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 우리는 왜 대한항공에 계속 분노해야 하는가

1. 대한항공은 복수에 나설까?

 

김동조(이하 조) 복수 당하시는 거 아닌가요?

 

신기주(이하 주) 저, 떨고 있니?!

 

(웃음) 대한항공 사건 관련해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와 인터뷰하신 것 봤습니다. <사라진 실패>의 저자?!

 

(웃음) 이러다 대한국정원항공한테 잡혀가서 사라져버리는 건 아닌지. 그 놈이 잡고 싶다.

 

대한국정원이요?!

 

<그것이 알고 싶다> PD분이 그러시더군요. “이렇게 안 풀리는 취재는 처음 해본다. 대한항공 직원 6000명 중에 입을 여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대한항공은 직원들의 사소한 발언까지도 다 잡아내서 문책하는 걸로 유명하다. 그래서 직원들끼린 회사를 국정원이라고 부른다.”

 

정말 문자 내용처럼 복수 당하시겠네요. 복수는 너의 것?!

 

그래도 <그것이 알고 싶다>한테 중요한 제보가 들어왔더군요. 박창진 사무장이 도와주려고 했던 여승무원이 대학교수 제의를 받고 진술을 번복했다는 정황이 포착됐죠. 대한땅콩 사건은 참 끝이 없네요. 사과로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을, 편법과 탈법과 회유와 협박을 동원하면서 힘으로 막으려다보니,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어요. 대한항공의 일그러진 기업 문화가 문제의 진짜 원이이란 걸 이쯤되면 깨달아야 할텐데요.

 

깨닫겠어요?

 

SBS PD분도 저한테 똑같이 되물었어요. “바뀌겠어요?” 그땐 여론의 질타보다 무서운 게 시장의 냉혹한 평가라고 대답했네요. 소비자들의 마음이 그 놈의 비밤밥에서 멀어져야 한다고. 그런데 얼마 전에 있었던 경험 때문에 저 역시 긴가민가하긴 하네요.

 

어떤?

 

지하철을 탔는데 어떤 대학생 연인의 이야기를 엿듣게 됐거든요. 여자분이 남자분이 묻더라고요. “오빠, 대한항공 때문에 왜 그렇게 시끄러워?” 남자분이 이렇게 대답하더군요. “응, 비행기가 20분이 늦었잖아.” 재벌의 갑질과 사회적 감시가 문제의 핵심이잖아요. 그런데 비행기가 20분 늦은 게 문제라고 대답하더군요. 여자분도 이상했는지 남자분한테 되물었어요. “비행기가 좀 늦으면 안 되는거야?” 말문이 막힌 남자분이 결국 이렇게 대답하더군요. “비행기는 고급진 교통수단이잖아. 택시나 버스보다 고급지잖아.”

 

참 고급진 대답이네요.

 

그런데 여학생의 대답이 더 걸작이었어요. “대한항공, 망하면 안 되는데?” 알고보니 인하대학교 학생이었던거죠. “오빠, 우리 학교 망하는거야?” 오빠가 말하길, “이런 것 갖고 대한항공이 왜 망해. 인하대학교도 안 망해.”

 

(한숨) 역시 신기자님도 복수 당하는 건 시간 문제인걸로.

 

2. 재벌3세는 돈보다 권력을 좋아한다?

 

그나마 더 센 얘기 한 건 편집된 것 같던걸요. 요즘 재벌 3세는 기업을 물적 분할하지 않고 인적 분할한다는 얘기도 했는데.

 

인적 분할?

 

사실 창업주에서 재벌 2세로 넘어갈 때 승계 과정이 시끄러웠던 건 재벌 2세들이 회사를 온전히 소유하려고 했기 때문이었잖아요. 크든 적든 자기 것을 가져서 권력을 얻으려고 했으니까. 재벌 3세의 양상은 달라요. 회사를 나눌 생각은 별로 없어요. 중요한 건 지분이 아니라 권력이란 걸 아니까요. 권력을 쥐면 돈을 얼마든지 벌어들일 수 있단 것도 알죠. 그래서 회사를 나누지 않고 지분만 나눠갖고 한 울타리 안에 남아요. 대한항공이 대표적으로 지주회사가 인적분할된 경우죠. 기업이 도전이나 혁신의 결과가 아니라 한낱 권력의 도구로 전락하다보니 기업 문화도 왜곡될 수밖에요. 땅콩 회항처럼.

