이제 겨우 정치 1년 차니까 다음 대선, 다다음 대선을 얘기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안철수한테 기대했던 건 정말 '새정치'였잖아요.

 

(웃음) 저는 애초부터 별로 기대한 적이 없어서.

 

전 기대했습니다. 기존 정치에 물들지 않았지만 기존 정치를 이길 수 있을 만큼의 역량과 깨끗함을 갖고 있는 희망의 정치를 기대했는데 이런 식으로 5, 10년 후가 되면 안철수 대표도 10년 동안 정치한 정몽준과 뭐가 다를 게 있겠어요. 냉정하게 보면 안철수 현상은 남아있을지 모르나 안철수라는 인물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완전히 끝난 거에요. 그냥 말하자면 외형과 이미지만 남아있는 거죠. 만약 그걸 본인이 깨닫지 못한다면 더 처참한 문제인 거죠. 내가 몰락했는데 몰락한 것 조차도 모른다면.

 

알까요?

 

7.

 

반면에 박근혜 대통령은 안철수 대표와는 정반대의 정치인이죠. 안철수는 여망을 모았으나 그 여망을 권력화시킬 줄 모르는 인물인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권력을 갖고 권력을 어떻게 쓰는지 너무 잘 아는 인물인 거예요. 이번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최대 위기를 결국은 돌파해낸 거죠. 권력을 쓸 줄 알기 때문에. 이건 사실 우려되는 측면이긴 한데요.

 

뭐가요?

 

만약 노무현 대통령이 이런 상황을 겪었다면 지지율이 10% 아래로 떨어졌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30% 이하로 떨어지는 법이 없고 지금도 국정 지지율이 올라가는 추세죠. 이 지지율이 이제는 한국 정치에서 상수라는 거죠. 변수가 아니고. 대통령은 이 정도 지지율은 항상 유지한다라는 걸 놓고 정치를 해야 되는 무시무시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지지율이 엄청나게 높았잖아요, 세월호 사건 전까지.

 

70%에 육박했죠.

 

그 지지율이 50% 밑으로 떨어져서 40% 초반을 위협했는데. 그 상황을 촉발한 것은 세월호 사건이었으나 그 근저에 깔린 지뢰는 박근혜 본인이 깔아놓은 거거든요.

 

그렇죠.

 

그런데 이걸 수습하는 과정에서 두드러지는 건 박근혜 대통령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캐릭터와 우리나라 사회 구조가 갖고 있는 세대별 갈등구조에요. 인간 박근혜가 갖고 있는 매력에 관해 말하면 대통령 박근혜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저게 무슨 매력이야"라고  분노하겠지만 제가 봤을 때 박근혜는 유권자 개개인에게 사랑을 구걸하는 타입의 정치인이 아니에요.

 

도도하죠.

 

사람은 누구나 사랑 받길 원하지만 정답이 있는 사랑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어요. 사람들은 자신들을 몰래 좋아하는 이성이 나타나면 처음엔 으쓱할 순 있지만 짝사랑이 잘 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에요. 특히 노골적인 스토커는 누구다 다 혐오하죠. 그런데 박근혜는 대중에게 사랑을 구걸하지 않아요. 아주 독특한 캐릭터죠. 사람이 사람을 매혹시키는 방식은 여러 개인데 박근혜의 매력은 20-30대에게 잘 먹히지 않아요. 그런 방식의 사랑에 매력을 느끼지 않거든요. 그래서 이전 후보자들과 비교했을 때 지금 박근혜를 두고 세대간의 시각차이가 굉장히 많이 나죠. 그런데 노무현이라는 사람은 정반대죠. 그냥 자기의 본심을 열정적으로 다 꺼내놓는 타입인 거죠. 굳이 얘기하자면 달콤한 말과 정열적인 말과 모든 걸 다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정치인이었고. 엄밀하게 말하면 10년 전에 나오기엔 너무 빠른 사람이 아니었나 생각해요.

