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 '야한 생각' 카테고리의 글 목록

'야한 생각'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5.03.17 위선의 품격 - 왜 우리는 위선을 조롱하면서 동경하는가 (1)
  2. 2014.10.17 창조경제의 적들 (2)
  3. 2014.09.16 최근 야당 생각 (2)




우디 알렌이 감독한 영화 ‘블루 재스민’(2013)에서 자넷(케이트 블란쳇)은 재즈곡 ‘블루 문이 흐르던 마사드 빈야드의 파티에서 이혼남 할(알렉 볼드윈)을 처음 만난다보스턴에서 차로 3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섬 마사드 빈야드는 오바마 대통령이 여름 휴가를 가는 유명한 휴양지다두 사람이 그런 곳에서 첫눈에 사랑에 빠진 것은 멋진 일이다보스턴 대학교 3학년이었던 그녀는 그와 결혼하는 바람에 대학을 마치지 못하게 되지만 미련은 없다대학을 갔던 이유는 좋은 남자를 만나기 위해서였고 대학을 끝내는 것보다 결혼이 훨씬 나은 선택이기 때문이다뉴욕에서 투자회사를 운영하는 할은 그녀보다 9살이 많고 이혼한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 있지만 상관 없다이혼남이란 사실과 전처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주는 부담을 감당하게해 줄 만큼 그는 충분히 부자이기 때문이다할은 자넷을 위해서 센트럴 파크가 내려다 보이는 5번가에 집을 구한다천장이 높아 숨쉬기 편한 넓고 좋은 집이다그녀는 자넷이었던 이름을 ‘재스민으로 바꾼다재스민은 어둠이 찾아온 후에야 살아가는 꽃이다


할의 투자회사가 계속 커지면서 재스민의 쇼핑 스케일도 점점 커지고 그녀의 스타일에는 이제 품격이 흐른다맨하탄 5번가의 명품 거리에서 쇼핑하고 미국 최고 부유층의 별장이 있는 햄튼에서 자선 파티를 하는 그녀에게 우아함과 품격은 자연스러운 일이다할과 전처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대니는 착하기만 하다하버드 대학에 입학한 아들은 학교의 게스트 스피커로 연설하는 아버지가 자랑스럽다아버지는 아들에게 “자신이 얻은 것을 가난한 사람과 나눌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그들은 가난한 자들을 위해 자선을 베풀고 기부한다이렇게 사회적으로 분망한 그녀에게 샌 프란시스코에 사는 이복 동생 진저(샐리 오킨스)와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그녀의 남편 오기(앤드류 다이스 클레이)가 찾아온다자신과 어울리지 않게 촌스럽고 품위 없는 그들이 재스민은 부담스럽다.


재스민과 진저는 모두 입양되었고 둘 중 아무도 부모의 유전자를 가진 생물학적 딸이 아니다그들의 부모는 둘 중 재스민을 편애했다. ‘우월한 유전자를 가진 그녀가 키가 크고 아름답기 때문이었다우월한 유전자를 가진 그녀는 열등한 유전자를 가진 동생의 결혼식에 가지 않는다뉴욕과 샌 프란치스코가 멀기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해도 동생은 여전히 자신을 사랑할 것이란 걸 알기 때문이었다사랑의 권력관계는 남매관계에도 예외없이 작동한다.  재스민은 20만 불 짜리 로또에 당첨된 동생의 행운을 축하하지만 너무 바빠 여전히 저녁 한번 같이 하기 어렵고 쇼핑 한 번 함께 가기 힘들다동생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자신의 당면과제들이 너무 소중하고 일상의 일정들은 너무 촘촘하기 때문이다진저 부부는 로또 당첨금을 사업자금으로 쓰기 위해 언니 부부에게 상의한다재스민은 할의 투자회사에 그들의 자금을 투자해주는 호의를 베푼다.


