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 최경환의 경제 정책은 성공할 수 있을까

1. 

 

신기주(이하 주) 10대 기업이 쌓아놓은 돈이 104조원이라고요?!

 

김동조(이하 조) 그렇다더군요.

 

(고개를 갸우뚱하며) 몇몇 보도를 보니까,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를 포함한 10대 기업이 보유한 현금 유보금이 104조원 정도로 알려져있다고 나오더군요. 삼성전자만 해도 사내 현금이 59조원에 달하고요. 이렇게 많다?!

 

2012년 기준으로 전체 기업에 쌓여있는 현금 유보금액이 760조였어요. 매년 30%씩 늘었다면 2014년 기준으로는 1000조 정도는 될 겁니다. 그런데 재밌는 건 이 금액이 한국의 가계부채 사이즈랑 비슷하다는 거죠.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사실 이게, 최경환 부총리가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와서 한 얘기가 발화점이 됐잖아요. (언론 보도를 인용하며) “우리 경제의 선순환을 위해서 기업이 사내 유보금을 지나치게 많이 보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적정 수준만 보유하고 나머지는 투자와 배당으로 기업 외로 공급해줘야 가계가 잘 돌아갈 것입니다.” 이때부터 사내 유보금 이슈가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했죠. 그런데 정말 이렇게 많냐는 거죠. 기업들 취재하다보면 이렇게 풍족하진 않던데.

 

그래요?

 

삼성전자의 사내 유보율은 3900%가 넘어가요. 현대자동차도 2000% 가까이 되죠. 정작 10대 그룹까지도 1500%는 되죠. 하지만 대기업으로 시야를 넓히면 90%? 전체 기업으로 확대하면 95%?

 

기업군 안에서도 빈익빈 부익부란 말씀이죠?

 

삼성전자는 지난 2014년 한 해 동안에만 27조원의 사내 유보금을 쌓았어요. 현대자동차는 8조 원. 어마어마하죠. 그런데 나머진 안 그래요. 사실상 소수의 수출 대기업들만 잘 나가는 구조죠. 일본 경제평론가인 미쓰하시 다카아키가 쓴 <부자 삼성 가난한 한국>이란 책이 있어요.

 

<위기의 한국 경제>에서 1998년 외환 위기를 예측했던 그 사람이죠?

 

개인적으론, 한국 경제를 한국 경제 전문가보다 더 객관적으로 꿰뚫어보는 인물이다 싶은데요. 이 양반이 2008년에 나온 <부자 삼성 가난한 한국>에서 이미 지금 상황을 예측하거든요. 골자는 “한국은 기업과 가계와 정부라는 경제의 3주체 가운데 기업한테만 지나치게 돈이 몰려 있는 구조라 언젠가는 경제가 뒤틀리게 될 것”이란 거죠. 물론, 나라는 부자인데 국민은 가난한 일본이 한국 갖고 뭐라고 할 상황은 아니지만.

 

 

2.

(웃음) 어쨌든 진단은 나왔고 뒤늦게나마 처방도 나온 게 아닐까요? 최경환 경제팀의 정책 가운데 하나가, 대기업의 사내 유보금을 임금과 배당을 통해 시장에 풀게 만들겠다는 건데요. 24일날 발표된 정책 내용을 살펴보니까, 배당을 많이 주는 대주주한테 각종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하더군요. 임금을 놓여주면 세제 혜택을 주고.

 

그렇게 해도 3년 안에 돈을 안 쓰면, 남은 사내 유보금에 대해선 세금을 매기겠다고 했죠.

 

한국같은 경우에 주식 시장이 저평가돼 있잖아요.

 

(냉소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하죠. 근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북핵 이슈 때도 쓰이는 말 아니던가요. 한국 증시한텐 저평가 핑계가 많네요. 이쯤 되면 저평가가 아니라 그냥 평가받은 건 아닌지.

 

(웃음) 왜 저평가되고 있냐고 곰곰히 생각해보면, 기업은 돈이 많잖아요. 주식의 가격에는 기업이 갖고 있는 현재 가치가 있고 기업이 실현할 수 있는 미래가치가 포함돼 있어요. 워렌 버핏의 투자 스타일은 기업이 갖고 있는 현재 가치보다 낮은 수준으로 주가가 떨어졌지만 결국엔 미래 가치로 수렴할 것이라고 판단되는 주식을 사는 것이죠.

 

가치 투자라고 하는 게 그런거잖아요.

 

근데 우리나라의 많은 주식들이 가치주가 되어버렸어요.

 

(웃음) 네?!

 

자산가치보다 주가가 낮은 기업이 너무 많아요. 왜 투자자들이 어떤 기업을 자산가치보다도 낮게 밸류에이션하는지 곰곰히 생각해보면 가계라는 축은 이미 부채로 꽁꽁 묶여져있고 기업들은 현금을 많이 쌓아놓고 있지만 미래에 대한 투자를 안 하니까 투자자들이 미래 성장성을 낮게 보는 건 자연스러운 거죠.

 

그걸 배당으로 해결하자? 배당주라는 것도 결국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게 아니라 현재 현금이 되니까 가치가 오르는 거잖아요. 배당이 미래 가치를 높여주진 않죠.

 

(말을 돌리며) 더 중요한 건 배당액이 결국 가계로 흘러들어갈 거란 거죠. 그게 소비를 진작시켜서 경기를 부양시킬 거란 거고. 30%가 넘는 제조업 기반은 이제 내수기반으로 옮겨져 가야 하는데 내수 기반을 받쳐줄 가계는 부채로 꽁꽁 묶여져 있고.