 

(고개를 끄덕인다)

 

이번 달 에스콰이어 칼럼 주제가 로버트 그린의 '유혹의 기술'이잖아요. 유혹이란 주제에 대해서 꽤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이성을 유혹하든 정치인이 대중을 유혹하든 유혹의 핵심은 굉장히 양면적인 건에요. "너를 사랑한다"라는 피 토하는 열정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하지만 대신 "너의 사랑에 목을 매고 있지는 않아"라는 상반된 태도가 중요해요. 난 널 정말 좋아해. 그렇지만 설령 너가 날 안 좋아해도 거기에 목 매달진 않아, 라는 태도요.  노무현은 20세기가 21세기로 넘어가는 지점에서 그게 있었던 정치인이었어요. 나는 널 위해서 죽을 준비가 돼있지만 그렇게까지 널 좋아하지만 설령 네가 날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나는 그게 사랑하는 옳은 방식이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사랑하는 거지 네가 정말 순결하고 정직하고 아름다워서 그러는 건 아니야. 이건 어떤 면에서 유혹자 중에서 가장 높은 레벨의 유혹자가 갖고 있는 태도거든요. 근데 그걸 못 하는 사람들은 하나만 선택해요. "난 너 없으면 못 살아. 너가 날 떠나면 난 죽어버릴 거야" 아니면 "너란 사람 도대체 뭐야. 너 아니면 여자 없는 줄 알아?"의 태도요. 근데 그런 면에서 노무현은 상당히 독특한 정치인이었어요. 문재인은 그보단 열정이 떨어지고. 꼭 당신이 없어도 된다는 태도는 있죠. 물론 근데 박근혜는 전혀 다른 타입의 유혹자죠.

 

저는 지방 선거 거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이제까지 갖고 있지 못했던 위상을 가졌다고 봅니다. 이번 지방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펼친 유일한 전략은 비굴하기 짝이 없지만 "대통령을 지켜주세요"였잖아요. 이 정권의 본질은 청와대도 없고 내각도 없고 아무 것도 없는데 오직 대통령의 인기만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렇죠.

 

사실 역대 정권은 다 있는데 대통령 인기만 없었어요. 근데 지금은 정반대로 대통령 인기만 있어요. 이러니까 새누리당이 전략을 이렇게 짤 수가 있었던 거죠. 그런데 그게 통했다는 얘기는 지방선거를 통해서 선거전 박근혜와 선거 후 박근혜는 다른 사람이 된 거죠. 물론 20-30대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만 50, 60, 70대에게 박근혜 대통령은 여왕에 가까워요.

 

여왕?!

 

입헌군주제에서 왕의 역할이라는 게 그래요. 아무리 국정을 책임지는 총리와 내각이 잘못해도 국왕에 대한 지지가 있으면 국가 시스템이 유지가 되죠. 지금 태국에서 보여지는 정치 구조에요. 끊임없이 쿠데타가 반복되지만 국가는 유지가 되죠. 사실상 왕의 수하인 왕립 군대가 나와서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또 장악하죠. 태국 국민의 상당수가 국왕은 무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게 가능해요. 대통령이 하고 있는 유체이탈 화법하고 닮아 있잖아요. '대통령만큼은 문제가 없다'는 사고방식을 가진 절대적 지지층이 있고 그게 굳어져 버린 거죠. 실책을 해도 참모진이 문제고 내각이 문제라는 사고죠. 이제까진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쪽에서 공주니 여왕이니 이런 인신 공격을 했죠.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지방 선거를 통해서 진짜 여왕적 정치인이 된거예요. 집권 이후 최대 위기 속에서 맞이한 전국 선거에서 이긴 덕분에요.

 

말씀하신 게 굉장히 적나라한 포인트인데. 박근혜만 인기가 있고 나머지는 다 엉망인 상황이 남은 임기 동안 계속 되겠죠. 벌써 1년 반이 흘러갔잖아요. 그럼 나머지 3년 반 동안 박근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뭔가. 외교? 계속 하겠죠. 왜냐면 멋져 보이니까. 비행기 타고 가서 프랑스어, 영어, 중국어 연설. 계속 하겠죠. 50대 이상의 유권자들의 눈으로 보면 "역시 멋져, 박정희 딸다워"가 되겠죠.

 

품격이라.

 

. 하지만 나머지 3년 반 동안 박근혜 정부가 이룰 수 있는 퍼포먼스가 뭐가 있을까. 경제가 3년 반 동안 과연 좋아질까?