 

지금 대한항공이 그런 권력 놀음이나 하고 있을 때인가 싶네요.

 

(소심하게) 그러니까, 저한테 복수할 틈은 없겠죠? 답답하긴 하네요. 우리가 일개 기업에 대해 얘기하는 건지, 국가 권력에 대해 얘기하는 건지. 이것도 기업이 권력화됐기 때문에 일어난 사회적 병증인 거죠. 우리도 한 다리 건너면 모두가 대기업에 이렇게 저렇게 연루된 을이더란 거죠. 만인의 을화.

 

하지만 대한항공은 정말 신기자한테 복수할 여유 따윈 없을걸요?

 

(반갑게) 왜요?

 

대한항공은 매출이 11조원 정도 되는 회사예요. 2013년에는 적자를 냈지만 올해는 유가가 많이 떨어지면서 다소나마 흑자를 볼 것 같아요. 잘하면 500억 정도? 자본 총계는 2.6조원인데 부채는 13조원이 넘어요.

 

부채가 13조 원?! 하긴 얼마 전에 유상 증자를 하면서 공시한 걸 보니까, 올해 신용도가 하락할 지도 모른다는 자체 평가를 내렸던데요. 부채 비율을 낮추려고 증자를 했다면서. 그나마 유가 하락 때문에 수혜를 보고 있고.

 

이쯤되면 오너 일가가 대한항공을 소유했다고 보긴 어렵죠. 부채비율이 600%가 넘어가는 회사니까.

 

그런데도 오너 3세들의 위세가 이 정도로 등등한 거군요?

 

대한항공 갖고 있는 치명적인 약점은 한진해운이예요. 한진해운은 몇 가지 매크로 충격이 가해지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회사거든요. 현재 한진그룹은 노력보다는 기도가 필요한 상황이죠. 이런 주제에 왜 이렇게 기업문화가 경직돼버렸느냐.

 

왜요?

 

대한항공이 갑이거든요. 아까 이야기한 그런 기업문화가 왜 생겼나를 생각해보면 이 회사가 갖고 있을 수 밖에 없는 갑적인 속성이 있어요. 국적기 항공사가 우리나라에 두 개밖에 없잖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는 항공 수요의 대부분은 비즈니스가 아니라 레저고 기업과 관련된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다 보면 은근히 을의 상황에 놓일때가 많아요. 추석인데 고향에 갈 때 비행기 티켓이 필요하면 대한항공에 아쉬운 소리를 해야되죠. 공무원도 기자도 다른 대기업들도 마찬가지에요. 아마 자가용 비행기를 갖고 있는 이건희 회장이나 정몽구 회장 정도를 빼면 거의 모두가 아쉬운 소리를 해야할 수 밖에 없. 심지어 국회의원들도 전부 조씨 일가와 관련된 대한항공 관계자에게 부탁 한 두 번 안 해본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항공 수요는 늘어나고 있는데 국내 항공사는 2개 뿐이니까요. 그나마 대한항공이 상당수 알짜 노선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상황이고.

 

전용기를 가진 일부 회장들만 빼면 대통령도 전용기를 빌려타야하는 판국이니.

 

공급과 수요를 독과점하고 있다면 겉으로만 시장을 상대하게 될텐데요. 공급 독점을 유지하려면 대관 업무가 중요해지고 수요 독점이 유지되니까 소비자들은 볼모나 다름없고. 대한항공은 노동시장에서도 독점적이잖아요. 파일럿이나 스튜어디스 고급 인력 자원도 정작 갈 곳은 대한항공 밖엔 없다시피 하니까요. 자원이 넘치면 반드시 낭비하죠.

 

하긴.