 

전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독일 경제 발전 모델을 염두에 뒀다고 봤었는데요. 제조업 강국 말이죠. 독일의 경우엔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5.6%는 되잖아요. 미국의 두 배던가. 어쨌든, 전 제조업 위주의 성장이 한계에 도달했다고만 보진 않아요. 서비스업 비율이 너무 낮아서 지금은 그 쪽에 여지가 있어 보일진 몰라도, 인구5000만 명 내수 시장에서 서비스업이란 것도 금새 한계에 부딪힐테니까요. 한국이 제조업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 건 비중이 지나치게 커져서가 아니라 중국 경기가 너무 빨리 둔화되고 있어선 아닐까요.

 

(가소롭다는 듯이) 전 아니라고 봅니다만. 어쨌든 시장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이런 왜곡되고 비대칭적인 구조가 유지 가능하다고 보지 않는 거예요. 그 충격이 외부에서 올 수도 있는거고 내부의 균열에서도 올 수 있는거지만 어떤 식으로든 이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으면 한국경제의 미래는 기대하기 어렵죠.

 

 

3.

문제는, 그 불균형이 기업군 내부에도 있다는 겁니다. <부자 삼성 가난한 한국>을 너머 부자 삼성 가난한 기업도 틀린 얘기는 아니란 거죠. 전 최경환 부총리가 사내 유보금 이슈를 들고 나온 건 정무적 판단이었다고 봐요.

 

정무적?

 

최경환 경제팀의 또 다른 핵심 정책이 부동산 규제 완화잖아요. 뒤이어 얘기하겠지만 부동산 정책은 좌우, 여야 모두한테 상당한 논쟁 거리죠. 결국 기업을 먼저 때려줘서 다른 정책에 대한 반발을 완화시킨 측면이 있어요. 사실 기업이 아니라 삼성을 때려줘야 할테지만 그건 또 명분이 약하니까. 동시에 부동산 시장과 증시를 중심으로 한 자산 시장에 동시에 버블을 일으키겠다는 게 정책 목표겠죠.

 

신기자는 사내 유보금을 환류시키는 정책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거군요? 

 

자산 시장과 부동산 시장에 버블을 만들어서 경기를 부양시키는 건 대증 요법이 아니냐는 거예요. 게다가 기업이 현금 보유량이 정말 지나치게 많느냐는 것도 의문이죠. 문제는 기업들 얘기로는 앞으로 경제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사내 유보를 해둬야되고 앞으로 투자금으로 쓸 것이란 거죠. 4000% 가까이 사내 유보를 하는 삼성은 문제죠. 하지만 100%도 안 되는 돈을 저축하는 다른 기업한테 돈을 끌어내는 게 가능할까요?

 

그래도 배당을 늘리면 주가가 올라가면서 자산 시장이 회복될 겁니다.

 

(단호하게) 지나치게 인위적인 버블은 아닐까요. 기업은 투자 기회가 있어야 투자를 합니다. 물론 리스크가 두려워서 투자를 주저하는 기업은 문제죠. 하지만 그것도 결국 해당 기업의 손실이잖아요. 기회비용을 날리게 되니까. 그렇다고 억지로 등 떠밀어서 투자를 하게 만들어봐야 제대로 될 턱이 없죠. 시장에 기회가 없는 게 문제고, 불확실성이 큰 게 문제인데, 정부가 나서서 돈 내놓으라고 하면, 말씀하신 것처럼, 좋은 건, 가계도 아니고, 기업도 물론 아니고, 결국 주식 투자자들 뿐이 아니냐는 겁니다.

 

이게 참 어려운 문제인데요.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를 하고 싶어도 불확실성이 커서 투자를 못 하겠다. 그러니 일단 현금을 쌓아놓고 있다가 불확실성이 개선되면 투자하겠다는 논리일 겁니다

 

전 그 논리에 일부 동의한다니까요. 정부가 할 일은 기회를 만들어주는 거죠. 왜 기업을 사지로 내몰아요? 사실 이런 정책은 이명박 정부 때의 동반성장 상생협력 정책보다도 못한 것 같아요. 그땐 그래도 시장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정부는 위원회 만들어서 코치만 해주는 정도였잖아요. 물론 실패했지만. 가만 있으면 기업이 벌어들인 돈이 가계로 흐른다는 트리클링 다운 이팩트도 거짓말이지만, 기업이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려고 하는 것도 바보 짓이죠.

 

정부도 여러가지 형태로 인센티브를 만들어서 제공을 하겠죠. 그런데 기업이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현금 유보를 해서 투자를 덜 하게 된 것과 배당을 하지 않는 것이 현재 제도에서 유리하게 된 것은 구별할 필요가 있어요.

 

제도?!

 

 

4.

서울대 행정대학원의 김상헌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사내 유보금이 폭증하기 시작한 건 적정 유보 초과 소득에 대한 법인세 과세 제도를 폐지한 2001년도부터에요.

 

그러니까 규제가 사라지니까 유보금을 얼마든지 쌓을 수 있게 됐다는 거네요?

 

시기적으로 사내 유보금이 폭증하는 시기하고 적정 유보 초과 소득에 대한 법인세 과세 제도를 폐지하는 것하고 거의 같이 가기 때문에 상당한 개연성으로 상관이 있는 것 같긴 해요. 하지만 기업들이 얘기하는것처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기업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투자를 망설이게 된 것도 맞는 것 같아요.

 

제도 모순의 문제와 기회 부재의 문제가 포개진 거군요.