진저는 형부인 할이 노란 옷을 입은 아름다운 여자와 키스하는 장면을 목격한다진저는 그녀가 언니의 요가 클래스 친구이자 모델 에이전시를 운영하는 레일린이란 사실을 알게 되지만 언니에게 자신이 본 것을 말하지 않는다재스민은 다른 여자와 할의 관계를 알게 되어 친구에게 하소연하다가 레일린 뿐 아니라 수 많은 여자들이 남편을 거쳐갔고 자신만 그 사실을 몰랐음을 알게 된다재스민은 할에게 여자 문제를 울며 추궁하는데 할은 지금까지의 여성 편력이 모두 일탈일 뿐이었지만 19살 프랑스 가정부와 드디어 진정한 사랑을 하게 되었다며 그녀에게 헤어져 달라고 말한다자신의 처를 경제적으로 궁색하지 않게 해주면 이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할은 집을 나가 호텔로 간다그가 떠난 후 분노에 사로잡힌 재스민은 남편의 범죄사실을 FBI에 고발한다할은 길거리에서 체포된다수익률을 조작하고 있었던 그는 선고를 받고 복역 도중 감옥에서 목을 메 자살한다남편의 재산은 모두 몰수 되고 아들 대니는 충격을 받고 잠적한다무일푼이 된 재스민은 메드슨 에비뉴의 명품 가게에서 신발 파는 일을 한다하지만 어느 날 지인들이 샵에 들어오자 모욕감에 일을 그만둔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로 맘을 먹은 재스민은 동생 진저가 있는 샌 프란시스코로 온다무일푼인 재스민은 도저히 이코노미 클래스를 탈 수 없다무일푼이지만 퍼스트 클래스를 타는 언니의 마음을 마트 직원인 진저는 이해할 길이 없다어렸을 때부터 유전적으로 우월했던 언니에게 적응할 뿐이다무일푼이 된 미인의 행각을 미인이 아닌 사람은 도저히 이해할 길이 없다유사이래 인간의 삶을 관통해 온 원리는 미인에게는 미인의 어려움과 모순이 있다는 것이고 그걸 이해하지 못하면 이 세상의 실체를 이해할 길이 없다할이 파산하면서 진저의 로또 당첨금 20만 불도 사라진다진저와 남편 오기는 이혼하고 진저는 작은 아파트에서 아들 둘을 데리고 산다진저에게는 자동차 수리공인 남자 친구 칠리(바비 카나베일)가 있다.  칠리와 재스민은 서로를 보자 마자 싫어한다재스민의 눈에 칠리는 못 배우고 무식하며 미래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루저그녀에게 칠리는 전 남편 오기의 변주일 뿐이다칠리의 눈에 재스민은 허영기로 가득 찬 ‘된장녀일 뿐이다여자 친구의 이복 언니와 저녁을 먹는 날 칠리는 작고 촌스러운 친구를 데리고 나온다친구는 재스민이 맘에 들지만 그와 그녀는 쓰는 단어부터가 다르다그가 자신을 맘에 들어 한다는 사실 조차 모욕적이라고 생각하는 재스민은 우울해져 술만 마신다.


