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 누가 세월호 특별법을 망쳤는가

 

1 ㅣ 박영선 대표의 결단인가 실책인가?

 

 

신기주(이하 주) 박영선 대표는 왜 저러는 겁니까?

 

김동조(이하 조) 신기자가 말하는 뉘앙스에는 박영선 대표가 하는, 대표가 된 다음에 했던 협상과 협상 이후의 과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의미인 것 같은데 저는 잘하고 있다고 봐요.

 

무엇을 잘한 걸까요?

 

첫째, 세월호특별법을 대표로서 통과시켜야 되느냐? 저는 통과시키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그런데 박영선 대표가 합의한 세월호 법안을 유족들이 반대하는 것이 옳으냐? 저는 유족들은 반대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럴 권리도 있고.

 

유가족들이야 말로 특별법의 당사자들이니까요.

 

저는 특별법 통과에 반대하는 유족들을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저번 잡담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대표가 합의한 것을 유족이 반대한다는 이유로유족의 동의를 얻지 않은 법안 통과는 무효다라며 대표의 그런 결정을 무력화 시키는 정치인의 행동은 굉장히 기회주의적이라고 생각해요. 경멸합니다. 

 

(잠시 생각하다가) 그 전에 박영선 대표가 협상을 이끌어가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심지어 이재오 의원도 박영선 대표한테 협상 전략에 대해 훈수를 두는 상황까지 발생했잖아요. 이재오 의원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논리는 타당했습니다. 세월호 특별법의 당사자는 유가족들이잖아요. 박영선 대표가 맨 먼저 해야 됐던 건, 유가족들과 협의를 마무리짓는 거였습니다. 갑자기 유가족들과는 아무런 사전 협의도 없이, 심지어 새정치민주연합의 어느 누구하고도 협의조차 하지 않은 채 여당과 합의를 했다는 것이 전략적 실수란 거죠.

 

저는 박영선 대표가 협상을 하기 전에 유족을 만났는지, 안 만났는지 잘 몰라요. 아마도 만나서 유족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듣긴 했겠죠. 문제는 그 원하는 바를 현실화 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제가 신기주 기자님과 다른 관점은 협상을 할 때는 협상에 임한 자가 모든 권한을 가져야 해요. 협상을 하는 중간중간 전화로이렇게 했습니다. 괜찮나요?”라며 동의를 구하는 방식으로는 협상이 되지 않아요. 사전에 협상까지 이르는 길에 도달할 수 있도록 권한을 받은 것이고 유족의 의사 중에서 중요한 것들을 반영하는 게 정치이지 협상에 임하는 정치인이 반드시 유족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건 아닙디다. 그게 야당이건 여당이건 정치인은 특정 그룹의 대리인이 아니에요. 정치적인 행동에는 도덕적인 심리적 의무감이 있을 수는 있어도 모든 도덕적 심리적 의무감을 관철시키는 게 정치는 아닙니다. 저는 유족들이 요구하는 것들에 감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럴 수 밖에 없겠죠.

 

감정적인 호소와 정치적 현실과 법적인 근거와 같은 여러 가지를 감안해서 협상에 임했던  대표가 결론을 냈다면, 그리고 그것이 원래 상대가 제의했던 것보다 상당히 진일보된 결론이라면 수용할 수도 있어야 하는 거죠.  만약 수용할 수 없다면 논의의 초점은  박영선 대표가 합의해온 내용의 어느 부분이 비현실적이고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고 법적 정당성이 없느냐에 따라서 논의해야 되는 데 지금 이루어 지고 있는 논의가 그렇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제가 들은 건 “유가족들의 동의없이 왜 합의했느냐는 일차원적인 비난뿐이었어요.

 

일단 박영선 대표에게 권한이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있어요. 박대표은 당의 비대위원장이잖아요. 두 번의 선거로 파산한 정당의 법정관리자란 겁니다. 그런데 법정관리자가 다른 기업과 M&A를 하기로 단독 합의했다면 주주들이 가만이 있겠습니까? 그러니 박영선 대표가 먼저 해야 했던 것은 당내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었어야 했죠. 그런데 박영선 대표는 비대위원장을 하고 나서 불과 이틀 만에 이완구 대표하고 세월호 특별법을 합의해냈어요.

 

법정 관리자라기 보다는 권한이 약한 CEO죠. 소유 지분이 거의 없는. 

 

당내에서 박영선 대표체제가 뿌리를 내리기도 전이었죠. 사실은 원래는 당내 당권 경쟁을 통해 컨센서스 형성하고 그리고 전당대회 통해서 투표 통해서 선출되는 당대표라면 당연히 그 안에서의 영향과 과정이 있었겠지만, 비대위 체제에서 원내 대표라는 것은 그런 체제가 아니었거든요. 말하자면 박영선대표가 좋게 말해서, 외로운 결단에 의해서, 선택을 했어요.

 

외로워졌죠.

 

사실 박영선 대표가 왜 그랬는지는 이해를 하겠어요. 지금 정국이 꼬여있는데 세월호 형국에서 이걸 풀어내고 그 다음에새정치민주연합도 민생정치를 해야 한다라는 현실적인 문제로 나아갈 필요가 있었죠. 사실 박영선 대표가 선택한 목적을 짐작하면,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일단 하나. 7.30재보선 6.4지방선거 참패를 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이 더 이상 세월호라는 아젠다를 끌고 갈 동력이 상실됐다고 판단한 거죠. 더 이상 세월호 이슈가 정치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라는 현실적 정세적 판단과. 또 하나는 박영선 대표 개인의 정치적 야심이 작동하는 것 같은데요. 말하자면 원내 대표가 됐고, 당권 전당대회 까지 한 6개월 정도 과정을 통해서 사실은 자신이 무언가 새정치민주연합을 이념논쟁이 아니라 민생전선으로 끌어들이려면 세월호부터 정리해야 한다고 봤던 거죠.

 

그럴까요. 전 별로 그렇게 보지 않아요. '정리'라기 보다는 '접근'이죠.