 

2001년도에 유보금에 대한 과세가 폐지된 것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기업들의 현금보유가 너무 작은 게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죠. 물론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기업들도 법의 존재 유무와 상관없이 현금에 대해서 집착하게 됐죠. 게다가 기업의 현금선호는 금융위기를 겪은 아시아 전체에 나타났던 현상이에요.

 

그렇다면, 임금을 늘리거나 배당을 하면 과연 가계 소비가 늘어날까요? 전 아닐거라고 봐요. 부동산 전문가들도 LTV나 DTI 규제를 푼다고 해서 부동산 거래가 늘어날 거라고 보지 않잖아요. 다만 버블에 의한 착시 현상은 일어나겠죠.

 

배당소득세가 40% 가까이 되는 나라에서 기업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배당을 늦추려고 하죠. 배당소득세를 낸 다음에 돈을 운용하는 것 보다는 회사가 배당세를 내지 않는 상태에서 돈을 운용하고 나중에 배당소득세를 내는 것이 훨씬 더 금전적인 이득이 되죠. 그래서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에는 적정한 규모이상의 이익을 기업이 배당하지 않고 있으면 세금을 부과하기도 하죠.

 

(인정) 한국은 더더군다나 배당 수익이 세계에서 가장 낮긴 하니까요. 한국은 배당 수익률이 1.1이고 영국의 경우에는 3.6까지 가네요. 프랑스는 3.1. 미국하고만 비교해도 2.1. 근데 일본이 낮네요.

 

근데 왠지 일본의 배당수익률이 낮은 이유는 그 동안 일본 기업이 이익이 안 나서일 듯 하네요.

 

(웃음) 배당할 돈이 없는 것과 배당할 의지가 없는 건 다르단 말씀이네요. 어쨌든 결국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는 배당을 하지 않을 경우 보유 현금에 대한 과세를 하는 제도가 있단  거죠?

 

네. 김상헌 교수의 연구에 보면 자세히 설명했던데 미국의 경우는 AET라고 해서 합리적인 수준 이상의 이익을 축적할 경우 세금을 부과하죠. 이익을 배당하지 않고 유보한 이유가 세금회피 목적이 아니란 걸 회사가 입증해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폐지한 2001년 법안이 비상장회사만 대상으로 한 것에 비해 미국의 경우는 모든 법인이 대상이에요. 대만의 경우는 1998년 10%의 사내유보금 세금을 부과한 다음 배당수익률이 1%에서 3% 수준으로 올라갔어요. 주가는 크게 올랐죠.

 

한국은 그런 페널티를 물리기에는 무리인 나라인가요?

 

당연히 기업들은 법인세를 냈는데 다시 과세하는 것은 이중과세라며 반발하겠죠. 과거에 폐지된 조세를 부활시키거나 새로운 과세를 하려고 하면 저항하는 건 당연한 것이고. 문제는 정책 의도나 인센티브에 반해서 반응하는 것이겠죠. 기업 입장에서는 나는 본사를 외국으로 옮길 거야라고 위협전략을 쓸 수 도 있는거고 실제로 옮겨 버릴 수도 있겠죠. 물론 현금 유보금액이 가장 큰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5. 

애플의 경우를 보면 스티브 잡스 사후에 배당을 많이 했죠.

 

애플은 조세 비난처를 통해 세금을 회피한다는 의심을 많이 받았어요. <포브스>같은 잡지에서 기사로 꽤 다뤘죠. 애플은 현금에 비해서는 배당이 많은 회사가 아니다 보니까 스티브 잡스가 죽은 후에는 성장성이 떨어지는 만큼 배당을 통해서 주가를 부양했던 것도 사실이죠. 칼 아이칸은 작년에 400불 대에서 노골적으로 애플을 매집한 다음에 배당하라고 공개적으로 애플에게 요구 했죠.

 

그렇게 배당은 주식 시장엔 좋아도 기업의 생산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요. 칼 아이칸이 애플한테 배당해달라고 한 게 애플의 혁신을 위해선 아니었잖아요. 애플이 쌓아놓은 현금을 노린 작전이었죠. 잡스 사후에 배당을 늘렸다는 건 말씀하신 것처럼 돈을 풀어서 애플 주가에 버블을 일으킨거고. 지금 최경환 경제팀의 배당 정책과 뭐가 달라요? 배당을 하게 되면 뭐 주가야 오르겠네요.

 

아무래도 그런 성향이 있죠. 아까 얘기하셨지만 미국은 배당 성향이 꽤 높은 나라거든요. 선진시장의 배당성향은 35%가 넘을 거에요. 신흥시장도 30%는 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한국은 아직 20%가 안 됩니다. 대만은 경제나 산업기반이 결코 우리나라에 비해서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난 3년 동안 대만 주가는 계속 상승했고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데.

 

원인은?

 

많은 사람들이 대만 회사들의 높은 배당 성향을 꼽아요. 2012년에 나온 책 중에 모건 스탠리의 루치르 샤르마가 쓴 ‘Breakout Nations’라는 책이 있는데 그 책에서 보면 한국을 격찬합니다. 제조업 비중이 30%가 넘고 수출의 GDP 비중이 50% 가 넘으면서도 경쟁력을 유지하는 게 대단하다는 거죠. 하지만 바로 그 점이 지금 한국의 발목을 잡고 있어요. 샤르마는 대만과 한국을 비교하며 대만보다 한국이 ‘breakout nation’ 즉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치고 나갈 가능성을 높게 보는데 최근 2년의 분위기를 보면 한국은 상당히 정체되고 퇴행되는 분위기가 만연하고 있는 반면 대만은 약진하고 있어요. 많은 한국 기업들이 현금을 쌓아 놓고 배당을 하지 않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듯 합니다.

 

 

6.