 

아니겠죠. 전 요즘 세월호 참사 때문에 내수 경기가 악화됐다는 보도를 접할 때마다 울화가 치밀어요. 혹시 경기 둔화는 추세인데 자꾸만 세월호 참사를 핑계거리로 삼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어요. 명확한 인과 관계도 없는데 경기 둔화 얘기를 하면서 세월호 참사를 빨리 잊자고만 하고 있죠.  

 

 (한숨) 약속한 경제 민주화가 될까? 그것도 어려워 보이죠. 그러면 공무원 연금처럼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과감한 개혁주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 같죠. 그러면 3년 반 뒤의 퍼포먼스는 되게 참혹할텐데. 그럼 그 때도 똑같은 지지율을 유지할거냐? 우울하게도 그럴지 모르죠. 여왕은 책임을 지지 않으니까. 하지만 나쁜 퍼포먼스의 피해는 박근혜의 지지그룹인 50-60대가 지지 않아요. 그들은 이미 은퇴세대고 퍼포먼스가 나빠도 피부에 와 닿는 정도는 그렇게 심각하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계속 여왕님을 지지할 수 있는 거죠.

 

그게 정곡이죠. 선택은 어른이 하고 책임은 아이들이 지는 구조.

 

그런데 퍼포먼스가 나빴을 때 직접적으로 내 생활에 영향을 받는 세대들은 분명히 분노하고 화를 내고 변화를 요구할 수 밖에 없는 거죠.

 

8.

 

사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내건 '경제민주화'라는 아젠다는 굉장히 훌륭했어요. 결국은 산업화, 민주화한 후 복지국가로 가야 한다는 국가전략은 한국 뿐 아니라 많은 국가에서 추구해 온 경로이고 한국도 그 경로로 가야 했던 거겠죠. 그리고 사실 요즘 추구되고 있는 제조업에서 내수 경제로 가는 것도 한국만의 아젠다가 아니에요. 그런데 이 정부는 그걸 실행에 옮기질 않아요. 왜냐?

 

왤까요?

 

대통령한테 가장 중요한 건 권력이고 그 권력은 지지율에서 나오고 지지율을 유지하기 위해선 그 때 그 때 적합한 아젠다를 돌려서 막기만 하면 되니까요. 처음에 '경제민주화'가 집권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지지기반이었죠. 나중엔 '규제개혁'도 있었고 '규제개혁'이 세월호 때문에 깨지니까 이제 '국가개조'가 아젠다가 됐어요. 그 사이에 '통일 대박론'도 있었죠. 근데 그것도 끝까지 밀어붙일 생각이 없어요. 가장 중요한 목적은 이런 아젠다를 띄워서 국정지지율을 높이는 거죠.

 

(시니컬하게 웃으며) 또 바뀌겠네요?

 

'국가개조론'을 띄운다지만 끝까지 밀어붙일 생각은 없겠죠. 또 다른 인기 있는 정책, 그게 정책도 아니고 아젠다일 뿐인 건데, 그것만 반복하겠죠. 그렇게 앞으로 3년 반 간다는 거예요. 그리고 놀라운 건 3년 반 후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낙점한 여당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거겠죠.

 

결론적으로 보면 있을 법한 얘기죠. 아무리 퍼포먼스가 나빠도 50대 이상의 절대적인 지지를 지지기반으로 삼아 박근혜가 점지하는 대선 후보가 그게 아직 누구일진 모르겠지만 집권할 가능성이 있지만 저는 그렇지 쉽게 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만약  그렇게 나쁜 퍼포먼스의 정권을 바꾸지 않으면 나라는 퇴행하고 망하는 거죠. 놀랍진 않은 게 그런 상황에서 그런 선택을 하는 나라가 많아요. 많은 나라들이 그런 식으로 망하죠.

 

(고개를 끄덕이며) 역사는 퇴보할 수 있으니까요.

 

. 그런 나라는 망하는 거죠. 잘못한 정권을 바꾸고 거기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나라는 안 망하는 거고. 기업이든 개인이든 국가든 마찬가지에요.

 

그래서 7.30 재보선만큼 중요한 게 7.14 새누리당 전당대회일 수 있어요. 어쩌면 7.14 전당대회가 지금 정치 구도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일 수도 있죠. 서청원 의원이 당대표가 되냐 김무성 의원이 당대표가 되냐에 따라서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절대적인 영향에서 벗어나서 입바른 소리를 낼 수 있는 정당이 되느냐 아니냐가 결정되겠죠. 적어도 당분간은 새정치민주연합은 박근혜 대통령을 견제할 수가 없으니까요.