 

사실 이 두 가지 전략은 박영선대표 나름대로는 굉장히 핵심을 찔렀으나, 문제는 굉장한 역풍을 불러왔던 거예요. 제가 아까 말씀 드린 것처럼 그 역풍을 막아낼 자신이 없었으면, 가서 독단을 결단을 내리면 안됐던 거죠. 돌아와서 결국은 꼴이 우습게 된 건이거 안 받아들이면 나는 이거에 정치적 생명을 걸었다, 안 받아들이면 그만 두겠다라고 나서서 설득을 하던가. 그것도 아니고 갑자기 역풍이 부니까 돌아와서 다시 협상한다고 하는 순간 새누리당하고 아무런 협상 카드가 없어져서 지금 새정치민주연합 상태는 새누리당과 유가족 사이에 껴버린 상태가 된 거잖아요. 박영선 대표의 결정적 실수인 것 같아요. 둘 중에 하나 선택했어야 했는데.

 

저는 박영선 대표가 정치적 야심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몰라요. 정치인이 정치적 야심이 없다면 거짓말이고.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정치적 야심을 가지고 있겠죠. 다만 그 정치적 야심을 평가하는 방식은어떤 사안에 대해서 그가 혹은 그녀가 올바른 선택을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거든요. ‘세월호 정국을 끌고 가는 게 손해냐 아니냐, 아니면 민생 법안으로 돌아가는 것이 옳으냐 아니냐따지기 전에 세월호특별법의 구체적인 내용과 여당과 합의한 내용 중에 무엇이 문제였는지 저는 반대하는 쪽의 말을 듣고는 전혀 모르겠어요. 특별법이 비난 받는 건 유가족들이 만족하지 않고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세월호 침몰이라는 거대한 비극의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법안에 유가족들의 요구를 모두 반영시키는 것이 법안의 성립에 가장 중요한 성립요건인가요? 저는 동의하지 않아요.

 

2 ㅣ 수사권과 기소권은 비현실적인가?

 

수사권과 기소권이 비현실적인 요구란 거죠?

 

유가족들이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두 가지 대안을 놓고 투표를 진행했어요. 하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번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이죠. 결과는 전자를 원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상식적인 질문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지는 것이 합리적인가라는 것이고 또 다른 상식적인 질문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지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에요. 박영선 대표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럼 야당의 정치적 대표로서 유족들이 원하기 때문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요구하며 여당과 끊임 없이 대치하고 투쟁하고 싸우는 것이 지금 야당이 할 일이냐. 박영선 대표는 그게 아니라고 봤던 것이고, 저도 그 점에 동의합니다.

 

사실 여기서 현실논쟁에 대해서 잠깐 얘기해 볼 수 있겠는데요. 맞아요. 저도 수사권, 기소권이 쉽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일단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지점이 있고, 공평한 형태의 법 집행에 있어서 정말 피해자한테 기소권을 주고, 수사권 주는 형태의 법치는 없죠. 근데 그런 제약을 새누리당이 했어야 된다는 거예요. 박영선 대표가 가서새누리당한테 우리가 수사권 기소권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건 아니까 현실적으로 이걸로 타협합시다하고 돌아가서 유가족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새정치민주연합이 끝까지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장하구요. 그리고 새누리당에서, 아니 지금 이 정부의 집권 여당이니까 갖가지 정책들을 통과시켜야 하니 새정치민주연합이당신네들 뜻이 그러면 새누리당이 가서 유가족을 만나서 설득하세요그렇게 되어야 하거든요.

 

제가 바로 지난번 잡담에서 비슷한 얘기를 했던 것 같은데, 사람들이 처음에 박영선 대표가 이렇게 법안을 통과했으니 이해 해주십시오, 라고 했을 때 항의하고 찾아가야 될 곳은 새정치민주연합 당사가 아니었어요. 사실은 새누리당에서 드러눕고 새누리당에서 항의하고 집회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그러지 못해요.

 

그 원인이 뭐였을까요? 국회 절반을 차지하는 야당이 우린 확고하게 유가족의 편이라고 얘기 했으면 새누리당이 어쩔 수 없이 유가족을 만나요. 그런데 지금은 새정치민주연합도 계속 얘기하는 게, 현실적인 얘기를 하는 거죠. 수사권은 안돼, 기소권은 안돼. 이건 이렇게 받아야 돼. 그런 현실론적 접근이 새누리당이 유가족을 만날 필요가 없게 만드는 겁니다. 유가족이나 유가족 지지자들 입장에선 자신들을 변호할 줄 알았던 변호사가 자기네들도 모르게 물밑 협상을 해버렸으니, 일단 변호사한테 항의하는 겁니다. 왜 내 편이 아니냐고. 협상 전략이 틀린 거예요. 설득을 해야 하는데 상대의 전략에 따라서 설득을 하는 거잖아요. 상대의 룰에 따라 게임을 하면 게임을 이길 수가 없죠.

 

누군가를 만나서 협상을 하려면 기본적인 논거가 있어야 하잖아요. 저는 여전히 야당 입장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이야기할 때 유족이 원한다는 것 말고 어떤 논거를 들 수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피해자를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할 수 있는 사안이 존재할 수 있다고 해도 세월호 사건이 과연 거기에 해당되는지.

 

법치적인 논리로는 굉장히 부실하죠. 실제로.

 

그런 부실한 논리를 갖고 협상에 임하는 것은 협상자로서는 못할 짓이에요.

 

박영선 대표가 현실적인 상황을 판단하고 기민하게 행동 했다고 한 덕분에 어떤 일이 발생 했냐고 하면, 여당의 유권자가 아니라 야당의 유권자와 지지세력만 양분되는 거예요. 야당 안에서도 수사권, 기소권이 무리라는 사람들이 있고, 수사권, 기소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 사람들이 완벽하게 반으로 갈라졌어요. 무슨 정치를 자신의 지지세력을 반으로 갈아놓는 하냐고요. 설사 논리적으론 그게 옳더라도 정치적으론 일단 자기 지지 세력을 규합한 다음 적과 싸워야죠. 그 판단이 현실적으로나, 법리적으로나, 합리적으로 옳을 지 몰라도, 정치적으로는 완벽하게 틀렸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번 논란에 이러한 비극이 없도록 하는 데 있어서 무엇이 정치적으로 의미 있는 결정인가에 대해서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유족들이 동의할 때까지는 협상 타결을 해서는 안 된다는 태도가 과연 옳은 것인가? 내편이 주장하는 것이니까 다 옳은 것이고 상대가 말하는 것이 다 옳지 않은 것인가 그리고 설령 내 이해관계에 부합한다고 해도 상대가 극도로 원하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실현불가능한 것을 절대 포기하지 않음으로 해서 생기는 소모전을 방치하는 것이 옳을 건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아픔과 고통이 끔찍하고 힘들 거라고 생각해요. 특히 자식을 잃은 분들이요.