주식 시장을 살려야 내수 시장이 살아난다? 전 이 인과 관계를 잘 이해 못하겠어요. 어쨌든, 기업 쪽 얘기를 들어보면 이 현금이 필요한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는 3세 승계와 관련한 문제가 있다는 거예요.

 

(무릎을 치며) 그렇죠.

 

상당한 액수의 주가 취득 비용이 들 거고 그걸 개인자금으로 다 쓸 순 없으니. 개인이 기업을 통해서 다시 지주 회사의 지분을 취득하는 형태의 구조로 갈 텐데. 그런 식의 비용으로 쓰기 위해서 사내 유보금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하나 성립하고. 또 하나는 거기에 해당하는 기업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삼성, 현대, 롯데가 대부분 해당되는 거죠. 여전히 3세 승계가 못 되고 있으니. 어쨌든 승계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으니까 사내 현금 유보금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좋은 지적을 하셨는데. 지금 사내 유보금에 대해서 과세를 한다면 기업들은 투자를 하기 보다는 배당을 할 겁니다. 그러면 대주주와 외국인 투자자들 그리고 국내 투자자가 배당소득이 발생하겠죠. 우리나라 대주주들은 배당을 받아도 세금을 낸 나머지를 지출하기보다는 도로 지분을 취득을 할 거예요. 왜냐면 경영권 유지가 굉장히 어려운 상태고 우리나라 지금 2세, 3세들의 관념에는 내가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 사후에 이 회사를 승계 받아서 내가 경영권과 가장 지배적인 지분을 유지하겠다는 정서가 강하거든요.

 

갖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죠.

 

현실적으로 40%에 가까운 세금을 내고 경영권을 유지한다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에요. 특히 외국 같은 경우엔 단순히 지분의 문제가 아니라 지분이 절대적이지 않아도 경영 능력을 통해서 경영권을 획득하는 경우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것들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말씀하신 것처럼 배당을 못 하는 이유 중에 하나도 상당 부분 그 이유도 있을 테고.

 

결국 이사님은 강제로라도 배당률을 높이면 여러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고 보시는 거군요. 증시 부양, 내수 활성화, 소비 진작.

 

네. 그리고 정부가 무엇인가 열심히 한다는 신호를 국내외에 보이는 것도 엄청나게 큰 효과에요. 최근 2-3년 간 주가가 오르고 환율이 안정됐던 국가들은 대부분 적극적인 정책을 썼던 나라들이에요.

 

사실 우리는 삼성은 이씨 가문 것이고 현대는 정씨 가문 것이라는 걸 당연하게 여기지만 얼마든지 기업 경영권은 바뀔 수 있는 거잖아요. 우리가 그걸 제대로 겪지 않아서 그렇지.

 

SK 최태현 회장도 사실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짓을 했던 이유가.

 

경영권 불안 때문에 그랬잖아요.

 

얼마 전에 모 재벌 그룹 회장이 여러 개의 법인 카드로 과다하게 이상한 용도로 써서 문제가 됐죠. 일반인의 관념에서는 무슨 대기업 재벌 회장이 몇 억이 없어서 그런 짓을 하다 걸리냐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재벌 회장이 배당을 받아서 생기는 현금 소득은 대부분 다시 지분을 취득하는데 데 써야 하니까 쓸 돈은 별로 없어요.

 

 

7.

(다시 주제로 돌아가려고) 여기서 최경환 부총리로 넘어가면, 취임식 하자마자 기자들한테 제일 먼저 한 얘기가 있어요. 최경환 부총리는 취임하기 전부터 이미 경제부총리를 상당 기간 준비해왔고 국회에서 활동할 때도 국회의원들에게 컨설턴트 이미지를 만들어놨고. 심지어 새정치민주연합쪽에서도. 이 사람이 경제부총리가 될 거란 건 이미 상당히 알려져 있는 상황이었고. 본인도 상당히 준비했죠. 예를 들면 부총리 되기 전에 산자부나 몇몇 장관들 유임해달라고. 청와대 경제수석과는 위스콘신 학맥으로 연결돼 있고. 될 사람이 되긴 했죠. 인사청문회 통과하기 전에도 이미 얘기를 했었기 때문에 자신의 머릿 속에 어느 정도의 경제 정책의 윤곽이 그려져 있고. 그러니까 박근혜 정부 인기 경제 정책을 어떻게 끌고 갈지는 현오석 부총리하고 달리 그림이 그려져 있었어요.

 

그렇죠.

 

그런데 딱 나오자마자 취임 일성은 한국적 양적 완화였죠. 결국 자산 거품과 부동산 거품을 만들겠단 얘기였죠. 물론 성장은 거품을 통과해서 이뤄지니까, 맞는 말이긴 한데요. 그런데, 부동산 DTI, LTV 푸는 건 언론에서 먼저 터뜨린 거였고 이건 이미 국회의원들이 원하던 것이기 때문에 최경환 부총리가 그런 정치적 요구를 들어주는 그림이었다면, 최경환발 경제 정책의 일성은 배당을 한다는 거였단 겁니다.

 

배당배당.

 

기업한테 몰려 있는 현금 보유 자산을 풀어서 경기를 활성화시키겠다. 저는 이게 말이 되나 싶거든요. 주가 부양은 될지 모르고 주주들한텐 배당이 있으니 돈은 불리겠지만 저는 주식 한 주도 없는데 저한테 무슨 도움이 되냐고요. 이게 말이 되느냐는 질문을 했어요. 부동산. 부동산은 혹시 모르겠어요. 모두가 아파트는 있고 부동산으로 월세 수익을 내고 있으니 전세만이라도 해결해줄 수 있으면 모르겠으나. 은행에서 대출해준다고 하면 집 사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배당은 주주가 아니면 아무 의미가 없는데 경기 부양에 도움이 돼요? 특히 서민 경기에?

