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 효성의 효심

 

조현문 법무법인 현의 고문변호사는 지금 효성그룹과 무려 10여 건이 넘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조현문 변호사는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차남이다. 2011년 9월까진 효성의 중공업 사업그룹장을 맡아서 그룹 경영에도 참여했었다.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미국의 유명 로펌에서 일하던 조현문 변호사를 그룹 경영에 참여시킨 건 아버지 조석래 회장의 뜻이었다. 지금은 효성가와는 남보다 못한 불편한 사이가 됐다.

 

조현문 변호사는 지난 6월 효성 계열사인 더프리이엄효성과 골프포트와 갤럭시아의 자산을 중점 관리하는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와 (주)신동진의 최현태 대표를 배임횡령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상태다. 두 회사의 대주주는 조현문 변호사의 형인 조현준 효성 사장과 동생인 조현상 효성 부사장이다. 최현태 대표의 횡령배임 혐의가 인정될 경우 검찰 조사가 대주주인 형과 동생한테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이미 2012년 10월부터 트리니티와 신동진에 대한 회계 장부 열람 가처분 신청을 해 둔 상태였다. 트리니티와 신동진이 회계 장부를 임의로 조작하지 못하도록 하는게 소송의 목적이었다. 하루 이틀 된 싸움이 아니란 얘기다.

 

현재 효성그룹은 지난 1월 조석래 회장과 장남 조현준 사장과 이상운 부회장이 분식회계, 탈세, 횡령, 배임 혐의로 검찰 기소를 당한 상태다. 6월부터 1심 재판이 시작됐다. 효성그룹을 전담하고 있는 검찰 부서는 윤대진 검사가 이끄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다. 윤대진 검사는 난다 긴다 하는 특수통 중에서도 자타공인 천하 제일검이다. 기업의 장부 조사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윤대진 검사는 2013년 10월부터 4개월 여 동안 효성 장부를 샅샅이 살펴본 끝에 9000억 원에 달하는 분식회계 혐의로 조석래 회장과 조현준 사장을 기소했다. 이제까지 윤대진 검사의 수사망을 빠져나간 기업과 기업인은 없었다. 윤대진 검사는 2013년엔 CJ그룹을 포위 수사한 끝에 이재현 회장을 구속시켰다.

 

지난 1월 서울중앙지검의 공소장 안엔 차남 조현문 변호사의 이름은 빠져 있었다. 당초 서울중앙지검은 조석래 회장과 3형제를 모조리 수사 선상에 놓고 강도 높게 조사했었다. 결국 조현문 변호사는 중공업 경영에만 간여했을 뿐 효성그룹의 범죄에는 관련이 없는 걸로 확인돼 기소유예됐다. 효성그룹에 대한 조사는 그렇제 조현문 변호사와는 무관하게 진행될 것 같았다. 그런데 5개월 뒤 조현문 변호사가 효성그룹 계열사 대표를 배임횡령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고 나서면서 다시 파문이 커지게 됐다.

 

효성그룹 사건은 전형적인 기업 구태 비리 사건이다. 동시에 효성그룹이 전 정권과 가까웠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정치 수사의 성격도 띄고 있다. 여기에 조현문 변호사가 가문을 상대로 전방위 소송전에 나서면서 전형적인 형제간 경영권 다툼으로 비춰지고 있다.

 

둘은 맞고 하나는 틀리다. 검찰은 효성그룹이 1999년부터 2008년까지 고가 장비를 허위 구매하는 가공 거래와 해외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한 외화 밀반출과 오너의 재산을 은닉하는 차명 거래까지 전형적인 구태 비리를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서 비로소 검찰이 CJ에 이어 효성을 조사하기 시작한 것도 정치성을 지우긴 어렵다. CJ가 전 정권과 학맥으로 이어져 있었다면 효성은 더 가까운 인척 관계였다. 조석래 회장의 조카딸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며느리다.

 

반면에 조현문 변호사와 효성가의 다툼은 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조현문 변호사는 비리 투성이인 효성그룹 오너가에 반기를 들다 사실상 파문 당했기 때문이다. 2011년 여름 조현문 변호사는 그룹의 광범위한 비리 사실을 아버지 조석래 회장한테 직보했던 걸로 알려졌다. 2011년이면 전 정권의 임기 마지막해다. 정권이 바뀌면 검찰 수사가 효성을 압박해올지도 몰랐다. 조석래 회장과 조현준 사장은 조현문 변호사의 직언을 무시했다. 검찰 공소장엔 조석래 회장이 직접 큰 아들 조현준 사장에게 각종 비리 행위를 지시한 걸로 나타나 있다. 조현문 변호사의 양심 어린 호소가 통하긴 처음부터 어려웠단 얘기다. 효성의 비리는 너무 뿌리가 깊었다. 

 

결국 조현문 변호사는 효성가에서 파문 당했다. 2013년 2월 조현문 변호사는 갖고 있던 효성 지분을 대부분 매각했다. 사실상 효성과의 관계를 끊었다. 2013년 5월부터 국세청이 효성에 대한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 마침내 조현문 변호사가 우려했던 사태가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됐다. 2013년 10월 검찰의 사냥이 본격화됐다. 결국 조현문 변호사는 아버지와 큰 형이 재판정에 서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재판 과정에서 조석래 회장은 끝내 암이 재발하고 말았다. 얼마 전 재판부와 검찰의 허락을 얻어서 전립선암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장남 조현준 사장과 삼남 조현상 부사장은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인데도 지분 매입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조현문 변호사가 경영권 경쟁에서 빠진 상황에서 힘의 균형을 맞추려고 애쓰고 있다. 조석래 회장은 올해 78세의 고령이다. 윤대진 검사는 이제까지 한 차례로 기소한 기업인의 범죄 사실을 소명하는데 실패한 적이 없다. 결국 9000억 원에 달하는 비리의 총책임을 조석래 회장이 대부분 지게 될 공산이 크다. 대신 조석래 회장의 지분 10.15%의 향배에 따라 효성의 경영권이 좌우될 수밖에 없다.

 

조현문 변호사가 사실상 형제들을 겨냥해서 전방위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이유다. 재판 결과와는 상관 없이 결국 효성의 경영권을 갖게 될 형제들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다. 조현문 변호사는 자신이 국세청과 검찰에 효성 비리를 제보했다고 보도한 언론사를 명예 훼손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겉보기엔 경영권 다툼에서 패한 둘째가 아버지와 큰 형을 밀고한 것처럼 보이기 딱 좋은 구도다. 정작 세익스피어의 연극 <리어왕>처럼 세 자식들의 진실과 진심은 겉보기와는 다를 수 있다.

 

효성그룹의 창업주인 만우 조홍제 회장은 1978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자신의 세 아들들한테 기업을 삼분해줬다. 동시에 각자한테 휘호를 하나씩 써줬다. 장자인 조석래 회장은 숭덕광업이란 글을 받았다. 차남인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은 자강불식을 받았다. 숭덕광업은 덕을 숭상하면 사업이 번창한다는 뜻이다. 지금 효성은 부덕의 소치로 재판정에 서있다. 조석래 회장의 세 아들 가운데 할아버지가 내려준 숭덕광업을 실천하는 자가 누구인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다.

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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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동조와 신기주 KIM&SHIN