 

서청원이 되든, 김무성이 되든 새정치민주연합이 할 일은 없으니까 새정치민주연합은 어서 빨리 대중의 마음을 읽고 제대로 된 사랑을 해야 해요. 연애하는 데 상대가 원하는 걸 줘야지, 자꾸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면 연애가 안되잖아요. 근데 새정치민주연합은 대중의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하지 않아요. 독점 야당으로서의 권력에 만족한다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 이번 소개팅 너가 나갈래, 내가 나갈래"하고 자기들끼리 박 터지게 싸우지, 정작 어떤 사람이 소개팅에 나오고 그 여자와 어떤 인생을 꾸릴 것인지에 대해선 전혀 관심이 없는 거죠. 근데 그렇게 하면 결국은 삶은 개선될 수 없는 거죠.

 

9.

 

이제 잡담 시작 전에 말씀하셨던 조희연 교육감 얘기를 하시죠.

 

근데 저는 이번 선거에서 아마도 보수 진영을 가장 소스라치게 놀라게 한 것은 광역자치단체선거 결과가 아니라 교육감 선거 결과인 것 같아요. 17개 중에 13명이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거든요.

 

조희연 후보는 유혹자죠. 왜냐면 초반 바닥 지지율을 이겨내고 역전해서 지금 당선이 됐어요.

 

(웃으며) 유혹자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고승덕 후보의 딸의 글 때문에 운도 작용했지만 아까 말했던 깨끗하게 지는 게 비열하고 지저분하게 이기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나은 전략이라는 걸 웅변해주는 케이스죠. 캔디 고의 글이 알려지면서 승리까지 하게 됐지만 아마 졌더라도 그게 정치 역량이든 교육자로서의 인생이든 크게 나쁘지는 않았을 거예요. 명분을 갖고 가는 거니깐. 그러고 보니 아주 교육적인 승리네요. (웃음)

 

캔디 고씨의 글은 문용린 후보와 고승덕 후보의 2, 3위 격차를 뒤바꿔놓은 영향을 미쳤다고 하던데요. 후반부 여론조사에서는 조희연 후보가 1등이었다고 하더군요. 이미 판세는 결정된 상태에서 2,3위들이 싸웠던 거죠.

 

인간은 비열하게라도 이기고 싶은 욕망에 저항하기가 어려워요. 캔디 고의 글이 공개되고 고승덕이라는 사람이 물러나거나 혹은 눈물을 흘리며 사과를 하며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 게 아니라 문용린 후보가 박태준 가문의 결탁돼서 공작 정치가 있었단 식으로 대응을 한 건 눈앞의 이기고 싶은 욕망에 매몰되었기 때문이죠. 어쩌면 그 욕망이야 말로 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민 낯이죠. 그 상황에서 조희연이라는 사람이 택한 전략은 저 두 놈이 다 나쁜 놈이라고 욕하는 게 아니라 그건 너희들의 사생활이니 난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라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가기 힘든 길을 간 거거든요. 결과적으로 그게 맞는 길이었던 거죠.

 

조희연은요. 어찌 보면 세월호 참사가 선거에 영향을 미친. 교육감 전체가 다 그렇긴 합니다만. 대표적 사례인 것 같아요. 어찌 보면 유일한 사례에 가깝겠죠. 그 외에 지방선거 결과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기초단체장의 경우에도 오히려 새누리당이 이겼고. 교육감선거에서는 세월호 영향이 미쳤다고 짐작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근데 보수 진영에서 봤을 때는 이게 진보 교육에 대한 열망이라고 보면 너무 속상하는 일이라서 평가절하를 하겠죠. 아마도 앞으로 계속 들고 나올 이슈는 "진보 쪽은 단일화가 됐고, 보수교육감 쪽은 분열돼서 졌다"일 겁니다. 결국은 제도를 바꿔야 되고 정당추천을 해서 교육감을 뽑든가 아니면 시장선거와 연계해서 뽑아야 한다고 주장을 하겠죠. 그런 시각을 갖는 건 자기네들 자유고 그것도 분명 좋은 이유가 되겠지만 그거에만 몰입해서 선거를 본다면 이 결과가 갖고 있는 가장 중요한 함의를 놓치겠죠.