 

사실 저는 최경환 장관이 지금 자기가 할 수 있는 것과 자기가 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2007년 리만 사태 이후에 각 나라가 했던 경제정책이 무엇인지 잘 살펴보면 자산 버블이 꺼진 상태에서 디플레이션과 경기침체를 막는 정책이고 그것이 곧 공격적인 통화와 재정정책이요. 미국의 경우에는 금리를 공격적으로 낮췄죠. 부실한 자산을 매입하고 파산 직전의 자동차 회사 지분을 매입했죠. 물론 나중에 회복되면서 이익을 보고 매각했죠. 결과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회복됐고 신용 스프레드가 좁혀지면서 기업들은 자금 조달하기가 굉장히 좋아졌어요. 그리고 경기가 회복된 정도에 비해서 주가가 굉장히 많이 올랐거든요. S&P 500같은 경우엔 700포인트에서 2000 포인트로 거의 세 배 가까이 주가가 오른 상태죠.

 

대단하네요.

 

비슷한 일들이 유럽에서도 일어났고 일본에서도 일어났고 많은 나라에서 일어났죠. 근데 유독 그런 것에 한 발자국 뒤에 떨어져 있던 나라가 한국인데요. 이렇게 한 발자국 떨어져 있다 보니 생긴 현상이 환율은 자꾸 떨어지고 자산 가격도 정체돼 있죠. 그럼 본질적인 개혁이라는 게 이루어졌냐, 그런 건 없었거든요.

 

충격이 없었으니까요.

 

 

8.

많은 사람들이 실물 경제를 회복시켜야지 이런 식으로 자산 가격만 올리는 정책을 쓰면 안 된다고 비판하지만 지금은 자산 가격을 올리는 재정 통화 정책도 필요해 보입니다. 부양정책 없이 개혁만 하는 것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요.

 

전 거품이 생기면 개혁 의지도 사라진다고 보는 편이라서요. 오늘 주제는 아니지만 정부 부채 문제도 화근거리죠. 박근혜 정부가 1년차 때 건드렸다가 개판 친 게 공공부채 해결이었잖아요. 공기업 민영화했다가 민영화도 아니라느니 KTX 노조만 들쑤셔놓고 끝났고. 근데 사실은 박근혜 대통령은 이 정부에서 대처처럼 공공 부채를 해결하는 정치로 업적을 삼으려 했고. 사실은 역대 정권 어느 누구도 이것만 하면 거의 위대한 대통령이 되는 거였지만 결국은 손을 못 댔어요. 재정 정책은 못 써요. 통화정책을 쓰기에는 한국이 달러를 푸는 미국의 양적 완화에 못 당해내죠. 그럼 환율도 안돼. 통화정책도 안돼. 그럼 사실은 지금 기업한테 배당을 하라고 하는 건 최경환이란 사람도 사실상 정부가 갖고 있는 정책 수단이 없다는 걸 자인한 게 아닌가 싶어요. 기업 너네가 더 풀어, 우리는 못 풀어.

 

저는 그렇게까지 비관적으로 보진 않아요. 일단 최경환 장관이 청문회에서 얘기한 걸 보면 겉으로는 균형재정에 대한 강박관념을 보이는 것 같지만 다른 어느 장관보다도 재정 정책에 대한 의지가 있다고 보여져요. 리먼 사태가 터지고 유럽 위기가 진행됐을 때 독일인들이  오해했던 것이 있어요. 슈로더 총리가 집권을 한 다음 독일은 뼈를 깎는 재정 개혁이 있었거든요. 이런 독일 사람들이 보기에 그리스나 스페인 같은 나라는 굉장히 방만한 재정을 운영한 것 같기 때문에 너희도 긴축적인 재정을 운영해라 라고 비판했어요. 하지만 슈로더가 긴축재정을 펼치던 시기는 인플레이션이 있었던 시기였기 때문에 타이트한 재정정책을 펴가는 게 정치적으로도 맞았고 경제적으로도 옳았어요. 하지만 디플레이션 위기에 재정을 회복하는 가장 좋은 길은 재정지출을 늘려 경기를 빨리 회복시키는 겁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다른 환경이라는 걸 인지하죠.

 

하긴, 사실상 추경에 가까운 40조 원 대 경기 부양 패키지라는 걸 발표했으니까요.

 

두 번째로 다른 나라들이 금리를 제로 혹은 마이너스까지 낮추는 정책을 쓰는 데 우리는 아무런 통화정책을 사용하지 않으면 경상수지가 대규모 흑자인 상황에서 통화는 강세로 갈 수 밖에 없는 거죠. 지금 시점에서는 추경을 하던 기금을 쓰던 통화정책이 제대로 사용되지 않으면 경제도 시장도 움직이지 않을 거에요.

 

지금 현재 그러고 있잖아요.

 

최경환 장관이 와서 금리 인하에 대해서 건드리잖아요. 물론 본인이 금리 인하를 하는 건 아니지만 계속 시그널을 주고 총재 임명에 개입했다고 나오는 그런 얘기들조차도 있죠. 한국은행은 어떻게 보면 설립취지나 역사로 봤을 때 금리 인하에 수동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한국은행의 근본적 목적은 정치적 목적으로 이뤄지는 정책 버블을 막는 거죠. 그래서 한은 독립성 얘기가 나오는 거고.

