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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와 박원순

잡담 2015.06.09 13:39

메르스와 박원순

 

신기주(이하) (기침나는 흉내를 내면서) 콜록콜록. 에취에취.

 

김동조(이하 조) (쓴웃음) 신기자님은 박원순 시장의 발표를 지지하시죠?

 

(웃으며) 아시다시피. 아주 적극 지지합니다. 반면에 김이사님은 이번 박원순 시장의 발표에 대해 비판적이시잖아요. 

 

아시다시피. 저는 몹시 비판적입니다.

 

(김이사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입도 안 가리고 기침을 하면서) 콜록콜록. 왜요?

 

(진심 몸을 피하며) 이거 왜 이러세요. 

 

(적반하장) 뭐요? 저는 아직 발열이나 구토 같은 메르스 자각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요. 지금 기침은 원래 기관지가 약해서 그런 거고.

 

(비로소 진지하게) 우리, 합리적으로 한번 따져봅시다. 팬싸인회를 한 것도 아니고 1500명과 한 사람이 일시에 접촉할 수 있는 겁니까, 한 명이? 확률적으로 발생 가능성이 낮은 사건을 대상이 많다는 이유로 미디어 앞에서 발표하는 것은 ''. 전형적인 대중영합주의에요.

 

전 박원순 시장이 기자회견 때 한 말에 동의합니다. 이런 위중한 상황에선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행동하는 게 맞다. 합리적으론, 맞아요. 한 사람이 1500명 모두와 악수를 한 건 아니겠죠. 반면에 누구와 접촉했는지는 또 모릅니다. 이런 호흡기성 질환은 감염 경로를 특정하기가 워낙 어려워요. 35번 환자 자신도 삼성서울병원 내부에서 메르스 환자와 어디에서 접촉했었는지 모르겠다는 것 아닙니까. 재건축조합 회의에 모인 사람들도 마찬가지 입장 아닙니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메르스 바이러스 보균자와 접촉한 건 사실이잖아요. 그렇다면, 그들한테 그 사실을 알려서, 혹시나 자각 증상이 나타나면 메르스인지 의심할 수 있게 해주고, 자가 격리를 시켜서 확산을 미연에 방지해야 합니다.

 

저는 시민들의 분노와 두려움은 합당하다고 여겨요. 감염이 나와 내 가족에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도 그런 일이 발생할  생겼을 때의 비용은 크니까요. 사건이 내게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비관의 편익은 그런 일은 내게 생기지 않을 거라는 낙관의 비용보다 훨씬 크니까요.

 

그걸 쉬운 말로 하면, “조심하는 게 상책이다.

 

그래서 모두가 '패닉'하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정부나 보건당국이 해야 할 일은 정확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갖고 있는 프로토콜 하에서 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거에요. 그리고 그런 원칙이 옳은 것인지 과학적으로 합리적인지는 그 원칙이 제대로 실행될 때에만 우리가 알 수 있는 거죠. 근데 문제는 말씀하신 것처럼 보건 당국이 프로토콜을 지키지 않았어요.

 

정확하게는 정부와 보건 당국의 프로토콜은 지나치게 보수적입니다. 최악이 아니라 최선의 상황을 무책임하게 상정하죠. 시민들한테 진실을 알려주는 게 사회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명목으로 말입니다. 

 

프로토콜이 없거나 아니면 있어도 지키지 않거나. 그런데 제가 봤을 때 삼성병원 의사 A, 38세는 비교적 프로토콜에 충실했던 사람이에요. 그렇다면 자기 원칙을 지킨 이 의사를 부정확한 정보에 근거에 비난한 박원순 시장은 문제가 있어요. 물론 박시장은 증상이 의사가 주장하는 것보다 일찍 나타났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할 수 있죠.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없지는 않으니 철저하게 대처하고 싶었다고. 하지만 과잉 대처는 미흡한 대처만큼이나 득보다는 실이 큽니다.

 

저는 박원순 시장의 기자회견 목적이 35번 환자에 대한 마녀사냥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35번 환자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억울함을 토로했죠. 자신을 무책임한 의사처럼 보이게 만든 박시장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고도 했어요. 그런데 박시장의 기자회견을 보면, 35번 환자가 의사라는 건 중요한 사실이 아닙니다. “그냥 35번 메르스 감염 환자일 뿐이고, 그가 1500명이나 모여 있는 서울 강남 한복판의 재건축조합장에 갔다는 게 중요하죠.

 

듣고 있습니다.

 

사실 박시장이 이 사실을 공표하게 되는 과정도 좀 짚어봐야 될 겁니다. 서울시도 35번 환자의 존재를 보건복지부의 브리핑을 통해서 인지했어요. 보건복지부는 35번 환자의 진술을 통해 그가 재건축조합같은 다수의 다중이용시설을 돌아다녔다는 걸 확인했죠. 35번 환자의 말씀처럼, 증상이 나타나기 전이긴 했지만, 바이러스를 보균한 상태에서 서울시내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녔다는 건 분명 사실인 겁니다.

 

증상이 나타나기 전이었잖아요. 증상이 나타나기 전엔 의학적으로 감염 가능성이 없다는 걸 아시잖아요.

 

그런데, 증상이 나타나기 전이든 후든 35번 환자의 행적을 서울 시민이 알아야 할 권리가 있느냐가 문제가 진짜 중요한 겁니다. 보건복지부는 그 정보를 서울 시민들한테 알릴 필요가 없다고 봤고, 서울시는 서울 시민이 그런 정보를 알 권리가 있다는 쪽이었죠. 결국 박원순 시장은 보건복지부 측에 이 정보를 알려야 한다고 얘기했고, 보건복지부 측과 입장이 다르다는 걸 확인한 다음, 결국시장님이 알아서 하시라는 얘기까지 듣고, 저녁에 기자 회견을 엽니다.

 

그래서 불안이 커지죠.

 

적어도 35번 환자에 대한 마녀 사냥은 아니란 겁니다. 35번 환자가 우연히 의사였고 의사로서의 명예가 실추된 측면이 있을 수 있어요. 명예훼손에 대한 책임을 박시장이 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지금 메르스 사태에서 더 쟁점이 돼야 할 건, 정부 당국이 불안해하는 시민들한테 어떤 정보를 제공해줘야 하느냐가 돼야 합니다. 보건복지부는 사실이 왜곡될 수 있으니 시민들이 알아야 하는 정보를 자신들한테 임의로 통제할 권리가 있다고 여기죠. 서울시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주고 시민들이 스스로 판단하게 해야 한다고 봅니다. 전 서울시의 의견에 동의하고요.

 

얼마 전 대한감염학회가 메르스에 대한 과학적 사실에 대해서 쓴 글이 있어요. 내용은  심플합니다. 아직까지 발생한 사망자는 모두 고령에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치사율로 보자면 일반 폐렴 사망률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 물론 병이 발생한   중동에서조차도 지역사회 감염이 없었다는 겁니다. 우리나라 감염환자의 경우는 대부분 의료 관련 감염이에요. 지금까지 50명 정도가 감염됐다고 알려져 있고 5명이 사망했는데 그 중에 30명이 한 병원에서 감염됐어요.  (이 잡담이 작성된 것은 6 6일 오전 10시 경이다)

 

평택성모병원.

 

근데 평택성모병원이야말로 어찌 보면 메르스 확진 환자가 처음 발병한 곳인데. 근데 그 평택성모병원이야말로 보건당국의 의견을 반대하면서 메르스 환자임을 계속 주장하고 확인해달라고 요청한 곳이에요.

 

맞아요.

 

미국의 첫 번째 에볼라 바이러스 환자는 크레이그 스펜서라는 의사죠. 이 사람은 사실 에볼라 바이러스를 치료하기 위해 소아프리카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던 의사였어요. 근데 몇 개월만에 귀국해서 뉴욕에 돌아와서 동거하고 있던 여자친구랑도 돌아다니기도 하고 볼링도 치러 갔는데 어느 순간 기침이 나고 열이 난단 말이죠. 그래서 자가 격리를 하고 앰뷸런스를 불러 병원을 갔죠. 근데 뉴욕 보건당국이 그러면 크레이그 스펜서가 갔던 동선을 모두 파악해서 주민들을 격리시키고 그 의사의 동선을 알려줬냐면 그러지 않았어요. 크레이그 스펜서 본인이 에볼라 바이러스의 전문가였기 때문에 열이 나기 전까진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가 안 된다는 걸 알았어요. 자신의 프로토콜을 지킨 거죠. 하지만 에볼라 환자가 발생하자 미국 전역이 들끓어요. 그런 위험지역에서 돌아왔으면 한 동안은 자신을 자가격리하고 보균상태가 아닌 것을 확인했어야 하는 것 아니었냐는 비판이 있었고 많은 정치인들도 거기에 편승했어요.

 

그렇군요.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공포 때문이죠. 그 공포에는 맥락이 있어요. 공포의 편익이 안심의 비용보다 훨씬 크다고 사람들이 믿을 때 그게 모두의 행동으로 확산될 때 바로 '구성의 오류'가 생겨요. 개인의 합리적인 행동이 지역 사회나 국가 경제를 파괴시킬 수 있어요. 개인들이 공포에 짓눌릴 때 공적 영역이 해야할 일은 과학적 사실에 입각한 원칙에 충실해지는 겁니다. 그것이 사람들을 패닉하지 못하게 막고 마녀사냥의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겁니다. 미국의 경우 그런 행동을 했던 사람들이 있었어요. 첫번째, 오바마 대통령. 감염에서 치유된 간호사들 불러서 본인 스스로 포옹하면서 대중을 안심시켰어요. 두번째는 냉정함을 유지하면서 차분하게 상황을 정리한 드 볼라지오 뉴욕 시장이었어요.

 

크레이그 스펜서의 사례도 그렇고, 박원순 시장한테 디테일이 약했다는 점에 대해선, 동의하게 되네요. 박시장 본인의 문제고, 결국 참모진의 실력이 부족한 거겠죠. 35번 환자한테 연락을 취해보는 디테일이 없었던거니까. 그런데, 구태여 반론을 한 번 해볼께요. 35번 환자는 5 31일부터 자각 증상이 나타났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30일에 서울 시내 다중이용시설을 돌아다녔지만 증상이 없었으니 전파력도 없다는 거죠. 29일에 감기 비슷한 증상이 있었지만 원래 갖고 있던 비염 탓이었다고 판단했다고 하고요. 흥미롭게도, 35번 환자의 이런 자가 진단이 설득력을 얻는 건, 그가 우연히도 의사이기 때문이죠.

 

크레이크 스펜서처럼요.

 

그런데 35번 환자가 의사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요. 그렇다면 29일 재채기 증상이 비염 증상이었다고 하는 말을 우리가 곧이 들을까요. 그도 자신이 메르스 환자와 접촉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어요. 다중이용시설을 돌아다닌 것도 사실이고. 다른 환자였다면 골프를 치러갔다는 대치동 아주머니 취급을 하진 않았을까요. 35번 환자는 의사로서 의학적 지식을 통해 합리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고 있습니다만, 그것 자체가 전문가의 권위로 대중의 불안을 불합리하다고 치부해버리는 권위주의적 행동은 아닐까요.

 

그럴 수 있죠. 하지만 설령 그의 29일 증상이 감염 증상이라고 해도 크게 바뀌는 것은 없어요.

 

35번 환자를 믿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합리적 의심은 드는걸요. 29, 30, 31일의 상황이잖아요. 31일부터 증세가 나타났다고 주장하고 있고 박시장은 29일부터 경미한 증상이 있었다 주장하고 있고 문제가 된 30일이 바로 재건축조합장에 갔던 날이에요. 그러니까 29일부터였다면 30일은 이미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거고 의사의 주장처럼 31일이라고 하면 사실 전파가능성이 없는 거죠. 근데 사실 저처럼 상식이 부족한 사람들은요, 이상하다고 느껴져요. 무슨 바이러스가 출퇴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아침에 기상해서 활동을 시작하느냐는 거죠. 30일 중에는 미열이 났지만 자각하지 못했던 건 아닐까요? 30일에도 바이러스는 활동을 시작했을지도 모른다는 단 1%의 가능성만으로도, 정부 당국은 시민들을 보호하려고 나서야 합니다. 이게,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컨틴젼스 플랜이죠.

 

아까 신기자님이 기침하신 것처럼, 기침하면, 다 의심해야 한다는 건가요? 

 

지금은요. 메르스 상황이잖아요. 지역 사회 전파가 일어나는 팬더믹까진 안 갔으면 싶지만, 유례 없이 메르스가 한국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건 사실 아닙니까. 어느 병원에선 응급실 경비원이 단 10분 접촉으로 감염됐다고 하잖아요. 이럴 때 정부의 대응은 박원순 시장의 방식이 맞아요. 의사는 본인이 의사기 때문에 누구보다 잘 안다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은 1500명의 사람들은 본인이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합리적인 공포를 느끼는 거예요.

 

합리적 공포, 말이 재미있네요. 좋은 지적인데 개인이 느끼는 합리적 공포는 이해할 수 있어요. 거기에 행정가나 정친인이 부화뇌동 해서는 안 됩니다. 개인의 합리적 공포는 정부의 합리적 대응을 통해서만 진정됩니다.

 

의사들 같은 전문가들이 많이 착각하는 게 있어요. 병원 가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환자들이 원하는 건요. 치료만큼이나 원하는 건 안심 시켜 달라는 겁니다. 내가 어디가 아픈지 얘기해달라 얘기하고 혹시나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해주길 바라는데 의사는 내가 이 병에 대해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딱 한 마디 하죠. “안 죽어요.” 그런 일을 겪어본 분들 많을 겁니다. 의사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흔히 보이는 태도죠. 내가 이 질병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닥치고 내 말을 들어라. 환자는 모르고 의사는 알기 때문에 내 말을 따라라, 예요.

 

그건 다른 문제에요. 한국의 병원비는 싸고 상대해야 하는 환자는 많죠. 대신 우리는 누구나 의사를 만날 수 있어요. 동전의 양면일 뿐이에요.

 

메르스 상황에서 다수 대중을 상대해야 하는 민주적 정부는 전문가의 오만에 빠지면 안 됩니다. 아까 크레이그 스펜서 사례를 통해 지적하신 대중의 불합리성만큼이나 위험한 거예요. 보건복지부에서 29일이든 30일이든 31일이든 상관없이 동선이 파악됐으면 시민들한테 그런 일이 있었고 그러니까 이 문제를 우리가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얘기를 해줬으면 됐어요. 근데 서울시가 35번 환자의 동선을 파악한 시점에서 보건복지부는 이 사실을 공표할 필요가 없고 공표할 의사가 없었어요. 거기서 좀 더 디테일하게 설명이 들어가면 박원순 시장이 보건복지부에 전화를 했어요. 그래서 이런 이런 일은서울 시민들이 알 권리가 있다라고 주장했어요. 설사 합리적으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30일의 상황이 전파력이 없다고 얘기할 수 있을진 모르나 그래도 시민들은 알 권리가 있다고 주장할 때 그럴 필요 없다는 입장이었죠. 사태의 본질은 거기 있어요. 의사 자신의 명예가 실추된 건 나중에 박원순 시장이 사과를 하든 해서 정리할 문제입니다. 지금의 쟁점은 의사 이전에 35번 환자한테 노출된 시민들이 이 사실을 알 권리가 있느냐예요. 나는 권리가 있고 서울시장은 그걸 알려줄 의무가 있다고 봅니다. 그게 21세기형 정부예요. 보건복지부는 아직도 권위주의에 매몰된 20세기 정부고.

 

저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아요. 블라지오 시장은 에볼라 관련 사태에 대한 기자회견을 10 24일에 해요. 그리고 번째 환자였던 크레이그 스펜서(Craig Spencer)가 밥을 먹었던 'The Meatball Shop'이란 식당에서 부인과 보건국장 Mary Bassett 박사와 식사를 합니다. 만약에 블라지오 시장이 식사를 한 후 크레이그 스펜서가 갔던 식당에서 밥을 먹었던 사람이 에볼라 바이러스 환자로 확진 판정을 받게 된다면 블라지오 시장은 잘못된 행동을 한 것일까요? 그는 과도한 대처가 안전한 대처라는 것을 몰라서 그렇게 행동한 것일까요? 박원순시장은 비유하자면 크레이그 스펜서가 들렸던 식당에서 밥을 먹고 지하철을 같이 탔던 사람들이 감염 위험에 노출되었다고 선언한 셈이에요. 두 나라 시장의 전혀 상반되는 대응이죠. 물론 박원순 시장의 대처는 열렬한 환호를 받았고 그 배경은 초기 대응이 부실했던 박근혜 정부의 무능에 대한 공포죠. 그렇지만 저는  박시장의 행동에 찬성할 수 없습니다. 그건 서울 시장이 아니라 동네 촌장이나 할 법한 수준의 조처에요. 박근혜 대통령은  관련자들을 질타하고 정부는 유언비어를 엄단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나설 수는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적어도 팩트 확인을 디테일하게 하고 조처들은 과학적 사실에 기초해야 했어요.

 

듣고 있습니다.

 

보건당국이 그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 것이 맞는 프로토콜이라고 생각했다면 그건 알리지 않아야 하는 거예요. 만약 그런 프로토콜이 잘못되었다고 박원순 시장이 이의를 제기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그럼 어떤 프로토콜이 옳은지에 대해서 박원순 시장은 과학적 합리성에 근거에 주장해야 하는 겁니다. 단지 감염 가능성을 100퍼센트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의미 없는 정보를 공개하는 방식이 이 사태를 안정시키는데 도움이 된다고 보지 않아요. 박원순 시장의 주장대로라면 세상에는 행정이라는 것이 필요 없고 프로세스란 것도 필요 없죠. 우리는 낮은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모두 것을 다루는데 재원을 사용해야 하는 거죠. 박시장이 1500명의 관리를 현실적으로 어떻게 밀착감시할지 모르겠지만 그런 식으로 서울시 인력과 재원을 사용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놀랍게도 프로토콜이 없었다는 거죠. 보건복지부하고 서울시에서 각자 자신의 주장만 있었고 거기서 이런 상황에선 어떻게 공표를 해야되는지 말아야 되는지에 대해선 논의 끝에 결정하는 거였죠. 근데 박시장과 서울시와 보건복지부의 입장이 달랐어요. 거기서 결국 우리의 논쟁은 어느 쪽 선택이 옳았느냐에 대한 논쟁인 것이지 프로토콜을 떠났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죠. 29일에 35번 환자는 자신의 비염 증상이 발현됐었다고 얘기 해요. 그는 의사고 또 훌륭한 의사일 거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만일 제가 재건축조합 회의장에 있었고 그 사람과 나도 모르게 함께 있었다면 저는 35번 환자와 내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싶어요. 그 사람은 보균자였지만 아직은 증상이 안 나타났기 때문에, 당신은 그 사실을 알 필요가 없다고 보건당국을 말한다면, 저는 되묻겠죠. 그 판단을 왜 당신들이 내려주느냐. 저는 제가 보균자와 함께 있었다는 사실과, 그가 아직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서 감염 위험이 낮다는 사실까지, 다 알고 싶고, 거기에 따른 합리적인 판단을 스스로 내리고 싶습니다. 그게 서울시민들이 원하는  거예요.

 

아마도 대중들은 그 35호 의사가 참석했다는 재건축조합의 1500여명을 격리 관리하겠다는 박시장의 조치를 환영하겠죠. 하지만 많은 의료 전문가들은 그 조치를 포함한 서울시의 대응에 분노하고 있을 겁니다. 박근혜의 방식이 시대착오적 권위주의라면 박원순의 방식은 전형적인 대중영합주의에요. 의사는 자기가 생각하는 프로토콜을 지켰음에도 불구하고 1500명의 대중을 감염시킬 위험한 행동을 한 굉장히 부도덕한 의사가 돼버렸어요. 그리고 그 1500명의 대중은 공기감염 사례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감염 가능성이 높은 대상군이 되어버렸죠. 그리고 한국은 메르스를 아무렇게나 방치하는 수준의 나라가 되어버렸어요.

 

메르스 사태에서, 그 의사의 명예나 국가의 이미지가 중요하냐고요.

 

중요하죠. 의사의 명예는 작지만 그 명예가 망가지는 방식은 중요해요. 우리의 문제가 뭔지 알 수 있으니까요. 국가의 이미지 역시 중요해요. 우리가 메르스에서 안전해지고 싶어하는 것 우리가 경제를 잘 굴러가게 하고자 하는 것 모두 다 잘 살고 싶어하는 것이니까요.

 

의사의 명예는 지켜져야 할 대상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메르스에 대한 확진과 행정부나 지자체나 또는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토론을 하고 있잖아요. 박시장이 의사의 명예를 실추하기 위해서 그 기자회견을 한 게 아니잖아요.

 

박원순 시장은 그 의사의 명예를 실추하기 위해서 기자회견을 한 게 아니라 자신을 대선후보로  부각시키려는  정치적 의지 때문에 오바하게 된 거죠. 그렇지 않고서는 1500명이란 숫자와 정황을 그렇게 선정적으로 발표할 필요가 없어요. 블라지오 뉴욕 시장이 서울 시장이었다면 그 1500명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그들이 머물렀던 회의장을 방문했을 겁니다.

 

물론,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정치적 야심이 있겠죠. 하지만 박시장의 야심 여부도, 우리가 토론하는 주제에서 벗어납니다. 중요한 건 시민의 권리거든요. 보건복지부처럼 그 어떤 특정한 바이러스를 가진 사람이 서울시내를 돌아다녔지만 아직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단 이유만으로 얘기하지 않아도 되는 정부를 지지할 것이냐, 시민들이 원하는 게 그것이냐. 아니면 바이러스 보균자가 돌아다녔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시민들을 믿어주는 정부를 지지할 것이냐. 정부가 자꾸 신뢰를 잃는 진짜 이유가 무엇일까요?

 

사실을 자꾸 숨겨서죠.

 

시민들을 믿지 않아서입니다. 신뢰는 상호적인 거니까. 시민들 먼저 믿어줘야 시민도 정부를 믿어줍니다. 박시장의 발표 이후에 병원 이름을 발표했더니 오히려 혼란이 줄어들었잖아요. 병원 이름을 발표하면 혼란이 가중된다더니.

 

박시장이 박근혜 정부의 대응 태도를 전향적으로 바꿔놓은 건 인정할만하죠. 병원 이름을 공개한 것도 잘 한 것이죠. 그러나 박시장의 발표 이후 언론들의 반응을 보면 평온한 반응이 나타난 게 아니에요. 오히려 반대죠. 국내 언론을 포함한 전세계 언론이 박시장의 무개념 의사의 1500명 접촉설을 그대로 받아서 보도했어요. 외국 언론의 초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삽질로 초기 대응을 일관한 보건당국이었어요. 하지만 여기에 불을 끼엊는 것은 박원순 시장의 감염의사는 1500명 접촉설이었요. 이제 한국은 아무 통제 없이 메르스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곳이 되어버렸어요. 국내건 해외건 언론이란 그런 겁니다. 그 발표가 있으면 그렇게 받아 쓰는 것이 언론이에요.

 

뭐 어쩔 수 없겠죠. 언론의 파생효과까지도 계산해야 되긴 했겠지만. 결국 오늘의 토픽의 핵심은 우리가 원하는 정부의 책임자가 이런 식의 아웃브레이크가 발생했을 때 정보의 공개를 어떻게 해야되냐란 논쟁에서, 저는 박시장처럼 정부가 갖고 있는 정보를 최대치로 공개하고 대신 국민들한테 그것에 대해 대응하는 적절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는거라고 생각합니다. 현 정부는 어떻게 하느냐. 정보 공개를 하지 않고 대신 가이드라인도 제시하지 않으며 자신들이 그어놓은 가이드라인 밖으로 나간 정보가 공개되면 그 사람들을 비난해요. 유언비어를 확산시켰다고.

 

신기자가 말한 대로목숨이 달린 일에는 과도한 조치가 가장 안전한 조치일 겁니다. 하지만 그것은 개인적 영역에서 그래요. 과도한 조치는 그저 과도한 조치일 뿐이에요. 그런데 목숨이 달린 사안일 때 대중에 영합하는 정치인이 등장하게 되죠. 박원순 시장의 발언 내용을 보면 분명한 대중영합주의에요. 적어도 박시장은 정교한 사실관계를 확인했어야 했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어야 했어요.

 

사실 그것도 동의하게 돼요. 이사님 말씀하신 것처럼 그 의사를 대상으로 정교한 사실 확인을 했었으면 좋았겠죠. 그런데, 지금 우리한텐 박시장의 거칠지만 책임지는 결단 정도도 감지덕지한 것 아닌가요. 우리, 아까 문자 받았잖아요. (이 잡담은 지난 6 6일 토요일 오전에 진행됐다) 정부의 재난 문자. 메르스 사태 한 달만에 정부가 처음으로 국민들한테 제시한 가이드라인이, “손을 깨끗하게 씻으라는 겁니다. 참 합리적이네요. 정부와 정치인이 국가 재난 사태에서 위험을 무릎쓴 결단을 내리지 않고 합리의 가면 뒤에 숨으면, 위기는 극복할 수 없습니다.

 

그러게요. 지금 이곳 로비가 쩌렁쩌렁하게 울릴 정도로 문자가 울리네요. (이 대화가 이루어진 것은 6월 6일 오전이다)

 

이게 무슨 코미디냐고요. 우리가 원하는 정부는요. 우리를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시민으로 대해주고 그거에 적합한 정보를 제공해준 후 합리적 선택을 유도해주는 겁니다.때로는 그 공포가 확산됐을 경우에 아까 오바마 대통령이 했던 것처럼 그 공포를 진정시킬 수 있는 퍼포먼스도 해주고. 그런 리더를 원하는 것이지 국민한테 정보를 숨겨. . 얘네가 더 알면 불안해서 공포에 떨거니까. 얘네는 불합리한 존재니까 정보를 최대한 숨기는 걸 바라는 게 아니라고요.

 

저는 박근혜 정부가 대응하는 방식이 아버지 세대에나 가능할 시대착오적인 권위주의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하지만 박원순 시장의 행동은 전형적인 대중영합주의 즉, 포퓰리즘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의 입장에서 어떤 정보든 듣고 싶고 불안해하는 상황에서 정부든 정치인이든 거기에 영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보세력을 다루는 방식을 떠올려 보세요. 대중은 과도한 조치가 가장 안전한 조치라고 주장하는 독재자들에게 형식적인 지지 뿐 아니라 실질적인 지지를 보냈어요. 독재자들은 충분하지 않은 증거들을 조작해서 진보 인사들을 고문하고 탄압하고 심지어 사형대로 보냈어요. 그게 작지만 발생 가능한 위협 요소를 제거하는 가장 안전한 방식이라고 주장했죠.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이유도 성장과 안보를 위한 과도한 조치들에 대한 향수가 깔려 있다고 저는 봅니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그 과도한 조치들로 인해서 피해자들이 생깁니다. 그 피해는 목숨이기도 하고 명예이기도 하고 사회적 효율성이기도 해요. 하지만 본질은 같아요.

 

제가 어떤 전염병에 걸렸으면 국가가 지정해주는 병원에 가서 치료 받길 원해야 합니다. 가족들한테 전파시키고 싶지 않으니까 자가 격리를 원하고. 그런데 지금 사람들의 태도는 어떻냐면 정부도 믿지 못하고 병원도 믿지 못 해요. 내가 아프다고 하면 국가가 나를 치료해 줄거라 믿지도 않아요. 왜일까요. 결국 1년 전 4 16일 세월호 사태와 이어집니다.

 

정부가 개인을 지켜주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있죠.