삶의 방편을 찾기 위해 그녀는 치과에 접수계원으로 취직한다컴퓨터도 배우기 시작한다일등석을 포기할 수 없었던 그녀는 자신의 이니셜이 새겨진 루이비통 가방을 포기할 수 없다에르메스 버킨 백도 샤넬 자켓도 포기할 수 없다그녀는 자신이 몸 담게 된 현실의 비루함을 자조하지만 그녀가 처한 현실도 그녀의 욕망을 조롱한다그녀가 그것들을 포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세상은 비웃고 조롱한다그녀가 일하는 병원의 치과 의사는 촌스럽고 스타일이 없다그가 그녀에게 말한다. “이빨을 보면 사람을 알 수 있는데 당신은 좋은 이빨을 갖고 있어요” 그런 말을 들어야 하는 재스민은 자신이 처한 현실에 모욕감을 느낀다세상은 그녀를 조롱하는 동시에 세상은 그녀를 욕망한다그녀를 만난 모든 남자들이 그녀를 욕망한다많이 배웠든 배우지 못했든잘 생겼든 잘 생기지 못했든돈이 많든 적든 모든 남자들이 그녀를 욕망한다아무도 없는 병원에서 치과의사는 거부하는 그녀를 붙잡고 강제로 키스한다그녀는 모욕감과 불쾌감에 도망 나온다마치 바퀴벌레가 온 몸을 기어가기라도 한 듯영화를 보던 극장은 여성 관객들이 내는 한숨 소리로 가득 찼다차가운 조롱의 냉탕과 뜨거운 욕망의 온탕을 번갈아 오가는 재스민은 지치고 힘들고 외롭다남자들이 그녀의 욕망을 비웃는 진짜 이유는 그녀가 자신의 욕망을 내려놓아야 비로소 비루한 자신들이 지상으로 내려온 그녀를 욕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욕망을 내려놓을 수 없다그녀의 욕망은 자신을 보호하는 장치이자 매력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남자가 필요한 재스민은 남자를 만나기 위해 파티에 간다그곳에서 비엔나에서 외교관으로 일하는 드와이트(피터 사스가드)를 만난다부자에 미남이며 지적인 드와이트는 부인과 사별하고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곧 미국으로 돌아올 남자다그는 그녀가 걸친 샤넬과 에르메스를 알아보는 남자다그는 재스민의 스타일에 반한다그녀는 그가 천상에서 지상으로 내려온 동아줄임을 직감한다. 20대 모델도 만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그를 40대인 그녀가 매혹시킨다그녀는 안목이 뛰어나고 그녀가 쓰는 단어는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그는 그녀의 젊음이 아니라 스타일과 품격에 매혹된다그녀는 자신은 인테리어 디자이너이며 남편은 외과의사였으나 얼마 전 심장마비로 죽었고 둘 사이에 자식은 없었다고 거짓말한다결정적인 순간의 결정적 실수다. “비록 거짓말을 하긴 했지만 그가 사랑하게 된 것은 내 느낌내 생각내 유머 감각 바로 나 자신이야라고 그녀는 자신에게 거짓말한다첫 만남이 끝나고 드와이트는 그녀에게 전화를 건다전화벨이 울리고 그것이 드와이트임을 직감한 그녀는 숨을 고른 후 열을 세고 전화를 받는다둘은 데이트를 시작하고 드와이트는 페어몬트에 산 집의 인테리어를 그녀에게 맡긴다테라스에서 바다가 들어오는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스민은 숨이 막힌다그들은 잠자리를 함께 한다드와이트는 그녀에게 청혼한다그녀는 감동해서 운다그는 그녀의 구원자다.

언니인 재스민이 바다가 훤히 보이는 저택의 클래식한 캐노피 침대에서 드와이트와 자는 동안 동생인 진저는 싸구려 모텔과 허름한 밴에서 언니를 따라간 파티에서 만난 유부남과 잔다머리가 벗겨지고 배가 나오고 속물적인 그는 심지어 자신이 유부남이라는 사실도 밝히지 않는다진저의 마음이 대머리 유부남으로 옮겨간 사이 잃어버린 사랑 때문에 제 정신이 아닌 칠리는 진저의 집에 찾아와서 전화기까지 부수며 사랑을 호소한다진저의 냉정한 태도에 칠리는 그녀가 일하는 수퍼마켓까지 찾아와 떠나간 사랑에게 돌아오라며 운다무식하지만 초지일관 “내게는 당신 뿐이란 칠리를 냉정하게 거절했던 진저는 약속장소에서 나타나는 않는 대머리 남자를 하염없이 기다리다 그가 실은 유부남이었을 뿐이란 걸그리고 자신이 ‘인생에서 처음 만난 신사였던 대머리 남자가 실은 섹스에 굶주린 ‘찌질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그녀는 남자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이라 언니가 말한 것처럼 자신도 ‘루저라고 동의했던 칠리에게로 미련 없이 돌아간다.