 

최경환 장관이 통화정책에 있어서도 적극성을 갖는 쪽으로 가는 게 제도적으로는 한은의 독립성이란 큰 그림을 훼손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방향은 맞게 잡은 것 같아요.

 

김중수 총재 때부터 한은은 그렇게 독립적이지 않았던 것 같은데요.

 

 

9. 

(웃음) 현금 유보금에 대한 과세로 다시 돌아가자면 현금 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사실 증시 부양이 목표라고 봐야 할 거에요. 과세를 한다고 해서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리고 가계와 기업간의 자산 비대칭을 해소하지도 못할 거에요. 배당소득이 늘어나는 계층과 가계부채를 갖고 있는 계층은 다르니까요. 따라서 기업과 가계간의 자산 불균형 해소가  목적이라면 법인세를 인상하는 게 맞겠죠. 이명박 정부 시절에 법인세를 많이 낮췄기 때문에 올릴 명분도 충분해요. 하지만 분명한 건 현금유보에 대해 과세는 주가를 끌어 올릴 거에요. 사람들의 생각보다 외국에서는 관심이 많아요. 그리고 배당소득이 시장에 풀릴 것도 어느 정도는 확실해요. 현금 배당을 1% 늘리면 외국인과 대주주지분을 빼고 50%가 일반주주에게 배당된다고 가정할 때 2% 배당률로 대략 총 13조 정도가 현금배당금으로 시장에 풀리더군요. 작년 추경예산이 17조였는데요. 적지 않죠.

 

(수치를 듣고 조금씩 설득 당하는 분위기) 13조?! 자산 시장부터 살려야 내수 시장으로 온기가 옮겨간다?!

 

지금 현금 유보에 대한 과세를 해서라도 다소간의 현금을 민간으로 흘러가게 만들고 주식 시장을 부양하겠다는 발상은 지금 한국 경제가 굉장히 어려운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라는 자각을 깔고 있는 것 같아요.

 

소득을 늘려주는 방법이 기업의 배당을 늘려주는 것이다?

 

기업의 배당을 늘려주는 건 일부인 거고. 배당을 늘려준다는 건 사람들의 자산효과를.

 

(13조라는 수치에 상당히 설득 당했다)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이라는 건 없는 거니깐.

 

금리를 인하하는 것도 돈을 빌린 사람한텐 유리하지만 돈을 빌려준 사람한테는 굉장히 불리한 정책이거든요. 예를 들어서 예금 생활자에게 금리 인하는 최악의 정책이죠. 대신 돈을 빌려서 집을 사거나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금리 인하는 굿뉴스죠. 그럼 지금 이 시점에서 누군가에겐 유리하고 누군가에겐 불리한 조건을 왜 써야 하느냐에 대한 타당성은 결국 국가 전체로 봤을 때 어떤 쪽의 승수효과가 더 큰지를 봐야 하는 거죠.

 

그게 오바마가 2008년 금융 위기에서 미국 경제를 구해낸 방법이군요. 한국은 경제 정책도 패스트 팔로우어인가요.

 

저는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말하면 진보와 보수에서 다 싫어할 거에요. 사람들은 기업들이 쌓아 놓은 현금 유보금을 갖고 투자를 하라고 말을 하죠. 그런데 어디로 투자할까요? 많은 사람들이 대기업들이 현금을 갖고 있으니 그걸 R&D에 투자하고 제조업을 위해 공장을 세우고 해외수출도 하고 계속 도전정신을 발휘하고. 이런 식으로 생각한단 말이죠.

 

저요. 제가 그렇게 생각했는데. 전 제조업 경쟁력이 여전히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라고 봐요. 서비스업은 신기루죠.

 

근데 제가 봤을 때 그런 형태의 투자를 계속 하는 건 구조적으로 불가능해요. 이미 제조업 비중이 30%가 훨씬 넘고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경제 규모의 절반을 넘었는데 어떻게 제조업 투자를 더 늘리란 건가요. 규제를 풀고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경기가 나아질 것이란 확신이 들면 투자를 할 거란 주장은 하나 마나 한 소리에요. 그러면 그 기업이 갖고 있는 사내유보금은 어떻게 사용돼야 할까요? 사실 이 돈은 서비스 분야로 돈이 흘러 들어가야 돼요. 그리고 내수에 더 많은 기업들이 투자를 하고 생산을 해야 돼요.

 

5000만 인구가 서로가 서로한테 물건을 팔고 사주고 그래야 한단 거네요.

 

 

10. 

전 우리나라 맥주 맛이 별로라고 생각하는 데 그래도 한 캔에 1500원씩 해요. 그런데 스페인에 가보면 우리나라에서 6천 원에 팔리는 Estella  맥주가 천 원도 안 해요. 경쟁을 통해서 가격이 심지어 500원, 600원까지 떨어집니다. 근데 우리나라에서 그런 식으로 맥주가 유통되지 않는 이유가 기업들이 서비스업에서 경쟁하는 걸 정부는 막고, 기업 자신도 자신 없어 하고, 대중들은 혐오합니다. 유권자인 자영업자들은 또 다른 파리바게트, 또 다른 뚜레 쥬르가 생기는 걸 싫어한단 말이죠. 왜냐면 내가 생각하고 있는 마지막 삶의 수단으로 나도 언젠가는 치킨집을 열어야 할 지도 모르고 언젠가는 파리바게트를 해야 할 지도 모른다는 상황에서 대기업이 그것까지 치고 들어 오는 것에 대해서는 굉장한 거부감이 있어요.

 

그럼 사실상 기업은 지금 현금을 갖고 있으나 이사님 말씀대로라면 절대로 쓸 데가 없는 거네요.