 

세월호때부터 정부 조직, 국가 시스템에 관한 국민들의 신뢰가 내파돼 있는 상태인 거죠. 그 상황에서 이런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니까 숨어있던 균열들이 드러나고 있는 거예요. 사람들이 정부를 믿지 못하고 서로도 믿지 못해요. 외국인들이 그래요. “한국인들은 왜 마스크를 쓰지 않느냐.” 일반 마스크 써도 메르스를 막을 수 없다며 N 무슨 마스크를 사려고들 난리잖아요. 그런데, 마스크는 내가 아니라 상대를 보호해주려는 겁니다. 그럼 왜 상대를 보호해주냐. 그렇게 모두가 모두를 보호해주면 병의 전파 가능성이 줄어들겠죠. 그런데 우린 나를 지키려고 하다 보니 아무도 보호 받지 못해요.

 

만약 공기 내 전파가 되고 있다면 그건 전형적인 '구성의 오류'.

 

한국 사람들은 내가 걸렸으면 나 골프치러 갈 거야. 남이 걸렸으면 나도 걸릴까봐 난리인 상황인 거예요. 지금 한국 사회는 정부도 믿지도 않고 서로를 믿지도 않고 가장 이기적인 선택들만 난무하는 사회예요. 메르스가 드러낸 건 바로 그런 이겁니다. 세월호 참사가 남긴 후유증이 이렇게 메르스 사태로 나타난 겁니다.

 

저는 미국 사회가 에볼라 사태에서 보여줬던 집단지성이 바로 미국과 다른 곳을 차별화하는 사회적 수준이라고 생각해요. 파악하지 못한 전염질환이라는 재난을 대처하는 21세기의 과학적 합리주의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우리의 경우에는 대통령과 정부가 위기에 대응을 제대로 않자 다른 한 편에서는 대중영합주의가 작동하죠. 예를 들어서 메르스가 공기 중 감염이 된다고 판단해서 마스크를 쓰는 것이 과학적으로 필요하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죠. 그렇지만 일반 지역 사회 감염이 전혀 발병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국민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행동이 합리적일까요? 물론 개인의 차원으로 보자면 감염 가능성은 줄겠죠. 하지만 저는 그것이 과학적 합리주의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 지나친 조치들은 그냥 사회를 패닉으로 만들 뿐이에요. 그리고 그 패닉의 결과는 우리 스스로가 감당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어마어마해서 막상 나타나면 감당할 수 없어요. 무지와 무능의 대가죠. 물론 약간의 사소한 위험조차도 막겠다는 각오로 마스크를 쓰는 개인을 뭐라고 할 순 없죠. 그렇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서 전국민에게 마스크 쓰라고 하는 나라나 증상이 나타나기 전 참석했던 큰 행사장의 1500명을 격리하겠다고 시장이  나서는 나라가 정상이라고 보여지진 않아요. 개인이 1만큼의 위협으로 10으로 과장해서 행동하는 것은 나름의 합리성일 수 있지만 거기에 공공영역이 편승하는 것은 무지한 것일 뿐이에요.  물론 세월호 참사에서 보았듯이 정부가 개인을 보호하지 못한 장구한 역사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그런 조치가 잠시 동안 대중의 환호를 받을 순 있어요. 하지만 그런 사회적 맥락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대안 세력은 과학적으로 정확하고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는 방식으로 나서야 하는 겁니다. 저는 박원순 시장이 안타까워요. 사태가 진정되고 나면 지금의 환호는 가라앉고 냉철하게 돌아보게 될 겁니다. 디테일하고 조금 덜 대중영합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했더라면 박근혜 대통령보다 아니 야당의 그 어떤 정치인보다 훌륭한 정치적 리더십을 보이는 정치인에 올라섰을 거예요.

 

그래도 박원순 시장은 100점은 아니어도 70점은 맞았다고 생각해요. 방향은 옳았거든요.

 

저는 박원순 시장이 공개한 정보에 부여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상황에 패닉하고 책임자들에 분노한 대중의 입맛에 영합했을 뿐이죠. 또 한 가지 부연하자면 그 의사의 명예가 떨어진 것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고 의사의 명예가 떨어지게 된 과정이 중요한 거에요. 과정이 지극히 대중영합적이며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니라는 게 문제에요.

 

저 역시 박시장이 이걸로 정치적인 득점을 노린다면 70점이 아니라 0점을 줄거예요. 이게 마치 영웅적인 행동이었던 것처럼 포장하려고 들면, 역풍이 불겠죠. 다만 박시장은 이 결단으로,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정치인이란 걸 입증했다고 봅니다. 전문가적 합리성과 대중의 합리적 공포 사이에서 정치인은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대부분 비겁하죠. 박시장은 용감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그런 리더예요.

 

저는 박원순 시장이 동네 마을 촌장같다는 생각을 해요. 촌장으로서의 선의는 있을지 몰라요. 하지만 디테일은 없어요. 박시장의 행동으로 박근혜 정부는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어요. 박대통령은 지지율에 민감한 사람이니까. 아세요? 많은 감염전문가들이 휴교에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교들이 휴교 중이란 거. 정치인 출신인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휴교를 고려하겠다고 했어요. 소위 '과도한 조치'를 통해 '안전한 결과'를 의도한 거죠. 그것이 의학적으로 나쁜 선택이라고 보건복지부가 반대했지만 이미 삽질을 많이 해버린 복지부의 말은 아무도 듣지 않았고 결국 많은 학교들이 교육감의 동의로 휴교를 하게 됩니다. 많은 감염전문가들은 이 조치가 청정구역에 있던 깨끗한 어린이들은 관리 하에 두는 대신 위험상태로 밀어 넣은 것으로 해석해요. '과도한 조치'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죠. 이번 사태로 제가 다시 보게 된 것은 안희정 지사에요. 박대통령이 조장하고 박원순 시장이 만들어 놓은 병원이 가해자가 되어버린 구도를 안희정 지사가 그들이야 말로 지금 사태의 해결을 위해 가장 노력하고 있는 당사자고 피해자인데 가해자로 둔갑한 상황일 뿐이라고 정리했죠. 세월호 비극과 마찬가지로 메르스 사태도 우리 사회와 정치의 민낯을 드러내게 만든 사건이 될 겁니다. 아무튼 메르스 사태가 빨리 정리되고 안정을 취하기를 기도해봅니다.

 

JO&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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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동조와 신기주 KIM&SHIN

제로금리를 허하라



신기주(이하 주) (호들갑을 떨면서미국이 9월에 금리를 올리다면서요이거큰일난 거 아니에요이제 다 망한 거야우린 다 죽었어.

김동조(이하 조) (비웃으며) 그렇게 “다 망했다”고 말하는 비관론자들이 있죠.

제 주위엔 너무 많아요. 지난 어린이날에, 예전에 일했던 G모 잡지의 이모 편집장님이 전화를 하더니,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하반기에 한국 경제는 IMF 때처럼 다 망한다는데 사실이냐”고 다짜고짜 묻는 거죠.

(그 분이 누군지 안다) 고생하셨어요. 그래서 뭐라고 하셨어요?

그렇게 비관론을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한국 경제에 관련한 지표들이 청신호와 적신호가 교차하는 측면도 있지만, “미국 금리 인상이 한국 금리 인상으로 직결된다고 단순화시킬 필요는 없다”고 말씀 드렸죠. 그랬더니, 한 말씀 하시더군요. “넌 말이 너무 어려워. 끊어.

(측은한 눈길로) 고생하셨습니다.

(눈물을 글썽이면서) 어린이날에 맴매 당한 기분이랄까. 그래서 오늘 이사님 도움을 받아서 복수혈전을 한번 벌여보려고요. 쉽고 간결하게, 미국 금리 인상과 한국 금리 변동과 하반기 경기 예측을 일목요연하게. G모 잡지의 이모 편집장님, 이걸 보시라. , 보나마나, “너흰 너무 말이 어려워”라고 하실라나.


비관론은 명쾌하지만 허점이 있다


사실 비관론자들의 논리는 심플하잖아요.

대신 겉보기엔 인과 관계가 훨씬 간결하고 명쾌하죠. 상식 수준에서 쉽게 이해되니까.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비관론에 휩쓸려서 겁을 짚어먹게 되는 거고.

그러니까,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우리나라도 따라 올려야 된다'가 논리의 시작.

한국도 기분 금리를 올리면, 시중 은행의 대출 금리는 더 빨리 올라가면서, 이미 1100조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버블이 폭발하고, 다 망한다.

근데 그렇게 말하는 분들은 사실 금융 공부를 제대로 안 하는 분들이에요. 미국의 금리 인상 싸이클이 지난 30년 간 네 번 있었어요. 88, 94, 99년 그리고 2004년이죠.

그 중에선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역전된 경우까지 있었죠.

금리인상을 할 때 미국 경제와  금융 시장에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예를 들어서, 2004 6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주가가 좋았고 한국 역시 자산 가격이 많이 올랐어요.

2008년에도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약간 있었죠. 금리라는 건 기본적으로 다른 나라가 올리기 때문에 올리는 것이 아니라 나의 경제상황이 올려야 하기 때문에 올리는 것이에요. 미국 경제와 가장 동조화되어 있는 영국마저도 통화 정책의 시차를 보면 앞서거니 뒤서거니 제법 차이가 나요. 96년에는 영국은 금리를 올렸지만 미국은 올리지 않았고, 미국은 2004 6월에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지만 영국은 2003 11월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죠. 캐나다의 경우를 보면 2004년을 빼면 미국 통화정책과 거의 따로 갔죠.

그렇다면 일단 비관론의 첫 번째 논리가 깨지네요.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 금리는 반드시 올라간다. 미국 금리보다 더 중요한 기준은, 한국의 경제 상황이다. 분명 자넷 옐런은 금리 인상을 암시했습니다. 올 해 안에는 금리를 올려야겠다라고 얘기를 해버렸죠. 사뭇, 나는 금리 올리고 싶어서 너무 미치겠는데 지표가 혼미하긴 해. 그래도 올해 안엔 금리를 올리고야 말테야. 이런 것 같죠. 그럼 시기는? 9월이요? 12월이요?

옐런 발언을 미뤄 짐작하면 9월이 될 가능성이 조금 더 높죠.

올 해 안이잖아요. 12월 왜 안돼요?

12월에 올릴 거면 굳이 올 해 안에 올려야겠다고 얘기할 필요가 없었을 것 같아요.

하긴. 9월 지나서 얘기해도 늦지 않았을테니. 하반기쯤 됐을 때. 벌써 얘기했단 이유는.

9월 가능성이 더 높아지지 않았나 싶네요.

하반기 한은의 스탠스가 궁금해지네요.

한은은 금리를 올리지 못할 거예요. 아니, 오히려 금리를 내려야 할 겁니다.


미국은 왜 금리를 못 올려서 안달일까



(뾰루퉁) 그런데 말입니다. 옐런은 왜 그렇게 기준 금리를 올리고 싶어할까요. 생전에 금리 못 올려서 한 맺힌 귀신이라도 붙었나. 아니면 임기 중에 금리는 꼭 한 번 올려보고 싶은 걸까. 운전대 잡았으니 좌회전 해보고 싶은 것처럼. 사실 지금 미국 경제 상황도 지표가 완벽하게 좋아지는 건 아니잖아요. 소매판매지수, 수출입물가지수가 다 기대치 이하였는데.

그렇지만 0퍼센트 금리를 계속 더 이상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에는 충분하다고 보는 거겠죠. 미국이 1분기 성장률이 나빠요. 그 부진한 성장률에 지나친 계절성이 있다는 논란이 있기는 합니다.

2014년 상반기에도 똑같이 계절 타령이 있긴 했죠. 어쨌든 지표는 해석의 여지가 있고 연준은 어떻게든 지표가 좋든 나쁘든 금리 인상의 신호로 해석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요. 금리 인상의 명분을 잡으려고 안달이죠. “미국 경제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누군가 말해줬으면 싶긴 한데. 아니면, “전세계 경제가 아직 나쁘다”거나. 세계 경제 생각은 하지도 않겠지만.

올리기 시작하더라도 그렇게 빨리 많이 올리지는 않을 거예요.

대단히 천천히 시장이 예측 가능하고 대응 가능하게 슬라이딩하게 올릴 것이다라고는 얘기했죠.

연준이 금리를 많이 올리려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기 전에 장기 금리가 많이 올라야 해요. 지금은 2년 단기 국채 금리와 10년 장기 국채 금리의 차이가 170비피 (1.7%) 밖에 안되거든요. 정책 금리를 몇 번 올려버리면 장단기 금리가 역전이 될 수도 있는 작은 격차죠. 보통 장단기금리가 역전되면 경기침체가 온다고 보기 때문에 좋지 않죠. 역사적으로 보면 마지막 금리인상에서 대략 30개월 정도가 지나면 경기침체가 옵니다. 경기침체가 오지 않을 정도로만 금리인상을 하고 멈추면 좋겠지만 경기가 나빠지는 것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보통은 과열된 경제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금리를 더 올리게 되죠. 연준 입장에서 제일 좋은 건 금리를 인상하기 전에 장기 금리가 더 올라주는 거에요. 그만큼 펀더멘탈이 좋아지는 거죠.

결국 금리를 인상하고 경기가 과열에서 진정으로 다시 침체로 변화하는 시차가 문제란 건데요. 그렇다면 옐런의  금리 발언에 지나치게 한국 언론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일반 소비자들이나 일반 경제 참여자들, 한국 사람들 심리에도 과장된 영향을 미치게 된 건 아닐까요. 미국에서 금리를 올려서 미국 경기가 변동되는데도 30개월이나 걸리는데, 한국 경기에 당장 변화를 초래한다고 느낀다는 건 모순이죠.

미국과 한국의 경기 사이클은 크게 어긋난 적이 없기는 했죠. 소위 '디커플링'(decoupling)은 비교적 예외적 현상이긴 해요.

아까 G모 잡지의 이모 편집장님 말씀도 드렸지만, 옐런의 말 한 마디로 이미 한국 경기 심리가 얼어붙어버렸다고요. 한은 총재는 별말이 없는데 옐런이 금리를 높이겠다고 시사한 것만으로 이미 한은 금리를 올라간 것이나 다름 없는 구두 개입을 한 것처럼 된 거예요. 사람들 경제 심리가 벌써 어렵다는 게 느껴지거든요. 금리 올린대. 그럼 한은도 따라 올릴 수 밖에 없으니 그러면 돈을 쓰려고 했던 걸 멈추거나 부동산 사려고 했던 걸 안 사거나 하는 경향들이 지금 나타나요. 제 주변에서도.

잘 모르면 그럴 수 있죠.

한국은 한창 경기를 부양해야 할 시점인데, 먼저 반환점을 돈 선수들이 달려 온다고해서, 오던 길을 당장 되돌아갈 수는 없는거잖아요.


한국은행은 금리를 더 내릴 수밖에 없다


저는 한국은행은 다음 달 6월에 금리를 인하할거라고 매우 확신하고 있는데.

인하해야 된다예요, 인하할 거라는 거예요?

둘 다죠.

왜요?

지표들이 나빠요. 1월에는 수출이 -10% 하락하고 산업생산이 1.8% 전년대비 올랐던 것에 불과했는데 한국은행의 포지션은 경제가 곧 좋아진다였어요. 일관적인 스탠스죠. 그런데  2,3월에 수출이 -15%, -8%로 나빠지고 산업생산도 -5%, 0% 이렇게 되면서 한국은행이 굉장히 궁색해진 상황에서 며칠전 나온 4월 산업생산이  -2.7% 하락하면서 치명타를 날렸죠. 5월 수출은 -10% 하락하면서 마지막 한방. 5월 수출이 크게 하락한 건 의미가 커요. 2014년 5월 수출도 하락했거든요. 기저효과를 감안했는데도 하락했다는 거죠. 지금의 수출과 생산  부진은  한국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에요. 아시아 전역이 수출이 나빠지고 있어요. 아시아 국가 대부분이 수출지향적인 구조인데요.

아시아에서 생산한 물건을 사줄 유럽하고 미국 경기가 기대만큼 되살아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선, 수출이 되살아나긴 어렵죠.

수출이 떨어지니까 투자를 줄이고 투자를 줄이니까 생산이 줄고 생산이 줄어드니까 성장률이 떨어지고. 그러니까 당연히 기업 수익이 나빠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거든요. 재미있는 건 이 상황을 야기한 가장 큰 주범이 엔화 약세라는거죠. 그래서 일본의 산업생산이나 수출지표를 보면 꽤 건강하고 괜찮아요. 그래서 일본이 살아나는 대신 아시아가 초토화되는. 엔화 약세때문에 수출이 줄고 수출이 주니까. 사실 한국은 중국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에 중간재 수출이 많은 나라거든요. 근데 걔네들이 수출을 못 하니까. 역내에서 수출이 안 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거예요. 이런 국면을 타개하려는 의지가 가장 적극적인 나라가 중국이에요.

중국은 어떻게 하고 있어요?

중국은 각종 방법으로 유동성을 풀고 있죠.

중국식 양적완화를 하고 있다는 거죠.

중국은 아직 기준금리가 높기 때문에 국채를 매입할 필요는 없지만 지준율을 낮추고 기준금리를 낮추고 국영기업에 펀딩 코스트를 낮춰주고 이런 식에 굉장히 전면적인 완화 정책을 취하고 있어요.

근데 문제는 중국도 부동산 거품이 찰 때까지 차 있는 모양이던데.

그래서 부동산은 더 이상 부양이 어려우니까 주식 시장을 부양하고 있죠. GDP 대비 주식 시장의 사이즈가 중국이 작은 편이거든요.

아직 여지가 있고. 부동산은 꼭대기까지 찼으니 못 건들고.

그래서 주식시장을 풀어주다가 개인이 뛰어들어서 과열 되는 것 같으면 마진을 규제한다는지 하는 방식으로 진정히시키죠. 하지만 너무 위축되는 것 같으면 다시 주말에 금리 내린다고 발표하고. 이런 상황에서 중국 주식 시장이 올 해만 60% 이상이 올랐죠.

그렇단 얘기는 한국은행도 다음 달에는 금리를 낮춰서 그 사이클로 들어가야 한단 얘기인 거잖아요.

안철수 의원이 혁신위원장을 마다한 이유는 혹시라도 혁신이 성공하게 되면 성공의 과실은 문재인이 따먹고 혹시라도 실패하게 되면 책임은 자신이 떠안는 게 싫어서 잖아요. 문제는 지금 한국은행도 안철수 의원과 똑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거죠.

(과거 안철수 지지자로서 꼬리를 내리면서) 금리를 낮췄는데 경기가 살아나면 재주는.

맞아요. 금리를 낮춰서 잘 되면 최경환 부총리와 박근혜 대통령이 가져가고 잘못되면 덤터기는 다 한국은행이 쓸 거라는 두려움이 있어요. 근데 분명한 건 그런 두려움이 있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죠. 그래서 이제 크루그만은 디플레이션 시대에선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뺏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거죠. 지금은 한은이 그렇게 애매모호한 태도로 버티기엔 지표가 너무 나빠요. 그럼 또 한국은행이 책임을 져야 하는데 또 그건 싫으니 금리를 내릴 겁니다.

주 결국 아무리 그래도 지난 달, 지지난달 동결이었으니 이번 달은 0.25 정도는 낮출 것이다. 그럼 1.5가 되는 거죠. 그것만으로 충분할까요.

저는 안 충분하다고 봐요.

그러면 어디까지 내려야 되는데요? 제로? ?

제일 좋은 건 제로 금리로 빨리 가는 거죠.

제로 금리를 허하라?!

호랑이가 나타났어요. 그래서 총을 쏴서 호랑이를 죽이고 싶은데 총알이 다 떨어지면 어떡하나, 하는 공포감이 있어요. 최악의 상황은 총알이 떨어질까 걱정에 총을 안 쏘다가 결국 호랑이한테 물려 죽는 거죠.

총알을 아끼다가.

그래서 총을 막 쏘기 시작할 때는 내 팔 하나 다리 하나는 호랑이한테 먹혀서 없는 상태.


제로 금리를 허하라



여기서 중요한 건요. 경제는 타이밍이니까. 금리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한데 최적의 타이밍은 이미 놓쳤어요. 이사님하고 많이 얘기했지만 2년 전부터 낮췄어야 하는 거였어. 하지만 이제 낮추기는 시작했어. 지금부터 얼마의 속도로 빨리 낮춰야 되느냐. 이게 바로 예술이잖아요. 이번 달에 0.25 낮춰. 만약 그렇다면 그 다음달에 또 동결일 거 아니에요. 낮췄는데 두고 보자고 할 거고. 그러면 보죠. 6월에 낮춰. 7월에 동결. 8월에 한 번 낮추거나 동결. 9월에 미국이 금리를 올려. 이때부터 이제 수없이 많은 논란이 일어날 거예요. 미국 금리는 올렸는데 그러면 당연히 자본유출 일어나는 거 아니야? 자본유출이 실제로 전혀 안 일어나진 않을 거예요. 일부 자금은 돌아가겠죠. 그러면 그 때 한은한테 이거 어떡할 거야. 금리를 올려야 되는 거 아니야? 라는 압박이 있을 것이고.

채권 시장에서 금리 차이로 양국간 자금이 움직일 것이란 것 채권 시장을 잘 모르는 순진한 자들이죠. 그 나라의 통화정책, 환율의 움직임, 성장률 여러 가지 요인이 영향을 줘요. 양국간 금리격차는 중요하긴 하지만 절대적인 요인은 아닙니다.

기자들은 흔히 그렇게 단순화해서 기사를 쓰죠. 그게 독자들이 이해하기도 편하니까. 비관론자들의 논리가 먹혀 드는 지점이죠. 낙관론보다 이해하기가 쉽거든요.

그건 마치 인구 변화 때문에 집값이 떨어진다고 단언하며 똑같은 주장을 수년 째 하는 것과 다르지 않아요.

지나친 단순화라는 거죠.

금리가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경기가 나쁠 것 같으면 떨어지는 거예요. 우리나라 경제가 좋지 않아서 금리가 계속 떨어지는데 미국 경제가 너무 좋아서 우리 금리가 그 경로를 따라가 금리가 높아지진 않는단 말이죠. 우리는 이미 1% 대 물가 증가율을 보이는 나라에요. 금리가 크게 오를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다면요. 굉장히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텐데요. 6,7,8,9월 올 여름에 한은이 금리를 낮춰요. 하지만 금리를 낮췄다고 해서 바로 경기가 좋아지는 건 아니잖아요.

아니죠.

분명 2분기 실적이 나빠질 거고 그럼 7,8월 정도에 추가 인하를 하란 얘기가 나오거나 최경환 부총리하고 둘이 양 쪽에서 경기부양을 네가 할래, 내가 할래 하고 싸우겠죠. 그러다가 7,8월에 금리를 동결시키면서. 미국이 금리를 높이는 그 타이밍에 한은은 우연찮게도 그 때 또 낮춰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거예요. 그 타이밍에. 부딪친다는 거죠.  

그럴 수 있죠.

9월에 미국은 금리를 올리는데 한은은 금리를 내리는 장관이 연출될 것이냐. 그만큼 한은이 배짱이 있을 것이냐. 그 때 미국이 금리를 올려버리면 한은이 멈칫하면서 금리를 또 낮춰야 되는 상황을 놓칠거라는 거죠. 그러면서 하반기 경기가 더 어렵고. 3분기에 경기 실적이 나빠지고. 그 사이에 일본은 금리를 끊임없이 낮춰서 엔화를 약세로 만들어서 장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니. 말하다 보니, 한국 경제는 금리는 낮춰질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경기 자체는 하반기에도 그다지 나아질 가능성이 없네요. 비극이다.


금리 인상은 청신호다


지금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이 어떤 국면인지 좀 알아야 하는 것이 작년 중순의 테마는 구로다와 아베가 주도하는 엔화 약세였어요. 작년 말과 올 해 초는 드라기가 이끌어낸 유로화 약세였어요.

슈퍼 마리오.

이제는 옐런이 움직이기 시작하려고 하고 있는데 금리를 미국이 왜 올리냐를 질문해봐야 돼요. 금리를 올리면 당연히 시장 유동성이 줄어들죠. 경제가. 초기 금리인상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 사실 주가가 가장 건강하게 오르는 건 금리 인상 국면이에요. 그리고 버블은 금리 인상 국면의 끝에서 붕괴돼요.

자산 버블을 일으키는건 금리 인하지만, 자산 버블을 끓어오르게 만드는 건 금리 인상이란 거네요.

물론 인하 국면에서는 소수의 현자만이 주식을 사서 폭발적인 랠리를 즐겨요. 그 때는 공포감이 클 때라 주로 매도헷지를 걸어놓은 사람이 많고 주식의 순매수자는 별로 없어요. 근데 보통 대중이 참가하는 폭풍 랠리는 금리 인상 국면이에요. 긴 추세의 끝까지. 아직 추세의 끝, 진짜 축제는 시작되지 않았어요.

그렇다면 질문은 두 가지가 생겨요. 일단 하나는 그래요. 지금 미국은 왜 금리를 올리는가를 물어봐야 된다고 했잖아요.

만약에 올린다면 그건 단순하게 얘기하면 미국 경제가 좋기 때문이에요.

미국 경제를 망가트릴 수도 있잖아요. 지금 얘기한 거에 따르면 사실 미국 경제가 좋기 때문에.

2004년에 그린스펀이 금리를 올렸을 때를 생각해 보죠.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그린스펀을 비난하잖아요. 왜 빨리 안 올렸냐고. 그 당시에는 그런 사람들은 별로 없었어요,  그 당시 많은 전략가와 애널리스트들은 예상보다 너무 빨리 금리를 올린다며 놀랐죠.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그럼 사실 그 얘기는 역설적으로 경기가 좋기 때문이다라는 거죠. 다만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의장처럼 시장 전체를 내려다보기보단 자기 밥그릇만 보기 때문에 체감 경기가 나쁘죠. 시야의 차이 때문에 금리 인상이 경기 호황을 뜻한다는 걸 모르죠.

초반에는 불 조절을 할 거라는 공포감 때문에 냄비 속에 라면들이 춤을 추죠. 하지만 면발이 건강하다면 버텨내는 거죠. 알맞게 라면이 익습니다.

하지만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면.

불조절을 하든 물조절을 하든 해야 맛있는 라면이 끓여지죠. 너무 계속 끓여만 대면.

풀어져버리고요. . 아니 흔히 얘기해서 금리 인하하고 경기 건강성과의 관계는 경기가 나쁘기 때문에 금리를 인하한다. 근데 지금 이사님 말씀은 경기가 좋지만 금리를 인상한다는 거잖아요. 그 미묘한 차이를 이해해야 지금 말하자면 시그널이 교차하는 국면에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인데.

저는 노무현 정부가 잘못한 것 중에 하나가 인위적 경기 부양을 하지 않겠다, 라는 선언을 한 거라고 봐요. 그게 자기 발목을 잡았어요. 모든 경제 정책 특히 통화 정책이나 재정 정책은 인위적 경기 부양이자 인위적 경기 진정이거든요.

사실 결국은 시장에 대한 잘못된 이해였겠죠. 시장이 자동으로 작동한다고 생각하는 어떤 신화가 존재하는데, 아니잖아요. 아까 얘기한 것처럼 라면이 그저 끓여지는 것이 아니고 불을 키우고 물을 넣고 해야 하죠. 누군가는. 그게 한은이고 정부고. 하지만 끓여지는 건 시장 안에서. 그걸 이해했어야 하는 것인데.