 

그러니까 말이에요.

 

세월호 사건으로 많은 분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특히 사람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눈물을 흘리게 했던 것은 어린 학생들의 죽음이에요. 어린 학생들의 죽음이 특별히 비통한 이유는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는 것일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로서 일종의 속죄하는 마음으로 항의하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고 많은 국민들도 정서적으로 거기에 공감되어 있어요.

 

씻김 굿같은거죠.

 

유족분들이 갖고 있는 죄의식을 덜어주고 비슷한 방식으로 내가 갖고 있는 죄의식도 덜고 싶은 욕구가 있어요. 저 또한 저분들이 요구하는 것에 동감해줌으로써 그런 죄의식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으로 희생된 분들의 죽음이 헛되게 되지 않기 위해서 해야 될 일은, 그분들이 어떻게 죽음에 이르렀는지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는 것, 책임자를 규명해서 처벌하는 것, 그리고 비슷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제대로 된 프로세스를 확립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지금 초점이 맞춰진 수사권과 기소권은 어떤 외양을 가지던 피해자가 조사해서 가해를 입힌 사람을 기소까지 하는 건데, 그렇게 되면 가해하는 입장에서는 가해를 가한 죄만큼 처벌받기 보다는 더 심한 처벌을 요구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피하기는 어려워요. 그건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일방적으로 유가족 편에서 옹호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보기에 세월호 사건의 비극은 사건에 엄청난 배후가 있다기 보다는 비극의 규모에 비해서 그 배후가 너무 형편없이 초라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배와 승객을 버리고 도망간 선장에게 엄청난 책임이 있지만 선장에게 그만큼의 책임을 지우지 않고 있어요. 

 

이러면 어떨까요? 사실은 이미 잠깐 얘기했었지만, 저는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되는 단계에 온 것 같거든요. 예를 들면, 유병언은 이미 사망했고, 선장 잡아뒀고, 이제 해경도 해체하고, 행정적인 책임에 대한 처벌은 끝났거나 진행 중이에요. 그리고 이미 누굴 처벌해야 되는 지에 대해서도 얘기했고, 유병언이라는 인물을 기소할 수 있는 것이냐, 살아있다면. 논쟁은 있긴 하지만, 문제는, 남은 것은 뭐냐고 하면요, 정치적인 심판이거든요.

 

정치적이라.

 

왜냐면 이게 왜 정치적인 심판이 되었느냐. 어떤 사람들은 그냥 교통사고와 다름 없다고 얘기하죠. 세월호 참사가 교통사고와 다름 없는 사건이 아니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동감하는 바잖아요. 왜냐면 이 사건은 이중적인 재해거든요. 하나는 정말 사고가 났고, 두 번째는 그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국가가 시스템적으로 굉장한 무책임과 무능함을 동시에 드러냈죠. 1차적인 사고에 대해서는 법적인 책임을 지게 하고 있어요. 청해진 해운과 원소유주인 유병언 일가가 초점이죠. 문제는 2차적 책임입니다. 국가라고 하는 추상적인 존재에 대한 책임은 결국 정치적 심판을 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듣고 있다)

 

정치적 평가는 결국 선거를 통해서 판단하게 되는 거죠. 문제는 그 선거의 결과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게 나왔다는 거예요. 6.4지방선거와 7.30이 비등비등한 것도 아니고, 특히 7.30재보선의 경우는 완벽한 완패를 했죠. 사실은 이게 참 흥미로운 건데, 시장의 평가가, 물론 시장의 평가, 주가 안에는 많은 요소들이 반영되어 있기는 하지만, 하지만 주가 자체도 때때로 왜곡되잖아요. 그리고 다시 수정되는 과정으로 넘어가잖아요. 선거도 마찬가지인 것이 그 선거 결과 자체가 민의를 모두를 대변하고 있지는 않은 겁니다. 다수결이 완벽한 제도라고 믿는 건 초등학교 반장 선거 때나 통하는 거고. 현대 정치는 다수결 제도의 약점과 모순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왔죠.

 

다수결엔 약점이 있죠.

 

설사 11:4라고 하는 스코어가, 국민 여론 자체가 11:4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거든요. 하지만 문제는 현실적으로 11:4라는 스코어가 나타났고 그게 정치적 제도적 심판의 결과인 거죠.

 

(또 듣고 있다)

 

선거 결과만 보면 이미 집권여당과 청와대는 세월호 사건에 있어서 정치적 심판을 받았고 면죄부를 받은 겁니다. 근데 문제는 이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는 다른 사람들이 있는 거죠. 그 중엔 유가족들도 있는 것이고. 여기에 더 큰 문제가 있어요. 문제는 뭐냐면 이 선거가 11:4라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로 나오게 만든 원인이 세월호 사건이 정치적으로 의미가 없고 집권여당이나 청와대가 책임이 없어서가 아니라는 겁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야당이 그 선거결과를 통해 합당한 정치적 심판이 나오게 만들 만큼의 정치적 능력이 없었다는 거죠. 그게 더 심각한 문제인 거고.

 

듣고 있습니다.

 

대의 정치는 결국 국민 여론을 정당이 선거에 제대로 반영할 실력이 있어야 제대로 작동해요. 새정치민주연합은 두 번의 선거 참패로 그럴 능력이 없다는 걸 여실히 드러냈죠. 그래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유권자 지지기반을 잃고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박영선대표의 판단미스는 원인은 거기에 있는데, 전략 공천 운운했던 자중지란이 선거 참패에 원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래서 그 정치적 심판을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게 정의만 요구한다고 해서 심판이 되는 게 아니니까, 선거에서 이겨서 심판이 심판답게 만들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여론을 정치적 결과로 실현시키는데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책임을 다시 세월호 유가족에게 책임을 덧씌우는 거예요. 그러니까 재판에 나가는데 변호사가 졌어요. 변호사가 변호를 못해서. 그런데 돌아와서 당신이 죄가 있어서 진 거야. 라고 얘기 하는 것과 똑같아요. 이 사람은 무죄인데.