 

지금 같은 상황에선 어렵죠. 하지만 이런 상황을 풀어야 해요. 이 잡담을 시작하기 전에 ‘동반성장’ 얘기를 했는데. 저는 그 법안 자체가 굉장한 모순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내가 중소기업이에요. 그러다 놀라운 노력으로 매출과 이익을 모두 끌어 올렸어요. 이제 난 대기업이 됐어.

 

대기업은 싫어하죠. 보통.

 

근데 모든 기업이 열심히 하는 목표는 더 많은 매출과 이윤을 만들어서 더 큰 기업, 성공한 기업이 되는 것인데 그 성공한 기업이 되면 그 분야에서 넌 빠져, 라고 말하는 건 모순이죠.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 왜 동반성장 업종이 필요하다는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은 것은 대기업이 공정한 경쟁을 하지 않아서 에요. 그들이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에 대중은 정치적인 힘으로 그들의 진입을 막고 있어요. 비상장 자회사를 만들어서 이익을 몰아주고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고 법도 위반하는데 정부는 그걸 감시하지 않고. 그런 그들이 반성하고 거듭나지 않는 한 이 문제의 해결은 어려울 거에요.

 

그렇죠.

 

두 번째는 설사 대중들은 대기업이 서비스업에 들어온다고 해도 제조업에서 했던 것처럼 정규직을 고용한다거나 정년을 보장한다거나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죠. 저는 그런 상황에서는 어느 누구도 서비스업에 대기업이 들어오는 걸 원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럼 대중은 표로 기업의 특정 업종 진입을 막겠죠. 이렇게 정치적인 힘으로 경제적 변화를 막게 되면 그러면 결국은 우린 다 망하는 거예요. 물론 이런 현상은 대중의 책임이 아니고 대중이 풀 수도 없어요. 대기업들이 먼저 풀어야죠.

 

(거의 설득 당했다) 배당이 아니라 예를 들면. 저 같은 월급쟁이한테 임금 수익을 올려주는 방식을 쓰는 거예요. 각 기업들마다 임금을 두 배씩 상승시키는 거죠.

 

(웃음) 두 배는 좀 많긴 하지만 임금을 올렸을 때 세제적인 혜택을 줘서 배당이나 투자를 하는 것보다 임금을 올려주게 유인하는 것도 전 나쁘지 않다고 봐요.

 

동의합니다.

 

 

11. 

근데 경제 정책에서 특히 제도를 바꿀 때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거에요. 제도를 바꾸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어쨌든 위험하거나 힘든 일을 안 하려고 해요. 예를 들어서 대기업을 특정 업종에 못 들어오게 만드는 동반성장을 구상하는 그런 정책을 만들고 결정을 하는 건 폼도 나고 뭔가 대단한 일을 하는 것 같죠. 하지만 대기업이 중소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하는지 자회사를 만들어서 이익을 몰아주는 짓을 하지는 않는지 이런 것들을 모니터링 하는 일은 굉장히 중요하지만 폼도 안 나고 힘만 들어요. 그렇게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정말 몇몇 소수의 나라만이 성공하는 거에요. 그게 쉬우면 누구나 다 선진국이 되겠죠. 우리가 손에 꼽을만한 소수의 선진국. 미국이나 독일 같은. 그런 나라들만 성공하는 개혁이거든요. 예를 들어서 독일의 경우에는 굉장히 많은 강소기업들이 있죠.

 

히든챔피언이라고 하는.

 

독일의 강소기업들은 독일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갖고 있어요. 그런 근데 강소기업들이 대기업과 경쟁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게임의 룰이 공정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죠. 그 룰은 정부라는 심판자가 없으면 잘 지켜지지 않아요. 우리에겐 개혁이 필요하죠. 하지만 개혁을 한꺼번에 하는 건 굉장히 힘들어요. 정부 정책 변화는 엄밀하고 정돈돼있어야 할 뿐 아니라 그걸 실행하는 과정에서 나름 엄청난 저항과 마찰을 가져오거든요. 당장 대기업도 싫어하고 대중도 싫어하고 정부 관료들도 싫어할 텐데. 굉장히 어렵죠.

 

(완전 설득) 최경환식 양적 완화는 성공했으면 좋겠네요. 13조라니. 사실 박근혜 정부는 2년 동안 너무 많은 정책 아젠다를 시장에 던졌어요.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부터, 지하경제 양성화를 거쳐서, 규제 완화와 이젠 양적 완화까지. 뭐 하나라도 성공해야죠. 이게 아마 마지막 카드일 텐데.

 

네. 완전하진 않지만 적당히 타협적이고 그러나 코어적인 아이디어는 포기하지 않는 형태의 개혁을 마침 위기가 났을 때 잘 몰아붙일 수 있었죠.

 

(그래도 마지막 반항) 반박을 해볼게요. 최경환 정책은 대증요법이 아닐까요. 지금 전체 내수에 돈이 돌고 있지 않은데, 마침 보니 기업에 돈이 있어. 기업이 돈을 풀게 하기 위해서 배당을 해라, 라는 해법을 썼어요. 물론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그걸로 자산 시장이 성장이 되면 그걸 통해서 이제 실물 경제로 옮겨가는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그렇지 않으면 단기적인 것에 그칠 수 있는데.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 필요한 건 좀 더 근원적인 구조조정일 텐데. 그 동력은 한국에.

 

없는 것 같아요. 지금 나오는 정책들을 ‘대증요법’이라고 비판할 수는 있지만 그거라도 하는 것이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봐요.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1년 반 동안 거의 아무것도 안 했잖아요. 최소한 문제의 핵심은 무엇인가는 인지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만으로도 경제가 그리고 금융시장이 움직일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상황이에요.. 그 정로 지금 좋지 않은 상황이에요.

