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 창조경제의 적들

이번 카카오톡을 둘러싼 해프닝은 시장과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보 같은 사법당국이 정치권에 충성을 하기 위해서 오바하고 그것에 대해서 시장과 소비자가 합리적인 행동을 할 경우 어떤 결과가 일어나는지 잘 보여주는 슬픈 사건이다.

 

모바일 SNS 상에서 벌어지는 루머와 명예훼손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검찰의 생각에 나는 찬성하지 않지만 검찰은 내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이 해프닝으로 검찰은 자신의 충성심을 보여주겠다는 일차적 목표는 이루었지만 중요한 수사기법 중 하나를 잃게 되었다. 

 

검찰이 자신이 공언한 목표를 이루는 가장 좋은 방법은 루머의 유포와 명예의 훼손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은밀하게 수사하는 것이다.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공간은 카카오톡과 같은 한국에 서버와 본사를 둔 모바일 메신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의지를 불태웠고 수사대상을 공개적으로 적시했으며 대중을 겁박했다. 그리고 사건의 전개는 검찰의 의도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하지만 아주 합리적인 방향으로) 흘러갔다.

 

잠재적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모바일 메신저 사용자의 입장에서 카카오톡을 사용하게 되면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감을 갖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카오톡을 계속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첫째, 내가 그런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은 낮고 둘째, 카카오톡 이외의 다른 모바일 메신저라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다른 메신저는 많지만 쓰는 사용자가 없다)

 

카카오톡의 입장에서 검찰의 수사가 적법한 이상 협조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 하지만 카카오 측의 엉성한 초기 대응은 카카오가 법적 한계 안에서라도 소비자들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최대한 낮춰줄 것이란 소비자들의 기대(그 기대란 것은 대개 막연한 것이다)를 박살내어 버렸다. 소비자들은 카카오톡을 버리지는 않았으나 혹시나 하고 텔레그램을 일단 깔았다.

 

다수의 소비자가 텔레그램을 깔 게 되자 모든 것이 달라졌다내 경우엔 카카오톡이 거의 필요 없을 정도로 의미 있는 지인들의 숫자가 텔레그램을 깔았다. 금융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언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 공무원과 정치인들은 거의 모두 깔았다. 카카오톡을 지운 것은 아니지만, 텔레그램으로도 거의 불편함을 못 느끼게 되었다. 깔아서 써보니 카카오톡과 거의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이제 소비자들은 두 개의 모바일 메신저를 쓰게 되었고 카카오는 잠재적 비지니스 기반을 훼손당했다. 상당수의 가입자는 이제 계속 텔레그램과 카카오톡을 함께 쓸 것이다. 카카오톡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탈할 수록 점점 가급적 더 텔레그램을 쓰게 될 것이다. 적은(사실상 제로) 비용으로 위험(혹시라도 수사 대상이 되는 리스크)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더 많은 사람이 그런 선택을 한다면 검찰은 카카오톡을 수사해도 의미있는 정보는 찾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들은 이제 가장 간편하고 손 쉬우며 유용하다는 수사수단을 잃어 버렸다.

 

검찰은 앞으로 수사하기 불편해졌을 뿐이지만 가입자를 잃어버린 카카오의 입장에서는 피눈물이 날 일이다. 이런 과정에서 합리적으로 행동한 것은 안타깝게도 소비자와 시장 뿐이다. 체포되어 수사의 대상이 될 가능성은 낮지만 일단 대상이 되었을 때의 위험은 엄청나게 크다. 그 위험을 사법당국이 과장하고 읍박하자 규모의 경제(scale of economy)가 가능하며 사용비용(혹은 전환비용)은 제로인 새로운 메신서가 생겼다. 다른 대안이 없다면 위험을 감수하고 카카오톡을 쓰겠지만 다른 수단이 있다면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제 문자 내용이 조금이라도 찝찝하다면 소비자들은 카카오톡 대신 텔레그램을 쓸 것이다. 카카오톡이 손쉬운 수사 대상이며 이를 통해 적극적으로 루머와 명예훼손을 수사할 것이란 의지를 불태운 검찰 입장에서는 소비자들이 계속 카카오톡을 쓰면서 수사가 두려워 루머의 유포와 명예훼손을 자제할 것(그러니까 대중이 겁을 집어 먹기를)을 기대했겠으나 그런 일은 생기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이번 기회에 검찰 수뇌부는 충성심을 과시했고 어차피 수사를 하는 건 밑에 사람들이니 검찰의 입장에서는 별 상관 없을 것다.

 

가장 답답해진 것은 카카오인데, 더 이상 가입자를 잃기 전에 서버와 본사를 옮기거나 기술적으로 도저히 문자 내용을 추적할 수 없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 것이다서버나 본사를 옮기거나 다른 기술적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정부와의 마찰로 지금 생각중인 결제와 택시 서비스 등 다른 비지니스를 벌이는데 차질을 입는 것이 두려울 것이다. 하지만 가입자를 잃으면 그 모든 기대들은 다 헛된 것이다. 이것이 도대체 '창조경제'가 국가적 아젠다인 사회에서 일어나야 하는 일이냐고 화가 나겠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이다. 도처가 '창조경제'의 적들인 사회에서 카카오의 결단(아마도 지금 열심히 연구중이겠지만)이 필요한 때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야한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선의 품격 - 왜 우리는 위선을 조롱하면서 동경하는가  (1) 2015.03.17
창조경제의 적들  (2) 2014.10.17
최근 야당 생각  (2) 2014.09.16
Posted by 김동조와 신기주 KIM&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