 

저는 지난 보궐선거의 참패가 단지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전부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세월호 심판은 이미 지방선거에도 힘을 잃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지방선거에 야당이 선방했다고 보았어요. 더 시간이 흐른 보궐선거에는 더 이슈가 되긴 어려웠어요. 다만 우리가 계속 이야기했던 것처럼 공천을 둘러싼 두 대표의 헛발질이 결과적으로 세월호 사건의 합리적 해결을 더 어렵게 한 것은 사실이죠.

 

이제와서 유가족한테 수사권과 기소권이 합리적이냐 아니냐를 설명해봐라? 이제 더 이상 말이 안 통하는 거죠. 당신네들에게 믿고 맡겼는데 당신네들이 심판에서 승리하지 못하지 않았느냐. 원망하고 미워하는 거예요. 그리고 나서 그 책임까지 다시 유가족에게 지라고 하니 받아들이겠어요?

 

3 ㅣ 세월호는 야권 재편의 진앙이 될 것인가?

 

그런데 유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수사권과 기소권이라고 투표를 했고, 지금 다른 형태의 타결은 거부하고 있잖아요. 그러면서 단식투쟁을 하는 중입니다. 이런 교착 상태에서 단식 투쟁을 하는 유민이 아빠를 살리자는 공감 어린 목소리가 온라인 상에 굉장히 많아요. 저도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하는데 현실적으로 유민이 이빠가 자신의 의견을 관철할 때까지 단식을 중단하지 않겠다면  비극적인 사태가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여야가 타결을 하는 것 뿐입니다.

 

타결을 해서?

 

. 혹시라도 다른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면 좋겠어요. 새누리당은 기소권이나 수사권을 줄 의사가 없고, 그리고 새누리당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자기 새누리당의 목소리에 동조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조 단식으로 새누리당을 압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유민이 아빠를 더 극한으로 몰아세우는 거지 목숨을 살리는 방식은 아닙니다.

 

새누리당이 그렇게 구는 건 실제로 그렇게 여론조사 결과들이 나오고 있으니까.

 

새민련 입장에서는 여론이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 새누리당에게 기소권, 수사권을 요구할 명분이 많지 않아요.

 

그렇죠.

 

단식을 계속하고 있는 유족들의 말대로 협상을 타결시키지 않고 이 국면을 끌고 나가야 하느냐. 결국 대표로서 판단을 해야 하는 거죠. 새누리당이 수사권과 기소권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을 것이 뻔한데,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끌고 가는 것이 합리적인 것이냐. 아니면 유가족들의 동의를 얻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절충된 선에서 세월호 사건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을 추진하고 또 다른 정치일정을 이어가는 게 맞는 것이냐. 전 당연 후자라고 봅니다.

 

전 사실 당연 전자라고 보거든요. 일단 제가 왜 전자라고 보는지 말씀 드리면, 아마 논박이 있을 것 같은데. 저도 개인적으로 수사권, 기소권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라 생각해요. 정말 피해자의 부모한테 그 범죄자의 처벌을 맡기면, 당연히 그 처벌은 형량 이상일 수 밖에 없고, 공정하기 어렵겠죠. 그리고 그 수사와 기소를 맡기면 무한대로 수사할 수도 있고, 이건 옳지 못해요. 하지만 수사권과 기소권은 일종의 제가 느끼기에 일단 하나, 이제까지 특검에서 수사권, 기소권이 없는 상태에서 특검을 해서 제대로 진상을 규명하고 처벌을 받은 경우가 없다는 거죠. 이제까지 선거를 통해서든, 이 전례의 과정에서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앞선 불신이 뒤의 불신을 낳게 되니까. 무리한 요구를 하게 되는 측면이 하나 있고요. 또 하나는 저는 수사권, 기소권이라는 것이 일종의 상징적인 측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세월호 이슈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장기화 되고 있는데요. 이건 다음 총선과 대선 까지도 갈 것 같아요. 물론 그 이후의 정치일정은 이어가겠지만, 그러나 수사권과 기소권을 요구했다는 입장과, 이거에 대해서 현실적인 입장을 제시했던 입장 두 파가 이제 야권의 지지세력을 양분화하는 거죠.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이 아젠다를 기점으로 해서 발전적 해체를 했으면 좋겠어요.  .

 

(웃음)

 

저는 그게 가능하다고 보기도 하는데요. 새누리당은 그 정당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고 지지기반이 있어요. 문제는 대안 있는 민주주의를 만들려면 야당이 제대로 성립되어야 하는데 새정치민주연합이 생길 때만 해도, 합당할 때만 해도, 그 역할 해줄 거라고 생각했으나 문제는 이 안은 너무 가치관이 혼재되어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자기 목소리를 제대로 못 냈죠. 지금 방법은 야권에서도 중도진영과 진보진영이 완벽히 분리되는 거예요. 소선거구제 구조이기 때문에 어쨌든 민주당이라는 테두리 안에 있어야만 유리하다고 하지만, 세월호라는 아젠다가 너무 크기 때문에 결국은 이걸 끝까지 끌고 가면 야권 재편의 도화선이 될 거예요. 이걸 갖고 여기서 현실타협론을 주장하느냐, 또는 이상정의론을 주장하느냐에 따라서 야당이 나눠지는 거죠. 사실은 거기까지 끌고 가야 할 이슈라고 보거든요. 결국은 수사권이 안 받아들여지더라도 끝까지 이걸 주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해요.

 

축구경기는 어차피 두 팀이 하게 되어있어요. 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팀을 네 개로 쪼개서 너는 운동장 4분의 1 쓰고 너는 절반 쓰고 이렇게 축구를 할 수는 없어요.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정치란 축구경기는 대선거구제와 직선제 대통령제란 룰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는 세월호 사건이 앞으로 향후 몇 년 동안 한국 정치를 좌우할 수 있는 큰 아젠다 임은 분명하지만, 그건 우리가안전위험을 다루는 방식에 관한 것이지 야당을 몇 개로 분할할 그런 주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박영선 대표의 합의안에 반대했던 강경파가 그럼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서 딱히 무슨 고차원적인 생각이 있나요?  사람들, 특히 우리의 지지세력이 유족들에게 공감하고 있으니 유족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지지세력을 강하게 규합하자'는 건 올바른 리더십같지 않아요.