재스민은 드와이트의 모친을 만나 인사한다그의 모친은 그녀의 품격과 스타일에 반한다동아줄은 이제 거의 현실이 된다가벼운 걸음으로 드와이트와 다이아몬드 반지를 사러 가는 길에 재스민은 진저의 전남편인 오기와 마주친다오기는 재스민의 남편이 심장 마비로 죽은 외과의사가 아니라 금융 사기꾼이었음을 폭로한다폭로는 두 사람의 관계를 파탄시킨다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은 그렇게 끊어진다. “어떻게 결국 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란 걸 모르고 내게 거짓말을 할 수 있어라고 힐난하는 드와이트에게 재스민은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강변한다격렬하게 싸운 후 두 사람은 결국 헤어진다재스민은 돌아오는 길에 알렉 볼드윈과 전처와의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자신이 키운 아들 ‘대니를 만난다하버드를 중퇴하고 샌 프란시스코에서 중고 오디오 가게를 하는 대니는 그녀를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그녀의 생각과 달리 대니는 아버지를 신고한 것이 그녀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그녀는 무너진 가슴을 이끌고 집에 돌아온다

돌아온 재스민에게 진저와 칠리는 그녀가 결혼하게 되면 칠리가 동거하기 위해 진저의 집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말한다자신이 갖고 싶은 것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가질 수 있는 것에서 만족하는 커플이다. ’루저들은 행복하다그런 그들을 보며 재스민은 더 절망한다젖은 머리를 말릴 생각도 하지 못하고 길거리 벤치에 앉은 채 죽은 알렉 볼드윈을 처음 만났던 마사드 빈야드의 밤을 떠올린다재즈곡 ‘블루 문이 흐르고 선남선녀가 서로에게 첫눈에 반했던 밤이다그들의 아름다운 사랑에는 위선적인 면인 있다돈 없이는 그들의 품격있는 사랑은 가능하지 않다그녀가 품어내는 스타일과 품격도 모두 위선에서 나왔다사람들은 그녀의 위선을 조롱하지만 실은 그녀의 위선을 동경한다그녀는 위선을 내려놓지 못하고 위선할 수 있는 사랑을 꿈꾼다위선 없이는 품격 없다품격 없이는 로맨스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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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동조와 신기주 KIM&SHIN

이번 카카오톡을 둘러싼 해프닝은 시장과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보 같은 사법당국이 정치권에 충성을 하기 위해서 오바하고 그것에 대해서 시장과 소비자가 합리적인 행동을 할 경우 어떤 결과가 일어나는지 잘 보여주는 슬픈 사건이다.

 

모바일 SNS 상에서 벌어지는 루머와 명예훼손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검찰의 생각에 나는 찬성하지 않지만 검찰은 내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이 해프닝으로 검찰은 자신의 충성심을 보여주겠다는 일차적 목표는 이루었지만 중요한 수사기법 중 하나를 잃게 되었다. 

 

검찰이 자신이 공언한 목표를 이루는 가장 좋은 방법은 루머의 유포와 명예의 훼손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은밀하게 수사하는 것이다.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공간은 카카오톡과 같은 한국에 서버와 본사를 둔 모바일 메신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의지를 불태웠고 수사대상을 공개적으로 적시했으며 대중을 겁박했다. 그리고 사건의 전개는 검찰의 의도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하지만 아주 합리적인 방향으로) 흘러갔다.

 

잠재적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모바일 메신저 사용자의 입장에서 카카오톡을 사용하게 되면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감을 갖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카오톡을 계속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첫째, 내가 그런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은 낮고 둘째, 카카오톡 이외의 다른 모바일 메신저라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다른 메신저는 많지만 쓰는 사용자가 없다)

 

카카오톡의 입장에서 검찰의 수사가 적법한 이상 협조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 하지만 카카오 측의 엉성한 초기 대응은 카카오가 법적 한계 안에서라도 소비자들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최대한 낮춰줄 것이란 소비자들의 기대(그 기대란 것은 대개 막연한 것이다)를 박살내어 버렸다. 소비자들은 카카오톡을 버리지는 않았으나 혹시나 하고 텔레그램을 일단 깔았다.