경기가 안 좋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정책은 결국 남의 걸 뺏어오거나 즉 인위적 환율 정책을 쓰거나 금리를 낮춰서 미래의 현금흐름 즉 소득을 땡겨 쓸 수 있을 뿐이에요. 쉽게 말하면 경기부양이란 게 사람들을 자극하는 것인데. 금리를 낮춰주면 내 미래 소득을 미리 가져와서 지금 대출 받아 소비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산 가격이 올라서 부자가 된 기분이 들어서 소비를 늘리게 되죠. 금리를 낮췄더니 대출이 늘어난다고 걱정하지만 금리를 낮췄더니 대출이 늘어나지 않는 세상이 훨씬 더 위험한 겁니다.

그게 디플레이션이죠.

금리를 낮추는 이유는 사람들이 레버리지를 써서 소비를 하고 그래서 경제가 살아나서 궁극적으로 소득이 늘어나게 하려는 겁니다. 그게 자연스러운 현상인 거예요.


두려워할 건 미국 금리 인상이 아니라 한은과 시장의 불합리한 선택이다


사실 이렇게 생각하면 돼요. 가계 부채 문제에 대해서 사람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외환위기 때의 공포와. 학습효과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부채가 있어. 그 부채를 터뜨리면 경기 전체가 붕괴되기 때문에 정부가 막아주거나 일정 정도 부채를 관리해 줄거라 믿었는데 은행이 망가지니까 다 한꺼번에 유동성을 걷어들여서 가계가 다 나앉아버리게 만드는 외환위기 상황을 겪어놓고 봤더니 그것 때문에 가계 부채가 무너졌다고 생각하는 거죠.

유럽에서 금융위기가 터졌잖아요. 사람들은 그게 그리스와 같은 국가들의 은행 위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 위기의 본질은 그리스의 국가 부채 문제였어요. 그럼 그리스나 이탈리아나 포르투갈이나 국가 부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 독일 같은 나라가 제시하는 하나의 방법은 재정지출을 줄이라는 겁니다. 사회를 더 경쟁적으로 개혁하라는 거에요. 미국의 경우도 재정적자 문제가 심각했지만 미국 재정 부채가 과감하게 줄어든 최근의 모습은 미국 경제가 회복되면서 보게 된 겁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가계 부채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 경기가 회복돼서 소득이 늘어나는 수 밖에 없어요.

제가 그거 물어보려고 했어요. 가계 부채가 증가한다는 건 그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서 경기가 살아나서 사람들 소득이 일어나야 하는 것인데 문제는 그 기간 사이에 부채만 증가하고 소득은 늘지 않아서 가계의 이자 부담만 증가하는 거잖아요.

이자 부담은 금리를 낮추면 더 줄어들죠.

아차차. 금리를 낮추면 이자 부담은 줄어드는군요. 하지만 대신 그 기간 동안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 소득이 제대로 증가하지 않는다면요?

대신 사람들이 소비를 해서 경기가 회복되면 소득이 늘어나죠.

그럼 기업들이 재고를 밀어내면서 소비가 일어나게 되는 거 잖아요.

그것을 빨리 가자는 거죠.

그 선순환을 갈 때까지 그 말하자면 청신호와 적신호가 교차하는 과도기의 공포를 견뎌낼 수 있느냐가 문제군요. 그 시간 동안이 말하자면 경기의 지표들이 교차되는 시기잖아요. 그 시기에 확신을 갖고 누군가가 이쪽으로 가면 선순환이 일어나라고 얘기를 해줘야 된다는 거죠. 사실 합리적인 선택을 못하는 건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비합리적인 선택을 한 탓이죠.

총알은 한 10발 정도 있고. 호랑이는 앞에서 얼쩡거리고 있죠. 총알이 아까워서 총을 안 쓰다가 큰 아이는 잡아 먹히고 막내딸도 잡아 먹히고. 이러다가 총알은 갖고 있죠. 그래서 총을 쏘려고 했더니 자식들은 죽고 없을 수도 있어요.

좋아요. 그럼 제가 그린 그래프대로라면 9월부턴 점점 더 한은은 금리가 내려가고 미국 금리는 서서히 올라가는 게 하반기 또는 2016년 상반기까지 이어지게 될거라는 거죠. 그러면 그 안에 말하자면 선순환 구조가 나타나면 좋은 것이지만 안 나타나면 제로까지 가는 거예요.

세 가지 시나리오 정도가 가능하겠네요. 첫 번째는 한국은행이 가장 애타게 바라는 시나리온데. 미국 경기가 정말 좋아서 우리나라가 굳이 금리를 내리지 않아도 외부 수요가 많아지면서 수출이 늘어나고. 그럼 우리나라가 소비도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는 시나리오. 지금으로 봐서는 가능성은 거의 없어요. 그 정도로 회복할 것 같지 않고. 그 기간에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엔화는 더 약세로 갈 것이기 때문에. 두 번째 시나리오는 미국은 미국 나름의 자기 길을 가고 있는데 우리는 우리 길을 가지 못해서 결국 그 기다림은 무산되고 수출은 지금처럼 계속 부진하고 세계에서 밀리고. 미국이랑 일본은 계속 살아나는데 우리나라는 아시아 국가들보다 더 헤메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면이죠. 그래서 결국은 지지부진한 흐름이 이어지다가 결국은 금리를 더 낮추게 되고. 그래서 사람들이 우려했던 시나리오로 가는. 그래서 가계부채도 해결이 안되고 경기도 회복이 안되고. 아무것도 해결이 안되고. 금리만 결국 낮아지고.

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가계부채가 증가한 상태가 지속되면 사실은 정말 우려하는 최악의 국면이 이어지겠죠. 그 가계들이 부채를 1,2년 이상 정도는. 너무 장기적으로 부채를 감당하게 되면 이자부담 때문에 결국 경기가 망가지게 될 테니까요. 세 번째 시나리오는요.

어느날 한국은행이 과감하게 금리를 팍팍 낮춰서 하는 것인데. 역시 가능성이 없습니다. (웃으며) 이 분들은 그런 분들이 아니에요.

그럼 제로금리가 된다라는 세 번째 시나리오에서 제로 금리 시점은 언제쯤일까요? 지금 흐름으로 보면 내년 상반기? 1년 정도?

오래 걸릴 거예요. 한국은행 스타일로 보면. 그리고 우리가 제로 금리 상황이 된다는 건 우리가 아주 우울한 상황이 됐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래야죠.

어쩌면 진짜 문제는 제로 금리가 가능하냐 아니냐가 아닐 거예요. 한쪽에선 금리를 낮춰서 경기를 부양시키려고 하는데, 다른 쪽에선 공포를 확산시켜서 금리 인하 효과를 반감시키는 거죠. 그 공포가 한은까지 집어삼켜서 금리 인하 타이밍을 자꾸만 놓치면, 최악. 이미 옐런 발언으로 시장에 공포는 만연해 있어요. 누군가 물었죠. “하반기에 내가 집을 사려고 했었는데 지금 이런 상황이면 안 사야 되는 거 아니야?” “비관론자들 말에 너무 휩쓸리지 마세요”라고 그러면 “그럼 네가 책임질거야?”라는 말이 돌아오죠. 이미 공포는 확산되고 있어요. 누군가는 여기서 명확하게 한국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경기 부양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얘기를 해줘야 하는거죠. 생각해보니 우리가 하고 있네, 여기서.


경기 부양은 국가의 실력이다.



생각해보면 부끄러운 점인데. 국회의원들이 국회에 모여서 엄청나게 토의를 하고 한국은행 총재를 불러다 놓고 하는 국정감사를 보면 그 수준이 놀랍죠.

“놀랍지도 않다”는 표현을 이럴 때 쓰는 거군요.

박근혜 대통령도 아베의 환율 정책을 성토하니까. 근데 사실 타국에서 자국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서 환율 시장 개입이 아닌 금리를 낮추는 것을 비난하기는 굉장히 어려워요. "너희도 꼬우면 금리 낮춰"라고 하겠죠. 안 낮추잖아요. 물론 금리를 낮추는 것에는 여러 가지 부담이 있어요. 하지만 부담을 극복하고 올바른 경제적 결실을 맺는 것이 바로 정치적 리더십이잖아요. 누누이 얘기하지만 아베의 정치적 리더십은 하루 아침에 탄생한 게 아니에요. 총리직을 잃고 54개월 동안 절치부심하면서 얻은 결과물이에요. 그의 역사적 판단이나 위선적 행동은 되게 밉지만 지도자로서 그의 결단이나 선택은 굉장히 높게 평가할 수 밖에 없어요. 2년 전 쯤에 아베노믹스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계속 얘기할 때 비웃는 사람이 되게 많았어요. 작년에도.

이름 적어놓으셨어요?

하하.특히 작년 일본 경제가 잠시 비틀거렸을 때.

소비세 올렸을 때.

. 아베노믹스는 끝났다는 기사가 많았죠. 지금 일본의 분위기는 좋아요.

지난번에 갔다 왔을 때 느껴지더라고요. 한국이 뒤늦게나마 금리를 따라갈 수 있을 것이냐. 6월 금통위를 보면 알 수 있겠네요.

따라갈 겁니다. 이번엔.

안 그러면요?

자기들이 말한 게 숫자로 틀렸잖아요. 궁색해졌죠. 이번에도 안 내리면 한국은행이 앞으로 생긴 일의 책임을 다 한국은행이 져야 하니까 그런 상황이 되야 한국은행은 움직여요. .

경기의 흐름을 갖고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내리거나 재정부에서 정책을 쓰는 게 아니라 경기가 망가졌을 때 정치적 책임을 누가 질 것이냐. 정치적인 이유. 시장 이외에 불합리한 이유 때문에 정책이 움직이고 있단 얘기가 되는데. 굉장한 리스크인 것 같은데요. 정말 한은은 통계와 기준과 국제의 경기흐름을 보고 자신의 기준금리를 결정해야 하지만 이렇게 했을 때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를 갖고.

그건 100% 정권을 가진 사람이 책임져야죠. 지금은 정부가 아니라 중앙은행이 성장을 책임지는 매크로 환경이에요. 누가 한은 총재를 임명했나요?

지금은 현 정권이죠.

그 책임은 무조건 현 정권이 지는 거죠. 자연현상 금융현상 다 책임지는 겁니다. (웃으며) 심지어 한일전 축구 결과까지.

정부를 운용하는 건 정치권과 관료잖아요. 그런데 정치권과 관료 조직 모두 합리적이 이유로 기꺼이 불합리한 선택을 할 가능성이 엿보인다는거죠.

그게 그 나라의 국가적 역량인거죠. 물론 옐런을 불러다놓고 열리는 미국의 상하원 청문회도 뭐 수준이 그렇게 높다고 말을 하긴 어렵지만 우리나라 국회 청문회 같진 않아요. 금리를 내리면 야당의 반응은 가계부채가 있는데 왜 내리냐는 수준이에요. 행여 금리를 더 내려야 된다고 얘기하는 야당 국회의원을 지난 2년 간 보셨어요? 없어요.

솔직히 정치와 관료 조직의 후진성에선 일본도 한국보다 별로 나을 게 없어요. 그런데 일본이 지금 앞서가는 건 결국 아베 같은 사람들 덕분이죠. 그러니까 정권을 쥔 리더가 전체 국면을 이해하고 있느냐 아니냐. 달리 말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이런 경제 맥락을 이해하고 있느냐. 제가 보기엔 최경환 부총리는 이해하고 있어요. 하지만 책임자가 아니죠. 하반기엔 2017 4월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사임할 가능성까지?!

메르스 공포만큼이나 두렵네요. 컨트롤 타워는 없고 모두가 우왕좌왕.


JO&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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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동조와 신기주 KIM&SHIN


1. 리퍼트 테러는 발화점 

 

김동조(이하 조) 신기자님 새로 낸 책 재밌더군요. <장기보수시대> 잘 읽었습니다.


신기주(이하 주)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이사님도 책이 곧 나올 예정 아닌가요? 


 네. 제 책은 다음 주 정도에 나오죠. 그나저나 지난번에 리퍼트 대사가 테러 당했을 때, 발레하는 거 보셨어요?

 

 발레하는 건 못 봤고,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북치고 춤추는 건 봤네요.

 

20여명의 20대 초반 학생들이 나와서 쾌유를 기원하며 발레 공연을 하더라고요. 남자친구들과 놀고 싶었을텐데 그대신 공연을 하는 젊은이들은 대사님의 쾌유를 바라는 마음이 절실했나 봅니다.

 

외신을 보니까, 일본에선 캐롤라인 케네디 주일 대사를 상대로한 테러 협박이 있었다면서요. 마침 미셸 오바마 여사도 방일한 상황이라, 경호가 엄격해졌다고 하더군요. 한국에서 일어난 리퍼트 대사 테러에서 영감 아닌 영감을 받은 것 같다던데.

 

정말 가지가지 하네요.

 

지금 미일 관계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고 할 정도죠. 결국 아베 총리도 미 의회에서 연설을 하게 될테고. 그 얘긴 군사안보만의 문제가 아니죠. 결국 미국이 일본의 경제 회복을 도와줄거란 뜻입니다. 1980년대 일본 경제를 무너뜨린 것도 미국이었으니 수렁에서 꺼내주는 것도 미국인 걸로.

 

그 와중에서 한국에선 리퍼트 대사 테러가 터지고 이어지는 광풍. 이 사건이 난 다음에 보수신문 1면에 달았던 제목들이 대충 뭐. 한-미 동맹이 테러당했다든가 이런 식으로 표제를 달았는데.

 

참 신기하죠. 신문사마다 같은 헤드라인을 뽑아낼 수 있다는 게. “한-미 동맹이 테러당했다.” 그때부터 싸드 배치 문제가 보수 여당을 중심으로 집중 부각된 것도 눈여겨볼만 해요. 여기에 중국이 맞불을 놓으면서 AIIB 가입 문제까지. 모두가 리퍼트 대사 테러가 발화점이 돼서 우후죽순처럼 터져나온 이슈들이죠.

 

2. 웬디 셔먼의 오비이락

 


몹시 오버스럽고 조악한 시각이지만 그 시각에서도 김기종이란 사람을 진보 진영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볼 수 있는 여지는 많지 않을 거에요. 미국 정부는 이 사건을 당연히 개인적인 '일탈'로 볼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지금 이명박 정부 5년, 박근혜 정부 2년을 거치면서 한-미 관계가 삐걱거리는 느낌인데 차마 보수 진영에서 그걸 직설적으로 언급하기엔 불편한 상황에서 이런 사건이 터지자 보수 언론에서 더 오버해서서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이번 사건을 기회로 지금 한-미 관계를 재조명하려는 시도가 있는 거죠.

 

결국은 정치라는 건 생물이라서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 사건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잖아요. 이용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느냐인데. 박근혜 정부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걸 이용하고 있는 것 같아요.

 

국내 정치와 국제 외교.

 

그렇죠. 하나는 말씀하신 것처럼 외교적 관계에서 한-미 동맹을 병문안 외교로 확인하는 과정이 있죠. 두 번째는 내부 정치 상황을 해결하는 문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올라가고 이게 4.19 재보선까지 이어지는 정치 일정에서 어떻게 유리하게 이용되는. 내부의 보수 세력을 재결집시키는 이런 두 가지 아젠다가 있어요. 첫 번째 이슈는 사실 한-미 관계하고 연결돼있어서 재밌게 돌아가는 것 같아요. 요즘 일본에서 아베가 미국 의회에서 연설하는 게 화제잖아요. 미-일 관계는 MB 정부 시절의 한-미 관계 만큼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상태'인 것 같아요. 반면에 한-미 관계는 그렇지 않거든요. 우리한테만 안 알려져있는거지. 내부적으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있지만 국제적으로 보면 한국은 일본에 비하면 미국보다 가깝지 않은 상태라는거예요. 근데 이게 리퍼트 대사때문에 역설적으로 아니야, 우리도 너희를 엄청 걱정하고 병문안도 가고 나도 테러 당한 적 있어. 나도 칼 맞은 적 있어. 이런 식으로 하면서 한-미 관계를 재확인하는 계기? 가 된거죠. 물론 이걸 미국이 얼마나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재밌게 생각한 건 이 사건이 터진 초기에 왜 테러를 했는가란 분석에 중앙일보를 비롯한 많은 언론이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 차관의 발언때문일 수도 있다고 몰아가는 것이 재밌었어요.

 

그게 뭐예요. 하하. 오비이락이죠.

 

3. 미국 민주당은 한국 진보와 같은 마음이 아니다

 


김기종이란 사람은 진보 진영에서도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못하던 운동가였고. 그런 운동가의 개인적인 낙담과 좌절이 낳은 사건을 웬디 셔먼의 연설과 관련지어서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은 그만큼 웬디 셔먼의 발언이 보수 진영에게는 굉장한 충격이었다는 걸 의미하는 것 같아요. (웃으며) 재밌는 것은 우리나라 진보세력은 미국의 민주당이 같은 진보 진영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래서 그들이 우리의 진보적인 정책을 지지해줄 거라는 기대가 있죠.

 

아직도 그런 착각을요? 하하.

 

그게 깔려있어요. 오바마 행정부에 대해서는 <한겨레>나 <경향신문>의 논조가 상당히 우호적이에요. 그럴 필요 없는데.

 

클린턴 정부 때 핵전쟁 일으키려고 했던 거 기억 안 나나부죠.

 

웬디 셔먼의 연설문을 읽어 봤더니 메시지는 클리어하더군요. 마치 존 바이든 부통령이 한국에 왔을 때 “야, 줄 똑바로 서. 인생은 줄이야”,  라는 메시지를 던졌다가 오해가 있었다며 해명하는 해프닝이 있었던 것처럼 이번 메시지도 민족 감정을 악용해서 대중을 선동하는 정치인들이 동아시아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는 코멘트를 했죠. 연설 자체는 한국을 특정하진 않았지만.

 

한국을 특정한거예요.

 

(하하) 굉장히 불편하게 만드는 거죠.

 

사실 정확하게는 이명박 대통령을 특정한것인데. 근데 이게 재밌는건요. 박근혜 정부는 기본적으로 안보 보수잖아요. 수구 보수인거고. 반면 이명박 정부는 시장 보수였던거고. 그게 미국과의 관계에 내생적 변수가 되는건데. 지금 리퍼트 대사 테러가 안보 보수하고 시장 보수를 하나로 묶는 일종의 보수 결집 아젠다가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어쨌든 시장 보수는 미국하고 관계를 더 중시하고 안보 보수는 미국이 중요하긴 하지만 결국 필요에 따라서는 북한, 중국과의 관계로도 변화시킬 수 있는거고. 그게 사실은 박근혜 대통령 내지는 박정희 대통령의 외교 전략이었잖아요.

 

박정희 대통령 정치를 체험했던 사람은 40대엔 사실상 없는 거나 마찬가지죠. 79년이면 지금 40대는 대부분 초등학생이거나 10대 초반.

 

저는 서,너 살이었나.

 

2,30대들에게 박정희 대통령은 체험한 적이 없는 역사속 인물이죠. 그래서 지금의 관념으로 박정희는 보수와 친미일 것이란 착각을 하지만 사실 박정희 대통령 성향은 민족주의적 성향을 가지고 중앙계획형 개발 독재를 추구했던 사람이고 친미적 성향이 강한 사람은 아니었죠.

 

반미는 아니더라도 미국과의 긴장도 좀 있었고. 저는 다섯살 때 박정희 대통령의 정치를 보면서 참 걱정했던 기억이 나요. 하하하. 저 사람 저러면 안되는데.

 

(웃으며) 천재인데?

 

천재였는데. 참. 어쨌든 이게 대내적으로 보수 세력을 결집시키는 영향이 있고 그렇기때문에 다시 국내 정치로 돌아오면 4.19 재보선까지 끌거란 말이죠. 지금 뭐 일단 김기종에 대해서 국가보안법 적용 여부를 묻고 있고 어쨌든 특별검사들이 공안 파트에서 이 잡듯 뒤지고 있으니 뭐라도 나오겠죠. 이제 새누리당 쪽에서는 이미 민주당과 성대 라인으로. 지금 요즘 그거 아세요? 요즘 정치를 태평성대라고 부른다면서요. 성대 라인이 꽉 잡고 있다고. 그 중에 김기종이 있는건데.

 

성대 출신이시군요.

 

어쨌든 여.야에 걸쳐서 성대 라인이 많은데 이 사람때문에 야당과 관련된 색깔 공세들이 강화될 것이고. 그게 뜻밖에도 대통령 지지율이 오르면서 4.19 재보선이 굉장히 여당에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가고 있는거죠. 계속 끌거예요. 아마도.

 

4. 미일 관계 대 한중 관계

 


박근혜 대통령이 조심해야 할 것은 이렇게 단기적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호재로 일본과의 긴장관계나 종북주의자의 일회성 해프닝을 이용할 순 있지만 거기 매몰되다 보면 큰 그림을 놓치는 지난 2년 간의 흐름은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요.

 

지지율에 연연하는 정치.

 

이명박 대통령도 독도에 헬리콥터를 타고 내리면서 굉장히 지지율 반등에 재미를 봤지만 사실 이명박 대통령 5년 중에서 어떤 외교정책과 어떤 대북정책이 성과를 거두었냐? 없어요. 대일외교와 대북정책에 있어서 일종의 공백기이자 암흑기입니다.

 

일본과의 관계는 완전히 망쳐놓았고. 웬디 셔먼은 이명박 대통령의 그 때 행위부터 얘기하는거죠. 일본에 가서도 사실 그 행위때문에 결국 그 일본 정치인들이 다 돌아선 거 아니에요. 근데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상황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게 무엇인지 짚는 게 순서인 것 같은데. 아베 수상이 지금 미국에 가서 연설을 한다는거죠. 그 연설의 의미가 굉장히 큰 것인데. 전후에 총리가 미국 가서 연설한 적도 없고 특히 진주만을 생각한다면 이건 거의 상전벽? 한 상황에서 미-일 관계가 가까워지고. 그리고 일본 애들은 계속 그렇게 얘기한다는데. 한국은 결국 중국한테 붙을거야. 한국은 포기해. 사실 그런 상황에서 지금 한국이 외교 또는 경제 정책 관련해서 미국한테 협조를 구하는 건 쉽지 않다는거죠. 거기서 한 가지 변수는 그래서 새누리당이 알아서 사드를 들고 와서 기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도 해요. 오히려 미국한테 계속 미-일관계를 견제하기 위해서 사드를 던지고 있는거죠. 문제는 그게 통할 것이냐는 잘 모르겠어요.

 

저는 사드를 협상의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는 나쁘다고 보기는 좀 어렵다고 봅니다. 다만 그 구체적 방법에 있어서는 영리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유승민 대표같은 경우는 국방위원장까지 했잖아요. 그래서 사드 배치가 외교적 논쟁을 떠나서 전술적으로도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이라더라고요. 어쨌든 북한 미사일을 막으려면 사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는건데. 그러니까 새누리당은 미국보다 먼저 앞서서 사드 배치를 빨리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이고. 이렇게까지하니까 일본 애들 얘기는 듣지마. 한국은 항상 미국 편이야라는 시그널을 주고 싶어하는건데. 결국 경제 얘기를 하게 되겠지만 일본하고 한국이 미국의 외교, 경제적 지지를 서로한테 달라고 경쟁하는 국면이 펼쳐지고 있는거죠. 사실 정반대의 상황인 것 같아요. 예전만 해도 미국이 한국을 꼬드기려고 애쓰기도 하고. 아베가 와서 박근혜 대통령한테 말 걸었다가 무안 당하기도 하고. 지금 거꾸로 리퍼트 대사 상황 이후에는 한국이 미국하고 일본 관계에서 손짓을 벌리고 있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는거죠.

 

우리도 사실 좀 먼 그림을 보고 미래를 예측하며 대응할 필요가 있는데. 최근 7년간 여당 정책을 보면 그런 제대로 된 예측에 기반을 둔 정책을 찾아볼 수가 없어요. 세상에 편익만 있고 비용은 없는 정책이라는 건 없거든요. 경제 정책도 아베노믹스를 하기 위해서는 국가 부채라는 것이 걸림돌이 되죠. 우리나라도 당연히 거시 정책을 통해 환율을 안정시키고자할 때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이 가계 부채이듯이. 아베노믹스 역시 그 정책으로 수혜를 입는 쪽과 비용을 감당하는 쪽이 다를 수 밖에 없는데 어쩔 수 없이 아베가 표출하는 우경화는 아베노믹스의 수혜를 못 보는 사람들에게 심리적 만족을 제공해줍니다. 그래서 일본의 우경화를 일본의 정치적 필요성에 의한 일종의 ‘쇼’라고 봐야 해요. 문제는 그 ‘쇼’라는 것이 우리 가슴을 계속 후벼판다는 겁니다. 계속 심기를 건드리죠.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가 곤경에 빠졌을 때 “아, 쟤가 우리 때려. 좀 도와줘요.”하고 뛰어갈 수 있는 곳이 전세계 180개 나라 중에 어디냐.

 

나이지리아. 하하.

 

냉정하게 말하자면 미국과 일본밖에 없는 거죠. 근데 재밌는 건 일본이 얼마 전에 홈페이지에서 우리나라가 일본과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라는 표현에서 몇 가지를 쳐냈죠.

 

핵심표현을 뺐죠. 지금 얘기 듣다보니까 문득 떠오르는 건요. 일본의 우경화정책이 결국은 미국을 독점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과 중국 특히 한국은 삐져서 일본하고 말을 안 하고. 그럼 미국과 동시에 멀어지게 되는데. 그럼 일본은 미국의 외교, 경제적 혜택을 독점할 수 있게 되는거죠. 아베가 굉장히 똑똑하네요.

 

제 생각에는 그걸 애초에 의도했던 건 아닌 것 같아요. 정치적으로  우경화하면서 경제적으로 아베노믹스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아베 입장에서는 최적의 전략이었을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외교적으로 이런 결과를 낳을 거다라고 계산하진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마침 박근혜 정부의 외교 정책이 등장하면서 어쩔 수 없이 최고의 승부수가 돼버린 거죠. 그야말로 미국에게 믿을 건 일본밖에 없다는 결론으로 귀착할 수 밖에 없게 만든.

 

그게 웬디셔먼의 발언이 나온 배경이고.

 

웬디 셔먼의 발언을 보면 두 가지 표현이 끊임없이 나와요. 우리나라 언론은 그걸 좌절한다고 표현했던데 영어의 ‘I’m frustrated’란 표현의 속뜻은 구어적으로 ‘짜증난다’라는 겁니다. 또 하나, 아키텍쳐(architecture)라는 표현이 계속 나오는데 동아시아에서 미국이 구현하고 싶은 질서가 있는데 이 질서를 만드는데 지금 중국과 한국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뜻이에요. (웃으며) 중국이야 어차피 걸림돌이었니 그렇다 치고 한국이라는 복병을 대놓고 뭐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 클린턴 전 국무장관 입장에서는 사실 여성 표가 중요한 상황에서 위안부와 성노예 문제는 예민한 문제죠. 아무리 동맹이라고 해도 그 문제에 대해서 사과하지 않는 걸 도덕적으로 이걸 잘했다고 할 수는 없잖아요. 어쩔 수 없이 미국 입장에서는 그것에 대한 비판도 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지만 한국이 적당한 선에서 넘어가 주길 바라죠..

 

만약에요. 아베가 미국에 가서 지금까지 했던 발언과는 달리 과거 진주만공습에 대해선 사과할 것이고. 다신 그런 일 없을거예요. 무조건 얘기할 것이고. 물론 위안부나 이런 얘기는 일언반구도 안 하겠죠. 하지만 그런 진주만에 관련돼서만이라도 미국 사람들이 듣고 싶은 얘기를 한다.