 

(듣고 있다)

 

저는 야당이 두 명을 임명하고 여당이 임명한 두 명은 야당과 유족의 동의를 얻어야지만 가능하게 만든 법안은 새누리당의 양보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새누리당이 그렇게 양보한 이유는 물론 세월호라는 사건이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세월호 사건의 조사는 왜 세월호라는 국내 최대의 여객선이 침몰하게 되었는지, 침몰이 되었다고 해도 왜 상식적인 안전장치와 피난수단이 없었는지, 침몰한 상태에서 왜 신속하게 구조할 수 없었는지. 이 세 가지에 초점이 맞췆겠죠. 청와대가 컨트롤 타워로써 기능을 잘 발휘하지 못했다거나 유병언이란 종교교주가 갖는 책임은 상대적으로 지엽적인 이슈라고 저는 봅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책임이 무거운 선장과 세월호 사장에 대한 언급은 거의 되지 않아요. 세월호의 안전과 관련된 사항을 감시해야할 감독기관에 대한 언급도 이제 사라졌어요. 진상조사의 포커스가 맞춰져야 될 해경은 해체시켜 버렸고. 유병언은 쫒기다가 죽어 버렸어요. 뭔가 앞뒤가 바뀌어 버렸어요.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경제는 현실을 현실화시키는 거라면, 정치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정치의 파워가 얼마나 대단하냐고 하면, 정치적 파워가 집중되면 피라미드 쌓고, 만리장성 쌓고, 심지어 달나라로 사람도 보내잖아요. 정치의 힘은 어마어마한 것인데 정치에서는 때때로 불가능 하거나 비현실적인 아젠다도 현실성을 가질 수 있다는 거죠. 통일은 대박. 이게 뭐 현실적인가요 하지만 그게 사람들에게 이상적인 기대를 갖게 만든다면, 그 유명한 ‘yes, we can’도 사람들에게 이상적인 상태의 에너지를 불어넣는 거죠. 정치의 긍정성은 거기에 있을 것인데. 이 케이스도 마찬가지에요.

 

마찬가지?

 

현실적으로는 세월호라는 이슈가 하나의 사건이고 그거에 대해서 사건처리를 하는 처방이 있을 수 있겠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이게 굉장히 정치적인 함의를 갖고 있는 사건이라면, 저는 개인적으로 세월호 이후에 이전과 이후의 대한민국은 전혀 달라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보여지는 게, 그걸 적폐라고 표현하지만 저는 한국사회 자체가 내파되었다고 보거든요. 내적으로는 붕괴된 거예요. 거기서 수사권괴 기소권은 굉장히 상징적인 역할을 하는 거예요.

 

상징적?

 

이게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세월호라는 이슈에 대해서 현실적인 타협을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앞으로 한국 진보 정치의 리더쉽을 잡게 될 겁니다. , 90년대 지역감정에 대해서 현실적 타협을 하지 않은 정치인이 결국 대통령이 되는 걸 봤듯이, 앞으로 2010년대 후반 대선에서 분명히 이 이슈에 타협하지 않은 대통령이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쎄요. 전 동의하지 못하겠어요.

 

물론 저는 내각제주의자지만 대통령제 하에서는, 소수정당이어도 대통령 선거에, 본선에서 이기면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게 대통령제의 매력이라면, 이번에 그걸 보여줄 수 있을지도 모르죠. 예를 들어보면, 민주당 내에서 지금 강경파로 불리는 사람들이라면, 그 사람들이 이런 정치전략을 갖고 있다면 저는 이 이슈를 끝까지 끌고 갔을 경우 성공할 것이라고 봐요. 결국 그 과정에서 소멸되는 건 정당 안에서 현실론이나 타협론을 주장했던 사람들이거든. 그 사람들이 결국 새누리당과 별다르지 않은, 노선차별이 없음을 드러냄으로써 결국 보수 진영으로 흡수소멸되겠죠. 이미 옛 민주당의 적잖은 원로 정치인들이 새누리당에 가 있잖아요.

 

4ㅣ 세월호를 어떻게 정치적으로 인양할 것인가?

 

제가 이명박 시대에 굉장히 좌절했던 부분은 나는 경제발전도 원하지만 민주주의도 원하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나를 경제발전만 시켜주면 민주주의는 없어도 행복해하고 좋아할 놈인 것처럼 취급했기 때문이었어요.

 

그렇죠.

 

저는 빵도 원하지만 자유도 원하거든요. 지금 대중이 야당에게 원하는 것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사람들은 야당이 세월호 사건을 통해 유족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고 우리와 같은 사람들의 죄의식을 덜어내고 또 사회적 차원에서 안전에 대한 장치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긍정적인 터닝포인트를 만들어 주길 원해요. 하지만 동시에 세월호가 모든 정치적 아젠다를 압도하고 그것만이 유일한 아젠다로 정국을 주도하는 것을 원하지 않아요. 왜냐면 먹고 살기 힘들고 눈앞에 쌓여진 현안만 해도 수두룩하거든요. 복지 문제 해결해야 하잖아요. 교육문제도 해결해야 되구요. 청년 실업 문제도 해결해야 해요. 지금 하나 둘씩 풀어도 부족한데.

 

시간도 없고

 

계속 이런 식으로 세월호 특별법 처리에 반대한다고 하면서 대안은 하나도 제시하지 못하고, 기껏 대안으로서 제시하는 것이 세월호 유족들이 동의할 때까지는 통과해서는 안 된다, 라는 투의 정말 초등학교 아이들도 할 수 있는 수준의 언어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전 계속 보고 싶지 않아요.