 

여러 가지 형태의 공급독점 위치에 있어요. 예를 들면 스튜어디스가 되고 싶어하는 일단의 무리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건 심지어 인하공전하고 연관이 있어서 스튜어디스 공급 독점을 하죠. 그들이 되고 싶으면 대한항공 아시아나 다음에 외국항공기, 제3세계로 가보자는 얘기를 하는 흐름이 있으니까. 또 파일럿도 마찬가지에요. 굉장히 엘리트들이지만 결국 은퇴하고 나서 항공기를 몰게 됐을 때 공급이 독점돼있죠. 독점된 시장으로 갈 수 밖에 없고. 그리고 노선도 상당히 많이 독점돼있어요. 아시아나에 비해서 대한항공이 굉장힝 유리한 위치에 있는 건 핵심노선들은 사실 대한항공이 많이 갖고 있거든요. 아시아나는 근거리 노선을 많이 갖고 있죠. 그게 처음에는 굉장히 좋았죠.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여행이. 근데 요즘은 그게 다 저가항공사의 표적이 돼있으니까 대한항공처럼 유럽, 미국 뭐 북미 지역에 가는 장거리 노선을 갖고 있는 항공사가 훨씬 유리한거예요. 대한항공은 여러가지 면에서 보면 구조적, 제도적으로 갑질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는데 그러다보니까 오너가 갑질을 하는 게. 갑질할만 하네 그러면.

 

3. 대한항공은 왜 오만방자한가?

 

대한항공은 구조적으로 갑질 문화가 형성될 수밖에 없는 기업인거죠. 그런데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은 고작 3% 밖에 안 되는 거 아세요?

 

3%?! 정말 땅콩만한데요?!

 

대한항공 매출 11조 가운데 여객 비율이 7조고 화물 비율이 3조예요. 그런데 둘 다 영업이익이 박해요. 다 합쳐서 3%정도.

 

항공업도 박리다매군요. 거의 다이소 수준의 영업이익률인데요?!

 

여객 부분을 보면 국내 고객 비중과 외국인 비중이 매출로 보면 반반이지만 사실 머릿 수로 보면 내국인이 훨씬 적어요. 그 말은 내국인들한테는 훨씬 비싼 티켓을 받고 있죠.

 

(책상을 치며) 이럴수가?!

 

책상을 치시네요.

 

자국인은 봉이다. 나는 호객.

 

자국의 내수 기반이 글로벌 마켓에서 경쟁할 수 있는 토대가 되죠.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특히 항공사 마일리지가 제휴 카드를 통해서 엮여 있잖아요. 그래서 한번 특정 카드사와 항공사와 락인(lock-in)이 되면  마일리지 때문에 갈아타는 것이 힘들어요.

 

근데 뭐 락인 안돼도 항공사가 두 개밖에 더 있어요. 지금.

 

50만 마일리지를 대한항공에 쌓아 놓았는데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 때문에 아시아나로 갈아타는 건 쉽지 않단 얘기죠.

 

하지만 그 마일리지를 유지해주기 위해서 영업이익이 줄어들수도 있는데요. 사실은. 결국 뭐 툭하면 업그레이드 해주고. 근데 저처럼 평범하게 이코노미 타는 사람들만 대한항공 타면 비빔밥 먹을 수 있다 하면서 탈 뿐. 나머지는 다 사실 뭐.

 

제가 흥미롭게 생각하는 건 이 사건이 난 다음에 왜 조씨 일가가 이런 오만방자하고 무례한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라고 생각해보는 많은 사람들이 대한항공은 망할 리 업고 대부분의 돈을 퍼스트와 비즈니스로 벌기 때문에 이코노미를 타는 평범한 대중에게는 갑질을 하고 건방지고 무례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일종의 고정관념이죠. 몇 년 전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서 좌석 등급과 항공사의 영업이익에 대한 분석기사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 대부분의 항공사들의 많은 수익이 퍼스트와 비즈니스에서 나오는것처럼 돼있었어요. 근데 그게 금융위기가 터진 2007년 전의 이야기였고 그 이후에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어요.  삼성그룹조차도 다섯시간 미만은 거리는 임원들도 비즈니스를 못 타게 했고 외국계 은행들도 비슷한 정책으로 바뀌었어요. 이러다 보니 퍼스트와 비지니스 클래스의 좌석  점유율이 굉장히 떨어졌어요. 문제는 대한항공이 에어버스의 대형 항공기를 주문하면서 좌석 셋팅을 퍼스트와 비즈니스 위주로 해버린 거예요.