 

저는 아베가 미국에서 아주 교묘한 줄타기를 할 것 같은데요. 미국에게는 한국에게 “이쯤 되면 됐잖아”라고 생각하게 만들 정도이지만 자국내 우파에게도 “뭐 그 정도면 미국의 입장도 있으니 오케이”라고 받아들이게 하면 아주 절묘한 줄타기겠죠.

 

5. 메르켈 변수?!

 


저는 제일 흥미롭게 본 것 중에 하나가요. 거기서 뜻밖에 변수가 하나 있어요. 이 복잡한 와중에. 한-미-일, 한-중 관계에서 떠오른 사람이 메르켈인데. 메르켈이 갑자기 일본에 가서 백기사 노릇을 하고 있는 거 아니에요. 저 여자가 왜 저러나. 생각해보면 제가 느끼기에 메르켈은 상대적으로 독일의 도덕성을 부각시키는 측면이 하나 있고요. 또 하나는 결국 메르켈은 세계지도자로 자신을 부각시키는 용도로 쓰고 있는거고 그게 일본한테 어떤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일으킬거라 생각해서 그 발언을 한 게 아니며 또 하나는 일본이 그걸 놔두고 있는 건 결국 일본은 평화법 개정하고 안보리와 상임이사 이런 얘기들이 오가고 있으니 지지가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메르켈 불러다 하고 싶은 거 다 하게 내버려둔 다음 대신에 지지를 얻어내는. 전 이런 것 같아요. 메르켈이 그런 발언을 함으로써 독일이 UN 안에서 입장이 바뀔 때 그 입장을 지지해 줄 수 있는 명분을 쌓고 있다는거죠. 이게 읽히면 한국은 눈 뜨고 코 베이는 상황에 처해있는 것 같아요.

 

저는 바둑을 잘 모르지만 체스와 바둑이 다른 건 체스는 말들이 다 놓여있는 상황에서 전략이 변하잖아요. 저는 어렸을 때 바둑을 두기 싫었던 게 무슨 망망대해에 돌 하나 던지는 느낌인데 너무 싫더라고요. 어떤 의미에서 외교 전략은 체스라기보다 바둑같이 느껴질 때가 있어요. 메르켈의 한 수는 그 망망대해같은 바둑판 위에 적절한 곳에 포석을 만드는 느낌인 거죠. 중국과 일본과 동아시아와 미국 사이에서는 독일은 “내가 놓고 싶은 돌은 이거야” 라고 한 수 놓는 느낌인 반면 우리는 바둑판 구석탱이에 바둑 돌 세 개 쯤 놓고선 “나 한 집 만들었어”라고 자랑스러워하는 느낌.

 

사실 메르켈 발언을 갖고 한국 언론들이 정말 반갑다며 역시 메르켈은 훌륭하다고 얘기하지만 결국 그것도 독일 관계에서 나타나는. 말씀하신 것처럼 한 수라면 그걸 읽어내면 결국 한국 외교도 움직여야될 때라는거죠. 사실 지난 2년 동안 중국하고 미국 사이에서 꼼짝 안 하고 그냥 가만히 있었어요. 그냥 이 쪽 가서 친한 척 하고 저 쪽 가서 친한 척 하고 어느 쪽으로 움직이지 않았죠. 그게 웬디 셔먼이 짜증이 난 이유인데. 이제는 어떤 식으로든 움직여야 한다는건데. 움직일만한 변수가 나타난거죠. 그게 제가 보기엔 리퍼트인 것 같아요.

 

그런 거 보면 한국이 참 박진감이 넘치는 나라에요.

 

하하. 그렇죠. 예측 불허의 변수. 결국 이걸 정치권에서 살릴 수 있느냐인데. 대내적으로 4.19 재보선까지 끄는 건 당연한 것이고. 대외적으로는 한-미 관계를 강화하는 걸로 사용할 수 있다는거죠. 얼마든지. 그게 보면 발레를 하든 북을 치든 뭐 3보1배를 하든 석고대죄를 하든 하시고.

 

어. 지금 말한 게 다 있더라고요.

 

다 있어요. 맞아요. 그러니까 이걸 정치에서는 이런 국민 감정을 적절하게 이용해줘야죠. 저는 한-미관계를 강화하는 요인이 될거라고 보는데.

 

그런 의미에서 리퍼트 대사의 개인적인 캐릭터도 상당히 많이 부각됐어요. 사실 신기자가 뭐 저기 다른 동남아나 아프리카 같은 나라에 대사로 가서 애를 낳는데 아들 이름을 신우간다 유니 뭐 이렇게 짓진 않았을 것 같거든요. 근데 리퍼트 대사는 세준 이렇게 아이의 미들 네임을 넣어서 이름을 지었단 말이죠. 지금 한국 대중이 어떤 모습의 미국을 원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어요.

 

한국한테는 행운인 것 같기도 해요. 리퍼트란 사람이 꽁한 인물이 아니고 굉장히 대인배여서. 그러니까 뭐 같이 갑시다. 이런 발언을 하면서. 그런 발언은 미국 백악관이나 국무부하고 협의해서 나오는 게 아니라 어쨌든 본인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태도인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이제 본인이 그렇게 꽁하게 대응하지 않으니까 병문안도 할 수 있고 한-미관계를 풀 수 있는 인간적 여지를 주는 것이여서요.

 

어떻게 보면 지금 주일 미 대사같은 경우에는 명망가인 케네디가의 자손이긴 하나 대선 승리에 보답하는 일종의 보은 인사고 캐릭터 자체는 크게 매력이 있는 사람은 아니죠.  리퍼트는 오바마하고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인사이니 한국 입장에서는 훨씬 좋은 인사가 온 거죠.

 

성김. 그 전임 대사였다면 이렇게 문제가 풀리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것도 있어요.

 

사실 존재감이 별로 없었죠. 성김 대사는. 한국계 미국인이었다는 입장에서 역설적인 결과였죠.

 

그러면 결국 앞으로 3년 사이에 박근혜 대통령 정부 외교, 경제는 리퍼트 이후의 변수들로 채워질텐데. 계속 얘기하지만 4.19 재보선은 제가 느끼기엔 북풍으로 시작해서 북풍으로 끝날 것 같아요. 결국 통진당 의석이 없기 때문에. 세 개의 의석이.

 

하나 더 늘었잖아요. 네 개 아닌가.

 

아. 하나가 늘었죠. 최근에 새누리당 의원이 ?? 혐의로 잃었을거예요. 그 세 개를 다시 종북세력에게 의석을 줄 수 없다 뭐 이렇게 몰고 갈 가능성이 높은 것 같고요.

 

저는 문재인 대표가 여기서 꼭 한 석, 두 석, 몇 석을 차지하겠다는 마음으로 나쁜 선택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여기서 정치건 인생이건 중요한 것은 선택의 순간에서 계속 옳은 선택을 하면 그것이 바둑처럼 누적돼서 결국 승리로 가는 것인데. 자꾸 눈 앞에 있는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 임기응변을 하다가 실수로 나쁜 선택을 하다보면 큰 결과 역시 나쁜 쪽으로 흐르거든요. 일단 명분 없는 야권 연대를 하지 않겠다라고 한 원칙은 지켰으면 좋겠고 설령 질 것 같아도 좀 멋있게 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참 정치는 알 수가 없어요. 불과 2주전만 해도 문대표 지지율이 올라가며 야권한테 유리한가부다였는데 물론 그 얘기는 4월 국면이 또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른다는거죠. 그런데 이제 유리한 건 정권을 잡았다는 게 좋은 건 어떤 유리한 국면이 있으면 그 국면을 최대한 길게 끌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건데. 마지막으로 하나 더 짚을 건 한중관계네요. 한미관계를 강화시키고 나면 결국 한중관계가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것인데. 지금으로써 필요한 게 무엇이냐. 외교적 또는 경제적으로. 어쨌든 한국은 지금 아베노믹스 못지 않은 환율통합팽창 정책을 쓸 참이잖아요. 금리도 내렸으니. 근데 사실 그게 기본적으로는 일본이나 미국의 용인이 없는 한 진행하기 어려운 정책이니까요. 반면에 중국은 제 코가 석 자일지도 모르겠네요. 하하.

 

경제정책면으로 보면 중국은 상당한 궁지에 몰려 있죠. 최근의 주가 지수 움직임을 보면 독일이 가장 가열차고 일본이 그 뒤를 따르고 있고 미국 경제는 사실 달러 강세의 여파와 금리 인상의 가능성 때문에 작년 연말 대비 많이 오르지 못 하고 있어요. 달러 강세라는 건 미국 용인 없이 힘들다는 가정 하에서 보면 미국은 유럽에서는 독일이 우방의 한 축이길 원하고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한 축이길 원해요. 그 경제/군사/외교적 동맹을 통해서 세계 질서가 유지되길 바라는 거죠. 그것이 미국의 장기적 이해관계에 부합한다는 건데. 역시 그 이면에는 중국에 대한 견제가 있어요. 재밌는 것은 중국의 양적완화도 미국 못지 않게 추진되었거든요. 미국과 중국의 통화는 사실상 페그 돼있는거나 마찬가지여서 미국이 양적완화를 하면 중국 역시 양적완화를 할 수 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미국이 유동성을 줄이는 양적완화 중단과 금리 인상을 고려하는 쪽으로 가고 있는데 통화가 페그가 되고 있는 나라인 중국이 유동성을 풀고 있다는 말이죠. 중국 입장에서는 양적완화를 하고 있는 동안 미국처럼 경제 개혁을 하고 노동시장이 좋아진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미국이 유동성을 줄일 때 중국이 같은 경로를 가게 되면 경제는 힘들어지는 겁니다. 그래서 통화량을 팽창시키고 금리를 내리고 있어요. 그게 계속되면 위환화 절하압력이 심해지고 그걸 막으려면 중국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을 하는 수 밖에 없어요. 그리고 그 개입 비용이 너무 커지면 결국 위안화 절사를 용인해버리겠죠.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위안화 절하가 나쁘지만은 않을거예요. 왜냐면 위안화 절하가 중국 수출을 증가시키고. 우리나라 수출 대부분은 중국 중간재 수출이라서. 그렇지만 단기적으로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건 어쩔 수 없죠. 이렇게 최근의 글로벌 매크로 이면에는 미국이 시도하는 국제정세의 아키텍쳐가 있는 거죠.

 

어쨌든 미국 금리 인상은 6월로.

 

6월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9월일 거에요.

 

지표가 좋게 나오고 있잖아요.

 

미국 지표는 재밌는 게  고용시장은 그냥 계속 좋아요. 월 20만 건 이상의 고용 창출이  계속 산출되고 있어요. 2.5퍼센트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고용이 대략 20만건에서 25만건 정도 인데 지금 그렇게 된 지가 몇 십 개월이 됐어요. 미국은 상당히 경제가 호황인 셈인데. 대신 유가가 크게 빠졌는데 소비가 별로 돌아오지 않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요. 미국 사람들은 지금 주머니에 돈을 쌓아두고 소비 대신 저축을 하고 있다는 것이거든요. 그럼 이것이 만약 지출로 이어진다면 2분기, 3분기로 이어지면 미국은 선순환으로 가면서 금리 인상을 할 수 있겠죠. 지금 연준은  심각하게 시기를 조절하며 간을 보고 있는 것 같아요.

 

금리 인상이 한국에 미칠 영향과 그게 외교적 관계에 미칠 영향들이 있을텐데요.

 

저는 몇 년 전부터 한국이 금리를 빨리 내려야 된다고 주장했으니까. 그런데 그런 주장을 하면 “가계부채가 이렇게 많은데 어떻게 금리를 내려”와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데 우리가 금리를 내리면 자본유출이 일어나서 뭐 어쩌고”란 소리를 가장 많이 들었어요.

 

지금도 나오고 있는는 얘기에요.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우리나라가 내려서 자금유출이 일어나서 그게 경제위기로 이어진다는 얘기는 너무 멀리 간 얘기에요. 그런 형태의 자금유출은 금융 위기 상황에서나 나오는 얘기고. 사실 그런 위기상황이 최근 몇 나라에 있긴 했어요. 작년에 터키도 그랬고 인도도 그랬고. 그 때가 딱 양적완화를 폐지하거나 축소한다고 발표를 하고 나서 인도에서는 엄청난 자본 유출이 우려돼서 중앙은행 총재인 라구람 라잔이 금리를 올려버렸죠. 근데 아나요?. 인도가 금리를 계속 내리고 있는 건. 얼마전에도 또 내렸죠. 터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자금 유출이 우려되는 금융위기 상황에서 무조건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려요. 일단 자금유출을막아야되니까. 하지만 상황이 안정되면 다시 금리를 내립니다. 터키같은 경우엔 금리를 올렸다 내린 간격이 불과 한 달 밖에 안되고요.

 

사실 금리를 올리게되면 경제가 위축되니까 그걸 오래 견딜 수 있는 정권은 없죠.

 

러시아같은 경우에도 유가 폭락으로 자금 유출이 걱정되니까 금리를 몇 프로씩 올렸다가 또 내렸죠.

 

일단 급한 불을 끄고 다시 경제를 상용시킨다는건데. 제가 느끼기엔 미국 금리 인상에 정치, 외교적인 함의는 결국 그 순간에 그 한 방으로 중국을 무너뜨린다는 것 같아요.

 

제 책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에서도 얘기한 적이 있지만 금융위기가 끝나고 나면 미국이 하나의 단일 헤게모니를 주도하는 걸 사람들이 깨닫게 될 거라고 주장했는데 지금이 그 과도기에요. 풀장에 물이 빠지고나면 과연 누가 빤스를 안 입고 있는지 알게 될 거라고.

 

6. G1?!

 


어떠세요. 결국 G1이냐, G2냐, G0냐. 이 세개잖아요. 금리 인상은 G1이냐, G2냐, G0냐의 빤스를 보여주는 상황이죠. 누가 빤스를 안 입고 있는지 알게 할 것이고. 그럼 이 상황에서 한국이 배팅을 어디에 해야되느냐가 점점 드러나고 있다는거죠. 이게 오늘 주제 리퍼트 케이스도 그렇고 2015년 상반기 한미관계에 대해서 짚어야하는 건 이제까지는 대통령이 중국어를 잘한다 등등의 이유로 한중과 한미 관계에 있어서 등거리 외교를 해왔던 게 사실이고 거기서 뭔가 얻으려고 했는데 사실 결과적으로 얻은 게 아무것도 없어요. 대북관계에 있어서도 풀렸던 것 같지 않고. 올 해 여름 정도 8.15 때 뭐 풀지 않는 한 그 다음엔 없을 겁니다. 그러면 대북관계 풀지 못 하면 결국 경제적 이득이라도 얻어야 된다면 이게 G1이라고 결정이 된다면 그럼 한국은 이 참에 한미관계를 일본만큼 가까이 만들어내는 외교 역량에 집중을 해야겠죠.

 

우리의 선택해야 하는 경제, 외교, 대북정책 모두 실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요. 경제적으로 옳은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외교적 협력도 필요하고 그 다음에 대북정책에 있어서 옳은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경제적 힘만 갖고는 렵습니다. 미국의 도움 없이, 일본의 도움 없이는 어려워요. 그래서 외교정책 대해서 오판하면 경제정책도 잘 하기 어렵습니다.  이건 좀 다른 얘기지만 “통일대박론”이 박근혜 대통령의 선언이었는데 북한처럼 우리와 같은 언어를 공유하면서 인접해있는 국가가 저렇게 낮은 GDP를 유지하고 있다는 건 어마어마한 포텐셜이거든요. 평균 이하의 성장을 하는 경제가 조금만 좋은 바람직한 정책과 자금이 들어가면 평균 이상으로 성장하는 것은 거의 확실한 사실이에요. 따라서 북한은 무너지는 것보다는 왕래하고 협력하는 게 좋아요.

 

북한과 관련된 그 대박은 다음 잡담에서. 어쨌든 한국은 길을 선택할 때가 됐다에요. 리퍼트 테러가 그거에 기점이라는거죠. 신호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 이미 한중일 삼국 외교장관 회담도 열렸잖아요. 한중일 정상회담은 시간 문제죠. 아베 총리가 미국 의회에서 폭탄 발언만 안 하면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열리게 돼 있어요. 이때 한국은 뭘 얻고 뭘 내줄 수 있을까요.

 

 (웃으며) 그나저나 발레하시는 분들 뭐하시는 분들인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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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동조와 신기주 KIM&SHIN

1. 대한항공은 복수에 나설까?

 

김동조(이하 조) 복수 당하시는 거 아닌가요?

 

신기주(이하 주) 저, 떨고 있니?!

 

(웃음) 대한항공 사건 관련해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와 인터뷰하신 것 봤습니다. <사라진 실패>의 저자?!

 

(웃음) 이러다 대한국정원항공한테 잡혀가서 사라져버리는 건 아닌지. 그 놈이 잡고 싶다.

 

대한국정원이요?!

 

<그것이 알고 싶다> PD분이 그러시더군요. “이렇게 안 풀리는 취재는 처음 해본다. 대한항공 직원 6000명 중에 입을 여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대한항공은 직원들의 사소한 발언까지도 다 잡아내서 문책하는 걸로 유명하다. 그래서 직원들끼린 회사를 국정원이라고 부른다.”

 

정말 문자 내용처럼 복수 당하시겠네요. 복수는 너의 것?!

 

그래도 <그것이 알고 싶다>한테 중요한 제보가 들어왔더군요. 박창진 사무장이 도와주려고 했던 여승무원이 대학교수 제의를 받고 진술을 번복했다는 정황이 포착됐죠. 대한땅콩 사건은 참 끝이 없네요. 사과로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을, 편법과 탈법과 회유와 협박을 동원하면서 힘으로 막으려다보니,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어요. 대한항공의 일그러진 기업 문화가 문제의 진짜 원이이란 걸 이쯤되면 깨달아야 할텐데요.

 

깨닫겠어요?

 

SBS PD분도 저한테 똑같이 되물었어요. “바뀌겠어요?” 그땐 여론의 질타보다 무서운 게 시장의 냉혹한 평가라고 대답했네요. 소비자들의 마음이 그 놈의 비밤밥에서 멀어져야 한다고. 그런데 얼마 전에 있었던 경험 때문에 저 역시 긴가민가하긴 하네요.

 

어떤?

 

지하철을 탔는데 어떤 대학생 연인의 이야기를 엿듣게 됐거든요. 여자분이 남자분이 묻더라고요. “오빠, 대한항공 때문에 왜 그렇게 시끄러워?” 남자분이 이렇게 대답하더군요. “응, 비행기가 20분이 늦었잖아.” 재벌의 갑질과 사회적 감시가 문제의 핵심이잖아요. 그런데 비행기가 20분 늦은 게 문제라고 대답하더군요. 여자분도 이상했는지 남자분한테 되물었어요. “비행기가 좀 늦으면 안 되는거야?” 말문이 막힌 남자분이 결국 이렇게 대답하더군요. “비행기는 고급진 교통수단이잖아. 택시나 버스보다 고급지잖아.”

 

참 고급진 대답이네요.

 

그런데 여학생의 대답이 더 걸작이었어요. “대한항공, 망하면 안 되는데?” 알고보니 인하대학교 학생이었던거죠. “오빠, 우리 학교 망하는거야?” 오빠가 말하길, “이런 것 갖고 대한항공이 왜 망해. 인하대학교도 안 망해.”

 

(한숨) 역시 신기자님도 복수 당하는 건 시간 문제인걸로.

 

2. 재벌3세는 돈보다 권력을 좋아한다?

 

그나마 더 센 얘기 한 건 편집된 것 같던걸요. 요즘 재벌 3세는 기업을 물적 분할하지 않고 인적 분할한다는 얘기도 했는데.

 

인적 분할?

 

사실 창업주에서 재벌 2세로 넘어갈 때 승계 과정이 시끄러웠던 건 재벌 2세들이 회사를 온전히 소유하려고 했기 때문이었잖아요. 크든 적든 자기 것을 가져서 권력을 얻으려고 했으니까. 재벌 3세의 양상은 달라요. 회사를 나눌 생각은 별로 없어요. 중요한 건 지분이 아니라 권력이란 걸 아니까요. 권력을 쥐면 돈을 얼마든지 벌어들일 수 있단 것도 알죠. 그래서 회사를 나누지 않고 지분만 나눠갖고 한 울타리 안에 남아요. 대한항공이 대표적으로 지주회사가 인적분할된 경우죠. 기업이 도전이나 혁신의 결과가 아니라 한낱 권력의 도구로 전락하다보니 기업 문화도 왜곡될 수밖에요. 땅콩 회항처럼.

 

지금 대한항공이 그런 권력 놀음이나 하고 있을 때인가 싶네요.

 

(소심하게) 그러니까, 저한테 복수할 틈은 없겠죠? 답답하긴 하네요. 우리가 일개 기업에 대해 얘기하는 건지, 국가 권력에 대해 얘기하는 건지. 이것도 기업이 권력화됐기 때문에 일어난 사회적 병증인 거죠. 우리도 한 다리 건너면 모두가 대기업에 이렇게 저렇게 연루된 을이더란 거죠. 만인의 을화.

 

하지만 대한항공은 정말 신기자한테 복수할 여유 따윈 없을걸요?

 

(반갑게) 왜요?

 

대한항공은 매출이 11조원 정도 되는 회사예요. 2013년에는 적자를 냈지만 올해는 유가가 많이 떨어지면서 다소나마 흑자를 볼 것 같아요. 잘하면 500억 정도? 자본 총계는 2.6조원인데 부채는 13조원이 넘어요.

 

부채가 13조 원?! 하긴 얼마 전에 유상 증자를 하면서 공시한 걸 보니까, 올해 신용도가 하락할 지도 모른다는 자체 평가를 내렸던데요. 부채 비율을 낮추려고 증자를 했다면서. 그나마 유가 하락 때문에 수혜를 보고 있고.

 

이쯤되면 오너 일가가 대한항공을 소유했다고 보긴 어렵죠. 부채비율이 600%가 넘어가는 회사니까.

 

그런데도 오너 3세들의 위세가 이 정도로 등등한 거군요?

 

대한항공 갖고 있는 치명적인 약점은 한진해운이예요. 한진해운은 몇 가지 매크로 충격이 가해지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회사거든요. 현재 한진그룹은 노력보다는 기도가 필요한 상황이죠. 이런 주제에 왜 이렇게 기업문화가 경직돼버렸느냐.

 

왜요?

 

대한항공이 갑이거든요. 아까 이야기한 그런 기업문화가 왜 생겼나를 생각해보면 이 회사가 갖고 있을 수 밖에 없는 갑적인 속성이 있어요. 국적기 항공사가 우리나라에 두 개밖에 없잖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는 항공 수요의 대부분은 비즈니스가 아니라 레저고 기업과 관련된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다 보면 은근히 을의 상황에 놓일때가 많아요. 추석인데 고향에 갈 때 비행기 티켓이 필요하면 대한항공에 아쉬운 소리를 해야되죠. 공무원도 기자도 다른 대기업들도 마찬가지에요. 아마 자가용 비행기를 갖고 있는 이건희 회장이나 정몽구 회장 정도를 빼면 거의 모두가 아쉬운 소리를 해야할 수 밖에 없. 심지어 국회의원들도 전부 조씨 일가와 관련된 대한항공 관계자에게 부탁 한 두 번 안 해본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항공 수요는 늘어나고 있는데 국내 항공사는 2개 뿐이니까요. 그나마 대한항공이 상당수 알짜 노선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상황이고.

 

전용기를 가진 일부 회장들만 빼면 대통령도 전용기를 빌려타야하는 판국이니.

 

공급과 수요를 독과점하고 있다면 겉으로만 시장을 상대하게 될텐데요. 공급 독점을 유지하려면 대관 업무가 중요해지고 수요 독점이 유지되니까 소비자들은 볼모나 다름없고. 대한항공은 노동시장에서도 독점적이잖아요. 파일럿이나 스튜어디스 고급 인력 자원도 정작 갈 곳은 대한항공 밖엔 없다시피 하니까요. 자원이 넘치면 반드시 낭비하죠.

 

하긴.

 

여러 가지 형태의 공급독점 위치에 있어요. 예를 들면 스튜어디스가 되고 싶어하는 일단의 무리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건 심지어 인하공전하고 연관이 있어서 스튜어디스 공급 독점을 하죠. 그들이 되고 싶으면 대한항공 아시아나 다음에 외국항공기, 제3세계로 가보자는 얘기를 하는 흐름이 있으니까. 또 파일럿도 마찬가지에요. 굉장히 엘리트들이지만 결국 은퇴하고 나서 항공기를 몰게 됐을 때 공급이 독점돼있죠. 독점된 시장으로 갈 수 밖에 없고. 그리고 노선도 상당히 많이 독점돼있어요. 아시아나에 비해서 대한항공이 굉장힝 유리한 위치에 있는 건 핵심노선들은 사실 대한항공이 많이 갖고 있거든요. 아시아나는 근거리 노선을 많이 갖고 있죠. 그게 처음에는 굉장히 좋았죠.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여행이. 근데 요즘은 그게 다 저가항공사의 표적이 돼있으니까 대한항공처럼 유럽, 미국 뭐 북미 지역에 가는 장거리 노선을 갖고 있는 항공사가 훨씬 유리한거예요. 대한항공은 여러가지 면에서 보면 구조적, 제도적으로 갑질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는데 그러다보니까 오너가 갑질을 하는 게. 갑질할만 하네 그러면.

 

3. 대한항공은 왜 오만방자한가?

 

대한항공은 구조적으로 갑질 문화가 형성될 수밖에 없는 기업인거죠. 그런데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은 고작 3% 밖에 안 되는 거 아세요?

 

3%?! 정말 땅콩만한데요?!

 

대한항공 매출 11조 가운데 여객 비율이 7조고 화물 비율이 3조예요. 그런데 둘 다 영업이익이 박해요. 다 합쳐서 3%정도.

 

항공업도 박리다매군요. 거의 다이소 수준의 영업이익률인데요?!

 

여객 부분을 보면 국내 고객 비중과 외국인 비중이 매출로 보면 반반이지만 사실 머릿 수로 보면 내국인이 훨씬 적어요. 그 말은 내국인들한테는 훨씬 비싼 티켓을 받고 있죠.

 

(책상을 치며) 이럴수가?!

 

책상을 치시네요.

 

자국인은 봉이다. 나는 호객.

 

자국의 내수 기반이 글로벌 마켓에서 경쟁할 수 있는 토대가 되죠.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특히 항공사 마일리지가 제휴 카드를 통해서 엮여 있잖아요. 그래서 한번 특정 카드사와 항공사와 락인(lock-in)이 되면  마일리지 때문에 갈아타는 것이 힘들어요.

 

근데 뭐 락인 안돼도 항공사가 두 개밖에 더 있어요. 지금.

 

50만 마일리지를 대한항공에 쌓아 놓았는데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 때문에 아시아나로 갈아타는 건 쉽지 않단 얘기죠.

 

하지만 그 마일리지를 유지해주기 위해서 영업이익이 줄어들수도 있는데요. 사실은. 결국 뭐 툭하면 업그레이드 해주고. 근데 저처럼 평범하게 이코노미 타는 사람들만 대한항공 타면 비빔밥 먹을 수 있다 하면서 탈 뿐. 나머지는 다 사실 뭐.