 

이태리에서요. 지금 벨루스코니 이후에 40대 총리가 등장했잖아요. 마테로 렌치.  40대 마테로 렌치 총리가 제일 먼저 한 게, 이태리의 세월호라고 불리는 콩코르디아호를 인양한 겁니다. 생각해보면 배 가라앉은 지도 몇 년 됐고, 그 바다 안에서 썩어가는 고철덩어리 배를 인양하는데 자그마치 2조원이나 들었을 거예요. 현실적으로 보면 말이 되지 않는 선택이잖아요. 시장의 현실논리로 보면 2조원 짜리 철근 값도 안나오는 배를 2조원을 들여서 인양을 왜 했을까. 그리고 그 인양하는 과정에서 총리가 가서 박수치고 이걸 가지고 전시 하겠다고 하고, 이탈리아 전국에 생중계하고.

 

우리도 결국 인양을 해야겠죠. 돈이 문제겠지만.

 

전 정치의 본질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한국은 자본주의 성장과도기 안에서 일어났던 수없이 많은 적폐가 쌓여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운 단계에 놓여있는 것 같아요. 세월호도 있지만 윤일병 사건도 있고 끊임 없이 서로가 서로를 죽이고, 미워하는 거의 지옥에 가까운 수준까지 내려와있죠. 국가 성장 전략이 지나치게 경쟁을 추구하는 시스템으로 사회를 바뀌놓으면서 벌어진 일이죠. 거기서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결국 정치적으로는 어떤 이상적인 아젠다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이상적이면서 실현 가능해 보여야죠.

 

저는 세월호가 그 새 희망의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세월호가 침몰되어 있으니 이걸 추상적으로나마 인양하는 과정을 보여줘야 한다는 겁니다. 그 과정은 결국 특검과 또는 정치적인 단죄의 과정과 평가의 과정인 거죠. 그런데 그 과정에서 특검한테 주어지는 권한이 수사권과 기소권이라는 것까지도 허용할 수 있을 만큼의 국가적 표용력을 가져야 한다는 거예요. 물론 아까 이사님도 말씀하셨듯이 수사권은 가능할 지 몰라도 기소권은 어려울 수 있어요. 저도 사실 동의하거든요. 하지만 이 특검이라고 하는 것이 정말 무제한적인 형태의 수사와 기소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 한 물에 빠진 세월호 구제해내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거죠. 이태리 케이스에서도 말도 안 되는 걸 한 이유는, 벨루스코니 집권 기간 동안의 온갖 적폐를 해소하긴 해야 하는데, 이걸 하기 위한 국민적인 열망과 의지와 이상을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은 물에 빠진 배를 끌어내는 것이었거든요.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것 같아요.

 

5 ㅣ 지도자는 어디에 있는가?

 

 

저는 사건 발생부터 지금까지 세월호 사건은 부조리함의 연속이라 생각하는데. 첫째는 OECD 20개국 중에 경제규모가 열번째 정도 되는 나라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타는 배가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방식으로 침몰할 수 있다는 것. 둘째는 침몰하는 과정에서 안전을 책임져야 할 책임자들이 먼저 탈출해버렸다는 것 그리고 세째는 배가 침몰한 상황에서 출동한 해경으로 대변되는 공권력 중에서 목숨을 걸고 조난된 사람들을 구조했던 자가 아무도 없었다는 것. 인상적인 것은 세월호 사건이 난 다음에 시신을 인양하다가 순직하신 분들이 많은데 정작 침몰중인 세월호를 구출하기 위해 달려왔던 해경은 아무런 피해가 없었어요. 게다가 사고 초기에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죠. 그러다 시간이 흐르고 유가족의 현장을 방문한 대통령 앞에 가족이 무릎을 꿇고 애원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지만 결국 구조된 사람은 없었어요. 이 부조리는 유병언이란 청해운 해운의 대주주를 배임과 횡령혐의로 수사하면서 정점을 보였던 것 같아요. 그는 청해진 해운의 대주주일 뿐 사장이 아니었어요. 유병언의 혐의라는 게 60억 정도 규모의 배임/횡령이에요. 배임/횡령 사건의 규모로 작지는 않지만 그렇게 어마어마한 금액은 아닙니다. 그런데 5억이 넘는 사상 최대의 현상금이 걸립니다. 사실상 배임횡령이 아니라 세월호 사건의 살인범으로 지목된 거나 다름없어요. 결국 쫓기던 유병언은 시신으로 발견되구요

 

(듣고 있다)

 

이제 실종자들이 10명 남아는데 더 이상의 실종자들을 구하지 못하고 또 구할 가능성도 낮은 상태에서 또 여러 생명이 희생되었어요. 소방헬기 추락으로 5명의 소방대원이 순직했죠. 이 사건이 비극적일 뿐 아니라 부조리한 것은 그 분들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곳은 다른 곳이어야 하지 않은가 하는 겁니다. 유족들 입장에서 보면 지금 진도에 있는 구조센터를 철수하면 세월호 사건이 대중의 관심에서 사라진다는 공포감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는 실종자를 찾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현실 속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침몰 당시에 300명을 구하러 간 경찰이나 소방수들이 목숨을 잃는 것은 자기 목숨을 던져서 자기 소명을 지키며 다른 사람을 구하는 아름다운 모습이이에요. 하지만 지금처럼 생존가능성은 거의 없고 게다가 시신을 찾기도 몹시 어려운 상황에서 더 이상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사건 발생이

 

100일 넘었으니까

 

그렇지만 아무도 더 이상의 구조와 인양작업은 무리다 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어요.

 

감히 누구도 십자가 지려고 하지 않죠.

 

이런 분위기에서 정치인들은 유족들이 원하니 합의 해주지 말자 내가 대신 단식 하겠다 라는 식의 이야기 밖에 하지 않아요. 유족들이 40일 씩이나 단식하는 그런 극단적인 상황에서 정치인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그것이 나도 단식에 참여하는 것이냐. 저는 정치인이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도 그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분들이 진짜 해야 되는 것은 유족들을 설득하고, 설득이 어렵다면 정치인으로서 결단을 내리는 거에요. 그리고 자신이 내린 결단에 책임을 지는 겁니다. 비록 유족들이 원하는 것을 전부 반영하고 수용하지는 못했지만 조사해 책임을 묻고 반드시 아이들의 죽음이 헛된 죽음으로 끝나지 않도록 우리 사회를 만드는 겁니다. 하지만 그런 책임은 너무 지기 버겁죠. 대신 동조 단식은 쉬운 일이구요.