 

다수의 소비자가 텔레그램을 깔 게 되자 모든 것이 달라졌다내 경우엔 카카오톡이 거의 필요 없을 정도로 의미 있는 지인들의 숫자가 텔레그램을 깔았다. 금융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언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 공무원과 정치인들은 거의 모두 깔았다. 카카오톡을 지운 것은 아니지만, 텔레그램으로도 거의 불편함을 못 느끼게 되었다. 깔아서 써보니 카카오톡과 거의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이제 소비자들은 두 개의 모바일 메신저를 쓰게 되었고 카카오는 잠재적 비지니스 기반을 훼손당했다. 상당수의 가입자는 이제 계속 텔레그램과 카카오톡을 함께 쓸 것이다. 카카오톡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탈할 수록 점점 가급적 더 텔레그램을 쓰게 될 것이다. 적은(사실상 제로) 비용으로 위험(혹시라도 수사 대상이 되는 리스크)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더 많은 사람이 그런 선택을 한다면 검찰은 카카오톡을 수사해도 의미있는 정보는 찾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들은 이제 가장 간편하고 손 쉬우며 유용하다는 수사수단을 잃어 버렸다.

 

검찰은 앞으로 수사하기 불편해졌을 뿐이지만 가입자를 잃어버린 카카오의 입장에서는 피눈물이 날 일이다. 이런 과정에서 합리적으로 행동한 것은 안타깝게도 소비자와 시장 뿐이다. 체포되어 수사의 대상이 될 가능성은 낮지만 일단 대상이 되었을 때의 위험은 엄청나게 크다. 그 위험을 사법당국이 과장하고 읍박하자 규모의 경제(scale of economy)가 가능하며 사용비용(혹은 전환비용)은 제로인 새로운 메신서가 생겼다. 다른 대안이 없다면 위험을 감수하고 카카오톡을 쓰겠지만 다른 수단이 있다면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제 문자 내용이 조금이라도 찝찝하다면 소비자들은 카카오톡 대신 텔레그램을 쓸 것이다. 카카오톡이 손쉬운 수사 대상이며 이를 통해 적극적으로 루머와 명예훼손을 수사할 것이란 의지를 불태운 검찰 입장에서는 소비자들이 계속 카카오톡을 쓰면서 수사가 두려워 루머의 유포와 명예훼손을 자제할 것(그러니까 대중이 겁을 집어 먹기를)을 기대했겠으나 그런 일은 생기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이번 기회에 검찰 수뇌부는 충성심을 과시했고 어차피 수사를 하는 건 밑에 사람들이니 검찰의 입장에서는 별 상관 없을 것다.

 

가장 답답해진 것은 카카오인데, 더 이상 가입자를 잃기 전에 서버와 본사를 옮기거나 기술적으로 도저히 문자 내용을 추적할 수 없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 것이다서버나 본사를 옮기거나 다른 기술적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정부와의 마찰로 지금 생각중인 결제와 택시 서비스 등 다른 비지니스를 벌이는데 차질을 입는 것이 두려울 것이다. 하지만 가입자를 잃으면 그 모든 기대들은 다 헛된 것이다. 이것이 도대체 '창조경제'가 국가적 아젠다인 사회에서 일어나야 하는 일이냐고 화가 나겠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이다. 도처가 '창조경제'의 적들인 사회에서 카카오의 결단(아마도 지금 열심히 연구중이겠지만)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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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동조와 신기주 KIM&SHIN


나는 박영선 대표가 세월호 특별법에 합의한 후 반대에 부딪혔을 때 의원총회에 넘긴 후 표결결과가 부결되면 원내대표 자리를 집어 던지기를 바랬다. 힘든 결정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대중도 동료들도 그것이 옳은 정치적 결정이란 걸 알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박영선 대표는 3자 협의체를 주장하며 강경파들의 의견을 수용했다. 잘못된 선택이었다.