 

제가 흥미롭게 생각하는 건 이 사건이 난 다음에 왜 조씨 일가가 이런 오만방자하고 무례한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라고 생각해보는 많은 사람들이 대한항공은 망할 리 업고 대부분의 돈을 퍼스트와 비즈니스로 벌기 때문에 이코노미를 타는 평범한 대중에게는 갑질을 하고 건방지고 무례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일종의 고정관념이죠. 몇 년 전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서 좌석 등급과 항공사의 영업이익에 대한 분석기사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 대부분의 항공사들의 많은 수익이 퍼스트와 비즈니스에서 나오는것처럼 돼있었어요. 근데 그게 금융위기가 터진 2007년 전의 이야기였고 그 이후에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어요.  삼성그룹조차도 다섯시간 미만은 거리는 임원들도 비즈니스를 못 타게 했고 외국계 은행들도 비슷한 정책으로 바뀌었어요. 이러다 보니 퍼스트와 비지니스 클래스의 좌석  점유율이 굉장히 떨어졌어요. 문제는 대한항공이 에어버스의 대형 항공기를 주문하면서 좌석 셋팅을 퍼스트와 비즈니스 위주로 해버린 거예요.

 

비즈니스 규모는 크지만 마진은 박한 게 항공업의 속성이잖아요. 그런데 여객 운송에서 내국인과 외국인 비중이 반반인데 머리 수로는 내국인이 훨씬 적어요.

 

내국인한테 더 비싸게 받고 있단 말이잖아요?!!! 이런 넛같은.

 

그렇지만 한국인들은 비싸도 대한항공을 타게 돼 있어요. 대부분 마일리지나 카드사 제휴 같은 서비스로 락인이 돼 있거든요. 다들 조현아 전 부사장 때문에 분노했지만 또 대한항공을 타게 될 거란 얘기죠.

 

엑설런트, 인 플라잇.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오만방자함은 대한항공의 비즈니스 구조에서 기인한 바가 큽니다.

 

4. 프리미엄 전략은 항로 이탈일까?

 

낮은 영업이익률을 개선하는 방법은 프리이엄화 밖엔 없잖아요. 조현아 부사장이 회사에서 맡았던 부분이 그건데요. 대한항공 서비스의 호텔화. 실제로 코넬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했고. 대한항공의 계열 호텔들을 경영해왔고.

 

2007년 금융위기 전까진 항공사의 수익이 퍼스트나 비즈니스 같은 프리미엄 좌석에서 나오는 게 맞았어요. 금융 위기로 시장 상황이 달라졌잖아요.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들의 프리미엄 좌석 수요가 굉장히 떨어졌어요. 그런데 대한항공은 계속 프리미엄화 경영 전략을 밀어붙였죠.

 

A380.

 

맞아요. 대한항공은 A380을 주문하면서 퍼스트와 비즈니스석 위주로 세팅을 했죠.

 

이코노미 좌석으로 돈을 벌게 되는 건 항공의 흐름이었잖아요. 제가 대한항공을 최근 몇 년동안 취재하면서 가장 흥미롭게 봤던 게 A380의 도입과 말씀하신것처럼 그걸 이코노미 퍼스트 프레티지 좌석. 퍼스트하고 비즈니스를 두개로 나눴죠. 그것도 등급을 주면서 훨씬 폭이 넓게 만들어놨거든요. 그렇게 만드는 흐름이었는데 그건 시장을 역으로 읽은거예요. 그 당시에 A380 타서 그 비행기를 타고 취재를 나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한 번 사고를 쳤었어요. 대한 항공이. 그 때 독도 영공을 이명박 정부가 나눈 바람에 한일관계가 완전 엉망진창이 돼버렸죠. 덕분에 저는 독도에 가봤는데. 그 옆에 옆에 조현아 부사장이 앉아있었어요.

 

결과적으로 시장 수요는 거꾸로갔어요. A380의 이코노미 좌석은 만석이었지만 퍼스트나 비즈니스는 텅텅 비어버린 거죠. 지금 대한항공은 이코노미 클래스의 주요 고객인 대중들한테 건방을 떨 처지가 아니예요. 이런 상황이라 땅콩 회항 사건은 결코 일회성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겁니다.

 

회사에 손실을 끼친 임원한텐 주주들이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도 있지 않나요? 땅콩 회항 사건이 입힌 직접적인 손해 뿐만이 아니죠. 대한항공의 프리미엄 전략이 혹시 항공업과 호텔업을 혼동한 공주 후계자의 욕심이 만든 산물이 아니냐는 겁니다. 항공업의 본질은 유가 대비 운송률이잖아요. 기내서비스는 항공사의 자존심일 순 있어도 사업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죠.

 

땅콩 회항 사건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 주가가 선방하고 있는 것도 결국 유가 때문인데.

주 금융 위기 이후 전세계 항공사들은 거품을 빼느라 여념이 없었죠. 최근 수년 동안 항공산업을 리드하고 있는 사우스웨스트나 잿블루나 에어아시아나 라이언스 항공은 단순한 저가 항공사가 아니예요. 항공업의 본질에만 몰두한 항공사죠. 고객들한테 줄 수 있는 최고의 서비스는 가격이지 비빔밥이 아닌데.

 

상대적으로 아시아나 항공은 대한항공의 실수를 반면교사로 삼았죠. A380을 도입할 때 이코노미 위주로 좌석을 꾸렸어요. 지금 유가 하락이란 호재 속에서 주가가 더 오르고 있는 건 아시아나죠. 영업이익률도 아시아나가 대한항공보다 높고. 대한항공이 2007년 이후 항공시장의 변화 흐름을 놓친 건 분명해요.

 

동의해요.

 

이 사건으로 우리는 대한항공이라는 기업이 갖고 있는 기업 문화 그리고 이 사건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을 보면서 재벌 기업에 대한 국민의 태도를 파악할 수 있을 겁니다. 대한항공이 2007년에 있었던 이 큰 변화에 대해서 예상을 못한 건 사실이에요. 2007년까지만 보면 프리미엄 고객이 차지하는 이익 비중이 굉장히 컸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거죠. 데이터가 그것을 보여줬으니까. 그런데 금융위기가 사람들의 소비 패턴을 바꾸고 기업들의 지출 구조를 바꾸면서 힘들어진 거죠. 상대적으로 아시아나 항공은 대한항공의 실수를 반면교사해서 이코노미 위주로 갔어요. 그래서 이익률은 대한항공보다 아시아나가 낫고 이번 유가하락에도 주가가 더 오른 건 아시아나죠.

 

5. 서비스업엔 불량률이 없다?

 

대한항공을 거느린 한진그룹은 독특한 기업이예요. 운송서비스업에만 특화돼 있죠. 아시아나를 거느린 금호그룹이 운수업에서 시작해서 화학과 건설로 다각화한 것과는 대비되죠. 제조업이 없는 사업 구조도 기업 문화에 영향을 줬다고 봐요. 기술 혁신과 서비스 혁신은 다르잖아요. 기술 혁신은 쥐어짠다고 이뤄지지 않아요. 싫든 좋든 창의적인 기업 문화를 추구할 수 밖에 없어요. 서비스 혁신은 일단 쥐어짜면 어느 정도까진 가능하거든요. 승무원들한테 친절을 강요하면 초기엔 되는 것 같죠. 또 제조업은 일정 정도의 불량률을 인정해요. 실수가 인정된단 거죠. 반면에 서비스업은 불량률을 수치화하기 어려우니까 오히려 실수가 용납이 안 되요. 이번에도 메뉴얼데로 안 했다고 소리를 질렀다면서요. 인간을 기계로 본 거죠.

 

재미나네요. 부채 비율은 엄청난데다 경영상 참사에 가까운 전략적 실수를 저지르는 회사가 서비스의 사소한 디테일에선 스티브 잡스 같은 완전무결함을 병적으로 추구하는 기업 문화를 가졌다는 건데요. 내면이 모순으로 가득한 인간을 보는 것 같군요.

 

자기 모순에 가득차 있지만 겉으론 화려한 스타 같죠.

 

한진해운 리스크도 문제예요. 한진해운이 한 두 해 정도면 더 적자를 내면 한진그룹도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할겁니다. 그나마 버틴 건 대한항공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무조건적인 애정 덕분이었거든요. 그걸 잘 아는 한진그룹은 올해 초만 해도 한진해운을 꼬리자르기 싶어했죠. 올해만 해도 채권 만기가 4000억 원이고, 내년엔 7000억 원이나 되니.

 

부채가 8조에 달하는 회사를 누가 감당해요?

 

정부도 일이 커지는 건 싫으니까 회사채 신속인수제라는 걸 만들어서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해줬죠. 그런데 그 이자 비용만 1년에 1000억 원이예요. 해운업이 오퍼레이션 코스트가 1년에 4500억 원 정도 들거든요.

 

대한항공만큼이나 속 빈 땅콩이네요.

 

경기 변화에도 너무 민간하죠. 수년 안에 글로벌 경기 침체가 또 오면 한진그룹은 몹시 힘들어질 겁니다.

 

그래서 칼호텔네트워크를 만들어서 호텔업으로 다각화하려고 했던 거겠죠. 더 나아가선 신라나 롯데처럼 면세점 사업까지. 문제는 하필 지금이 대한항공으로선 대중적 지지가 절실한 시기라는 거죠. 경복궁 옆에 송현동에 7성급 호텔을 지으려고 하는데 학교보건법이 걸리거든요. 이걸 고칠 수 있는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입법시키려고 몇 년째 애써왔어요. 더 어려워졌죠. 또 있어요. 지금 인천공항 제2터미널이 건설되고 있잖아요. 이 터미널을 대한항공이 쓰느냐 아시아나가 쓰느냐에 따라 국내 항공 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겁니다.

 

송현동 호텔은 규제 완화를 내세운 박근혜 정부에선 반드시 해결했어야 할 숙제였죠.

 

그래서 조양호 회장이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까지 맡았잖아요. 가시방석 같은 자리인데도. 땅콩 하나와 회사의 미래를 맞바꾸게 생겼네요.

 

6. 우리는 왜 대한항공에 분노하는가?

 

그런데 외국 언론들은 넛 레이지라고 부르는 이 사건은 왜 온 국민을 분노하게 만들었을까요?

 

넛 레이지 같은 여론 재판 형식으로라도 한국 자본주의의 자정 작용이 일어나고 있는 거겠죠. 소득불평등이 커지면서 한국 자본주의의 선두 그룹이 사회적 감시망에서 벗어나기 시작한지는 꽤 됐어요. 그러다 가끔 사고를 쳐서 이렇게 사회적 감시망 안으로 포획되죠. 그걸 언론이 여론 재판정에 세우는거고.    

 

그런다고 바뀔까요? 여론 재판을 받고 심지어 법적 재판까지 받은 재벌들이 수룩하지만 권력을 잃은 경우는 없잖아요.

 

땅콩 회항 사건 때문에 정말 울고 있는 기업은 CJ, SK, 한화라는 얘기가 있죠. 총수의 크리스마스 특사를 기대했었는데 재벌에 대한 여론이 악화돼버렸으니.

 

재벌에 대한 사회적 감시를 계속할 에너지가 이렇게 해프닝성으로 소진될까 안타까워요.

 

<그것이 알고 싶다> PD와도 에너지의 소진 얘기를 좀 나눴네요. 박창진 사무장이란 분도 이러다 말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느끼고 있데요. 방법은 있죠. 너무 정답인데, 언론이 자꾸만 문제를 제기하는 수밖에 없어요. 복수를 당할지도 모르지만, 각오하고.

 

(놀리며) 정말 복수가 무섭군요?!

 

이 잡담 때문에, 이사님도 연좌제.

 

(웃음) 농담은 그만하고 잡담이나 하시죠. 

 

(웃음) 또 있어요. 법인이 아니라 자연인으로 사고하는 것. 얼마 전에 어느 기업 홍보하시는 분들 만났더니 놀라운 얘기를 들었어요. 대한항공의 홍보 임원들 가운데 네 분이나 암으로 회사를 떠났다는 겁니다. 물론 쉬쉬하는 일이라 확인하긴 어렵죠. 중요한 건 그 원인을, 법인적 사고와 자연인적 사고 사이의 괴리에서 찾더란 겁니다.

 

어떤?

 

기업 혹은 기업주의 행위가 사회적 감시나 도덕과 충돌할 때, 기업의 조직원은 내면적 분열에 빠져요. 시민 혹은 자연인으로서 사회적 도덕에 충실할 것이냐, 아니면 기업 내부의 법칙에 충성할 것이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후자에 충실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면적 갈등이 없는 건 아니란 거죠. 그 갈등 때문에, 대한항공 같은 국정원 조직에서도 내부고발자가 나오고 있는 거고. 기업인들이 유념해야 할 부분 같아요. 기업은 국가가 아니거든요. 국가의 법률조차 인간의 자연법칙을 거스르기 어려운데, 기업이 언제까지나 그걸 강요하긴 무리죠. 잘못된 건 잘못된 거란 거고, 언젠간 터져나온단 겁니다. 대한항공처럼.

 

전 드라마 <미생>도 떠올려봤어요. <미생>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져요. 이것이야말로 연애질이 배제된 진짜 직장인의 현실을 반영한 진짜 드라마란 의견도 있고 요새 누가 여직원한테 분냄새 난다고 지랄을 떨고 커피 심부를을 시키냐는 반론도 있죠. 어쨌든 공통적으로 보이는 건 선택의 여지가 없는 평범한 대중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참담함에 대한 공감이 있죠. ‘원 인터내셔널’이라는 회사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인턴사원 장그래의 처지와 대한항공 밖에 탈 수 없는 고객. 대한항공에서 나가면 취직할 데가 없는 기장. 대한항공에서 나가면 대안이 없는 스튜어디스.

 

아시다시피 전 <미생>이 참 훌륭한 작품이라고 느끼지만 또 불편하다고요. 거시적 변화를 추구해야하는데 대중이 미시적 고발에 집착하게 만든단 느낌? <미생>의 세계는 결국 사고가 기업적 조직문화에 포섭된 상태를 의미하니까요. 기업 사회의 단면이죠. 우리가 그런 사고를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건.

 

(심각한 표정으로) 그런데 이 땅에는 공급독점이 여러 군데에서 이루어지고 있어요. 회사가 나를 계약 조건 아래서 일하는 ‘인간'으로 대우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내가 회사의 공정의 일부인 양 취급하죠. 아마도 롯데가 가장 대표적으로 인간을 공정 취급하는 회사란 인상을 받는데 롯데마트는 내부 분위기가 굉장히 어둡고 롯데백화점은 뭔가 베트남 시장 같이 좀 촌스러워요. 고개과 근로자에 대한 배려가 느껴지지 않아요.  그렇지만 가격은 일정하게 낮게 유지하며 고객을 끌어들이죠. 촌스럽지만 수준에 맞는 마케팅을 끊임없이 하죠. 그렇지만 롯데호텔에서 성추행 사건이 나도 사장이 물러나는 법은 없고 롯데월드에서 안전 사고가 나도 진심이 느껴지는 사과는 본 적이 없어요. 제2 롯데 수족관에서 물이 새도 기사는 막지 물을 막진 않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든단 말이죠.

 

이거 아주 재미있는 이슈인데요. 사실은 한국은 재벌 국가여서 공급 수요 독점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잖아요. 그러다보니까 취직해보려고 해도 원 인터내셔널과 흡사한 회사 말고는 선택권이 없고 문제는 그들한테 주어진 조건을 어차피 독점된 회사이니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없죠. 그냥 개판으로 만들어버리면 되는 것이니까. 근데 거기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밖에 없네요. 하나는 <미생>을 보면서 공감을 하고 땅을 친다든가. 이렇게 가끔 실수하는 재벌의 아들 딸들을 미워하며 여론 재판과 마녀사냥을 해서 화풀이를 하든가. 이 두 가지밖에는 없는거죠. 딴 건 없습니까?

 

업의 속성을 보면 개인이 해야 될 일과 사회적으로 연대해서 해야 할 일이 구분이 될 것 같은데요.

 

참 순진한 얘기지만, 우리가 대중이 아니라 소비자로 사고하면 되겠죠. 재미난게 우린 투표를 할 땐 유권자여야 하는데 소비자로 사고하고, 재벌을 상대할 땐 소비자로 행동해야 하는데 국민으로 행동하죠. 국가경제를 위해선 재벌을 용서해야 한다는 논리에 너무 쉽게 설득당하잖아요. 사실 해당 기업은 분노한 대중이 소비자로서 행동하는 걸 가장 두려워하는데.

 

그래도 땅콩 회항 사건이 대한항공에 대한 소비자 불매 운동으로까지 이어지긴 어려울거예요.

 

내국인의 국제선 이용률을 보니까 대한항공이 30, 아시아나가 20, 외국계항공사가 37, 저가항공사가 11 정도더군요. 이미 수년째 외국계 항공사와 저가항공사 비율이 늘고 있어요. 마일리지에 의한 락인 효과만 믿고 있다가 넛될 수 있죠.

 

그런 상황에서 대한항공이 계속 프리미엄 전략만 고집하면 더 힘들어질 겁니다. 중국에는 인구300만 명 이상의 대도시가 10개가 넘잖아요. 이 도시들은 국제선이지만 실제론 국내선 사정 거리잖아요. 이런 거리를 오가는 한국인과 중국인이 프리미엄 좌석을 이용할 가능성은 낮죠.

 

프리미엄 전략을 주도해온 조현아 부사장이 물러난게 변수가 될지 아닐지 그것도 관전 포인트네요.

 

참 땅콩 하나에 이렇게 많은 우주적 의미가 있었네요.

 

JO&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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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동조와 신기주 KIM&SHIN


1. 최경환 실종사건?!

 

신기주(이하 주) 최경환 부총리께선 어디로 가셨나요? 최경환 실종 사건.

 

김동조(이하 조) 그러게요. 그는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요.

 

흡사 게릴라 전술을 쓰고 있는 것 같아요.

 

게릴라?!

 

기자간담회나 정책세미나에서 정책 이슈를 슬쩍 던져놓고 시장 여론을 떠보는 행보를 벌써 몇 주째 하고 있잖아요. 지난 11월 25일엔 출입기자단 세미나에서 “정규직을 과보호해서 기업들이 신입 인력을 못 뽑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죠. 구조조정의 최종 단계인 고용 유연화 이슈를 먼저 슬쩍 던져서 시장 반응을 살펴본거죠.

 

(웃음) 세 번째 화살을 그렇게 꺼내들었으니, 당연히 역풍. 

 

알면서도 그러는 거라니까요. 군불을 떼는 거랄까.

 

처음 등장해서 몇 가지 정책을 내놓았을때만 해도 많은 경제학자들이 환영하고 시장은 환호했죠. 가보지 않은 길을 가보겠다고 하는 언어적 수사도 멋졌고. 실제로 그런 길을 가겠다는 호방함과 용기가 필요한 시대이고. 근데 가보지 않은 길을 가보긴 커녕 가던 길도 제대로 안 가고 있네요.

 

어쩌면 고도의 성동격서 전술일까요?! 처음엔 기업유보금을 풀어서 임금이라도 상승시키려나 싶더니, 어느 연구기관장 간담회에선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흔들면서,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 얘기를 하죠. 반대 여론이 어디에 화력을 집중시켜야할지 모르게 만드는데는 성공했네요.

 

저는 처음 최경환이 등장했을 때만 해도 보수의 변신이라고 봤기 때문에.

 

유연한 보수.

 

보수는 역시 진보보다 유연한 것인가, 라고 생각을 했는데요. 이렇게 되고 나니 그만큼 보수의 변신에 대해서는 보수 내부에서도 반발이 심하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역설적으로 최경환 부총리가 등장했을 때 진보 매체들조차 우호적이었던 이유 중 하나는 소득주도성장론을 얘기했기 때문이었어요. 배당금 늘리고 임금 올려주면서 소득을 증가시켜서 소득이 소비를 증가시키는 방식을 쓸 것처럼 보였죠. 그게 아무도 안 가본 길이란 거였고. 결국 말잔치로 끝나는 것 같으니. 결국 보수도 진보도 최경환 부총리의 정책에 대해선, 의문을 표기하는 상황이 됐네요.

 

지금 최경환 부총리가 보이지 않는 곳에 열심히 뛰어나니고 있다면 할 말은 없지만 별로 그건 것 같지는 않네요. 최경환 경제정책이 반가웠던 이유는 그가 현재 한국 경제를 진단한 내용이 상당히 정확했고 처방한 디테일도 매우 통찰이 있었기 때문이었요. 상당히 공격적인 금리인하와 재정지출 확대가 초과유보금에 대한 과세정책과 함께 이루어지다니.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내수 위주의 성장정책으로 전환도 우리경제가 나아가야 할 제대로 된 방향이죠. 이미 제조업 비중은 OECD에서도 거의 최고수준으로 높거든요. 더 이상 제조업에 성장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저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라 시장의 반응이 정확히 그랬죠. 코스피는 올해 최고치까지 올랐죠. 물론 그 뒤로 폭락했지만.

 

자산 시장이 반짝했을 때까지만 해도 최경환 부총리의 인기가 참 좋았는데.

 

그게 세상 인심인거죠.

 

2. 환율과 금리의 불협 이중주? 


근데 최경환 부총리가 이런 말을 했어요. 부채주도성장, 재정지출 늘리고 금리를 낮추는 것은 단기 처방이다. 중병 환자를 치료해야 되는데 환자가 지금 치료를 받을만큼 체력이 충분치 못하니 체력을 회복시키는 일종의 회복 주사같은 것이라는 설명을 했었죠.

 

일리가 있는 얘기죠. 지금 한국 경제는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지만 그 중 하나가 환율 문제에요. 얼마 전에 중국도 금리를 내렸고 일본은 추가양적완화 조치를 취해서 달러엔환율이 117엔, 118엔에서 놀고 있어요. 한 때는 120엔 위로 갔었죠. 115엔 대까지 조정을 받겠지만 다시 120엔 위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치사한 근린궁핍화정책이죠. 네 이웃을 죽여야 내가 산다랄까. 각국 정부들이 자기네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부터 올리겠다며 환율을 경쟁적으로 약화시키고 있으니까요. 문제는 미국, 유럽, 아시아 중에서 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근린궁핍화정책이 가장 이기적이라는 겁니다. 한중일은 역사적 원한 관계도 깊은데다, 미중간 패권 다툼 때문에 외교적 입장도 갈리고, 게다가 제조업을 기반으로 유사 국가 경제 모델을 갖고 있으니까요.

 

결과적으로 아시아의 위기지만, 각국이 각자도생하려는 몸무림의 결과에요. 뭐라고 비난하기는 어렵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베노믹스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그걸 자랑스러워 했지만 정치적 레토릭일 뿐이죠. 남이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사는 걸 어떻게 비판하겠어요. 

 

유럽만 해도 독일이 제조업 기반이라면 프랑스는 서비스업 기반이고 영국은 금융업 기반으로 경제 모델이 갈리는데, 한중일은 똑같으니. 서로 자국 환율 내려서 상대국 시장을 앞마당화하겠다고 나설 수밖에요. 이쯤되면 태평양 환율 전쟁이랄까.

 

물론 전반적인 달러 강세 분위기 속에서 한국도 환율이 올라가긴 했죠. 기재부가 재정 환율을 일정하게 유지하겠다고 선언도 했고. 근데 일본과 한국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일본은 경상수지가 적자고 한국은 경상수지가 80억 불 정도 매달 흑자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는 개입을 통해서 재정 환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요. 물론 이론적으론 불가능한 건 아니죠. 외평채를 잔뜩 발행한 다음 불태화정책(채권을 한국은행이 시장에서 도로 사들여서 통화량을 흡수하는 정책)을 쓰면 되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외평채 발행 부담은 전부 세금 부담이기 때문에.

 

국민 돈으로 막는거죠.

 

그래서 금리를 내려야되는거죠. 환율의 안정을 위해서. 하지만 금리를 내리는 것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부담을 갖고 있죠.

 

가계부채.

 

맞아요. 그 근거는 주로 가계 부채죠. 가끔 한미간 금리격차에 의한 자금 유출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 경제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고. 하지만 금리를 낮추면 부채부담을 줄여 줄 수 있어요. 추가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건 미시적으로 막으면 되고. 물론 지금 방향은 금융규제를 풀면서 반대로 가고 있지만.

 

이미 최경환 부총리는 한국은행을 손에 쥔 상태 아닌가요. 이렇게 얘기하면 한국은행 금통위가 삐질라나. 어쨌든 금리 인하의 칼자루를 쥔 사람은 최경환 부총리인 것처럼 보이는데요? 사실 금리는 여러 정책 수단 중에서도 정부 입장에선 가장 돈이 안 드는 거니까. 문제는 금리 인하로 유출되는 자금은 개인 자산에서 나온다는 건데.

 

지금은 중앙은행들이 적극적인 정책을 쓰는 시대잖아요. 하지만 역설적으로 지금 ECB를 비롯한 모든 세계은행의 우두머리들은 공통적으로 중앙은행만 쳐다보지 말고 근본적인 조처가 취해져야 한다고 주장해요.

 

그 근본적인 조치가 뭡니까?

 

경제개혁이죠. 소위 말하는 공급측 측면의 구조개혁. 하지만 그건 중앙은행의 입장이죠. 이 불확성의 세계에서 파국이 왔을 때를 대비해 던져놓은 언어적 교란 같은 거죠. 중앙은행은 나름 최선을 다했으니 책임에서 빠지겠다는 거고. 제가 봤을때는 중앙은행의 액션이 그 근본적 조치 중 하나이기도 해요. 사실.

 

금리를 낮추는게 근본적이다? 세번째 화살은 어쩌고요?!

 

첫번째, 두번째 화살부터 먼저 과녁을 꿰뚫어야 3차 시기가 올 것 아닙니까? 금리를 낮추고 국채를 사들여서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완화라는 정책이죠. 모든 나라가 금리를 낮추고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을 때 한국만 하지 않으면 뭐 중간에 껴서 압살당하는 거죠.

 

3. 초과유보금 과세는 어디로?

 

사실 한국은 그 파트에 대해서 선택권이 없는거잖아요. 2퍼센트 금리에서 더 낮출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그건 내년에 전개될 상황같은데요. 근데 그 기간 안에 사실은 정부 입장에서 해야 할 필연적 정책들이 있다는거죠. 이게 진짜 근본적인 건데요.

 

아까 말한 것들이죠. 소위 말해서 아베노믹스에서 언급되는 ‘세 번째 화살’이라는 건데요.  세 번째 화살의 근간은 크게 대략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는 공기업 민영화. 두 번째는 연금 개혁. 세 번째는 노동시장 개혁. 근데 비교적 아베는 아베노믹스를 지지하는 이코노미스트들에게 전반적으로 호평을 듣고 있어요. 5%에서 8%로 예정된 소비세 인상을 밀어부쳤던 것만 빼놓곤요. 근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거예요. 공기업 민영화는 어떤 식으로든 해야 할 거고. 물론 약간 좌초되는 분위기이지만. 연금 개혁도 결국 해야 할거고.

 

일본에서처럼 한국에서도 시도되고 있죠. 공무원 다음엔 사학연금 개혁이겠구만.

 

그리고 지금 미국하고 대만과 일본도 있지만 우리만 없는 것이 초과유보금에 대한 과세인데 거기에 대해서는 전경련이나 대기업을 대변하는 한국경제연구원에서 격렬하게 반대를 했죠. 그렇지만 저는 하는 것이 맞다고 봐요. '초이노믹스'의 실패는 초과유보금에 대한 과세 정책이 테이블에서 사라진 것이 핵심 같아요. 언젠가 테이블로 돌아오겠지만 상당부분 실효성은 제거된 채 껍데기만 돌아올 거란 생각이 듭니다.

 

사실 초과유보금 과세를 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정말 유연한 보수란 느낌을 받았는데요. 기업들에 현금이 몰려있는 건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잖아요. 유럽 기업들한테도 어마어마한 현금이 몰려있다고 하죠. 다들 이걸 어쩌지 못하고 있는데, 최경환 부총리가 과세를 하겠다네?! 안 가본 길을 가는 거죠.