 

유민이 아버님이 그러셨다면서요, 문재인의원한테. 이렇게 단식 같이 할거면 이러지 말고 나와서 싸우라고. 정답이죠 사실은.

 

(끄덕)

 

사실 여기서 우리가 잊고 있던 아젠다가 하나 있는데요, 저는 청와대요. 사실은 우리한텐 리더가 있거든요. 여당과 야당은 어쩔 수 없이 대치를 하는 사람이에요. 결국 전체 주도권을 갖고 있는 것은 청와대고요. 대통령하고 청와대가 나서서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표명해주면 거기서부터 문제가 풀릴 수 있어요. 근데 지금 청와대에서도 이 문제는 새누리당에서 해결한 문제라고 한 발 빼잖아요.

 

그렇죠.

 

사실 사건 초기에 박근혜 대통령이 진도 체육관 팽목항에 내려 갔을 때 만해도, 무엇을 원해도 다 해줄 거라는 입장이었으나, 지금은 사실은 유가족들이 나서서 단식을 해서 정말 다 죽게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아무런 입장 표명도 하고 있지 않다는 거죠. 저는 그것도 사실, 이게 참 재미있는 건, 박근혜 대통령이나 청와대, 항상 현실정치에서 한발 물러나서 유체이탈 정치를 하는데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에요. 자신이 모든 문제의 최종적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야의 대치정국으로만 문제를 푸는 거죠. 그러니까 문제가 풀리지 않고, 결국은 정치적으로 굉장히 이로운 입장만 유지하려고 계속 애쓰는 거예요. 굉장히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사실은.

 

정확한 지적을 하셨는데, 사실 박근혜 대통령은 사건의 발생 초기에 이 사건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잘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세월호 문제는 관피아의 문제라고 관료들을 비판하고, 군대에서 사건이 일어나면 정말 실망했다고 책임자들을 비판하고 이런 식으로 대응을 하다 보니 자신과 사건을 분리시키게 되요. 그런데 정치적 리더가 해야 되는 것은 방금 신기자님이 얘기했던 것처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지고 진상을 파악하고 현안을 개선시키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하는데 자꾸 자기를 타자화 시킨 다음에 윽박지르고 자기 책임은 벗어나려는 쪽으로만 정치력을 발휘하죠. 특히 세월호 사건의 경우 사태 심각성을 너무 몰랐죠. “구명조끼 입고 배에 앉아 있는데 왜 못 구하냐?”라는 식으로  실언을 하기도 했고. 내려가서도 내가 내려가니 사람들이 날 환영하고, 고마워하겠구나 착각했죠. 이미 진도 앞바다의 상황은 이미 초기에 골든 타임을 놓치면서 적극적으로 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그렇게 상황이 악하되면서 이제는 정치적 책임이 나한테 올 것 같으니 철저하게 자신과 거리를 두는 거죠.

 

그렇죠. 그러니까 사실은 교황이 왔을 때요. 우리가 사실은 만약에 일반적인 정치인이요, 교황성화 같은 태도를 취했으면 오히려 비난의 대상이마치 구름에 떠있는 것처럼 모두 사랑해요, 용서해요. 하지만 심지어 종교적 지도자 조차도 프란치스코 교황 조차도 이 문제에 있어서, 인간에 대한 입장에 있어서든 중립이 있을 수 없다 라며 적극적인 개입을 하잖아요. 심지어 종교적 지도자도 세속적인 문제에 있어서 개입을 하는 판국에 세속적인 지도자가 종교적 지도자처럼 굴고 있으면, 어떻게 합니까?

 

안타깝죠.

 

그러면 한국 정치 리더가 아니라, 국가 시스템의 리더가 없는 거죠.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세월호 이슈가요,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판의 어느 누구도 이 이슈에 대해서 자신을 불살라서 던져버리는 정치인이 다음 대선, 혹은 다 다음 대선에서 대통령 될 거에요. 저는 확신해요. 예를 들면 1990년데 우리는 이제 많이 희석됐다고 생각하지만, 지역감정이라는 것은 한국정치에서 너무 어마어마하고 고통스러운 문제였잖아요 그 문제에서 어느 누구도 이게 현실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도전하지 않으려고 했을 대 도전했던 정치인이 대통령이 돼요. 정치인은 자신을 던지거나 자신의 것을 놓을 때 물론 무조건 보답해주는 것은 아니나, 밑으로 갈 수록 보답을 받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어느 누구여도 좋으니 여야 정치인중에 누구라도 총대 들고 자길 던지는 사람이 나오면 미래 리더 감이죠. 지금 그게 아무도 없다는 거에요. 어느 누구도 현실론을 얘기한다거나.

 

저는 그 지적에 동의하지만 그게 유가족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합의를 해서는 안 된다는 방식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저라면 유가족들을 끝까지 설득 하겠지만, 그래도 동의하지 않는다면 야당이 제시하는 타협안으로 합의하고 그 합의의 틀 안에서 최선을 다해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을 겁니다. 무엇보다도 이런 정치적 현안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새누리당은 우리의 적이 아니고 다만 입장이 좀 다를 뿐이다 라고 이해시킬 것 같아요.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거에요. 그런데 이런 입장의 차이를 이해하고 합의에 도달해야 하는 이런 방식은 비단 세월호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가 지금부터 마주쳐야 될 수 많은 문제들, 예를 들어서 기초연금 문제나 무상 급식 그리고 특목고 폐지와 같은 사회 현안을 두고 나타날 수 있는 수많은 반대들을 생각해 볼 때 반드시 적용되어야 할 방식이에요. 생각해 보세요. 특목고를 폐지할 때 이미 특목고를 다니고 있는 아이들, 부모, 재단, 졸업생들은 아마 격렬하게 반대하겠죠.

 

그렇죠, 이미 그러고 있죠.

 

자사고 문제에서도 그런 갈등이 드러나고 있잖아요. 조희연 교육감도 자기 아들도 외고를 졸업했는데 왜 자사고 폐지한다고 난리냐 이런 식의 반발과 비난이 있어요. 자사고는 폐지할 수 있어도 특목고, 외고는 폐지 못하겠지 라는 냉소가 있단 말이에요. 그런데 저는 내 아들이 나왔건, 내 아들이 다니건, 내 아들이 못 갔든 상관없이 그게 옳은 길이면 가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지금 정치인들 중에서 과연 옳은 길로 과감하게 가는 것이 누구냐. 저는 김한길 안철수가 콘센서스를 얻어내고 뭐 다 중요하다고 보지만 그들이 가장 잘못했던 것은 옳지 않은 길로 갔기 때문이라고 봐요.