 

비즈니스 규모는 크지만 마진은 박한 게 항공업의 속성이잖아요. 그런데 여객 운송에서 내국인과 외국인 비중이 반반인데 머리 수로는 내국인이 훨씬 적어요.

 

내국인한테 더 비싸게 받고 있단 말이잖아요?!!! 이런 넛같은.

 

그렇지만 한국인들은 비싸도 대한항공을 타게 돼 있어요. 대부분 마일리지나 카드사 제휴 같은 서비스로 락인이 돼 있거든요. 다들 조현아 전 부사장 때문에 분노했지만 또 대한항공을 타게 될 거란 얘기죠.

 

엑설런트, 인 플라잇.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오만방자함은 대한항공의 비즈니스 구조에서 기인한 바가 큽니다.

 

4. 프리미엄 전략은 항로 이탈일까?

 

낮은 영업이익률을 개선하는 방법은 프리이엄화 밖엔 없잖아요. 조현아 부사장이 회사에서 맡았던 부분이 그건데요. 대한항공 서비스의 호텔화. 실제로 코넬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했고. 대한항공의 계열 호텔들을 경영해왔고.

 

2007년 금융위기 전까진 항공사의 수익이 퍼스트나 비즈니스 같은 프리미엄 좌석에서 나오는 게 맞았어요. 금융 위기로 시장 상황이 달라졌잖아요.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들의 프리미엄 좌석 수요가 굉장히 떨어졌어요. 그런데 대한항공은 계속 프리미엄화 경영 전략을 밀어붙였죠.

 

A380.

 

맞아요. 대한항공은 A380을 주문하면서 퍼스트와 비즈니스석 위주로 세팅을 했죠.

 

이코노미 좌석으로 돈을 벌게 되는 건 항공의 흐름이었잖아요. 제가 대한항공을 최근 몇 년동안 취재하면서 가장 흥미롭게 봤던 게 A380의 도입과 말씀하신것처럼 그걸 이코노미 퍼스트 프레티지 좌석. 퍼스트하고 비즈니스를 두개로 나눴죠. 그것도 등급을 주면서 훨씬 폭이 넓게 만들어놨거든요. 그렇게 만드는 흐름이었는데 그건 시장을 역으로 읽은거예요. 그 당시에 A380 타서 그 비행기를 타고 취재를 나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한 번 사고를 쳤었어요. 대한 항공이. 그 때 독도 영공을 이명박 정부가 나눈 바람에 한일관계가 완전 엉망진창이 돼버렸죠. 덕분에 저는 독도에 가봤는데. 그 옆에 옆에 조현아 부사장이 앉아있었어요.

 

결과적으로 시장 수요는 거꾸로갔어요. A380의 이코노미 좌석은 만석이었지만 퍼스트나 비즈니스는 텅텅 비어버린 거죠. 지금 대한항공은 이코노미 클래스의 주요 고객인 대중들한테 건방을 떨 처지가 아니예요. 이런 상황이라 땅콩 회항 사건은 결코 일회성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겁니다.

 

회사에 손실을 끼친 임원한텐 주주들이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도 있지 않나요? 땅콩 회항 사건이 입힌 직접적인 손해 뿐만이 아니죠. 대한항공의 프리미엄 전략이 혹시 항공업과 호텔업을 혼동한 공주 후계자의 욕심이 만든 산물이 아니냐는 겁니다. 항공업의 본질은 유가 대비 운송률이잖아요. 기내서비스는 항공사의 자존심일 순 있어도 사업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죠.

 

땅콩 회항 사건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 주가가 선방하고 있는 것도 결국 유가 때문인데.

주 금융 위기 이후 전세계 항공사들은 거품을 빼느라 여념이 없었죠. 최근 수년 동안 항공산업을 리드하고 있는 사우스웨스트나 잿블루나 에어아시아나 라이언스 항공은 단순한 저가 항공사가 아니예요. 항공업의 본질에만 몰두한 항공사죠. 고객들한테 줄 수 있는 최고의 서비스는 가격이지 비빔밥이 아닌데.

 

상대적으로 아시아나 항공은 대한항공의 실수를 반면교사로 삼았죠. A380을 도입할 때 이코노미 위주로 좌석을 꾸렸어요. 지금 유가 하락이란 호재 속에서 주가가 더 오르고 있는 건 아시아나죠. 영업이익률도 아시아나가 대한항공보다 높고. 대한항공이 2007년 이후 항공시장의 변화 흐름을 놓친 건 분명해요.