 

그게 유야무야. 보수의 반발이 거세단 증거죠.

 

최경환 부총리가 주춤거리고 있는 사이에 기업들은 배당을 하는 대신에 자사주 매입을 하는 흐름으로 가고 있잖아요. 일단 배당을 늘려주면 당연히 다시 배당을 줄이기 어려운 구조이지만 자사주를 매입하면 필요할 땐 써먹을수도 있고 지배구조를 개편할 때 쓸 수도 있고. 또 초과유보금에 대한 비난도 면할 수 있다라는 해법. 이미 시장은 틈새를 찾아버렸다고요. 주춤하는 사이에.

 

(웃으며) 역시, 최경환 실종사건. 사실 자사주 매입과 배당은 같은 정책이죠. 배당은 비교적 일관적이고 자사주 매입은 대개 일회적인 면이 다를 뿐이죠.

 

그만큼 덜 근본적이죠. 정책은 타이밍인데. 그걸 안 하면서 갑자기 세번째 화살을 자꾸 언론에 흘려서 반발 여론의 김빼기를 하고 있죠. 공기업 민영화는 이 정부의 정치력으론 이미 글렀고. 가장 만만한 건 노동시장 유연화라 그걸 조금씩 매만지고 있는 상태에요. 이것과 동시에 나와야될 게 기업들이 돈을 풀게 하는 압박하는 거였잖아요. 그걸 동시에 해준다고 해서 대단하다고 했던 건데. 최경환 부총리님, 어디 계세요.

 

이제 최경환 부총리가 보이지 않다 보니까 세 번째 화살을 위한 개혁이 이루어질 것이란 기대가 없고 어쩌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있어요. 노벨 경제학 수상자였던 크루그만이 얼마 전에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타임즈를 통해서 디플레이션 시대의 통화정책에 있어서는 중앙은행의 독립이 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를 했어요.

 

그렇죠. 저도 봤어요.

 

크루그만이 얘기했던 건 디플레이션 위협을 막기 위해서는 상당히 과감한 통화정책을 해야 하는데 중앙은행은 언제나 인플레이션에 매몰되어 있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런 정책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실제로 일본의 통화 정책이 드라마틱하게 바뀐 건 시라카와 마사키를 내쫓고 구로다 하루히코를 일본은행 총재로 앉히면서 부터죠.

 

BOJ를 점령한거죠. 내각에서.

 

그렇죠. 한국은행도 마찬가지에요. 여전히 인플레이션에 매몰되어 있죠. 사실 한국은행 직원들 입장에서는 디플레이션의 세상이 오는 건 나쁠 것 없어요. 정년 길겠다 월급 따박따박 들어오겠다. 디플레이션의 세계에서는 매월 떨어지는 고정 소득의 가치가 급증하거든요. 한국은행 직원들은 디플레이션 세상에서는 더 훌륭한 신랑 신부감이 되는 겁니다.

 

4. 시간 문제인가, 타임 아웃인가?

 

(웃다가 심각하게) 그런데, 정책 수단의 효과가 나타날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너무 성급한 걸까요? 그게 우리는 9,10,11월 3~4개월이라 아직도이지만 사실상 반년 정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것일 수도 있죠.

 

근데 통화정책이란 게 참 위험한 게 선제적하지 않으면 효과가 반감되는 부분이 많거든요. 지금 정부나 한국은행은 아직도 경상수지가 매달 80억불 정도 흑자로 나오고 있고 수출도 11월에는 전월대비 전년동월비 떨어졌어도 여전히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죠. 재정환율인  엔원환율이 9.5 이하로 떨어졌어도 우리나라가 생산성과 경쟁력이 많이 좋아졌으니 버틸 수 있다고 합리화하고 있을 거라고 추측합니다. 지난 수 년동안  우리나라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는 거죠. 하지만 전 그렇게 보지 않아요. 수출이나 생산 그리고 경상수지 같은 지표가 나삐지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에요. 일본같은 경우에 아베노믹스가 실패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일본의 경상수지가 여전히 적자라는 것에 주목하고 아베노믹스가 실패라고 우겨요. 대신 우리나라는 지금도 경상수지가 큰 폭의 흑자라고. 이게 왜 그러냐 하면.

 

우린 흑자를 무척 좋아하죠.

 


(웃으며) 네. 일본의 토픽스나 니케이에 상장된 기업의 수익을 보면 3분기에 굉장히 좋아졌어요. 70퍼센트 정도 되는 기업 수익이 예상을 넘어섰어요. 근데 기업 수익은 좋아졌는데 왜 3분기 일본의 GDP는 나빠졌을까? 왜 경상수지나 무역수지는 여전히 적자일까요? 일본 기업들이 환율로 좋아진 가격 경쟁력을 마진을 차지하는 데 쓰지 볼륨을 늘리는 데 쓰고 있지 않기 때문이에요. 아직은. 그래서 기업 수익은 좋아지지만 생산량을 늘리진 않아요. 근데 좀 더 계속되다보면 일본 기업은 충분한 마진을 구축했기 때문에 가격을 낮추고 마켓 쉐어를 늘리기 위해서 생산량을 늘릴 겁니다. 이미 그런 신호가 여기저기서 보여요. 우리나라 기업들은 아직까지는 마진 압박만 당하고 있지만 곧 일본기업들이 가격으로 치고 들어오면서 생산을 줄여야 할 겁니다. 매달 말에 나오는 산업 생산이란 지표에 재고출하비율이라는 게 있어요. 근데 생산이 자꾸 줄어들다 보니 재고출하비율이 2008년 이후 최대치 수준으로 가 있어요. 그 말은 기업 입장에서 보면.

 

재고 부담이 커졌군요.

 

네. 재고는 너무 많고 출하는 안되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 거죠. 그 말은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을 지금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더 재고를 쌓거나.

 

팔리지도 않는 걸 계속 만들어서 쌓고 있는거죠. 결국 과잉생산이 원인이라는건데요. 여기에 한국과 일본이 공통적으로 가고 있는 인구 노령화에 따른 수요감소가 겹치죠. 게다가 한국은 일본에 비해 가계 부채가 너무 높다고요. 나이는 먹는데 쓸 돈도 없어.

 

아니면 생산을 덜 하고 있는 재고를 밀어내야 해요. 그래서 아마도 몇 개월 안에 우리 나라 기업들이 어떻게 하는지 반응할지 수치 상으로 나타나기 시작할 거예요. 생산을 줄이기 시작하면 수출에도 유의미한 충격이 오기 시작할 거에요. 이미 11월 수출을 보면 그런 신호가 나오고 있어요. 지역적으로 보면 중국 수출이 깨지고 있고, 중간재 수출은 버티고 있지만 최종재 수출이 망가지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유가 빠졌다고 성장에 조금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12월 금통위에서 금리 동결했다면 정말 한심한 거에요.

 

생산을 줄이면 고용이 줄고 소비가 주는 악순환?! 디플레이션이네요?!

 

문제는 그 때가 되면 너무 늦다는거죠. 그런데 이런 상황이 계속되었던 1980년대 후반과 90년 대 초의 일본에서는 환율이 계속 엔화가 강세로 가니까 많은 일본 기업들이 일본을 떠나버렸어요. 이게 '오프쇼어링'(offshoring) 이라고 하는 거에요.

 

생산설비 해외 이전. 삼성전자도 스마트폰의 절반 가까이를 베트남에서 만든다면서요.

 

얼마전 하버드 대학의 데일 조르겐슨 교수가 한국에 와서 했던 말이 "일본이 갔던 비슷한 전철을 밟으면 안 된다"고 충고했어요. 특히 일본 기업들이 해외에 갔던 것처럼 한국 기업들이 탈출하도록 내버려두면 안된다. 가뜩이나 고용이 어려운데 그러면 더 어려워지죠. 아무리 애국심에 호소해도  우리나라 역시  이런 현상이 2년, 3년 계속되면 결국 기업들은

 

떠나겠죠. 아니, 이미 떠났죠.

 

이런 현상이 1년- 2년이 될 때는 괜찮아요. 근데 2년, 3년 지속되면 살 길을 찾아가는거죠.

 

그렇다면 한국이 일본에 상당히 많은 부분을 따라가고 있잖아요. 인구 구조적으로 보나 경제 구조적으로 보나 정책 수단으로 보나. 이건 뭐랄까. 알면서도 따라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피할 수 없단 뜻인거죠.

 

모든 인간사의 비극이 갖고 있는 희극성은 그 비극의 구조가 그 비극의 역사를 뻔히 알면서도 똑같은 전철을 밟는 거잖아요. 역사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라는 건 분명하지만.

 

5. 일본처럼은 안 될래요?

 

교훈을 안다고 해서 피해갈 수 있는 건 아니죠. 우리가 지금 몇 년 사이의 한국 경제 상황. 그것도 박근혜 정부 후반기에 일어난 상황을 예측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는데.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우리는 왜 일본처럼 되는 걸 피할 수 없는 걸까요?

 

일본도 나름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었고 디플레이션 위기와 자산 버블 붕괴이 왔을 때 나름대로 노력을 했어요. 그렇지만 지금 2008년에 미국 연준이 했던 대응이나 최근에 ECB가  했던 대응과 비교해보면 터무니없이 느렸죠.

 

최경환 부총리가 취임하고 얼마 안 돼서 이런 말을 했어요. “우리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5년차쯤에 와 있다.” 그렇다면 지금이 일본의 90년대 중반 정도란 얘기일텐데요. 하시모토 총리 시절. 그때 일본 정부는 정책 대응도 느렸지만, 특히나 오락가락했어요.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 같다가 경기가 조금만 좋아지면 다시 구태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기를 반복했죠. 딱 지금의 최경환 부총리처럼.

 

(쓴웃음) 근데 우리나라가 지금 하는 대응은 일본의 사례를 학습한 미국 연준이나 유럽의 ECB의 정책에서 전혀 교훈을 얻지 못하고 일본이 따라갔던 패턴을 그대로 밟고 있죠. 도박을 하거나 주식을 할 때 돈을 잃는 사람의 패턴은 똑같거든요. 나쁜 병에 걸리는 사람도 사실은 패턴이 똑같아요. 병에 걸려서 나으려면 그 나쁜 습관을 바꿔야 해요. 돈을 벌려면 돈을 잃는 패턴을 바꾸고. 근데 그게 쉽게 바뀌겠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기 직전에야 바꿔요. 암 선고를 받으면 대개 끊기 힘든 담배도 끊죠.

 

최경환 부총리가 길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꾸지 못 하는 원인은 무엇이냐. 사실 그건 또 다시 정치 문제로 돌아가요.

 

슬프네요.

 

최경환 부총리는 보수 진영 내 이데올로기적 싸움에서 스텝이 꼬이고 있죠. 말하자면 기업들을 상대로 하는 기업 정책이나 가계 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들을 쓰기 위해선 사실 보수 진영 내부에서 표 떨어지는 짓을 해야하는 상황인데 그걸 앞장서서 하긴 어려운 상황에 빠져있는거겠죠. 길을 알지만 리스크를 지긴 어렵고. 아베노믹스와 초이노믹스의 또 한 가지 차이점은 부총리와 대통령과 총리의 차이일거예요. 그 양반은 이 정권의 주인이 아니라고요. 길을 알지만 그 이상까진 갈 수 없는거죠.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은 지지율이 굉장한 자산이란 걸 알고 있는 영민한 대통령이죠. 그러니까 지지율 떨어지는 짓은 하지 않는거죠. 그렇다보면 초이노믹스는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거죠.

 

정확한 지적을 하셨는데 20년 전의 일본과 지금 일본의 차이점은 아베가 사실상 구로다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죠.

 

맞아요.

 

정권을 잃고 절치부심했던 아베가 다시 정권을 잡았을 때는 이미 상당한 마스터플랜이 서있었어요. 근데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아마도 박근혜는 최경환이 했던 말의 대부분을 이해하지 못 하고 있었을 것이고 그 정책이 지지율 유지에 도움이 된다면 하겠지만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것 같고 지지기반을 무너트리는 것 같다면 주저하고 포기할 거에요. 지금까지의 모습으로 보면 이미 그렇게 가고 있어요.

 

그 사이에서 최경환 부총리는 내가 이 정권의 주인도 아닌데 그 이상 밀어부치긴 어려운 상황이겠죠. 사실 거기엔 한국이 실버 데모크라시 사회가 되고 있다는 점도 한 몫을 할겁니다. 과거의 인플레이션 향수에 젖어있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했잖아요. 그들은 젊은이들에 비해 부자면서 동시에 경제성장을 당연한 걸로 여기는 착각 속에서 아직 살아요. 그들이 여전히 한국의 정치 권력을 쥐고 있죠. 결국 경제정책도 여기에 맞춰질수밖에요. 최경환 부총리는 얼마 전에 7.30 재보선에서 자신의 부동산 부양 정책이 먹혔다는 발언을 했다가 욕을 바가지로 먹었죠.

 

그런 발언을?!

 

일본이 저 꼴이 된 건 과거가 미래를 잡아먹어서죠. 한국도 지금 딱 그러고 있고.

 

빚쟁이가 된 신기자도 이젠 그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한걸로.

 

(울컥) 아빠니까. (말을 돌리며) 이건 부수적인 원인일 수 있지만 총리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도 문제일 수 있어요. 내각 자체가 현재 한국은 청와대가 정치를 움직이고 있잖아요. 역대에 청와대가 이렇게까지 비대한 정권은 없었던 것 같은데. 그러니까 내각이 거의 사실은 무용지물에 가까운 상태이고. 특히 총리는 존재감이 없고. 우리가 최경환 부총리가 어디갔냐고 물어봤지만 우리나라는 총리가 없죠. 이건 사실 내각이 해야 할 일인데 청와대는 이 모든 걸 정무적으로 해석하는 집단이라고요. 본질적으로. 그러다보니까 화살을 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살을 부러트리거나 쏘지 않죠. 원인은 또 거기에 있는 것 같아요.

 

어쨌든 이대로 3년이 지나가고 나면 박근혜 정부와 여당은 경제적으로 상당히 곤궁한 위치에 빠질거예요.

 

일본처럼 돼있을까.

 


6. 중국이 희망인가?

 

일본 얘기도 했으니 여기서 다시 중국 변수를 얘기해야 할 것 같은데요. 가장 가까운 일본 기업들이 부활을 할 것이고 지금은 환율 정도만 얘기하고 있는데 나중에는 기업경쟁력이 위기에 처할 상황이 발생하겠죠. 그 다음은 중국인데 중국하고 한중 FTA를 했어요. 하지만 중국 경기는 예전만 못 하고 계속 나빠지고 있는 상태.

 

근데 이제 제가 봤을때는. 중국은 우리에 비해서 생각보다 미래가 그렇게 암울하진 않아요. 성장률은 둔화되고 여러 가지 그동안 고성장이 가져온 문제가 나타나겠죠. 그래도 중국은 굉장히 큰 스케일의 내수중심 경제의 구현이 가능한 나라거든요. 한국에서는 우리가 수출주도 성장에서 내수주도 성장으로 경제의 축을 돌릴 때 과연 누가 내가 파는 것을 안에서 사줄 것인가 의문이 생기잖아요. 내가 만약에 럭셔리한 카페나 식당을 만든다. 과연 누가 이걸 먹어 줄 것이냐 의문이 생기지만 중국은 다르거든요. 거기는 3백만명 이상의 대도시가 열 개가 넘게 있는 나라에요. 그래서 중국은 소비 위주의 경제를 한다고 맘만 먹으면 상당기간 유의미한 성장을 할 수가 있어요. 근데 그런 면에서는 우리나라가 중국보다는 약점이 있죠. 그래서 사실은 잘 살려야돼요.

 

중국과의 관계를.

 

올 해 주식시장에서 각광을 받았던 기업을 두 개 정도 예로 들 수 있는데. 하나는 아모레퍼시픽. 하나는 호텔 신라에요. 근데 아모레퍼시픽같은 경우엔 주가가 1년 동안 1.5배 정도 올랐는데 전체 매출의 27퍼센트 정도를 중국인들이 설명해요. 중국 관련 매출이 1조인데 그 중에 절반은 중국 본토에서 나오는 것이고 나머지 절반은 중국인들이 한국에서 사주는 화장품 매출이에요. 면세점 매출인거죠. 근데 그 현상은 신라호텔같은 전형적인 아웃바운드 비즈니스에서도 똑같아요. 신라호텔 매출이 3조가 조금 안 되는 규모인데 호텔 매출은 20퍼센트도 안 될 겁니다. 나머지 대부분은 면세점 매출이에요. 그 면세점 매출이 올 해 급증했는데 그게 중국인들의 힘인거죠. 바꿔말하면 아웃바운드로 들어와서 그렇게 많은 화장품과 면세점 쇼핑을 하는 중국인들이 앞으로도 절대 줄지 않을 거에요. 그럼 우리나라 내수도 발상의 전환을 좀 해 볼 필요가 있죠.

 

그 내수가 꼭 한국 사람일 필요는 없다라는 얘기죠.

 

그러니까 3백 만명 이상이 되는 도시가 중국에 10개가 있는데 북경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는 상해가 아니에요. 서울이지.

 

아. 오. 발상의 전환인데요.

 

게다가 한국에 오는 비행기값이 상해보다 터무니 없이 비싸지도 않아요.

 

그렇겠구나. 그렇다면 한중FTA가 어쩌면 굉장한 돌파구. 유의미한 돌파구가 될 수 있겠네요.

 

사실 저는 지금 한중FTA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고 조금 더 미루는 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봤던 입장이에요. 중국과 미국 사이에 썸타기에는 한중 FTA가 좋은 재료라고 보았끼 때문인데요. 한중FTA를 하는 것에 대해서 미국이 그렇게 탐탁해하게 생각하진 않거든요. 보수 입장에서 박근혜는 친미정권이지 않을까 싶지만.

 

아니죠.

 

실질적으로 박근혜 정권은 친중정권이에요. 이게 지금은 보수 정권이라 그런 비난을 보수로부터 덜 듣고 있을 뿐이에요.

 

지금 말씀하신것처럼 중국 시장과 통합된 형태의 시장이 되어야만, 기업들도 그런 사고 틀을 갖고 있어야만 한국을 오프쇼어링하지 않을 거 아니에요. 안 그러면 좁근 한국 시장에서 점유율 경쟁만 하면서 1등 2등 다툼만 벌여야 할테니까. 은메달까진 살고 동메달부턴 목메달.

 

내수 서비스 업으로 진출을 생각하는 기업 그리고 자영업을 꿈꾸는 한국인 입장에서 중국 요우커들을 무시하면 안 된다라는 입장이지만 또 그들이 한국 경제를 떠받칠만한 힘이 있느냐 묻는다면 또 그렇진 않거든요.

 

그것만 믿을 순 없다.

 

도움을 받을 순 있지만 의지를 할 순 없는 게 한국 입장에서 중국인들의 소비력이에요. 그래서 현명한 통화정책, 적극적인 재정정책, 세 번째 화살. 이게 같이 가지 않으면 어려운거죠.

 

좋아요. 일단 어쨌든 그나마 한국 경제에 기대할만한 곳은 중국경제가. 물론 예전만큼 성장률이 업라이징하진 않지만 7퍼센트 성장률이란 건 훌륭한 것이니까. 그걸 믿고 갈 수 있는 여지가 아직은 있다. 그리고 더더군다나 우리 경쟁사일 수 밖에 없는 일본 기업들에 한국 기업들이 비교우위일 수 있죠.

 

한일 관계는 최악이니까요.

 

사실 중국까지 한국의 내수 시장으로 볼 수만 있다면 참 좋겠는데, 문제가 있긴 해요. 중국 기업들의 성장세가 무시무시하다는 거죠. 그것도 한국과 거의 일대일 대응하는 기업들이 즐비해요. 갤럭시 대신에 샤오미를 쓰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거죠. 일단 중국 기업들의 설비 투자율이 어마어마하니까요. 결국 따라잡히게 돼 있죠. 중국이 지금처럼 제조업 중심 성장을 지속하는한 결국 한국 기업의 경쟁상대일 수밖에 없잖아요. 방법은 중국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쓰는 건가?! 중국도 미국처럼 주술경제체제에 들어가서, 일 안 하고 쓰기만 해준다면, 한국은 완전 행복한건데. 물론 일은 더 오래 해야하겠지만요.

 

7. 개혁에 실패한다면?

 


(말을 돌리며) 아마도 공무원 연금을 의미 있게 개혁하면 정권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부메랑이 돼서 돌아올 겁니다. 비록 옳은 정책이지만.

 

사실 옳은 정책을 하고도 정권을 뺏긴 사람들이 꽤 있잖아요.

 

많죠. 노무현의 종부세라는 것도 몇몇 디테일을 제외하면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시키는 옳은 정책이었죠.

 

같은 맥락이죠. 근데 그 얘기는 뭐냐면 말이죠. 박근혜 정부가 연금 개혁을 하다가 말 수도 있단 뜻이기도 해요. 사실 집권 중반기 이후부터는 차기 정권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올텐데 정권을 뺏기고 싶은 생각은 없겠죠. 당연히.

 

근데 어떻게 보면 박근혜 정부가 손을 댄 많은 것들이 용두사미로 끝났어요. 공기업 민영화라는 것도. 진정한 공기업 민영화라는 건 경영의 비효율을 해소화하고 정부 지분을 매각한 후 그 이윤의 상당 부분을 R&D 투자를 통해 생산성 증대에 쓰는 것인데 처절하게 실패했죠.

 

첫 단추도 못 낀 것 같은데요?

 

무능한 경영자들, 어리버리한 공무원들, 사악한 정치인들이 엮여서 사실 말씀하신 것처럼 첫 단추도 못 끼웠어요.

 

그 때 어디야. 경향신문 앞에 있는 그 어디냐. 철도 노조하고 시끄럽게 싸우다 끝난걸로. 그걸로 끝이었죠. 더이상 진도가 못 나갔죠. 공무원 연금개혁도 마찬가지죠. 지금 올 해 하반기. 사실 이게 아까 잠깐 말씀하셨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어떤 함의가 있는지 모르는 것 같아요. 그게 주변의 참모들에 의해서 이거 추진해야 한다고 믿고 이걸 성공하면 굉장히 훌륭한 대통령이 된다라고 얘기만 듣고 가는거지 이 정책을 왜 끌고 가야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모르니까 하다가 좀 꼬이거나 지지율이 떨어질 것 같으면 바로 손을 떼버리는거죠.

 

공기업 민영화라든가, 연금 개혁이라든가 뭐 통일대박론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어떻게 보면 위대한 대통령이 되기 위한 굉장히 좋은.

 

굉장히 큰 사안들인데 한 정권이 아젠다 하나만 성공시켜도 되는 것이죠. 어쨌든 이 정부의 특징은 용두사미인데. 하지만 마지막에 할 수 있는 건 노동시장 유연화일 가능성이 있어요. 그건 기업들이 바라는 바고. 고정 지지층을 확보할 수 있겠죠. 그때쯤 되면 정권의 3,4년차쯤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제가 봤을 땐 다 못 할거예요. 지금 이런 스타일로는. 기대를 꺼야 할 겁니다.

 

아. 하다 말 것이다.

 

지금 새누리당을 보면 안타까운 게 사실 무상급식을 하느냐 마느냐의 주제는 지금 한국 경제 앞에 놓인 현안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거든요. 무상급식이 경제적으로 옳으냐. 연봉이 몇 억 되는 애들의 자식을 무상급식을 해줘야 하느냐. 그게 경제적으로 옳지 않으냐라는 반론은 물론 할 수 있지만 비슷한 반론으로 65세 이상은 지하철을 공짜로 이용하잖아요. 65세 이상 노인 중에는 부자들도 많을텐데 그렇다고 해서 그런 사람들의 소득을 가려서 무임승차권을 받게 하진 않잖아요. 아주 기본적인 복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사실 한 달에 5만원에서 7만원 정도 되는 밥값이 앞으로 우리가 자라나는 애들을 위해서 디폴트로 장전해야되는 복지의 형태냐. 아니면 그걸 선별적으로 가져가야되는 복지의 형태냐. 논란하고 있는 건 아주 미시적인 부분이고 선택의 문제일 뿐이에요. 그게 마치 자신과 진보를 구분하는 것처럼 말하는 보수는 죄다 나라를 망치는 가짜 보수일 뿐이에요.

 

근데 이건 참 재밌는건요. 우리가 지금 얘기하고 있는 것들이 굉장한 거시경제 부분이라 마치 개헌처럼 사람들의 피부에 와닿지 않을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닥쳐야만. 내가 직장에서 짤려야, 내 월급이 줄어들어야만 느끼는 것이고 그 외에는 알아서들 하라고 다들 둔다는거죠. 반면에 내 아이가 점심을 먹을 것이냐 안 먹을것이냐는 당장 피부에 와닿는거예요. 그러니까 정치가 점점 난쟁이화되는 것이죠. 키가 작아지고 있는거죠. 정말 중요한 부분들을 건드리지 못 하고.

 

그런데 슬픈 건 뭐냐면 이런 재정정책, 통화정책, 제3의 화살정책이 실패해서 한국이 극심한 디플레이션에 들어가고 통화가 상대적으로 절상되는 가운데 기업들의 오프쇼어링이 일어나고 그 와중에 잘못된 노동정책으로 고용만 불안해진다고 생각해봐요. 가계부채는 계속 커지는데 소득은 늘지 않고 성장도 되지 않고.

 

지옥이네? 어? 일본이네?

 

그런 상황이 되면 그 상황이 모든 걸 다 바뀌어버려요. 사람들이 가지는 미래에 대한 기대. 라이프스타일. 심지어 성생활까지 다 바꿔버려요.

 

그러면 극우 파쇼 정권이 등장하죠. 과거 혹은 미래에만 중독된 인간형들. 어? 최경환 정책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결과는 역시 보수의 재집권인가?

 

초식남이 등장하고 건어물녀가 등장하고. 이런 것들이 다 활력이 사라진 경제의 부산물이거든요.

 

경제가 사람을 바꾸니까요. 아까 크루그만 말씀하셨듯 중앙은행의 독립이 훼손을 해도 상관 없다라고 사고할 수 있는 전반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는 거죠. 사실 그런 사고의 전환을 요구하고 얘기하는 사람들은 꽤 있는 것 같아요. 문제는, 최경환 부총리의 정책은 실패할 경우, 이런 사회 퇴행을 촉진할 거란 겁니다. 모든 경제 주체들이 코너에 몰려서 자기만 살겠다고 이기적으로 변하겠죠. 일본의 정책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게 걱정이죠. 할거면 제대로 해야 하는데, 찔끔찔끔 게릴라처럼 간만 보니까, 답답한 거죠.

 

지금도 진보 진영에서는 가계 부채때문에 금리를 내려서는 안 된다라는 주장을 해요. 심지어 박지원 의원을 비롯한 야당은 12월 금통위의 금리동결에 환영 멘트까지 했어요. 그런 모습을 볼 때 야당은 과연 수권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러워요. 모르면 차라리 가만 있으면 될텐데. 가계 부채와 금리인하에 관한 논쟁은 사실 일본에서 소비세 인상 여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쟁과 비슷해요. 정부의 신용도를 지키기 위해서 소비세 인상을 한다고 약속했으니 꼭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본 내부에 있어요.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 폴 크루그먼이 그런 식의 신용도라면 없는 게 낫고 훼손시켜야 된다고 냉소했어요. 일본 부채의 90퍼센트를 일본인들이 들고 있는데 뭔 넘의 '크레더빌리티'(credibility)가 필요하냐. 그런 '크레더빌리티'는 빨리 망가트려서 경기 회복을 하는 것이 진짜 크레더빌리티를 높이는 궁극적인 목표라구요. 무디스가 그 이후에 일본의 신용등급을 낮췄지만 그 효과는 반나절도 안 갔어요. 우리나라 일부 진보 진영이 하는 비판도 비슷해요.  가계 부채를 해결하려면 금리를 내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웃기는 거죠. 그럼 가계 부채는 어떻게 해결할 거냐는거죠. 가계 부채를 해결하려면 두 가지 방법밖에 없어요. 소득을 늘리거나 부동산 가격을 높이거나.