 

교육이요.

 

 네. 교육이요. 저는 가끔 현상을 단순한 프레임으로 보는 게 중요하다고 보는 데 다음 대선의 핵심은 저는 경제도 아니고 통일도 아니고 외교도 아니고 교육이라고 봐요. 교육이라고 하는 것에 한국의 경제, 정치, 사회의 문제가 집약돼서 있는데 지금 모순이 폭발 직전이에요. 박근혜 대통령 때 북한이 개방을 해서 급격히 남북경협이 진전되면 경제 반전이 일어날 수 있겠지만 사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스탠스로 봤을 때는 점점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죠. 남은 3년 반으로만 봤을때는 거기서 멈출 확률이 높아지고 있죠. 사실 한국 사회에 가장 큰 모순을 해결하겠다는 게 경제민주화였잖아요. 경제민주화는 사실상 물 건너가는 분위기인데. 경제민주화는 너무 확대되어 가는 소득 격차를 완화시키고 사람들이 마음 놓고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고용을 잃었을 때 삶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건 막아준다는 의미가 있죠. 하지만 중요한 질문은 우리는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고 있는데 왜 이렇게 먹고 살기가 빡빡해져 가고 불안해 하는가에요. 그걸 하나의 이유 때문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겠지만 교육에 많은 모순이 집약되어 있는 건 부인하기 어려워요.

 

왜요?

 

간단하게 말하자면 2011년 통계로 볼 때, 지금 우리나라에 전체 교육비 지출액이 전체 가구 소득의14%에요. 14%면 어마어마하게 높은 거예요. 미국이 3%고 일본이 6%인데.  40대와 50대 교육비 지출을 보면 40대가 22%고요. 50대가 12%에요.

 

40대가 22%라는 건 소득의 5분의 1을 교육비로 쓰는 거네요.

 

근데 일본도 우리처럼 교육열기가 뜨거운 나라잖아요. 일본만 해도 40대 교육비 지출이 12%밖에 안 되고, 50대는 10%에요. 미국은 40대가 3% 50대는 4%밖에 안돼요. 더 골 때리는 건 60대의 교육비 지출이에요. 60대가 교육비 쓸 일이 뭐가 있겠어요. 일본하고 미국은 1% 미만이에요. 근데 한국은 3%에요. 그 말은40-50대 아들들이 교육비 지출이 너무 과다하기 때문에 60대 부모들도 돈을 쓰고 있다는 얘기에요.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가 다 쓰고 있는 거네요.

 

이게 굉장히 심각해요. 근데 이게 40대들이 지금처럼 돈을 쓰다 보면 결국은 은퇴 준비 없이 은퇴를 맞게 되요. 그들이 60대가 될 때에는 손주들을 위해서 쓸 돈이 없을 거에요. 이미 자식들을 위해 쓴 돈이 너무 많아서 자신들을 위해 쓸 돈도 없어요. 무슨 수로 교육비를 대주겠어요. 이렇게 40대 교육비 지출이 많다는 건 중학교 때부터 교육비 부담이 많다는 건데. 우리나라가 지금 명목상으로는 평준화고 특목고가 몇 개 있는 거지만 특목고 숫자가 너무 늘어나면서 사실상 고등학교 입시가 부활된 거나 다름없어요.  작년도 서울대 입시 통계를 보면 사실 일반고등학교에서는 거의 가지를 못 해요. 서울대 수시모집에서 일반고등학교에 재학생이 서울대에 가는 숫자가 30%(정확히는 28.3%, 정시의 경우는 일반고가 51%)가 안돼요. 근데 이 숫자는 연,고대로 가면 더 심각해요. 한 마디로 말해서 일반고 출신들은 연,고대에선 동문회도 하기 어려워요.