 

동의해요.

 

이 사건으로 우리는 대한항공이라는 기업이 갖고 있는 기업 문화 그리고 이 사건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을 보면서 재벌 기업에 대한 국민의 태도를 파악할 수 있을 겁니다. 대한항공이 2007년에 있었던 이 큰 변화에 대해서 예상을 못한 건 사실이에요. 2007년까지만 보면 프리미엄 고객이 차지하는 이익 비중이 굉장히 컸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거죠. 데이터가 그것을 보여줬으니까. 그런데 금융위기가 사람들의 소비 패턴을 바꾸고 기업들의 지출 구조를 바꾸면서 힘들어진 거죠. 상대적으로 아시아나 항공은 대한항공의 실수를 반면교사해서 이코노미 위주로 갔어요. 그래서 이익률은 대한항공보다 아시아나가 낫고 이번 유가하락에도 주가가 더 오른 건 아시아나죠.

 

5. 서비스업엔 불량률이 없다?

 

대한항공을 거느린 한진그룹은 독특한 기업이예요. 운송서비스업에만 특화돼 있죠. 아시아나를 거느린 금호그룹이 운수업에서 시작해서 화학과 건설로 다각화한 것과는 대비되죠. 제조업이 없는 사업 구조도 기업 문화에 영향을 줬다고 봐요. 기술 혁신과 서비스 혁신은 다르잖아요. 기술 혁신은 쥐어짠다고 이뤄지지 않아요. 싫든 좋든 창의적인 기업 문화를 추구할 수 밖에 없어요. 서비스 혁신은 일단 쥐어짜면 어느 정도까진 가능하거든요. 승무원들한테 친절을 강요하면 초기엔 되는 것 같죠. 또 제조업은 일정 정도의 불량률을 인정해요. 실수가 인정된단 거죠. 반면에 서비스업은 불량률을 수치화하기 어려우니까 오히려 실수가 용납이 안 되요. 이번에도 메뉴얼데로 안 했다고 소리를 질렀다면서요. 인간을 기계로 본 거죠.

 

재미나네요. 부채 비율은 엄청난데다 경영상 참사에 가까운 전략적 실수를 저지르는 회사가 서비스의 사소한 디테일에선 스티브 잡스 같은 완전무결함을 병적으로 추구하는 기업 문화를 가졌다는 건데요. 내면이 모순으로 가득한 인간을 보는 것 같군요.

 

자기 모순에 가득차 있지만 겉으론 화려한 스타 같죠.

 

한진해운 리스크도 문제예요. 한진해운이 한 두 해 정도면 더 적자를 내면 한진그룹도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할겁니다. 그나마 버틴 건 대한항공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무조건적인 애정 덕분이었거든요. 그걸 잘 아는 한진그룹은 올해 초만 해도 한진해운을 꼬리자르기 싶어했죠. 올해만 해도 채권 만기가 4000억 원이고, 내년엔 7000억 원이나 되니.

 

부채가 8조에 달하는 회사를 누가 감당해요?

 

정부도 일이 커지는 건 싫으니까 회사채 신속인수제라는 걸 만들어서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해줬죠. 그런데 그 이자 비용만 1년에 1000억 원이예요. 해운업이 오퍼레이션 코스트가 1년에 4500억 원 정도 들거든요.

 

대한항공만큼이나 속 빈 땅콩이네요.

 

경기 변화에도 너무 민간하죠. 수년 안에 글로벌 경기 침체가 또 오면 한진그룹은 몹시 힘들어질 겁니다.

 

그래서 칼호텔네트워크를 만들어서 호텔업으로 다각화하려고 했던 거겠죠. 더 나아가선 신라나 롯데처럼 면세점 사업까지. 문제는 하필 지금이 대한항공으로선 대중적 지지가 절실한 시기라는 거죠. 경복궁 옆에 송현동에 7성급 호텔을 지으려고 하는데 학교보건법이 걸리거든요. 이걸 고칠 수 있는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입법시키려고 몇 년째 애써왔어요. 더 어려워졌죠. 또 있어요. 지금 인천공항 제2터미널이 건설되고 있잖아요. 이 터미널을 대한항공이 쓰느냐 아시아나가 쓰느냐에 따라 국내 항공 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겁니다.