 

그런데, 계속 얘기하다보니, 우리가 정말 어쩔 수 없는 게 하나 있네요.

 

뭐죠?

 

인구 노령화와 감소. 이 모든 문제가, 국가가 늙어가면서 일어나는 일이니까요.

 

JO&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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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동조와 신기주 KIM&SHIN

주의 ㅣ 이번 잡담엔 <인터스텔라>에 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을 수 있습니다.

 

 

1. <인터스텔라> IMAX와 허니버터칩이 도대체 무슨 관계인가.

 

신기주(이하 주) (자랑스럽게) 저는 <인터스텔라>를 두 번 봤답니다. 한번은 4DX로, 또 한번은 IMAX로.

 

김동조(이하 조) (비웃으서) 두 번 다, 혼자 봤다는 게 함정이죠.

 

(못들은 척) 요즘 존재하지만 돈이 있다고 해도 가질 수 없는 두 가지가 있다면서요.

 

허니버터칩과.

 

(다시 자랑스럽게) <인터스텔라> 아이맥스 관람.

 

IMAX로 <인터스텔라>를 보면서 허니버터칩을 먹는 거

 

(억지스럽게) 전, 봤다고요. 허니버터칩은 못 먹었지만.

 

(놀리며) 좋던가요? 혼자서, 두 번씩 봐도?!

 

(국면전환을 노리면서, 괜히 진지하게) 이 영화의 본질은 이야기가 아니에요. 주인공 남녀가 블랙홀을 가로지르는 장면 있잖아요. 그 장면을 영상화하기 위해서 이 영화를 만든 거죠. 그 장면을 IMAX로 본다는 것은 굉장히 값진 경험이라고요. 실제로 기존 2D보다 두 배 이상 화면이 크니까 잘렸던 화면이 다 나오더군요.

 

CGV 입장에서 IMAX는 남는 장사죠. 4DX와는 달리. 4DX는 안 남는 장사고.

 

하긴. 4DX는 상황 연출을 위한 추가 비용이 들지만, IMAX는 그냥 스크린만  크면 되니까.

 

4DX는 구색을 맞추게 만들어놨지만 사실은 사용료가 더 많이 들어요. 일년에 500억 정도 버는 CGV가 관객에게 영화관람 서비스 자체로는 적자더군요.

 

팝콘과 콜라?!

 

팝콘과 콜라를 팔아서 손실을 메우고 진짜 돈은 광고로 벌더군요.

 

앞에 붙어있는 기나 긴 광고가 주요 수입원이구나.

 

관객 입장에서는 영화 앞 광고가 길게 느껴지지만, 그 덕분에 영화 티켓을 싼 거죠.

 

관객들은, 티켓값도 싸고, 광고도 덜 보고 싶죠.

 

그래서 광고시간을 늘리면 돈을 벌 것 같지만, 사람들은 기분 나빠서 나가 버리면 안되니까, 시간을 적당하게 잘 조절해야죠. 그래서 중국시장에서 CGV 고전 중이에요. 광고 때문에.

 

아, 광고를 제대로 붙이질 못해서 그런 거구나.

 

재미있는 건, CGV는 대부업체인 러쉬앤캐쉬 광고 같은 건 하지 않아요. 1위 기업으로서의 윤리의식이라고 할까. 고객들의 반감도 감안해야 하고. 하지만 롯데씨네마는 그냥 대부업체 광고도 가리지 않고 틉니다. 그리고 기꺼이 욕을 먹어요. 롯데 스타일 아시잖아요. 욕 먹고 돈을 버는 기업. 그렇게 하는 이유는 대부분 사람들은 욕하면서도 가니까.

 

그게 소비자의 심리죠. 계속 욕하면서도, 허니버터칩이 먹고 싶어하는 거니까.

 

2. <아마겟돈>과 <인터스텔라>는 둘 다 아빠와 딸의 이야기인가?

 

사실 우주 영화 중에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대성통곡하며 본 영화가 있는데.

 

(직감적으로) 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

 

그게 엉뚱하게도 아마겟돈이라는 영화였어요.

 

(그럴 줄 알았다) 역시.

 

이 얘기를 하면.사람들의 반응이.

 

정말 눈물겹죠. 난 지금도 정말 울 것 같아.

 

정말 절 냉소하던데. 하하.

 

전 완전 이해해요.

 

그래요?

 

딸이 아빠의 마지막 모습을 화면으로 보면서, 펑펑 울잖아요. 이거 <인터스텔라>와 이어지는 얘기네요.

 

맞아요. 전 지금은 없어진 남영동 성남극장에서 혼자 그 영화를 보다가 엉엉 울었어요. 태어나서 영화 보다 운 건 그때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어요.

 

마초 아빠들의 대화로 흐를 것 같은 불길한 예감.

 

저는 사실 <인터스텔라>에 흐르는 아빠와 딸의 연대감 그리고 가족애가 <아마겟돈>의 것과 다르진 않다고 봅니다. 다만 <아마겟돈>의 것이 굳이 비교하자면 조금 더 날 것이겠죠.

 

<아마겟돈>은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인데 뭘 바래요. <트랜스포머>처럼 함량미달까지 안 가서 그만하니까 다행이죠.

 

<인터스텔라>는 훨씬 고급스러운 디테일을 갖고 있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팬들이 마이클 베이와 둘을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화를 낼 듯 한데요. 그런데 <아마겟돈>의 주제가를 부른 록그룹 에어로스미스의 리더 스티브 타일러의 딸이 <아마겟돈>의 여주인공 리브 타일러잖아요. 아빠 스티브 타일러가 ‘I Don’t want to miss a thing’을 부르는데, 영화 속에선 아빠를 잃은 딸이 살아 돌아온 남자친구 벤 애플렉한테 안겨버리죠. 너무 기쁜 얼굴로. 역시, 딸도 아들만큼이나 키워봐야 소용없다는 명장면이랄까. 아빠는 노래하죠. 아이 돈 워너 미스 어 씽.

 

딸바보 아빠만 캐치하는 미묘한 디테일과 근거있는 분노네요.

 

(시무룩) 아빠라면 결국 언젠간 받아들여야만 하는 순간이랄까. 생각만해도 아프네. 어쨌든, 다시 <인터스텔라> 얘기로 돌아가면, 결국 아버지가 딸한테 돌아가려고 애쓰는 얘기잖아요. 어차피 떠나버릴 딸.

 

3. <인터스텔라>는 <미생>인가?!

 

저는 그 영화를 보면서 재밌다기보단 슬프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주로 시간과 공간에 관한 이야기잖아요. 시간에 관련된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깊은 슬픔이 느껴진 맥락이 있어서 가슴 아팠지만, 공간에 대한 이야기는 제가 이해할 수 없어서 더 가슴이 아팠어요.

 

수학II를 접해본 적도 없는 문과생으로서, 저도 제대로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네요.

 

(웃음) 블랙홀에서 위치 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바꿔서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5차원의 세계로 들어가는 과정은 물리학자들간에도 이론의 여지가 있다고 하니 상상력의 영역으로 볼 수도 있죠. 하지만 쿠퍼가 한 시간이 7년에 해당하는 행성에 가는 장면이 있어잖아요.

 

밀러 행성이죠.

 

앤 해서웨이의 헛짓으로 23년이란 시간을 날려버리잖아요. 그런 후 돌아왔더니 4시간 전에 봤던 흑인 아저씨는 할아버지가 돼있고 분명 고향에 두고 온 내 딸도 23살을 더 먹어서 동갑내기가 되어버렸을 텐데 비극적인 건  그렇다고 해서 내가 더 오래 산 것도 아니란 말이죠. 그냥 나는 내 시간을 보낸 것 뿐이니까. 하지만 시간은 흘러버렸고 나는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잃어 버리죠.

 

(문과생인 주제에 아는채하면서) 그게 상대성 이론이죠.

 

슬프잖아요. 내가 여기서 남들보다 더 오래 산 것도 아니고 같은 시간을 보냈을 뿐인데 내가 사랑한 모든 것들을 거의 잃게 된 상황이, 저는 월급쟁이의 인생에 대한 은유처럼 느껴졌어요.

 

정말, 진심으로, <인터스텔라>를 <미생>으로 푸실 겁니까?!

 

(뜬금없이 진지하게) 우리가 영위하는 호구지책이란 것이 실은 중력이 무거운 행성으로 날아가는 짓이  아닐까. 모든 아빠와 엄마들이 일하는 동안 곳은 집보다 중력이 굉장히 강한 곳이에요. 그래서 시간이 굉장히 빠르게 흐르죠. 집에 돌아와 보면 애들은 커져 있어요. 저처럼 트레이딩을 하기 위해서 스크린을 계속 몰입해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토요일 아침 7시까지 매일 22시간을 스크린 속의 세상 살고 있는 것과 같아요. 토요일 아침 7시가 돼서 장이 끝나면 그럼 그때부턴 시간이 천천히 가는 걸 느껴요. 그리고 일주일 동안 커버린 애들 그리고 늙어버린 다른 가족들.

 

미생 아빠들.

 

영화의 해석은 열려있으니까. 마치 우주처럼.

 

(<에스콰이어>에 <인터스텔라>의 진지한 영화평을 쓴 주제인데, 어느새 <미생>식 해석에 혹해버렸다) 그런데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집에 오면, 중력에 의해, 이사님이 가장 보고 싶어하는 사람한테 몸이 빨려드는 거죠. 가장 사랑하는 사람. 물론 아내는 아니고, 애들?!

 

아닌 건 아니고.

 

(무시하면서) <인터스텔라>를 보면 도대체 왜 주인공 쿠퍼가 블랙홀에 빨려들었는데 하필 딸 서재로 끌려들어가는 것이냐. 그곳이 딸과 마지막으로 시간을 보낸 시공간이니까요. <인터스텔라>에서 보면 중력은 시공간을 초월한다고 나오잖아요. 사람 사이에 이끌림은 곧 사랑이고, 그건 중력과 같은 힘을 지닌다고 말할 수도 있겠죠. 결국 우리는 언제나 가장 사랑하는 존재가 존재했던 시공간으로 빨려들 수밖에요.

 

사랑이 곧 중력이라.

 

그런데, 다시 이걸 <미생>식으로 얘기하면, 막상 밀러 행성 같은 직장에서 나왔는데, 월급쟁이가 빨려드는 곳이, 꼭 가족이 있는 집이 아닐 수도 있다는 반전. 시간이 아까운 시공간은 집구석 말고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으니까.

 

아 좋은 지적인데요. 우리가 살아남은 인생을 재무이론을 적용해 현재가치를 계산할 수 있다고 생각해봐요. 내가 80까지 산다고 하면 나머지 40년 가치를 할인해서 현재가치를 구한다면 만약 내가 갑자기 부자가 된다거나 권력자가 되면 그 현가의 가치는 올라가겠죠. 그렇게 되면 내가 좋아하지 않거나 내가 재미없어하거나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거나 흥미로운 얘기를 하지 않는 것들에게는 가차없이 까칠하게 하는 것이 합리적이죠.

 

<인터스텔라>에서 이런 얘기가 나오죠. 시간도 자원이니까, 아껴 써야 한다.

 

돈이 많고 권력이 많은 자들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돈을 쓰죠. 그래서 스티브잡스가 암 선고를 받은 다음에는 어마어마하게 까칠해진 거죠. 일을 못 하면 가차 없이 “넌 내 시간을 낭비시키는 쓰레기야”라고 고함쳤다고 하죠.

 

시간도 인간한테 주어진 한정된 자원이다. 그런데 우린 시간이 무한한 자원인줄 알죠. 그게 우리가 미생인 이유?!

 

살 날이 얼마 안 남은 잡스의 입장에서의 1초와 저의 1초는 너무 다른 거죠. 잡스의 입장은  마치 중력이 무거운 행성에 떨어진 매튜 맥커너히와 비슷하죠.

 

근데 우리는 우리가 갖고 있는 시간의 자원이 얼마인지 모른다는 거죠. 그게 또 이 시간의 특징이기도 한데. 예금 잔고가 얼마나 되는진 알 수 있죠. 하지만 우리의 시간 잔고가 얼마나 되는진 아무도 몰라요. 그건 건강으로 체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뭐 멀쩡하던 사람이 하루 아침에 죽을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 결국 시간은 그래서 상대적인걸 수도 있죠. 어떤 사람은 똑같은 시간을 굉장히 바삐 쓰는 반면 어떤 사람은 그렇게 쓰지 않으니까. 자원을 낭비하기도 하니까.

 

그래서, 저는 <인터스텔라>를 한국판 샐러리맨 버전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했었어요.

 

(자포자기) 솔직히 전 <미생>을 싫어해요. 어느 시대나 샐러리맨의 애환은 있어요. 예전엔 <TV손자병법> 같은 드라마가 있었죠. <미생>만큼 정교하진 않아도 그 나름 공감을 불러일으켰죠. 결국 그런 드라마들이 하는 건, 노예가 노예의 삶을 긍정하게 만드는 거죠. 노예끼리 서로를 불쌍하게 여겨봐야 뭐하나.

 

사람들은 직장이라는 공간으로 가서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죠. 돌아오고 나면 모든 것이 달라져 있어요 그런데도 우리가 중력이 무거운 곳으로 기꺼이 가는 이유는 언젠가는 내가 쿠퍼처럼 세상을 구하는 것에 비견할 뭔가 근사한 것을 이룩해서 언젠가는 위치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바꾼 후 블랙홀을 탈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욕망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4. 위치에너지와 운동에너지와 중력과 사랑은 상관이 있다?!

 

  그런데, 다시 현실에 비유하자면 세상에서 가장 중력이 무거운 곳이 어디일까요?

 

세상에서 제일 중력이 무거운 곳이요?

 

사랑하는 사람 옆 아닐까요? 이사님의 <미생> 비유와 정반대의 비유일텐데요. 중력이 가장 무거워서, 같이 있으면, 바깥 세상에선, 신선 놀음에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를 만큼, 시간이 빨리 가는 곳이죠. 난 두 시간인데, 바깥에선 난리가 났어. 역시, 쿠퍼도 블랙홀로 빨려들었더니, 종착점은, 블랙홀의 특이점, 결국 중력이 가장 강한 곳은, 가장 사랑하는 딸 옆이였다는 거죠.

 

그곳이 바로 이벤트 호라이즌이죠.

 

그 안으로 딱 빨려들어갔더니 나타나는 곳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 옆.

 

그런데 원래 놀란 감독의 동생이 쓴 최초의 시나리오는.

 

조나단 놀란.

 

주인공이 아빠와 아들로 돼있었다고 해요. 놀란 감독은 딸 밖에 없어서 아들에서 딸로 바꿨다고.

 

(주워들은 얘기) 원래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하기로 했던 프로젝트였대요.

 

두 아들의 아빠로서 던지는 의문은 왜 저 아빠는 저 막중한 책임을 아들에겐 주지 않았고 왜 이벤트 호라이즌을 통해서 돌아온 공간은 아들의 서재가 아니라 딸의 서재였을까.

 

(딸바보 아빠로서) 당연한 거 아닌가?! 

 

(웃음) 우리는 둘 다 그 답을 알고 있죠.

 

아시겠지만, 아들은 서재에 항상 없다고요. 여자친구들 이벤트 해주느라. 24시간 내내 서재에 없기 때문에 소통 할 수가 없어.

 

아들은 여자를 따라다니고 있었을까요, 아니면 게임을 하고 있었을까요? 아니면 아들은 야동을 보고 있을까요?

 

이 영화의 원형은 천체물리학자 칼 세이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콘택트>란 영화잖아요. <콘택트>에선 딸이 아빠의 신호를 기다리죠. 지구에서. 그 딸의 남자친구로 <인터스텔라>의 주인공 쿠퍼를 연기한 배우 매튜 매커너히가 나오고. <인터스텔라>와 <콘택트>는 데깔꼬마니죠. <인터스텔라>에선 아버지가 딸한테 신호를 보내려고 난리치잖아요. 결국엔 소통을 하고 싶다는 의지가 시공간을 초월해서 전달된다는거죠.

 

아빠와 딸은 되는데, 아버지와 아들은 안 된다?!

 

(박장대소) 그 얘긴 무슨 얘기냐. 우리가 밀러 행성 같은 직장에서 일하고 있어도 마음만 먹으면, 딸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늘 딸한테 전달되고 있는 걸 수도 있어요.

 

아빠와 딸은 그게 되는구나?!

 

제가 어디 라디오에 나가서, <인터스텔라> 얘기를 하면서, 시공간을 초월하는 것이 사랑이고 중력이란 것을 증명해 보인 적이 있죠.

 

유리겔라야? 어떻게요?!

 

저는 <인터스텔라>에서 앤 해서웨이가 그렇게 예쁘더라. <다크나이트> 때부터 완전 내 타입이야. 제가 배트맨빠인건, 잘 아실거고. 캐리커처까지. 어쨌든, 진짜진짜진짜진짜, 너무 예쁜거죠. 숏커트에.

 

저기 서울 광장 나가서 물어보세요. 자기 타입 아니라고 할 남자 한 명이라도 있나.

 

(진지하게) 난 앤 해서웨이 너무 좋아해. 그럼 나의 마음만으로도, 태평양을 건너서, 슈퍼스타라서, 저하곤 계층적으로도 수억 광년쯤 떨어져 있는, 앤 해서웨이의 옆에 있는 것처럼, 제가 느끼게 만들어주지 않겠어요?  저와 앤 해서웨이의 시공간은 찢어져있지만 난 그녀가 제 옆에 있는 것처럼 느껴요.

 

아, 괜찮은데?!

 

이게 바로, <인터스텔라>의 주제라고요. 그 얘길 다시, 아까 말씀하신, 연애의 경제학으로 바꿔놓으면, 전 위치에너지가 앤 해서웨이보다 낮죠. 그러나.

 

빨리 성공하셔서, 위치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바꿔서, 앤 해서웨이에게 날아가세요.

 

그렇죠. 근데 운동 에너지로 어떻게 바꿀 것이냐. 블랙홀을 찾아서. 특이점을 찾아야하는 거죠. 성공의 싱귤레러티를 찾아야하는거죠.

 

이벤트 호라이즌.

 

그런데, 다른 방법도 있다고요. 제가 앤 해서웨이를 무지무지무지 사랑하면, 사랑의 중력이 커지고, 결국 제 사랑의 무게 때문에, 제가 블랙홀로 빨려들어가서, 앤 해서웨이의 서재로 들어가게 된다. 그래서, 이 영화의 본질은 첫째도 블랙홀이고 둘째도 블랙홀이라고요.

 

블랙홀.

 

가끔 자기 중력이 너무 센 사람끼리 만나기도 하죠. 자아밀도가 둘 다 너무 높아. 그러면, 서로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다가, 결국 블랙홀이 포개져 버린, 이중쌍성이 된다나 뭐라나.

 

그래서, 암흑혹성이 되는 게, 이혼이죠.

 

(잠깐 미쳐서,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딜런 토마스의 시를 개사해서)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오. 돌씽들이여. 저무는 하루에 소리치고 저항하시오. 분노하고 분노해요. 사라져가는 젊음에 대해.

 

5. 과연 인간은 인류 종족으로서 사고할 수 있는가?

 

(어이없음) 근데 최근 나오는 영화의 많은 것들이 뭐랄까. 우리가 기술과 인간 사이에 접점을 못 찾고 있단 느낌을 받아요. 얼마 전에 봤던 영화 중에선 조니 뎁이 나온 <트랜센던스>.

 

(갑자기 얘기가 <트랜센덴스>로 튀어서 종잡을 수가 없다) 아, 그 조니 뎁이 컴퓨터 되고 그런거요.

 

인간의 영혼 내지는 의식이 전기적 신호에 불과하다는 가정에 근거한 영화죠. <매트릭스>에서도 나왔던 주제인데요. 그 영화에서는 죽은 조니 뎁을 그의 부인이 죽기 직전 슈퍼 컴퓨터에 저장을 시켜요. 재밌는 건 약간은 달라진 조니 뎁의 반응에 사람들이 쟤가 진짜 조니 뎁이 맞나 아니면 원래 깔려있던 슈퍼컴퓨터에 불과할까 끊임없이 의심해요. 다가올 이런 형태의 미래에 대해서 우울하고 불안해하고 의심하는 사람들로 영화는 가득 차 있죠. 많은 뇌과학자들은 멀지 않은 시기에 우리의 정신이 컴퓨터에 저장될 거라고 생각을 하잖아요.

 

(그냥 따라가고 있다) 근데 거기서 <매트릭스>가 얘기했던 것이기도 하고 그 주제는 <공각기동대>에서도 많이 나왔던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인간의 고스트는 복제가 가능하나 고스트의 의지를 복제할 순 없기때문에 단지 USB에 데이터가 저장돼있는 것에 불과하다. 그게 이제 레옹 만든 뤽 베송 감독이 만든 최근의 스칼렛 요한슨 나온 <루시>에 나온거였잖아요. 결국 최종 결말은 주인공 루시가 뇌를 100%쓰고 나니까 USB가 된다는거였는데.

 

정말?!

 

물론 USB를 남기고 초월적 존재가 된단 얘기. 어쨌든, <매트릭스>와 <공각기동대>에서 계속 나오는 얘기는, 인간 두뇌의 정보는 복제가 가능하지만, 인간은 초이스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선택을 할 수 있는 의지가 인간 영혼의 본질이고, 그건 복제가 불가능하다는거죠. <공각기동대>에선 그걸 호기심이라고 표현하죠.

 

호기심.

 

(겨우 잡담을 다시 <인터스텔라> 얘기로 돌리면서) 같은 맥락이 <인터스텔라>에도 나와요. 맷 데이먼이 연기한 닥터 만은, 최후의 순간에, 생존을 선택하죠. 그게 과연 비난 받을 것인가에 대한 윤리 문제를 제기해볼 수 있어요.

 

사실, 그 만이란 캐릭터는 상당히 합리적인 캐릭터에요.

 

심지어 크리스토퍼 놀란은 닥터 만의 스핀오프 이야기를 그린 만화가 만들었더군요. 닥터 만은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겁니다. <인터스텔라>에서 이런 얘기가 나와요. 우주에 나오면 인간은 개체로서가 아니라 스피시스, 즉 종족으로서 사고해야 한다. 그런데 합리적 인간은, 종족이 아니라 개체로서 사고해야 하거든요. 지구 환경이 파괴되든 말든, 이기적이어서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만 하죠. 닥터 만은 우주에서, 개체로서 사고하기 시작한 겁니다. 자본주의 체제는, 만 박사 같은 인간형을 옹호하는 체계죠.

 

저도  만박사를 옹호해요.

 

(웃음) <인터스텔라> 초반에 굉장히 흥미로운 장면이 하나 나와요. 쿠퍼가 장인어른과 둘이 얘기하는 장면이 나와요. 쿠퍼는 우주에 나가고 싶죠. “예전엔 모두가 우주를 보며 우리가 누구인지를 고민했는데 지금은 땅만 보고 있다”고 말하죠. 그러자 장인어른이 이렇게 말해요. 지금이 과연 나쁘기만 한 것일까. “예전처럼 60억 명 모두가 모든 것을 가지려고 했던 세상이 정말 좋은 것일까.”

 

역시, 두 번 혼자 본 남자.

 

(못들은 척) 만 박사 얘기하고 겹쳐요. 모든 개체가 자신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할 경우 지구는 멸망하는 거죠. 그리고 나서 우주 공간에 나가 새로운 행성을 찾겠다고 하지만 그 순간조차 인간은 만 박사처럼 똑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라는 묵시록적인 얘기일수도 있어요. 정말 자기희생을 해서 우주에 나갔는데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아니라 개인으로서 사고하는 인간.

 

6. 지구 정치 얘기는 우주 사랑 얘기의 블랙홀인가? 

 

인간이 합리적인 선택을 할 때 그것이 인간이 속한 집단 전체의 효용을 갉아먹는 건 흔한 일이죠. 클래식 콘서트에서 내가 일어서서 보는 게 편해 일어나면 내 뒤에 모두가 일어나버리겠죠. 그러면 모두가 다 일어서고 그러면 아무도 편하게 관람하지 못하게 될 수 있죠. 그게 소위 ‘구성의 오류’인데. 그런 것들을 막는 역할이 바로 정치에 있죠.

 

(웃으면서) 결국, 잡담은 다시 또 정치로 돌아가는 걸로.

 

매커니즘 디자인을 어떻게 해서 최대한의 효용을 얻으면서도 개별적 개인이 겪는 희생을 최소화할 것인데 어떤 경우에도 개인이 자기 욕망을 충족시키려 노력하는 것 자체를 비난하기는 어렵죠. 궁극적 책임은 정치가 져야죠. 그런 정치를 선택하는 것은 개인이 모인 집단의 역량이겠지만.

 

그게 사실은 사회 또는 국가 또는 조직의 어쩌면 유일무이한 성장동력이니까요. 자기 자신을 위하는데 그것이 모두를 위한 것으로 만드는 어떤 매커니즘을 개발해야겠죠. 하지만 그것도 항상 모순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거죠.

 

나사 프로젝트를 관할했던 마이클 케인은 지구에 있는 주민들을 우주 공간으로 보내는 프로젝트 자체가 설령 중력의 문제를 푼다고 해도 블랙혹 내부의 정보 없이는 불가능하단 걸 알았으면서도 그것이 마치 가능한 양 행동하잖아요. 실제로 추진한 프로젝트는 생명의 근원을 담은 것들을 실어서 몇 가지 행성에 떨어뜨려 놓는 것 뿐이고.

 

거기서 윤리적 딜레마가 발생해요. 극장에서 모두가 일어나면 아무도 영화를 보지 못 해요. 그럴 경우 인간은 합리적인 선택을 통해서 모두가 앉자,라는 선택을 하죠. 근데 그 순간 내 자식이 극장에 있어요. 내 자식은 그 영화를 보기 위해서 일으키고 싶어. 그 순간에 모든 인간은 일어나요.

 

아빠의 숙명.

 

<인터스텔라>가 말하는 것도, 인간은 자기 자식을 위해선 공리를 파괴하기도 하죠. 그게 바로 쿠퍼가 하는 선택입니다. 쿠퍼는 인류를 구해서 여기까지 온 주제에, 갑자기 인듀어런스호를 타고 돌아가겠다고 고집을 피워요. 결국 쿠퍼는, 인류가 아니라 자기 자식을 구하기 위해서, 여기에 온 거죠. 자기 자식이 슬퍼하는 걸 본 순간, 인류고 뭐고, 극장에서 일어나버리겠다고 한 거죠. 구성의 오류.

 

쿠퍼는 애초부터 공리적인 선택을.

 

했던 사람이 아닌거죠.

 

네. 쿠퍼가 과연 대의명분 내지 종족의 안위를 위해서 애초부터 그런 선택을 했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아니었죠. 우리 딸이 살 지구가 멸망해가니까. 딸 세대에는 지구가 멸망할테니 딸을 구하기 위해서 간거죠. 결국 인간이 믿고 있는 공리라는 건 허울뿐일 수도 있어요. 우리는 공유경제니 뭐니 떠들지만,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치의 공동체적인 사고라고 해봐야, 자기 자식을 위한 것까지인 거죠. 그게 최대치의 공리.