 

심각하네요

 

우리 때의 상식으로는 서울대를 3-4명 보내는 일반고라면 연,고대를 합치면 10명은 갈 거야, 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이건 철저하게 우리 때 상식일 뿐이에요. 근데 지금 서울대를 4,5명 보내는 일반고가 연,고대를 한 명도 보내지 못 해요. 그럼 연, 고대를 누가 가냐면 대부분 특목고 애들이 가는 거예요. 그러니까 일반고 출신 동문회는 서울대에서는 정말 소수로라도 가능하지만 연,고대는 거의 불가능해요.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 연,고대의 수시입학 사정 때 특목고 출신들에게 가중치를 둬서 입학시켜버려요. 옛날에 과고에서 2학년 때 다 대학을 가버리듯이 지금은 특목고에서 내신이 불리하다는 이유로 수시로 연,고대를 가버려요. 그래서 요즘 연,고대 교수들은 자기들 학교가 서울대 수준으로 올라갔다면서 굉장히 프라이드를 가져요. 이렇게 특목고 배려 입시제도로 바뀐 이후에 연,고대를 오는 애들 수준이 수능 기준으로 보면 더 높다라고 주장하는 거죠. 근데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사회가 굉장한 계급적 모순에 차있다는 거죠.

 

그럼 조희연 교육감을 비롯한 진보 교육감들의 개혁 플랜이란 건.

 

특목고를 당장 없애기 어려우니 혁신고를 늘리겠죠. 또 서울대를 폐지한다든가 뭐 이런 식으로 대학 서열화를 없애고 싶겠지만 제가 봤을 때 그건 너무 멀리 나가는 거고.

 

10.

 

진보 교육감을 지지한 사람들도 그들의 정책을 잘 알고 지지한 게 아니라는 위험성이 있어 보여요. 우리 아이들이 가만있으면 안된다. 세월호 참사 때문에 힘들다. 그러니까 아, 진보 교육감을 당선시켜서 교육을 뭔가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아이만은 특목고 가서 서울대 갔으면 좋겠어,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거예요.

 

(충격) 그럴까요?!

 

결국 이건 예전에 곽노현 교육감의 실패사례와 비슷한 겁니다. 진보적 교육 아젠다가 뭔지 유권자들은 사실은 다 이해 못 해요. 그냥 애들이 맘껏 뛰어 놀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죠. 거기까지예요. 하지만 자기 아이만큼은 경쟁에서 이기길 바라죠. 사실 우리 아이도 경쟁에서 질 수 있다라는 걸 인정하거나 경쟁 자체를 없애거나라는 근원적 사고까지 이뤄져서 교육감을 투표하는 게 아니니까요.

 

사람들 마음은 다 똑같아요. 초등학생들한테 대학은 서울대 하나밖에 없어요. 중학생들한테 물어보면 대학은 세 개 있어요. 서울대, ,고대. 고등학생들한테 물어보면 고2때까지는 대학이 8개 있어요. 그렇지만 이제 고3이 되면 대학은 30, 80개로 늘어나죠.

 

(웃으며) 결국 자기 아이가 유리하다고 믿는 순간 현재의 교육 제도를 인정하고 싶어하죠. 교육 정책을 유불리로 선택하는 습성이 계속되는 한 진보적 교육 정책이 착근되긴 어렵습니다.

 

근데 부모도 마찬가지에요. 내 애가 타고나면서부터 공부를 잘해서 사교육 없이 특목고에 거뜬히 갈 실력이 되면 지금 제도가 사랑스러울지도 모르죠.

 

아니면 사교육비가 전혀 부담스럽지 않아서 지금 같은 경쟁 체제가 유지되는게 더 유리하다면 현행 제도를 인정하겠죠.

 

교육의 효율성과 공평함을 갖고 논쟁하기 시작하면 교육문제는 지나치게 논쟁적으로 흐르고 답은 안 나와요. 지금은 수월성 교육이 좋으나 나쁘냐 아이들을 입시지옥에서 벗어나게 해야 하냐 공교육을 회복시켜야 하냐 이런 이야길 떠나서 특목고 제도를 지금처럼 유지하고 초등학교 때부터 특목고 입시 준비를 위해 지금과 같은 수준의 돈을 쓰는 경제 구조를 유지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거예요. 비용적으로. 교육문제가 아니라 경제문제일 뿐이에요.