 

송현동 호텔은 규제 완화를 내세운 박근혜 정부에선 반드시 해결했어야 할 숙제였죠.

 

그래서 조양호 회장이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까지 맡았잖아요. 가시방석 같은 자리인데도. 땅콩 하나와 회사의 미래를 맞바꾸게 생겼네요.

 

6. 우리는 왜 대한항공에 분노하는가?

 

그런데 외국 언론들은 넛 레이지라고 부르는 이 사건은 왜 온 국민을 분노하게 만들었을까요?

 

넛 레이지 같은 여론 재판 형식으로라도 한국 자본주의의 자정 작용이 일어나고 있는 거겠죠. 소득불평등이 커지면서 한국 자본주의의 선두 그룹이 사회적 감시망에서 벗어나기 시작한지는 꽤 됐어요. 그러다 가끔 사고를 쳐서 이렇게 사회적 감시망 안으로 포획되죠. 그걸 언론이 여론 재판정에 세우는거고.    

 

그런다고 바뀔까요? 여론 재판을 받고 심지어 법적 재판까지 받은 재벌들이 수룩하지만 권력을 잃은 경우는 없잖아요.

 

땅콩 회항 사건 때문에 정말 울고 있는 기업은 CJ, SK, 한화라는 얘기가 있죠. 총수의 크리스마스 특사를 기대했었는데 재벌에 대한 여론이 악화돼버렸으니.

 

재벌에 대한 사회적 감시를 계속할 에너지가 이렇게 해프닝성으로 소진될까 안타까워요.

 

<그것이 알고 싶다> PD와도 에너지의 소진 얘기를 좀 나눴네요. 박창진 사무장이란 분도 이러다 말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느끼고 있데요. 방법은 있죠. 너무 정답인데, 언론이 자꾸만 문제를 제기하는 수밖에 없어요. 복수를 당할지도 모르지만, 각오하고.

 

(놀리며) 정말 복수가 무섭군요?!

 

이 잡담 때문에, 이사님도 연좌제.

 

(웃음) 농담은 그만하고 잡담이나 하시죠. 

 

(웃음) 또 있어요. 법인이 아니라 자연인으로 사고하는 것. 얼마 전에 어느 기업 홍보하시는 분들 만났더니 놀라운 얘기를 들었어요. 대한항공의 홍보 임원들 가운데 네 분이나 암으로 회사를 떠났다는 겁니다. 물론 쉬쉬하는 일이라 확인하긴 어렵죠. 중요한 건 그 원인을, 법인적 사고와 자연인적 사고 사이의 괴리에서 찾더란 겁니다.

 

어떤?

 

기업 혹은 기업주의 행위가 사회적 감시나 도덕과 충돌할 때, 기업의 조직원은 내면적 분열에 빠져요. 시민 혹은 자연인으로서 사회적 도덕에 충실할 것이냐, 아니면 기업 내부의 법칙에 충성할 것이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후자에 충실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면적 갈등이 없는 건 아니란 거죠. 그 갈등 때문에, 대한항공 같은 국정원 조직에서도 내부고발자가 나오고 있는 거고. 기업인들이 유념해야 할 부분 같아요. 기업은 국가가 아니거든요. 국가의 법률조차 인간의 자연법칙을 거스르기 어려운데, 기업이 언제까지나 그걸 강요하긴 무리죠. 잘못된 건 잘못된 거란 거고, 언젠간 터져나온단 겁니다. 대한항공처럼.

 

전 드라마 <미생>도 떠올려봤어요. <미생>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져요. 이것이야말로 연애질이 배제된 진짜 직장인의 현실을 반영한 진짜 드라마란 의견도 있고 요새 누가 여직원한테 분냄새 난다고 지랄을 떨고 커피 심부를을 시키냐는 반론도 있죠. 어쨌든 공통적으로 보이는 건 선택의 여지가 없는 평범한 대중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참담함에 대한 공감이 있죠. ‘원 인터내셔널’이라는 회사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인턴사원 장그래의 처지와 대한항공 밖에 탈 수 없는 고객. 대한항공에서 나가면 취직할 데가 없는 기장. 대한항공에서 나가면 대안이 없는 스튜어디스.