 

그게, 인간이죠.

 

나 이외에 다른 개체를 위해서는 한치도 사고를 할 수 없는 존재. 쿠퍼가 우연히도 블랙홀에 빠져들어서 인류의 일부를 구하는 건, 어차피 딸을 못 보게 돼서죠. 블랙홀 지나가면서 50년이 지나갔으니까. 어차피 딸은 늙어 죽었을 거라고 여기는 거죠. 그래서 블랙홀에 들어가서 자폭하는 건데, 우연히 블랙홀의 이벤트 호라이즌으로 빠져들죠.

 

7. 우리는 딸을 구하기 위해 떠나야 하는 운명인가?

 

근데 어찌 보면 저는 쿠퍼의 애초 선택이 과연 딸을 멸망으로부터 구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었냐,에 대한 의문이 좀 남아요.

 

아 그래요? 역시 딸이 없으셔.

 

왜냐면 모든 부모가 딸 세대가 멸망할 걸 생각해서 30년 뒤에 딸을 보기로 하고 날아가진 않는다고 보거든요.

 

저는 그런 사람이에요. 난 딸이 있고.

 

30년 동안 딸을 못 보지만 딸의 미래를 위해서?

 

제가 지금 이 짓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은 우리 딸 세대에 한국 사회가 더 엉망진창이 될 것을 걱정하기 때문이에요. 이건 정직한 대답입니다. 그걸 지금이라도 좀 막아야 한다는 거죠. 나중엔 막을 수 없으니까. 어차피 불가능할지도 모르지만. 딸 때문에 세상 걱정을 하고 산달까.

 

실제로는 딸을 구하려는 대의명분보다는 사실 내가 폼나게 살고 싶었던 거 아닐까요?

 

(뜨끔해서 이실직고) 사실, 웜홀로 한 번 나가서 출세해서 예쁜 여자랑 사귀어보고 싶었어요. 

 

죽기 전에 너하고 오손도손 야구나 하고 공차기나 하고 그러고 살고 싶진 않아라는 몸부림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지구를 구하겠다는 헛된 명분에 30년이란 시간을 낭비하고 난 자각이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야. 나 돌아갈래’라는 울부짖음으로 나타났고 실제로는 돌아가는 것에 실패해서 5차원의 공간에 떨어지잖아요. 거기서 자기가 떠나지마 라고 STAY라는 암호를 남기는데 그걸 딸이 보고 아빠 지금 내가 메시지를 받았어요. '스테이'하래. 그랬을 때 그걸 뒤에서 보고 있는 쿠퍼가 울부짖잖아요. 가지마 가지마, 라고 하는데 만약에 그 선택이 진짜 딸을 위한거였다면 그렇게 가지 말라고 후회하진 않았을 것 같아요.

 

음. 그럴 수 있죠. 근데 두 가지가 모순되는데. 그 딸한테 떨어지는 그 순간이 하필이면 둘의 가장 소중한 순간이라고요. 자식한테 부모가 필요한 순간은 24시간 같이 있는 게 아니고 어떤 퀄리티타임 단 한 순간일 수 있어요. 어쩌면 자식이 자라는 20년 동안 한 두 세 순간 정도만 가장 중요한 순간이고 나머지 순간은 그들과의 시간이 중력이 낮은 순간일 수 있겠죠.

 

그게 바로 경제학자들이 생각하는 교육이죠.

 

제가 저를 용서하는 논리죠.

 

자식은 아빠 엄마와 보내는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아빠 엄마가 누군가에 달렸다.

 

그런데 또 한 가지가 있어요. 그렇게 해서 딸한테 억지로 돌아갔어요. 정말 정말 돌아가잖아요. 근데 그 딸은 이제 자기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할머니가 돼있어요. 근데 이 딸이 아빠한테 그러죠. 이젠 가라고. 어느 부모도 자식이 죽는 걸 볼 필요가 없다고 얘기하죠. 하지만 거꾸로 얘기하면 무슨 얘기냐. 딸은 아버지를 극복했고 아버지보다 더 많은 인생을 살았고 이제 더 이상 아버지한테 얽매여있지 않은 거예요.

 

먹먹하죠.

 

그 순간에 아버지는 뭘 해야 할까요? 자기 인생을 살아야죠. 그러니까 재미있는 건 이 사람은 딸을 구하기 위한 대의명분으로 우주에 갔는데 그게 이사님 말씀처럼 결국 아무런 의미가 없어서 돌아오려고 했죠. 그러나 정작 그 딸은 돌아올 필요가 없다고 얘기하는 거예요. 네 갈길 가. 라고 얘기하잖아요. 그 순간 부모의 선택은 명확해지는 거죠. 어느 쪽이든 결과는 같다는 거예요.

 

근데 그게 이제 운이 좋아서. 결과가 좋아서. 딸을 구한 셈이 됐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건 영화죠. 영화니까 그런 거지만. 결국 우리는 우리 세대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함으로써 다음 세대를 위한 길과 교두보를 만들어주는 것 뿐인 거죠. 무조건 딸 옆에 있다고 해서, 좋은 아빠가 되는 건 아니란 겁니다.

 

근데 어떻게 보면 신기자 인생도 딸을 구하기 위해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래서 이제 직장 생활을 하다 은퇴를 하고 돈을 벌만큼 벌고 딸을 다 키운 다음에 딸에게 돌아갔을 때 즈음에 딸은 이제 남자친구와 자신의 아들 딸들에게 둘러싸여서 “아빠 이제 아빠의 길을 찾아”.

 

가세요. 왜 나한테 왔어? 필요 없어.

 

아빠는 이제 직장이라는 중력장에 갇혀서 이미 시간을 보낸 뒤고.

 

근데 거기서 딸들은 또 그 얘기를 하죠. 아니 그게 나를 위해서 그랬던거야?

 

너 자신을 위해서 그랬던 거지.

 

그냥 아빠 인생 살았던 거잖아. 그럼 끝나는 거죠.

 

그러니까 인간은 직장이라는 별에 갇히고. 우린 다른 별에서 생명의 근원을 찾으려 하지만 알고 보면 진정한 행복은 두고 온 별에 있는 영원한 인터스텔라의 삶을 살고 있죠.

 

아니, 왜 또 <인터스텔라>가 <미생>이 되는데요?! 

 

JO&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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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동조와 신기주 KIM&SHIN

 

1. 우버는 얼마나 확산돼 있는가.

 

신기주(이하 주) 18일이었던가요. 서울시청앞 광장에 택시 기사분들이 모여계시더군요. 무슨 일인가 봤더니, 역시나 우버 때문이었어요.

 

김동조(이하 조) 역시 터져나오기 시작하네요.

 

3000명 가량 모였다고 하던데, 실제로 서울광장이 꽉 찰 정도더군요. 불과 한 두달 전에만 해도, 택시 탔을 때 기사분들한테 여쭤 보면, 별로 대단한 게 아니라고 폄훼하는 분위기였거든요.

 

그래요?!

 

나이 지긋하신 택시 기사분이, 우버가 뭔지, 앱이 뭔지 정확하게 아시는 건 정말 놀라웠어요. 생존권과 관련된 부분이어서인지, 공부를 해놓으셨더군요. 대신 한국에선 운송사업자법 같은 법규 규제 때문에 안 될 거라고 믿고 계셨어요.

 

그런데 불과 한 두 달만에 상황이 급반전됐네요. 보니까, 우버는 렌터카 택시 영업에서, 일반 승용차 택시 영업으로 시장을 확대할 모양이던데.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를 공유도시로 선포한다는 얘기를 했던 생각도 나더군요. 해외에서 서울시의 공유경제를 주목한다는 외신을 봤던 기억도 나고. 그게 불과 한 두 달 전 얘기인데, 지금은 공유경제에 대한 여론이 차가워졌어요. 택시 기사분들도 그래서 서울시청 앞 광장 앞에서 집회를 여신 건 아니겠죠.

 

(웃음) 그냥 적당한 장소가 거기였던 것 같던데.

 

실제로 우버 이용 고객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 건 맞아요. 특히 호텔 인근에 가면, 우버 택시를 로비로 부르는 손님이 꽤 있더라고요. 그 때 온 택시가 꽤 크고 비싼 벤이었던 기억이 나네요. 에쿠스도 꽤 있다죠.

 

음, 큰 차가 왔어요?

 

네, 엄청난 큰 차가 왔어요.

 

우버 리무진이었나 보군요.

 

그렇죠. 그래서 그걸 타고 가는데, 저 정도면 엄청나게 비싸겠다 싶기도 했고. 분명히 인터컨에서 거기로 간 다는 얘기는, 공항으로 갈 수도 있는데, 도심 공항 안 이용하고 갈 수도 있으니. 우버가 생각보다 굉장히 보편화되어 있구나, 이었어요 사실은. 외국인이었고, 이용한 사람은. 뭐가 많이 침투해 있구나, 였죠. 생각보다.

 

2. 우버는 공유경제가 아니다?

 

근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버를 우버 택시라고 부르는데, 그것도 좀 재미있는 현상이죠. 왜냐하면 우버는 택시는 아니니까.

 

사실은 택시라는 개념이, 결국은 원래 그 레이싱걸 데려다 놓고 이렇게 막, 그 드라이버가 트랙을 돌 때도 그것을 택시 서비스라고 하잖아요.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비웃음) 알죠.

 

택시 드라이빙. 그러니까 택시라고 하는 개념의 핵심은 운전사가 따로 있고, 승객을 태워서 수송한다는 개념이니까요. 그렇게 따지면 우버를 우버 택시라고 부르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니죠. 그런데 문제는 그 택시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라이선스가 없다는 것이 문제죠.

 

그렇죠. 제가 택시가 아니라고 얘기한 것도, 돈을 받고 승객을 태울 택시 라이선스가 없다는 의미인데요. 우버가 택시라면 그건 이미 우버는 공유경제가 아니라는 의미가 되지 않을까요.

 

아. 그거 정곡이네요. 그렇죠. 공유되는 것이 아니니까. 그냥 어떤 다른 수송 서비스 업자가 생긴 것일 뿐이지.

 

우버를 택시라고 부르는 한국의 현실과 한국에서 우버 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자기 차로 영업을 하지 못한다는 상황이 한국에서의 공유경제가 갖는 모순을 잘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우리나라에서 우버 영업을 하려면 렌트를 한 차로 우버와 계약을 한 후 우버가 수수료로 20%정도를 요금에서 떼고 사실상의 택시 영업을 할 수 있죠. 그런데 공유경제의 개념이라는 것은, 나의 놀고 있는 시간과 나의 놀고 있는 차를, 내 차와 내 시간을 필요한 자들과 공유 한다는 개념인데.

 

말 그대로 공유죠. (콩글리쉬 발음으로) 세어링.

 

(본토 영어 발음으로) SHARING. 내 차는 렌트 된 차고, 택시 영업의 나의 본업이라면 공유경제의 개념이랑은 좀 거리가 먼 현실이죠.

 

네, 맞아요. 그렇다면 사실은 우버라는 개념은 그냥 점조직화 된 형태의 택시 운송 사업자가 생긴 것에 가깝다고 보여지는데요.

 

(단호하게) 그렇습니다.

 

3. 소비자의 편익이냐, 생태계의 파괴냐.

 

그러면 사실은 우리가 공유경제에 대해서, 공유라는 말이 갖고 있는 선순환적 개념이 있잖아요.

 

그렇죠, 왠지 좀 cool 하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이미지가 있죠.

 

사실은 우리가 공유경제에 대해서 계속 반복해서 얘기했던 이유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끊임 없이 과잉 생산을 하기 때문이잖아요. 그리고 지금 현재, 전세계가 겪고 있는 경기 불황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가 과잉 생산에 비해서 수요가, 총 수요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인데. 과잉 생산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수없이 많은 부작용 중의 하나가 환경파괴, 또 디플레이션. 이런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미시적인 해결책 중의 하나가 공유경제가 아니겠느냐, 였는데. 문제는 결국은 그냥 사업자가 하나 더 생긴 정도의 수준이라면, 궁금해지기는 하죠. 무엇을 공유하고 있느냐. 공유경제는 실체가 있는가.

 

사업자가 하나 더 생기는 수준이 아니라 기존 사업자를 황폐화시키는 무시무시한 '규모의 경제'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은 우버의 속성인데요.

 

그렇죠.

 

택시 기사가, 택시 회사에 취직을 해서, 택시 라이선스를 가지고 운송 사업을 하는 것이 택시인데. 이제는 기사가 우버에게 수수료를 주고 실제로 택시 영업을 하지만 택시 라이선스는 없는 겁니다.

 

그렇죠.

 

우버가 성공하려면 첫째는 규제를 피해야 하고, 두 번째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 하거든요. 작은 스케일의 우버는 수익을 낼 수가 없어요. 거미줄처럼 점조직화 되어서 고객들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공간에 기사와 차가 있어야 하죠. 그렇게 규모의 경제를 만들려면, 사실은 기존 고객을 대규모로 흡수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죠. 그렇게 되면 우버의 성공은 곧 필연적으로 택시 사업자들의 위축이니까. 당연히 택시 사업자는, 나는 세금을 내고 택시기사를 고용해서 4대 보험을 지급하고 고용하는데, 우버 사업자는 규제를 피해 가면서 고객과 기사를 어떻게 보면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인터넷으로 연결시켜 주고, 수수료를 날로 먹는 것 같이 느껴질 수가 있죠.

 

이사님 원래 공유경제에 대해서 긍정적이지 않으셨나요? 특히 우버에 대해서. (웃음)

 

아, 우버에 대해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조금 갖고 있었죠. 왜냐하면 서울에서 금요일 밤 12시에 강남역에서 저녁을 먹다가 비가 온다. 그러면 거의 집에 가는 것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잖아요.

 

그렇죠. 승차 거부도 심하고.

 

심하고, 오지도 않고, 와도 태울 생각도 안 해요.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것은, 단지 두 배에 가까운 요금을 주기만 하면, 내가 원하는 순간 내가 원하는 공간에 차가 와서 내가 굳이 비굴하게 사정하지 않아도, 번잡하게 내 목적지를 이야기하지 않아도, 알아서 데려다 준다는 말이죠.

 

(크게 한숨을 쉬며) 이제 곧 연말이잖아요. 택시 기사분들한텐 대목이죠. 반면에 승객들한텐 택시 승차 거부 당하는 게 무서워서 술 마시는 게 싫어지는 계절이고. 도로 차선까지 나와서 택시를 잡고 통사정을 해도 안 태워줘요. 그러고보니, 택시 기사분들이 이 계절에 갑자기 우버 얘기를 꺼내고 집단 행동에 나선 이유도 있겠다 싶네요. 연말엔 택시 승차 거부가 더욱 빈번해지고, 결국 우버 수요도 폭증할 것 아니겠어요?

 

그렇죠.

 

뭐 좀 아는 척 경제 잡담을 나누고 있는 재수 없는 저널리스트 입장에선, 우버가 의심스럽지만, 순수하게 승객 입장에서 말해보자면, 승차거부도 싫다구요.

 

(웃음) 고객 입장에서 제품의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은 좋은 일이죠. 설령 자주 살 수는 없이 비싼 것이라고 해도. 게다가 호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기본적인 서비스 구조를 갖고 있지만.

 

시장과 소비자가 원하게 된다는 것 아니에요? 시장이 원하는 편익을 제공해 준다는 것인데. 경쟁성이죠.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이냐를 생각해보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거죠. 그러니까 소비자가 개별적으로 얻는 이익은 작지만, 그러나 나머지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파괴력과 폐해는 크다.

 

4. 공유경제는 소비자와 진보의 지지를 받는다?

 

처음 우버 서비스를 봤을 때의 소감은 ‘아 이것은 모범택시보다 더욱 고급 택시 상품의 출현이구나’ 라고 생각을 했어요, 나이브하게. 그런데 우버가 갖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보니, 그리고 이 모델이 갖고 있는 확장성을 보니 단지 우버는 고급 택시 시장을 점령한 후 점점 기존 하위 상품 시장으로 확장을 시도하더군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리무진 서비스도 그 예고. 그리고 우버 엑스는 더 가격이 싼 서비스잖아요. 자기가 쓰고 있는 차를 이용한 택시 영업이요. 우리나라에서 처음 런칭한 서비스는 주로 에쿠우스나 벤츠 같은 고급차종이었지만 우버가 목표로 하는 것은 거의 모든 클래스의 우버 서비스인 듯 해요.

 

일단 자리 잡으면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 확산 단계로 접어들 거란 말씀이네요. 일단 얘기를 이렇게 끌어가 볼까 싶은데요. 사실은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저도 사실은 우버 서비스에 부정적이었는데 거꾸로 옹호를 해보자면, 이럴 수 있죠. 소비자들은 기존 택시 서비스에 불만이 많아요. 우버 같은 경우는 계산도 자동으로 되고, 어디 가는지 다 알려주고, 굉장히 친절하고, 활용해 본 사람들은 극찬을 했었잖아요.

 

네.

 

그러니까 시장이 그런 친절함에 맛을 들이면, 소비자가 편리함과 편익에 맛을 들이면, 그것을 막을 방도가 없을 수도 있다는 거예요. 막을 수 있을까요?

 

막기 어렵겠죠. 우버를 비롯해 공유경제를 표방하는 기업들은 아까 말한 것처럼 규제의 틈새를 파고들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기존사업자들의 이익을 침해하는데요. 하지만 교묘하게도 공유경제를 주장하는 기업들의 대부분은 이용자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어요.

 

사실은, 어떻게 보면 약간 나이브한 형태의 진보적 지식인들의 지지도 받아요. 공유라고 하는 말이 포장지 같기도 하거든요. 실제로는 공유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유경제의 개념으로 마케팅을 하는 거죠.

 

그건 상당히 재미있는 이야기네요. 진보의 입장에서는 공유경제가 쿨해 보일 수 있겠지만, 실상은 공유경제가 일반화된 세상에서 개인은 그야말로 극단적인 아담 스미스 저리 가라 할 자유방임적인 시장경제에 던져지는 것이 거든요. 그런데, 공유경제가 갖고 있는 혁신의 이미지, 자유의 이미지가 마치 진보의 입맛에 맞게.

 

친환경적인 이미지, 이런 것.

 

포장되는 것이 굉장히 아이러니 하다고 생각해요.

 

5. 기술 혁신을 막을 수 있을까?

 

어쨌든, 이게 기술 혁신인 건 맞잖아요. 이제 SNS라는 네트워킹 서비스가 결국은 실물을 운반하게 되는 과정으로 진화하고 있는 거잖아요. 여태까지는 생각이나 생활, 사진 정보 같은 것을 운반했다면 이제는 사물의 실물을 교류하는 단계까지 와 있죠. 인터넷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서비스가 되었다가, 이제는 물건과 물건의 수요를 이어주는 서비스로 진화하는 것은 기술혁신의 큰 추세인데, 이것을 막을 수 있냐는 거죠.

 

제가 미국의 IT 버블이 정점을 치고 꺾이던 1999년도부터 2001년까지 미국에 있었는데, 그때 이 인터넷 혁명이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하냐는 예로 든 것이 텔러가 앉아서 은행에서 이체나 예금 서비스를 해주는데 인건비를 포함해 99센트의 비용이 들지만 ATM은 그것의 절반도 들지 않고 인터넷 뱅킹은 사실상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그렇죠, 거래비용을 낮추어 줄 것이냐.

 

인터넷이 생활 수준과 소비자 후생을 높여주는가를 따질 때 그 당시만 해도 사실 인터넷이 걸음마 수준이었으니까.

 

어마어마한 충격이었죠.

 

어마어마한 충격이긴 했지만 실은 자신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하는 미끼같이 던져지는 말이기도 했어요. 모든 공유경제가 사용하는 어플리케이션을 잘 보면 은행들이 제공하는 텔러와 ATM과 인터넷 뱅킹을 통한 서비스에서 느껴지는 효율성 차이에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전반적인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사실인 것 같아요.

 

그렇죠.

 

예를 들어서 내가 집에서 노는, 쉬는 시간이 있고 놀리고 있는 차가 있는데, 이것을 내가 알바를 뛰고 이 차를 공유하고 싶다 라는 요구를 현실화 시킨다는 것은 굉장히 쿨한 것이거든요.

 

예를 들면 그 기술이 없다면 저는 내 차가 놀고 있다는 것을 써 붙이고 다니던가, 아니면 동네방네에다가 ‘차 쓰실 분은 쓰세요’ 라던가. 아니면 카 셰어링처럼 세워놓고 기다리던가. 사실 굉장히 다 비효율적인 거잖아요.

 

그런데, 그런 혁신으로 일어나는 효율성 증가가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서비스를 통해서 기존 사업자의 이해관계를 침해하고, 아까 말한 것처럼 극단적인 자유방임 시장주의를 도입함으로써 택시 기사로 일 하면서 받을 수 있는 최소한도의 고용안정성이나, 연금이나 보험의 혜택을 사실상 받지 못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우버 같은 서비스를 막는다? 물론 막아야 하는 당위는 있죠. 기존 사업자들, 택시 사업자들 이라는 것이 8,90년대부터 급증하기 시작하면서 한국의 중하위층을 형성하는 전형적인 계층인데 그 계층이 붕괴될 수 있고. 그러면 굉장히 사회 전반적으로 위험 구조가 조성되겠죠. 그러니까 소비자들에게 편익을 제공해 주냐를 떠나서 사회 경제구조 자체를 붕괴시킬 수 있는 위험이 있는 서비스니까. 막아야 한다는 당위는 있는데.

 

하지만.

 

하지만, 막을 수 있느냐는 현실적인 문제와는 충돌하는 지점인 것 같아요. 아무것도 공유되지 않는다 냉정한 판단, 그러나 소비자에게 편익을 주고 효율성을 증가시키는 것은 맞다, 그런데 그것을 정부가 규제한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것이냐. 예를 들면 지금 우버 서비스를 차단한다고 해도, 제2 제3의 유사 서비스가 나올 가능성이 있고. 막으려고 해봐야 막을 수가 없을 수가 있다는 거예요.

 

그런데 택시 회사가 우버가 갖고 있는 플랫폼의 장점을 도입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울 것 같지는 않거든요. 적어도 기술적으로는 말이죠. 내가 택시를 이용할 때 안전을 위해 내가 어떤 택시를 이용하는지 파악하고 혹은 고객이 몰리는 시간대에서 택시를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이 그렇게 어려울 것 같지 않아요. 사실 지금 다음카카오가 만들려는 '옐로 아이디'가 하려고 하는 지점일 텐데요. 기존 택시 사업자들도 우버 같은 경쟁자들이 출현함으로써 경쟁자들의 장점을 수용하려는 움직임이 보일 것 같아요.

 

보일까요? 일단 자기 혁신보단 실력 행사를 선택한 것처럼 보이긴 하네요. 둘 다를 해주시면 좋겠는데요.

 

물론 우버 같은 사업자 입장에서는 규제를 피해감으로써 얻는 이용자들이 얻는 편익은 있지만 사회적으로 그것 때문에 사업의 성립 자체가 이슈가 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식으로든 그것을 해결하려고 하겠죠. 예를 들어서 ‘야 너희는 왜 세금을 안 내고 사업을 해?’ 라고 한다면 ‘그럼 세금 낼게’라고 나올 수 있겠죠. 우버는 수수료 수입에 대해서 얻는 영업 이익은 분명 세금을 내고 있을 테니 세금을 안내고 있는 것은 우버의 운전자들이죠. 그럼 결국은 운전자들로 하여금

 

원천징수를 한다던가.

 

그런 식으로 결국은 해결을 하지 않을까요. 얼마 전 프랑크푸르트에서 판결로 우버가 금지 되었는데. 금지의 가장 큰 이유가 사고 시에 승객을 보호 할 보험이 없다는 것이었어요.

 

사실 그건 그냥 규제를 위한 법적 명분인 것 같기는 했어요.

 

그런 것들은 사실, 얼마든지 해결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서 사실 이 싸움이 어떻게 끝날 것인가는 기존 택시 사업자가 얼마나 빠르게 혁신적으로 그것을 받아들일 것인가 여부겠네요. 택시 사업자가 우버의 장점을 수용하는 속도와 우버가 규제회피를 포기하는 속도 어느 것이 빠를지.

 

아, 정답이네요. 모든 기술 혁신은 시장 파괴적 속성이 있잖아요. 예를 들면 17세기 산업혁명 때, 증기 기관이 등장했을 때 기존 방직 업체들을 붕괴시키는 측면이 있었는데. 그때 러다이트 운동 같은 것으로 이어지기도 하죠. 하지만 역사는 그런 시도가 무모한 일이란 걸 보여주죠. 다만 당대의 정치 상황에선 러다이트 운동도 힘을 좀 가졌죠. 기존의 경제 계층을 붕괴시키는 기술 혁신이었으니까.

 

기술 대 정치.

 

정치는 짧고 기술은 길죠. 기술 혁신 덕분에 결과적으로 기존 사업자들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되는 과정까지 이어지는 동안, 일정 기간의 고통의 기간을 거치면 그 다음에는 새로운 형태의 기술 패러다임이 일어나는 전개가 되니. 미국 같은 사회는 그런 걸 끊임없이 경험하면서 결국은 이런 기술 혁신을 시장에 맡겨버리는 것에 익숙한 반면에, 한국의 경우에는 사회가 이렇게 파괴적 기술혁신을 받아들인 적이 없으니까 자꾸 주춤하는 거죠. 문제는 주춤하면 할수록, 기존 사업자는 ‘아, 그냥 있어도 되는구나’ 하고 생각하고. (웃음) 그냥 버틴다는 거죠.

 

카카오톡이 하려고 하는 서비스에 저는 조금 기대가 큰데.

 

전 궁금해요.

 

내가 어느 택시를 타는지도 알 수 있고 행선지를 굳이 말할 필요도 없고 요금을 갖고 실랑이 할 필요도 없으며 기사와 승객이 서로를 평가하는 우버의 장점은 카카오톡처럼 국민 대부분을 가입자로 갖고 있는 경우 너무 쉽게 택시를 통해서 구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오늘 아침에, 어제 술을 마시고 차를 놓고 가서, 아침에 7시도 안돼서 출근을 하려고 6시쯤 나왔는데, 갑자기 우버를 한 번 이용해보고 싶은 충동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아 이걸 앱은 깔아 놨으니, 불러볼까 하고 딱 나갔는데, 택시가 너무 많은 거야. (웃음) 그러다 보니까 우버를 탈 이유가 없더군요. 나가면 택시는

 

널렸어.

 

그래서 택시 사업자들이 우버의 장점을 빠르게 수용한다면, 우버가 갖고 있는 경쟁력이라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것 같고.

 

다음카카오 더하기 택시라면 IT와 기존 사업자가 상생한 좋은 모델이 되겠죠. 공유경제는 됐고 상생경제나. 그런데 문화가 워낙 달라서 원.

 

6. 에어비앤비, 지대추구 행위 대 지배회피 행위.

 

사실 우버보다 더 공유경제의 개념에 맞으면서 어떤 의미에서는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저는 에어비앤비 같아요.

 

(웃음) 전 처음엔 비행기 티켓 끊어주는 서비스인 줄 알았어요. 에어.

 

에이. 에어비앤비는 기본적으로 공유경제의 개념에 더 충실하죠. 내가 이 집에서 살고 있지만, 1년에 몇 달은 비워 놓는데, 내가 이 집을 누구에게 렌트를 주겠다는 발상이 굉장히 신선하죠. 그리고 도시에서는 누구나 장기 투숙자든, 단기 투숙자든 그 공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