 

하지만 더 놀라운 건요. 이사님이나 저나 부모지만. 부모가 되면요. 내 노후는 생각하지 않고. 20% 40대라고 하셨죠. 저는 50%까지도 심리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근데 제가 봤을 때는 목까지 찼어요. 소득의 50%를 교육비로 쓰는 비정상적 소비는 어떤 한 개인에게는 가능할지도 몰라요. 세상에는 이상한 사람도 많으니까. 하지만 평균적인 경제가 그런 소비를 하면서 건전한 경제구조를 유지하는 건 불가능해요. 저랑 비슷한 또래, 저보다 서너 살 많은 사람과 얘기해보면 교육비는 지금 목에 찼어요. 일단 소득이 늘지 않아요. 그리고 부동산 가격도 안 올라요. 가계부채 문제 때문에 올라도 문제에요. 전세계 주식시장의 대부분이 회복 중인데 한국 주식시장은 3년째 제자리에요. 이런 상황에서는 뭐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요. 지금 사실 사람들이 돈이 나올 데가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돈을 쓰고 있기 때문에 미래에 대해서 굉장히 불안해해요. 이런 상황을 계속 방치하면 결국은 지금 제조업 중심에서 소비 비중이 늘어나는 경제로 가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요. 그러면 한국 경제에 미래란 없어요.

 

소비가 안 일어나니까.

 

많은 전문가들이 한국 경제를 보고 10년 전에 얘기했던 것이 이미 그 때 우리나라 제조업 비중이 20% 가까이 됐어요. 근데 어느 경제도 제조업 비중을 20% 이상 넘겨서 계속 성장하고 소득 수준이 늘어나진 않아요. 독일이나 일본 같은 제조업 중심의 나라조차도 그래요. 근데 이런 경제 구조의 전환이 안 일어나고 제조업 비중이 계속 커져서 이제는 한국의 제조업 비중은 30%가 넘었어요. 수출 비중은 뭐 GDP 50% 넘었어요. 불과 10년 전만해도 20%가 겨우 넘었었는데요. 세계 경제에서 유래 없는 이런 구조로 가서 성공한 건 대단한 겁니다. 하지만 유지 불가능한 구조에요.

 

버티고 있는거죠.

 

유지 불가능해요. 어떤 사람들은 이 유례 없는 상황을 노력으로 계속 유지시키면 될 거 아니야, 라고 얘기를 하지만. 그건 불가능해요. 시간의 문제일 뿐 결국 평균으로 회귀할 수 밖에 없어요. 애플이 스티브 잡스라는 어마어마한 존재를 갖고 영업이익률 35% 이상을 계속적인 혁신을 통해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게 유지될 수 없는 이익률인 것처럼요. 저는 정상적인 소득을 갖고 지출을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경쟁은 고등학생 정도일 것이다, 라고 생각해요. 그 말은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위한 교육비 지출을 과감하게 줄여주겠다고 나서는 정당이 정권을 가져갈 거에요. 대선의 캐스팅 보드를 갖고 있는 40대의 실질소득을 10% 이상 늘려주는 실질적인 '경제민주화'에요.

 

저는 약간 다르게 생각하는데요. 사실 바로 교육민주화가 앞으로의 아젠다인건 분명한데. 문제는 교육시장 자체가 붕괴되기 전까지는 내부적 개혁에 대한 요구가 도드라지지 않을 거라는 거예요. 이번에 진보교육감들이 많이 당선됐다고 해서 이들이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저항이 없을 거라고 보면 그게 바로 진보교육감들이 실패하는 원인이 될 겁니다. 교육 현장 바깥 세상의 무한 경쟁 체제가 달라지지 않는데 교육만 혼자 바뀐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교육이 문제지만 교육만 문제는 아니란 거죠.

 

(고개를 끄덕이며) 하긴.

 

조희연 교육감은 그걸 알기 때문에 나를 반대했던 반대표들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얘기하는 걸 겁니다.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그 정책의 디테일을 모른다는 걸 알고 있는 거예요. 교육 때문에 선거 판세에서 변화가 온다기 보다는 이 시스템 자체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뼈저리게 느껴서 교육의 변화부터 요구하게 되는 거죠. 부채가 50% 가까이 가도 자식을 위해서 쓸 수 있다니까요.

 

(웃음) 전 그렇게 보진 않지만. 제 결론은 이 사실을 깨달는 쪽이 대선에서 쉽게 승리할 수 있을 거란 겁니다.

 

바보야, 문제는 교육이야. 그런데 바보들아, 문제는 시장이야.

 

JO&JU.

 

Posted by 김동조와 신기주 KIM&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