안경환이나 이상돈 교수에 대한 나의 평가는 그리 후하지 않다. 안경환 교수가 마광수 사건에 보여주었던 태도는 법학자로서 함량미달이었다. 이상돈 교수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지지이유로 밝혔던 논거들은 수준 이하였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이상돈은 궁색해졌다. 나라면 그들을 비대위에 절대 추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의 소란의 정도는 필요이상이다. 그들의 그런 반응은 지금 강경파로 분류되는 민주당 의원들이 실은 민주당이 집권하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에 생긴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자신들이 자리를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소란을 피우는 그들이 원하는 것은 그저 지금 정치구도의 유지다. 하지만 야당의 집권 가능성 없이는 한국 정치도 정상화되지 않는다.


요즘 야당에는 소리지르는 이들이 많다. 김무성이 안하무인으로 소리지르면 그건 마초적 매력이 된다. 보수의 도덕기반에는 '평등' '공평성'이외에도 '충성심' '권위'의 매트릭스가 있다고 조너선 하이트는 <바른 생각>에서 말한다. 정청래가 안하무인으로 소리를 지르면 그의 열혈지지자들을 빼면 중립지대의 많은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도덕적 선을 독점하는 걸 고깝게 생각한다. 일부는 환호할지 모르지만 대부분은 등을 돌린다. 인간은 타인의 위선에 그다지 관대하지 않다.


진보적 도덕기반을 가진 정치인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도덕적 겸손'이란 미덕을 가져야 한다. 도덕적 권위는 도덕적 겸손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오바마의 당선은 그 때문이다. 오바마의 '담대한 희망'에는 그의 도덕적 겸양이 흘러 넘친다. 클린턴에게는 도덕적 겸손 대신 엄청난 감정적 호소력이 있었다. 과연 민주당에 도덕적 겸양과 감정적 호소력이 있는 정치인이 누가 있을까.


세월호 유족들에게 공감하는 것은 도덕적 선이고 공감하지만 동의하지 못하는 것은 도덕적 악으로 간주하는 방식으로 과연 유족들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은 실현될 수 있을까? 세월호 특별법이 통과되려면 설득과 합의가 필요하다. 정청래같은 정치인의 행동은 유족과 민주당의 목표를 실현시키지 못한다. 대신 자신의 이익만 실현시킬 뿐이다. 유족들이 합의된 세월호 특별에 반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통과 가능성이 없는 세월호 특별법을 통과시킬 수 있다고 우기는 것은 기만행위일 뿐이다.


이번 달 에스콰이어에 기고한 하이트의 <바른 생각>에 대한 서평 제목을 나는 <우파의 역습>이라고 달았다. 그는 당위와 현상을 혼동하고, 개인보다 집단을 선호한다. 우파의 도덕적 기반을 지지하기 위해서 그는 이미 한물간 집단선택이론을 살려낸다. 공공의료보험은 물론 민간의료보험도 불필요하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는 한 민주당원의 주장까지 인용한다. 하지만 그래서 좌파는 그의 논리를 숙지할 필요가 있다. 이기기 위해서.


우파의 입장에서 보수의 도덕감정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진보 정치인처럼 반가운 것은 없다. 영구집권을 가능케 해주기 때문이다. 도덕적 겸손은 다른 사람의 도덕감정에 대한 이해 없이 나오지 않는다. 진보진영의 끝자락에 모여 앉은 자들의 은밀한 도덕적 자위행위는 그대로 표로 연결된다. 연전연패다. 이제 대중들이 서서히 구역질을 느낄 때가 되었다. 고귀함과 품격은 보수의 도덕기반이긴 하지만 진보주의자가 갖지 못할 것도 없다.


나는 박원순 시장에 대한 호감이 많지 않았는데 최근 민주당 사태를 보면서 그에 대한 호감이 부쩍 커졌다.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그의 입장과 최경환 경제정책에 반응하는 그의 수준은 다른 민주당 인사들과 격이 달랐다. 과연 민주당에 도덕적 겸양과 감정적 호소력이 있는 정치인이 누가 있을까, 라는 이전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적어도 이번 사건 속에서는 박원순이었다. 계속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by JO (김동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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