 

아시다시피 전 <미생>이 참 훌륭한 작품이라고 느끼지만 또 불편하다고요. 거시적 변화를 추구해야하는데 대중이 미시적 고발에 집착하게 만든단 느낌? <미생>의 세계는 결국 사고가 기업적 조직문화에 포섭된 상태를 의미하니까요. 기업 사회의 단면이죠. 우리가 그런 사고를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건.

 

(심각한 표정으로) 그런데 이 땅에는 공급독점이 여러 군데에서 이루어지고 있어요. 회사가 나를 계약 조건 아래서 일하는 ‘인간'으로 대우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내가 회사의 공정의 일부인 양 취급하죠. 아마도 롯데가 가장 대표적으로 인간을 공정 취급하는 회사란 인상을 받는데 롯데마트는 내부 분위기가 굉장히 어둡고 롯데백화점은 뭔가 베트남 시장 같이 좀 촌스러워요. 고개과 근로자에 대한 배려가 느껴지지 않아요.  그렇지만 가격은 일정하게 낮게 유지하며 고객을 끌어들이죠. 촌스럽지만 수준에 맞는 마케팅을 끊임없이 하죠. 그렇지만 롯데호텔에서 성추행 사건이 나도 사장이 물러나는 법은 없고 롯데월드에서 안전 사고가 나도 진심이 느껴지는 사과는 본 적이 없어요. 제2 롯데 수족관에서 물이 새도 기사는 막지 물을 막진 않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든단 말이죠.

 

이거 아주 재미있는 이슈인데요. 사실은 한국은 재벌 국가여서 공급 수요 독점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잖아요. 그러다보니까 취직해보려고 해도 원 인터내셔널과 흡사한 회사 말고는 선택권이 없고 문제는 그들한테 주어진 조건을 어차피 독점된 회사이니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없죠. 그냥 개판으로 만들어버리면 되는 것이니까. 근데 거기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밖에 없네요. 하나는 <미생>을 보면서 공감을 하고 땅을 친다든가. 이렇게 가끔 실수하는 재벌의 아들 딸들을 미워하며 여론 재판과 마녀사냥을 해서 화풀이를 하든가. 이 두 가지밖에는 없는거죠. 딴 건 없습니까?

 

업의 속성을 보면 개인이 해야 될 일과 사회적으로 연대해서 해야 할 일이 구분이 될 것 같은데요.

 

참 순진한 얘기지만, 우리가 대중이 아니라 소비자로 사고하면 되겠죠. 재미난게 우린 투표를 할 땐 유권자여야 하는데 소비자로 사고하고, 재벌을 상대할 땐 소비자로 행동해야 하는데 국민으로 행동하죠. 국가경제를 위해선 재벌을 용서해야 한다는 논리에 너무 쉽게 설득당하잖아요. 사실 해당 기업은 분노한 대중이 소비자로서 행동하는 걸 가장 두려워하는데.

 

그래도 땅콩 회항 사건이 대한항공에 대한 소비자 불매 운동으로까지 이어지긴 어려울거예요.

 

내국인의 국제선 이용률을 보니까 대한항공이 30, 아시아나가 20, 외국계항공사가 37, 저가항공사가 11 정도더군요. 이미 수년째 외국계 항공사와 저가항공사 비율이 늘고 있어요. 마일리지에 의한 락인 효과만 믿고 있다가 넛될 수 있죠.

 

그런 상황에서 대한항공이 계속 프리미엄 전략만 고집하면 더 힘들어질 겁니다. 중국에는 인구300만 명 이상의 대도시가 10개가 넘잖아요. 이 도시들은 국제선이지만 실제론 국내선 사정 거리잖아요. 이런 거리를 오가는 한국인과 중국인이 프리미엄 좌석을 이용할 가능성은 낮죠.

 

프리미엄 전략을 주도해온 조현아 부사장이 물러난게 변수가 될지 아닐지 그것도 관전 포인트네요.

 

참 땅콩 하나에 이렇게 많은 우주적 의미가 있었네요.

 

JO&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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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동조와 신기주 KIM&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