 

그들은 사파의 무공을 썼죠.

 

(웃음) 그래서 저는 뭐 입장은 다 다를 수 있고 관점도 다를 수 있고 수많은 논의가 이루어지는 건 좋다. 그러니 합의안에 찬성 못하겠으면 그럼 더 좋은 합의안이 무엇인가 얘기 해 달라는 거죠. 왜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는 위원회의 설치에 반대하는 사람이 찬성하는 사람보다 더 많은지. 어떤 논리로 그들을 설득할 수 있는지 얘기해 달라는 거죠. 하지만 지금 제가 이 혼란 속에서도 희망을 갖는 건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 슬퍼하고 수 십만 명의 사람들이 분향소에서 조문하는 이유는 아이들이 단지 운이 나빠서 죽은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회적 정서가 있기 때문이에요. 이 사건에 나도 사회일원으서 일정한 책임이 있다라는 공감대가 있어요. 우리가 효율을 위해 위험을 너무 낮게 무시했다는 사실, 그런 사회적 추세의 공점이 나 일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이 상황을 방치하면 다음 희생자가 나나 혹은 내 자식일수도 있다는 것에서 통렬한 아픔이 있어요. 다만 그 모든 것을 알면서도, 그게 내 아이가 다니는 자사고가 폐지되고, 내 아이가 입학 할 수도 있는 특목고가 없어 질 때는 다른 입장을 보이는 게 우리 인간이 갖는 어쩔 수 없는 본성인 거죠. 사람들은 진정성도 갖고 있고 내 이익도 챙기고 싶은데, 그 사이에서 정치인이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이냐. 결국은 무엇이 옳은 길인지 고민해야 하는 거죠.

 

6 ㅣ 한국 대의 정치는 이대로 침몰하는가?

 

한국 정치에서 가장 취약한 게 정당 정치라고 하죠. 정당정치라는 약점이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났다고 봐요. 왜 정당 정치가 약하냐? 대의정치에 대한 이해가 정당 정치인들한테 부족해요. 대의정치는 무엇이냐? 유권자의 뜻에 무조건 따르는 것만 대의정치는 아니겠죠. 하지만 유권자의 뜻을 꺾는 게 또 대의정치는 아니에요. 그 사이의 어딘가에 대의정치의 접점이 존재하는 것이고, 그래서 정치인이라는 게 소명으로서의 직업인 거죠. 이번에 박영선 대표는 유권자의 뜻과는 다르지만 외로운 결단을 하는 했어요. 사실 그것도 때로는 필요하죠. 칭찬 받을 구석이 있기도 하고. 하지만 거기에 따른 정치적인 역풍도 본인이 견뎌 낼 수 있는 자신이 있어야 해요. 반면에 유권자들의 민의에서 정확하게 수렴하는 정치도 있죠. 새누리당 정치가 그런 것인데, 유권자들이 보수적인 선택을 좋아하니까 한발도 나가지 않으려고 하잖아요. 가장 유리한 박근혜 대통령 정치도 봐요. 그런 식인 거고.

 

우울한 부분이죠.

 

세련된 대의정치를 갖지 못했다는 것이 지금 세월호 특별법이 드러내고 있는 정치의 민낯이라고 봐요. 대의 정치의 균형을 제대로 찾지 못하니까, 리더는 외로운 결단만 거듭하는 겁니다. 여론을 끌고 갈 실력도 없고, 여론에 따를 자신감도 없으니까요. 박영선 대표 뿐만 아니라 안철수, 김한길 전 대표도 마찬가지로 다 외로운 결단만 하다 끝났죠. 정말 외로워지는 거예요.

 

안과 김은 지금 외롭겠죠.

 

더 큰 문제는 그 외로운 결단의 책임을 본인이 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번 경우도 박영선 대표의 결단이 박영선 대표한테 정치적인 후 폭풍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고, 유가족이 책임지게 만든다는 거죠. 사실 그게 대의정치를 잘 못 이해하고 있는 본질인 거 같아요. 자신이 책임 질 수 있는 것에 결단을 내려야 하는데, 자신이 책임지지 않는 것들에 대해 결단을 내리니까. 이러니 수사권과 기소권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대의 정치를 통한 정치적 심판이 제대로 내려지지 않으니까, 다시 사법권에 호소하는 건데, 정치적으로 패배한 유가족과 지지자들한테 그런 사법 권한이 주어질 턱이 없다는 거죠.

 

저는 이번 사태를 놓고 약간의 아쉬운 점은 있지만 박영선 대표가 옳은 길을 걸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문재인 의원한테는 굉장히 실망했어요.

 

기회주의적으로 보인다는 거죠?

 

아마도 오늘 잡담에서 좁히지 못하는 이견차이일 겁니다. 신기자는 저와 오늘 정확히 반대의 생각을 갖고 있지만 저는 단식 사건을 계기로 정말 깊은 회의에 빠졌어요.

 

저는 그게요, 박영선 대표는 당권주자이고 문재인 의원은 대권주자에서 나오는 행보의 차이라고 봐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게 바로 아쉬움의 핵심이에요. 착각이죠.

 

사실 우리도 세월호 말고 제발 다른 이슈 얘기를 하고 싶잖아요. 기업이든 경제든. 다른 지금 세월호 말고 다른 아젠다가 떠오르지 않는 사실도 너무 비극적이에요.

 

다른 아젠다를 압도해버리니까 사실은, 다른 시급한 아젠다가 많거든요. 근데 지금 현안으로 가지도 못한 채.

 

교육문제도 얘기하고 싶다고.

 

군대에서의 모병제 문제도.

 

삼성얘기도 그렇고 많은 것들이 있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것 우리도 세월호가 앞을 가로막고 있네요.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인양해야 한국 정치도 사회도 제대로 설 수 있습니다.

 

 

 

 

JO&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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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동조와 신기주 KIM&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