 

(졌다) 저는 사실 약간 다른 생각이 떠오르는데요. 아까 오바마 경제 개혁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위기에서 온 거잖아요. 이사님도 말씀하셨지만 한국 경제한테 진정한 위기가 다가올 때 그 위기에 대응할만한 리더쉽이 있을 경우엔 근원적 구조조정이 가능하겠죠. 어쩌면 최경환 부총리가 그 위기를 마주하게 될 총리일수도 있어요. 한국경제에 남은 시간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최경환 부총리 이후에.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웃음) 아마도.

 

정권 말까진 할 것 같고요. 총선 지나고 나면 임기 말에 설마 정홍원 총리를 계속 끌고 가진 않을테니. 그리고 나면 내각 개편이 있겠죠. 앞으로 한 1-2년 사이에 한국 경제의 큰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데. 그럼 그 기간 동안 최경환 부총리가 정말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리더십이 있는가가 중요한 것 같고. 지금 내세우는 정책들은 실질적인 효과보다는 보여주기 식 효과. 아직은 본질이 아닌 거죠.

 

 

12. 

근데 지난 2년 동안 벌어지고 있는 경제 현상은 생각보다 굉장히 암울해요. 예를 들어 전 세계의 주가가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 제자리에서 답보 상태. 그 다음에 가계부채가 1000조에서 계속 늘어나지만 소득 증가는 따라가 주지 않고.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시간과 소득 증가 말고 다른 방법은 없어요. 물론 자산 가격의 폭락은 통제되고 있지만 가계부채의 근원적 해결이 난망한 상태에서 과연 이 끝이 무엇일까 고민스럽죠. 게다가 기업들은 가계 부채에 대조적으로 굉장히 과중한 현금을 들고 투자할 곳을 찾지 못 하고. 대중들은 왜 투자를 늘리지 않느냐, 왜 더 R&D혁신을 하지 않느냐고 하지만 사실 구조적으로 봤을 때 더 이상 제조업 비중이 늘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비대해졌고 수출 비중도 과도한 상태란 말이죠. 그리고 모두가 다 제조업 생산이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래도 고용은 늘지 않죠.

 

그러면 서비스 생산성이 증가하고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야 하는데 지금 정년퇴직, 명예퇴직을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이 과연 이 분야에 대기업이 들어와서 해먹으면 우리의 돌파구는 어디인가 굉장한 의심과 좌절감 그리고 잠재적인 분노를 갖고 있어요. 결국 모두가 대기업의 서비스업 진입을 막는 거죠. 그리고 누구도 이 경쟁이 올바르고 공정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정부도 사회도 시스템도 믿지 않기 때문에. 결국 이 상태로 쭉 가면 그냥 자멸인 거죠. 우리 모두가 다.

 

일본의 경우에요. 잃어버린 30년을 맞이했던 건 망한 3년을 겪고 싶지 않았서였던 것 같거든요. 망한 3년을 피하려고 애쓰다가 지나보니 30년을 헤매게 된 거죠. 반면에 미국의 경우는 심각한 경제 리세션을 그냥 몸으로 맞아들이잖아요. 그리고 그 안에서 근본적인 구조조정 해법을 찾아내죠. 자산 버블을 형성시키는 것도 있었지만, 제조업 경쟁력을 회복시키는 게 우선이었어요. 그러니까, 망할 거면 망해줘야죠.

 

(웃음) 미움 받아요.

 

(쓴웃음) 그렇겠죠? 저도 아무도 안 망했으면 좋겠네요.

 

그래서 아마 궁극의 개혁은 지금처럼 대기업의 팔을 비틀어서 배당을 해라, 중소기업을 한 기금을 내라, 이런 형태는 아닐 거예요. 아마도 앞서 말한 것처럼 대기업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서비스업에서의 생산성과 고용 증가를 유발시키는 궁극적인 개혁 없이는 우리가 4만불, 5만 불의 선진국이 되는 건 거의 불가능할 것 겁니다. 그런 면에선 저는 최근 비정규직 직원들을 모두 정규직화 하고 다른 편의점들과는 상당히 차별화된 형태의 편의점 사업을 시작한 신세계와 정용진 회장의 행보를 상당한 관심을 갖고 보고 있습니다.

 

궁극의 개혁은 결국 다음 정권한테 물어보라네요. 이번 정권은 일단 다가올 위기부터 넘기고 보겠다. 이걸 한국적 양적 완화라고도 한다던데. 될 때까지 푸는 정책이라고 하던가.

 

어떻게 보면 박근혜에게도 기회는 있었어요. 안타깝게도 이미 지나간 것처럼 보이네요.

 

JO&JU

 

짧은 노티스입니다. 팀블로그를 운영하는 가장 큰 인센티브는 두 사람이 만나서 느끼는 재미이고 그 다음은 독자들의 반응입니다. 물론 팀블로그를 유지하는데는 두 사람의 시간과 비용이 들어갑니다. 잡담을 나누는 것은 즐겁지만 잡담을 정리하는 것이 때로는 귀찮습니다. 그런 비용들은 재미를 위해 두 사람이 감수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비용이 즐거움을 압도하면 지속 가능한 블로그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저희는 경영과 경제에 관한 이슈에 대해서는 다음에서 제공하는 '밀어주기'로 독자들의 반응을 보기로 했습니다. 저희가 나누는 모든 형태의 잡담 뿐 아니라 경영과 경제에 대한 다음 잡담이 특히 기대된다면 '밀어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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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동조와 신기주 KIM&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